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다,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일 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 지난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 리셉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외환위기 때 워싱턴에 잠깐 있었는데 그때 한국 가서 주식 사고 부동산 사고 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을 봤다”는 자못 생생한 사례까지 곁들였다고 한다. 각 신문들은 일제히 논평을 냈다. 그중에서 두 개를 골라봤다. “대통령이 나서서 주식을 사라 말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대통령의 주가 발언이 시장에서 어떻게 회자되고 있고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얼마나 떨어뜨렸는지를 바로 봐야 한다. 대통령은 주가나 금리, 환율 같은 민감한 문제에는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표현은 경박하고 논리는 상충한다. ‘주식을 살 때’라고 말하고선 ‘내년이 되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데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앞뒤 따지지 않고 허세를 부리는 사업가의 허언(虛言)처럼 들린다.” 전자는 조선일보, 후자는 중앙일보가 낸 사설이다. 저녁 뉴스에서 말을 아낀 KBS와 SBS의 ‘애국적 태도’에 비하면 꽤 강도가 높다. 그 정도로 난감한 발언이었다는 뜻이리라.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미네르박”이라 칭하며 그간 회자됐던 ‘예언’들을 모아 어록을 만드는 중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내년에 (주가지수) 3000을 돌파하고 임기 안에 5000까지도 갈 수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13대 경제대국이지만 머지않아 7대 경제대국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7대 경제대국이 되면 한국말을 알아야 한국과 거래도 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장관 바꿔 나라 잘되면 매일 바꾸겠다” 등등, 돌이켜보니 우스운 한편 서글픈 기분도 든다. 일국의 대표가 한 발언이 조롱거리가 돼버리는 나라.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발언들이 매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른바 보수주의자라는 분들이라도 나서서 민심을 챙겨야 할 터인데 고개를 돌려보면 그쪽도 만만치 않다. 여당은 남북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적 이익을 챙기느라 분주하고 어느 출판사 앞에서는 교과서가 좌편향이니 당장 뜯어고치지 않으면 혼내주겠다며 책을 불 지르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서울시 교육청이 마련했다는 현대사 특강의 강사들 면면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말하기가 욕스럽다.

어느 역사학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과연 농담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진실도 있는 모양이다. 네티즌들이 가장 공감했다는 “지금 탄핵하면 일 년 이내에 선진국 된다”는 댓글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테지...

고개 숙인 금성출판사 "모두 고치겠다"

29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4시간에 걸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에게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과 관련, “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출판사의 입장은 뭔가”  정 수석이 이에 “특정 출판사는 ‘교과서를 모두 수정할 경우 전교조가 교과서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그 출판사는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며 분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를 거부해온 금성출판사가 정부 뜻에 따르기로 고개를 숙였다. 금성출판사는 28일 “교과부가 수정을 요구한 38개 항목에 대해 ‘교과부의 원안대로 수정하겠다’는 내용의 수정보완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_뷰스앤뉴스



덧) 대통령 관련 글은 이제 그만 쓰자고 마음먹었는데, 하필 잡지 마감날 뉴스가 온통 “이명박 주식”뿐이어서 또... 얼마든지 웃어넘길 수도 있었지만... 거래처 한 군데에서 꼭 좀 해 주십사 간곡하게 부탁한 돈 사백을 끝내 못해 주는 바람에 속상하던 차에... 엄청 화나더군요, 조또 이 판국에 주식이라니. 오늘 '출판 불황' 관련 세미나에서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씨가 말하길, 앞으로 이 년 정도 불황이 지속될 거라고, 특히 내년 2, 3월은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답니다. 내년 2, 3월에 우리가 내는 책은...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을지, 하는 생각이 퍼뜩. 위기를 기회로, 따위 지껄이지 않아도 내년에는 북스피어도 모처럼 기대작이 많은데... 흠, 어떨지. 

덧)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친한 선배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소설 코너를 지나치려는데, 그 양반이 갑자기 매대에서 책을 하나 집어들더니 이러는 거다. "이거 사둬야겠다. 곧 판매가 금지된대." 예전에 그 책을 읽은 나로서는 너무 뜻밖이라 '왜?' 하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대답은 안 하고 그저 씩 웃는다. 삼 초가량 멍하니 있다가 무슨 뜻인지 깨닫고 한참 낄낄댔다. 아아... 자꾸 상상하게 돼서 곤란한데. ㅎㅎ 그게 뭔 책인고 하니,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