장르소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우뚝 섰다.
연속 6주째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달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을 비롯해 <커피프린스 1호점> <해리 포터> <살인의 해석> 등 요즘 잘나가는 소설의 대다수는 장르소설이다. <파피용>은 에스에프 소설이고, <커피프린스 1호점>은 로맨스 소설이며, 지난달 전 세계에서 최종편이 동시 출간된 <해리 포터>는 장르소설의 대명사인 판타지다. 출간 6개월째 베스트셀러 20위권에 머물러 있는 <살인의 해석>도 장르소설의 분파인 추리소설이다. 이들의 활약상이 보여주듯, 최근 2~3년 동안 장르소설 독자군이 전례없이 커졌다.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는 소설이라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의 관심도 과거와 다르게 부쩍 커졌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를 표방하고 새로 문을 연 곳들이 생겼고, 대형출판사들은 계열사의 출판브랜드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민음사 출판브랜드 황금가지는 2004년 여름부터 ‘밀리언셀러 클럽’을 시작해 주로 스릴러 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시공사도 일찍이 이 분야에서 아성을 구축했다. 지난해 출범한 김영사 출판브랜드 비채는 <모중석의 스릴러 클럽>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를 통해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소설을 펴내고 있다. 웅진의 출판브랜드 노블마인도 2005년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를 내고 있다. 북스피어 출판사는 2005년 겨울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라는 문패를 내걸고 장르소설 출간을 시작했다. 행복한책읽기 출판사는 에스에프 총서 시리즈와 에스에프 무크지 <해피 에스에프>를 발행하고 있다. 생각의나무, 랜덤하우스, 영림카디널, 대교베텔스만 등 출판사들도 장르소설을 활발히 펴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장르문학 전문잡지 <판타스틱>이 창간되기도 했다.
이들이 장르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엇보다 탄탄한 독자층이 구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지호 북스피어 편집장은 “신생 출판사이고 특별히 마케팅을 안 하는데도 작품의 질만 보장되면 초판 3000부는 소화된다”며 “출판사들이 앞다퉈 장르소설을 출간하면서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좋은 작품들까지 발굴되다 보니 독자가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소설 시장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뭘까. 출판계에서는 팩션 추리소설 <다빈치 코드> 등의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장르물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돋우고, 일본 대중소설 물결과 함께 밀려온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시장에 탄력을 줬다고 분석한다. 특히 장르소설의 특성상 한번 맛을 본 독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통해 충실한 독자군이 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장르소설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두고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일본 장르소설 작가들은 한국 작가들보다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신경 쓰고 독자의 재미를 위한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장르문학 시장이 활성화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구분이 엄격한 한국 문학 풍토에서 하위장르로 폄하되던 장르소설들이 미래의 문학을 이끌어갈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점치기도 한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기사등록 : 2007-08-27 오후 06: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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