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이모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받은 부탁. 아이가 밤낮 인터넷 게임과 오락 프로 시청에만 몰두한다. 책도 좀 읽었으면 하는데 당최 무슨 책을 읽혀야 할지 모르겠다. 너는 출판사에 다니니까 나보다는 잘 알지 않느냐. 네가 얘들이 읽을 만한 책을 사다 줬으면 좋겠다. 그게 뭐 어렵겠나 싶어 며칠 후 책방에 들렀다. 그런데 웬걸. 뭐가 좋은 책인지 모르겠는 거다. 문학이나 인문 관련 책이라면 얼마든지 골라 주겠지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아동 도서를 마주하니 막막했다. 결국 해당 분야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베스트셀러에 눈이 갈 수밖에. 서점을 나오면서, 나는 왜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출판으로 먹고살며 그나마 관련 정보를 얻어듣는 내가 이럴진대, 일상에 치여 책을 접할 시간이 전혀 없는 일반 독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집착하는 거, 이거 당연한 거다. 베스트셀러라도 사보는 게 그나마 다행인 거다.
<TV, 책>의 방송 시간대는 목요일 밤 12시 40분. 그나마 11시 30분이었다가 일방적으로 옮긴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래놓고 시청률 타령이라니. 납득하기 힘들다. <TV, 책> 기획위원이었던 변영주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자. “TV 책은 나름 K본부 내에서 해방구 같은 공간이었습니다(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시사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좀더 자유로웠다고나 할까요? 국방부의 금서목록을 가지고도 피식거리며 찝어댈 수 있는 공간이었고 말입니다. 나름 눈엣가시였겠죠.” 내용을 문제 삼기 곤란하니 시청률이 나올 수 없는 시간으로 퇴출한 뒤, 자른다. 이 말이 맞다면 정말이지 어이없는 일이다.
<TV, 책> 홈페이지에 누리꾼들이 올리는 ‘폐지 반대 글’이 속속 올라오는 가운데, 시청자 게시판 한켠에서 웃고 있는 오유경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며 지난 가을 개편 때 폐지된 <시사투나잇>을 떠올린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서글픈 기분으로 그간 <TV, 책>에 소개된 책 목록을 쭉 살펴보았다. 故 권정생 선생의 『랑랑별 때때롱』이 눈에 띈다. 오늘, 조카에게 그 책을 사다줄 생각이다.
덧) 서명은 이쪽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5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