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했던 그 일주일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얼른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이었다. 말도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지쳐 있었다기보다 짜증이 나 있었다는 게 더 맞겠지만. 대뇌 피질의 시상 하핵 구석구석이 추석 연휴 끝물의 경부고속도로처럼 막혀 버린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세상에 왜 그토록 많은 작명소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이 왜 그곳에 드나드는지도. 떠오르는 모든 이름을 닥치는 대로 적어보았다. 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를 만났던 건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무렵이었다. 우리는 지인을 만나 닭갈비를 먹던 중이었다. 문득 그가 이름을 지었느냐 물었고,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그는 직접 출판사를 차리면 써먹으려던 게 있다고 말했고, 우리는 눈을 반짝였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누스피어nooSphere, 어때요?” 누스피어라. ‘정신’을 뜻하는 ‘누noo’와 시공간을 뜻하는 ‘스페어Sphere’의 합성어란다. 어렵다. “차라리 누드피어가 낫겠는데요.”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다시 하루가 지났다.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누드피어로라도 지어야 할 판. 그때 동료가 ‘누스피어’에서 ‘누’를 빼고 ‘북’을 넣으면 어때, 라고 물었다. 북스피어? 북스피어라. 코오. 듣자마자 그 이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탁 하고 무릎을 쳤다……라는 건 완전 거짓말이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북스피어로 정했다. 왜냐. 더 이상 생각하는 것조차 지긋지긋했으니까. 이름 따위 아무려면 어떠랴, 에라이,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떤가. 북스피어. Book sphere(공간), Books fear(두려움), Book spare(여분). Books(책이) 피어(피다). 북 숲이야. 기타 등등. 일단은 부르기에 민망하지 않다. 되뇌어 보면 심플하고, 날렵하며, 재미있다. 마음에 든다. 삼 년이라는 세월이 가져다 준 익숙함의 결과겠지. 무엇보다 움베르토 에코가 갈파한 바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어느 한 가지 의미를 선택할 수 없게 만든다”에 딱 들어맞을 만큼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 물론 그 다양한 의미를 알고 있는 건 우리들뿐이지만. ㅎㅎ
덧) 박 선생님께는 두고두고 고맙지 말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