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원도 철원에서 말단 소총수로 복무했다. 철책이 있고 저격병이 있는 곳이다. 거기에 이상할 정도로 나를 싫어하던 사람이 있었다. 두 달 먼저 입대한 고참이다.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머리가 크다는 이유로, 서울 말씨가 듣기 싫다는 이유로, 그는 나를 때렸다. “존나 빠진 새끼”라든가 “아작을 내 버린다”라든지 하여간 그런 말을 들으며 나는 묵묵히 맞았다. 무참했다. 구타는 주로 밤에, 화장실이나 막사 뒤편에서 행해졌다. 오고가는 선임병들도 많았지만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다. 거의 일상이었으니까. 때리는 군인도 많았고 맞는 군인도 많았다. 상황이 그런데도 상급부대나 지휘관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고하는 사람이 없으니 취할 조치도 없다는 식이다. 어쩌면 구타 따위 정말로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구타를 당한 사람의 경우 여간해서는 자기가 당한 구타를 구타로 자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군대란 그런 곳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 게 남자들의 세계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잠깐만 견디면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국방부 시계는 돌고 후임병은 선임병이 된다. 그리고, 폭력은 반복된다. 군기가 빠졌으니까, 그래야 말을 듣는다고 믿으니까, 나도 당했으니까.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형, 친구, 동생 같은 사람들인데 때리고 맞는 데에는 다들 치명적으로 무책임했다.
대낮.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고참 의경들이 신참 의경들을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옆 건물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이 안타까운 마음에 이 장면을 촬영했고, 문제의 동영상이 9시 뉴스에 방송되면서 어둠에 묻혀 사라질 뻔한 일은 세상에 알려졌다. 흐릿한 화면만으로도 구타 현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구타 사건 발생 당시에 주변에는 같은 방범순찰대 다른 소대 대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평소에도 구타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제정신을 가진 이라면 누구라도 분개할 만한 상황이었다. 이 시간 현재 광주북부경찰서 게시판(‘나도 한마디’)에는 그 분노가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는 중이다. 곧 전경으로 입교할 아들을 두고 “어젯밤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의경 구타 장면을 보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어머님과, “어차피 계속 반복될 게 뻔하지만,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해결되진 않겠지만, 의경이니 전경이니 아들들 보내놓고 맘 편하게 못 지내는 부모님들을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달라는 누이와,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10여 년 전 꽃다운 나이에 맞아 죽은 친구가 떠올라 이렇게 긴 글을 남긴다”는 어느 청년의 절절한 글들. 그들 앞에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고참 의경들이 신참 의경들을 구타한 사건과 관련, 경찰청이 책임을 물어 경찰관 6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렸다”는 보도는 무색하기만 하다.
덧) 고백하자면, 나도 때렸다. 아무리 그럴듯한 핑계를 대도, 내가 맞았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는 심보 외에 다른 것이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