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08/08/22 10:06


사람이 작정하고 베껴 쓰려 해도 수십 년이 걸릴 만큼 엄청난 분량”의 저술을 남긴 저자로서, “경집(經集) 232권과 문집 260여 권”을 강진 유배 18년 동안 모두 정리해 낸 편집자로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업적은 실로 상식을 뛰어 넘는다.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에는 전방위적 ‘지식 경영자’로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는데, 관련 일화들을 읽다보니 한 사람의 ‘국가 경영자’가 작정하고 시도하려 해도 임기 내에는 불가능할 만큼 방대한 업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듯하여 두 가지만 비교해 볼까 한다. 『지식 경영법』의 저자인 정민은 다산 선생의 지식 경영 방법을 다양하게 구분해 놓았다. 오늘 살펴볼 대목은 ‘성동격서’와 ‘담화시기’에 관련한 부분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란, 주지하다시피 동쪽에서 소리치다가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뚱딴지같은 말을 잔뜩 늘어놓아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고 느닷없이 허를 찌르는 수법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방식으로 독자를 흡인하는” 다산의 전략인데,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 사건에 대해 앞으로 관련자의 지위고하와 소속여부를 막론하고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 놓고, 느닷없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방상훈 전 조선일보 사장 등의 재벌총수 및 조·중·동 언론사 경영진을 사면한 방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번 광복절특별사면을 계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억울하면 출세하고 돈 벌어야 하는 거”라며 새삼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담화시기談話視機란,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 번쩍이는 깨달음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으로,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촌철살인과 같음을 이르는 말이다. 『지식 경영법』에 따르면 다산은 “스치듯 건네는 한 마디에도 잠든 정신을 일깨우는 깨우침”을 담았고, “해학도 무던히 즐겼”다고 한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시위를 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먹을지 안 먹을지 모르지만, 아마 내 생각에는 먹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간의 해학적 발언(“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먹으면 그만”)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만한 예측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MB는 한우만 먹지 싶다”, “MB는 개그맨이지 싶다”며 혀를 내둘렀고, 각 포털에 게재된 관련 기사에는 삽시간에 수천 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기도 했다.

흔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말이야,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말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 국가 경영자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명박 대통령다운 면이 아닐까 싶다. 시대를 앞서간 지식 경영자 다산 선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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