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히 Forbidden Library라는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루이스 캐럴이 쓴 유명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중국에서 한때 금서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헌데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됐던 이유가 꽤 재미있다. 동물이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내용(Animals should not use human language)이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1931년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 그것은 자못 불순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오늘-여기에서도 그에 버금갈 만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시작은 국방부가 내부 회람용으로 각 군에 하달한 공문이 언론에 유출되면서부터였다.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 정신전력 저해요소라는 문구가 묘하게 눈길을 끈다. 대체 어떤 책이기에.

지난 7월, 국방부는 ‘북한찬양’, ‘반정부ㆍ반미’ ‘반자본주의’라는 자체 기준에 따라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과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스물세 권의 책을 이른바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이 책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은 그만두더라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에 뽑혔다는 사실이나,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5년 전 MBC 교양프로그램 ‘느낌표’의 추천도서로 5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대목에 이르면, 국방부의 불온서적 사건은 새삼 입에 올리기조차 낯뜨겁고 민망하다.

이런 ‘단순바보’적인 사안에 대한 논평은 역시 농담이 제격. 과연 ‘새빨갛게 물든’ 메시지와 그에 뒤지지 않는 ‘발칙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진중권 교수나 우석훈 박사 같은 이는 “왜 내 책이 배제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이 시대착오의 시대에 너무 말랑말랑하게 쓴 것 같다, 가슴 깊이 반성한다”고 비꼬았으며, 독자들 역시 ‘단순명쾌’하게 호응하는 바람에 해당 도서들은 “국방부와 불온서적을 출간한 출판사 간에 검은 뒷거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 떠돌 만큼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 서점들은 목록에 적시된 책들을 위한 특별 코너까지 마련했고, 판매량은 최대 9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아아 부럽다.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의 논리는, 동물(군인)이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생각하는) 게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긴 1931년의 중국과 닮았다. 그것은 우습고 시시해 보이지만 그만큼 위험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환기되어야 할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태도에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지난 주, 본 사건에 대해 논평한 노엄 촘스키 덕분에 세계적으로 쪽팔리게 된 국방부가, 군 법무관 7인의 “항명”과 해당 출판사들의 고발 조치에는 또 어떻게 대응할지, 심히 궁금하다. 국방부의 대처야 뻔할 테니 그게 궁금하다기보다,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한 거긴 하지만.

위 도서는 국방부와 전혀 상관없이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