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북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지난 일주일은, 기대하는 마음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백합니다. 책을 하나 끝마치긴 했지만 더 바쁜 10월 일정이 발밑에 떨어져 있는데다 '겨우' 삼 일이지만 이런저런 귀찮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넘쳐나리라는 것은 빤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직접 행사에 나서 판매를 하는 기회란 흔치 않고, 독자 여러분을 직접 만날 수 있으니 조금쯤 기뻐하고 있었지요. 네, 그런 정도였습니다.
행사는 금요일부터였지만 목요일 저녁에 판매할 책들을 가져다 놓고 세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오전에 그치겠다던 비는 거세지죠, 부스에 물은 새죠, 처음 참여하는 행사인지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은 안 오죠. 다행히 날이 갠 금요일 오전까지도 허둥지둥 헤매는 모습은 '내년에는 하지 말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게 금요일 오전까지였어요. 오후가 되면서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오시고, 아는 얼굴도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더불어 매상도 늘어나면서. ^^;) 조금 재밌어졌습니다.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던 종족인지라 바깥세계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당황하고 쑥스러워했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을 보내면서 '이거, 우리 의외로 매장 체질 아니야?'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독자교정을 통해 북스피어 독자 분들을 계속해서 만나 오고 있지만, 매대를 통해 삼 일 연속으로 얼굴을 맞댄다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답니다. 마지막 일요일, 이제 몸도 힘들고 얼른 끝냈으면 좋겠다는 엄살을 떨기도 했지만 두어 시간을 남겨두고 독자들을 만나면서는 거의 울컥 하는 심정이었어요. 좀 더 할 수는 없는 거야? 이제 겨우 정들 만하니까 끝내라니. 한 분 한 분 여러분을 만나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은 몰랐습니다.
잠깐씩 얼굴을 맞대었을 뿐이고,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해 다시 여쭙고, 심지어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는 저희와 눈만 마주치고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또는 이번 행사로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를 처음 알게 된 독자도 계십니다만, 단순히 책 하나를 다리로 해서 알게 되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반갑고 행복하게 웃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지금 어쩔 줄 모르고 있어요. 삼 일의 행사가 가져온 뿌듯하면서도 벅찬 감정을 무어라 부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고백하고 말아요.
사랑해요, 여러분.
(추군, 거기서 손발 오그라뜨리고 있지 말고 이벤트 준비 하세요. -_-)
여기서부터는 진짜 후기
이번 와우북은 벌써 4회째이지만 저희는 늘 시기를 놓쳐 참여하지 못했지요. 벼르고 벼르다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행사 전에 저는 살짝 흥분하고 있었어요. 직접 나서서 판매를 한다니, 해보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POP도 직접 손으로 쓰고, 편집자 코멘트도 달고, 재밌는 이벤트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on_
우선 가져갈 책을 고르고 묶는 것만도 일이었어요. 기획 세트도 만들어야 하고, 때맞춰 반품 창고에서 가져온 재고도 종류별로 묶고, 결제 준비도 해야 하고. 처음 참가하는 거라 뭐가 얼마나 어떻게 필요한지 감을 잡을 수 없어 행사 하루 전 사무실은 폭탄을 맞은 꼴이었습니다.
그래도 색지랑 매직을 사서 POP도 색색으로 만들고 아랫집 판타스틱의 숙련된 조교로부터 신용카드 결제 방법도 배우며 차근차근 준비를 했지요. 아, 행사하는 김에 쇼핑백도 만들었지요. 분명히 책들 많이 가지고 다니실 텐데 들고 다닐 가방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게다가 이런 전시회에서는 쇼핑백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니까. 꽤 많이 찍었는데, 튼튼하고 깔끔해서 다들 정말 좋아하시더라구요. *자랑자랑*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목요일 저녁에 세팅하려는 계획은 비 때문에 무산. 다행히 금요일 아침에는 날이 화창하게 개서 부랴부랴 서둘렀지요. 참, 저희는 '손안의책' 출판사와 같이 참가했어요. 장르 문학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달랑 이 둘뿐이고, 대부분은 어린이책과 일반 문학이 많았는데 더 많은 이웃 출판사가 참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안의책 분들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셨다면서 산뜻한 POP와 각종 이벤트 물품들을 정연하게 늘어놓으시더군요! 홍보 패널이랑 제비뽑기까지 준비를!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같이 하자고 약속해놓구선!! 암튼 내년에도 참가한다면 미리 저런 것들 준비해야징,하는 마음이.
금요일의 출발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행사를 위해 온갖 사람들을 재촉해서 준비한 신간 <별을 쫓는 자> 사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두른다 해도 행사에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어요. 신경 쓴 일은 많은데 제대로 준비된 게 없는 것 같아 쾌청한 날씨와는 다르게 음울한 기운이 부스 안을 감돌았지요. 그래도 장르 북페어 때 쓴 광고물이며 이것저것을 준비하면서 부스 모양새를 갖춰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기획 세트를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었어요. 어라, 근데 반응은 신통찮았죠. 오히려 뒤쪽에서 구색을 갖추려고 한 중고책(서점에서 반품이 들어와 다시는 새 책으로 팔 수 없는, 조금 헌 느낌이 있을 뿐 새 책이나 다름 없는)의 반응에 슬슬 불이 붙었습니다. "3,000원 균일가"라는 유혹은 대단했지요. 금요일 오후에 불이 붙어 1,000권이나 되는 중고 도서는 토요일에 벌써 매진되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은 온라인에서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토요일 오후 초반에 매대에서 사라졌어요. 뒤를 이어 우리 여사님의 책들은 모두 판매 종료. *두둥*
그렇게 오신 분들이 신간도 서서히 찾으시더라구요. 처음에는 10%밖에 안 되니까 발길을 돌리시다가 토요일에 <별을 쫓는 자>도 입고되고, 여기에 힘을 실어 <판타스틱> 10월호(기자들도 받아 보지 못한!) 증정 이벤트를 덧붙이자 신간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 <아발론 연대기>는 놀랍게도 아는 분들이 많으셔서, 50%이고 앞으로도 뒤로도 이런 할인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에 그 무거운 중량에도 가져가시는 분들이 속속 이어졌죠.
<별을 쫓는 자>도 마찬가지. 저희는 사실 신간 10% 할인으로는 그냥 구경만 하시고 온라인에서 구입하시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었는데 간지 나는 표지 덕분인지, 젤라즈니의 인기 덕분인지,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인지 두 번 진열한 상품이 모두 동나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아발론 연대기> + <별을 쫓는 자> 콤보 판매가 눈에 띄었죠. ^^
저희 마음을 졸이게 한 만큼 <별을 쫓는 자>의 인기는 최고!! <아발론 연대기>의 웅장한 아우라와 함께 젤라즈니를 모르시는 독자 분들도 발길을 멈추고 한 번씩 책을 들여다보시더라구요. 그중에는 구입하신 분들도 많구요. 저희도 그간의 긴장을 싸악 잊을 정도로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온라인으로는 느낄 수 없는 포스+간지+위용이 책에 철철 흐르거든요. 금요일에 젤라즈니 신간을 찾으러 오셨다 허탕치고 되돌아가신 분들도 모두 토-일요일에 다시 오셔서 구입하셨다는... (다행이에요. 금요일에는 얼마나 죄송했는지)
따로 점심 시간이 없기에, 손님들이 우르르 오셨다가 잠시 한가해졌다를 반복하는 통에, 점심 식사는 그냥 샌드위치와 떡볶이 등으로 떼웠습니다. 저희 식량은 거의 손안의책 분들에 의존했는데요(ㅎㅎ), 아침에 과일부터 중간중간 간식이며 커피도 챙겨 주시고 점심까지 다 사주셨어요. 물론 저희는 대신 대표가 저녁을 샀지만요. 행사 후폭풍이 사그라들면 모여서 뒤풀이하기로 했답니다.
손안의책 분들은 정말 친절하고 재밌게 손님들을 맞이하셨는데 저희는 손님들이 물으시면 그제야 대답을 할까 매대 관리라고는 성격에 없는 인물인 양 서성거리기 일쑤였습니다..... on_ 결제는 주로 추군이 맡아 담당을 했으니 호객은 제가 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중간중간 아는 분들 오시고, 토요일 늦은 오후부터 일요일 즈음까지는 손님에 따라 제대로 된 추천+가이드 역할을 했으니 아주 무용하진 않았어요. -_-
장소도 좁고 손님들이 북적거려서 블로그 보고 오신 분들이나 아는 분들께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죄송스러울 따름이에요. 가능하면 수다도 많이 떨고, 책도 집어 드리고 싶었는데. 정신 없다 보니 어느새 오셨다가 가시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공급해 주시기도 하셨고. 눈만 마주치고 알은체하지 않고 그냥 가신 분들! 저, 다 알고 있습니다(반쯤 뻥). 어떻게 거기까지 오셔서 그냥 가실 수가. 저희가 못 알아뵙고 먼저 인사 드리지 못한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T_T
가을 하늘은 높아만 가고, 언제 끝나나 싶던 삼 일의 마지막이 어느새 코앞이더라구요. 마지막날은 서서히 저물고,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허둥지둥 부랴부랴 짐을 챙겼습니다. 대표의 배려로 월요일을 편히 쉰 추군과 저는 오늘, 화요일 복귀하여 후기를 쓰고 있지요. (쉬는 월요일에 쓰지 그랬어! 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냥 쉬고 싶더라구요. T_T)
아무려나,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화려하게 막을 내린 행사를 기념하며 감사의 인사도 올릴 겸 블로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손안의책 제비뽑기에서 대표가 뽑은 '손안의책 1회 방문권' 을 포함하여(손안의책 팬 여러분, 죄송 o.......n_) 가능한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 저희가 늘 그렇듯 큰 선물보다는 재미와 감동을 기대해 주세욧!! -虎-
덧) 써야 할 이야기,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전하지 못했지만 이대로 두면 영원히 후기 올리지 못할 것 같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 올립니다. 나머지는 언젠가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