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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란-조경란 표절 시비’는, 원본 텍스트를 베낌으로써 드러났던 종래의 표절 시비와는 달리 아이디어를 훔쳤는가의 여부가 쟁점이다. 사건은 이렇다. <혀>라는 제목의 단편소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2006/12)에 응모했던 주이란씨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조경란씨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하여 동명의 장편소설 『혀』(2007년 11월 출간, 문학동네)를 출간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위원회에 조씨의 소설을 회수조치해달라고 요청(2008년 9월 8일)한다. 이에 조경란씨와 문학동네 측은 표절 의혹을 일축하고 “주이란씨로부터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증명을 받은 뒤 반박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임을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을 통해 밝혔다.
논자들의 시선은 대개 기계적인 중립과 적극적인 옹호로 갈렸다. 우선 최재봉 기자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어렵다(어려운 문제다)”라는 중립적인 의견(9/18, 한겨레)을, 소설가 방현석씨가 “매력 없는 공방”에 관련되고 싶지 않다는 입장(10/1, 프레시안)을 표명했다. 반면 문학평론가 정문순(9/25, 대자보), 소설가 김곰치(10/6, 프레시안), 한겨레 논설위원 홍세화(10/7, 한겨레), 소설가 김영현(10/14, 프레시안)씨가 주이란씨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쟁점화했다.
정문순씨는 “한국 문단이라는 풍토에서 신인 작가가 아무 근거 없이 등단 10년이 넘은 중견 소설가의 작가적 생명을 벼랑으로 몰 수 있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했고, 홍세화씨는 “아무리 초짜 신인의 목소리라 하지만 ‘짖을 테면 짖어라!’라는 반응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조중동과 문단의 철저한 무시를 꼬집었다. 한발 더 나아가 김곰치씨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주이란이 뛰어나다(…)퇴고와 구상이 불충분한 상태의 소설을 발간한 출판사 ‘문학동네’의 반성을 촉구한다”고 논평했으며, 특히 김영현씨는 자기반성에 가까운 글을 통해 조경란씨의 『혀』 말미에 붙은 “응원군 삼아 동원된 참고문헌”이 “빈약한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수작”일뿐더러 “이 너절한 소설 뒤에 붙여놓은 김화영의 너절하고 장황한 해설을 보며 더욱 근질거리는 욕지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누리꾼들도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최소한) “당신의 책을 사 본 독자에게는 한 마디 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프레시안, 독자 이의양)라는 의견을 비롯하여 “자기가 13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두고 살핀 그 시놉과 그 내용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한 신인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인가”(문학동네 게시판, ID 이상타)라는 의견 등 해명을 촉구하는 글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문학동네(와 조경란씨)의 공식 입장은 자사 게시판에 올린 “주이란씨가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훨씬 전에 ‘문학동네 대표이사가 조경란 작가로부터 <혀>의 시놉시스를 듣고 계약했다’는 사실”뿐이다.
저작권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3개월 후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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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많은 논자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토론하고 고칠 건 고치자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사건에 대한 논평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주씨와 조씨의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혹은 한 권만 읽었다)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서 약간 놀랐다. 그들은 간간이 인터넷에 뜨는 기사들을 읽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아가며 “역시 한국문학은 후졌다”느니, “듣보잡이 책 팔려고” 하는 의견들을 올렸다.
전개과정에서는 두 가지 점이 흥미로웠다. 우선 표절 시비가 한창인 가운데 조선일보가 조씨에게 동인문학상을 안긴 대목이 그랬다. 조경란씨가 표절 사건에 휘말린 작품으로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상이란 본디 작품 외적인 부분도 작용하는 법이고,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꽃게무덤』(권지예)의 표절사건이 한창 떠들썩했었다는 기억까지 되살려 보면 천하의 조선일보도 부담을 느꼈을 법한데, 밀어붙였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다른 한 가지는 홍세화 선생의 (그야말로 느닷없는) 등장이었다. 이건 흥미로웠다기보다 감탄을 했다고 해야 정확할 터인데, “홍세화가 무슨 자격으로 문학에 훈수를 두느냐”는 비난을 각오하면서까지--실제로 그런 비난이 있었다--기명 컬럼을 실을 걸 보면 아마 화가 단단히 났던 모양이다. 사회학자가 문단권력에 대해 다룬 경우야 강준만 선생이 있긴 했지만, 강준만 선생이야 데뷔 때부터 문단권력에 대해 쉼없이 발언했으니 그렇다 치고, 본 사건에 대한 홍세화 선생의 발언은 신선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놀라웠던 대목은 김영현씨의 자신반성과 문학권력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독설이었다. 김영현이 누군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섬세한 묘사와 단단한 구성으로 80년대 민중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대단한 작가 아닌가. 아니, 그의 소설이 가졌던 미덕, 이른바 “진솔한 자기 고백”을 상기한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가. 김영현씨가 가진 위상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여러 가지 대목에서 음미할 만했다. 꼭 한번 읽어들 보시기 바란다.
두 개의 『혀』를 읽어본 바로, 이번 공방은 심증만 있지만 물증이 없는 케이스이지 싶다. 따라서 조씨가 “베꼈다”고 인정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결론이 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영현씨가 잘 지적했듯 사건은 이미 조경란씨와 문학동네를 넘어 조선일보, 동인문학상 종신위원인 유종호 김주영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 신경숙까지 얽히고설킨 상태이니 만큼 조경란씨 역시 끝까지 밀어붙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안 베꼈다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테고.
다만 조경란씨 입장에서 볼 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오랜 세월 동안 구상했고 심지어 계약까지 했다는 내용의 소설이 어째서 단서 하나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계약이야 구두 계약이 오랜 관행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간 했던 인터뷰나 칼럼 등등에서 구상하고 있던 내용을 슬쩍, 그야말로 슬쩍 지나가는 말로 언급만 했더라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을 텐데 말이다. 보안의 문제였나 하는 의문이 들다가도, 그렇게 따지면 주이란씨에게는 약발이 안 서는 말이지.... 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