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띠지 카피가 충분히 독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문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띠지 카피와 관련해 POP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서점 주인이 특별히 팔고 싶은 책이 있어 그 책에 ‘이 책은 읽지 말 것’이라는 POP를 순수 만들어 붙였다. 그러자 놀라울 만큼 잘 팔렸다고 한다. 즉 ‘손대지 마시오’라고 쓰면 만지고 싶어지는 이치와 같다. ‘사지 마시오’라고 말하면 왠지 사고 싶어지는 독자 심리를 멋지게 이용한 서점 주인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_『이 책은 100만 부 팔린다(이카리 하루오 지음/ 박지현 옮김)』 중에서


풍경 1.

초짜 출판사 사장은 '로버트 실버버그'라는 작가의 작품을 계약, 장장 6개월 만에 신간을 펴내며 띠지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넣었다.

――지금 즉시 구입하라, 그리고 반복해서 읽어라 -제임스 블리시

초짜 사장, 그 책을 들고 모 출판사의 경력 십 년차 사장님을 찾아갔다. 그런데 책을 받아든 그분, 아 글쎄 이러시는 거다.

――실버버그가 누군지도 모르는 판에... 제임스 블리시가... 누군지... 도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알까. 게다가 너네 띠지는 말이야, 우리 출판사에서 나오는 소설에 둘러도 되겄어.

요컨대, 있으나 마나 한 띠지라는 말씀. 아아... 자존심 상해라.


풍경 2.
그날도 어김없이 정시에 출근한 이 년차 출판사 사장, 언제나처럼 인터넷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신간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러다 어느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는데 제 출판사 책에 아 글쎄 밑도 끝도 없이 별 하나가 떡 붙어 있는 거다. 이유인즉,

――찢어진 띠지가 배송돼서 별 하나.

아아 미안하다. 제본할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하필 그분에게 가는 도중 찢어질 줄이야... 귀신이 아닌들 어찌 알았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엊그제 나온 신간에 별 하나라니. 책이 찢어진 것도 아니고 띠지가 찢어졌을 뿐인데. 너무 야박하시네...

이어지는 요구 사항은 이런 거였다.

――앞으로는 띠지가 안 찢어지게 비닐랩핑 해 줘.


풍경 3.

어느 주말이었던가. 출판 삼 년차 사장, 교보문고에 들렀다. 신간이 배본됐는지 확인도 하고 마침 급하게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였다. 느긋하게 매대를 돌며 찾다가 사려던 책을 발견하고 손을 뻗으려던 찰나.

――뭐야, 이거 띠지가 구겨졌잖아.

그렇다. 띠지가 구겨져 있었던 거다. 것두 상당히 많이. 하지만 출판 삼 년차 사장답게 그런 것쯤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시한 채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와 같은 목가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띠지가 아예 없었으면 모르되(그렇잖습니까?), 뻔히 보이는 띠지가 찌그러져 있으니 어쩐지 좀 그래. 물론 어차피 살 책이었으니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긴 한데... 그래도 이왕이면 띠지가 깨끗한 책을 사는 게 낫지. 

아마 띠지가 구겨진 그 책은 출판사 창고로 쓸쓸히 반품되는 운명을 맞게 되리라. 반품 과정에서 띠지뿐만 아니라 책 자체도 많이 상하겠지. 



흠. 적어놓고 보니 띠지란 거, 참 골치다. 제작비에, 반품에, 독자 불만에, 신경 써야 될 게 하나둘이 아니다.

하지만 독자의 ‘니이~~~~~~즈(needs)’를 자극한다느니, ‘후광 효과’가 있다느니 하는 뻔한 공식을 무시해 가며 띠지를 안 만들기도 께름칙하다.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햄릿도 아닌 마당에 이건 뭐.  

실은 연말 즈음에 결산을 하며 나름대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관절 너는 왜 띠지를 하려고 하는가.

갖가지 답변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차마 여기 쓰기도 민망하다. 그 가운데 가장 압권은.

――그거 말고는 할 게 없으니까.

...였다. 역시, 한심해.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얼마든지 혀를 끌끌 차셔도 무방하다. 나는 솔직히 띠지가 얼마나 독자들의 ‘니이~~~~~~즈(needs)’를 자극하는지 잘 모른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이대는 사람으로부터 설명도 들었지만, 어쩐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뭐 개인적으로 띠지가 있는 책을 보면 ‘음, 띠지까지 둘렀으니 뭔가 있어 보이는군’ 하는 감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요새 띠지 안 하는 책이 어딨나. 그런 식으로, 플러서 마이너스를 계산해 총합적으로 따져보면...

――역시 안 하는 게 남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정말이다. 헌데 막상 책을 낼 때만 되면, 띠지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 따윈 까맣게 잊어버린 채 띠지를 해야 할 이유를 사무실 책상 한가득 늘어뜨려 놓고 있는 거다. 왜냐.

――그거 말고는 할 게 없으니까.

띠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으로는, 그 어떤 광고도(예컨대 대형 서점의 매대 행사도, 온라인 서점의 배너도, 불특정 독자에게 보내는 대량 메일) 불가능하다. 띠지를 만들 수 있는 제작비 정도로 할 수 있는 ‘책 선전’은, 없다.

그리하여 워크샵에서 내린, 오늘의 결론은 무엇이냐.

하나. 있으나 마나 한 띠지인가 아닌가에 대해, 고민을 집중한다.
   둘. 있으나 마나 한 띠지라면, 안 한다.
   셋. 있으나 마나 한 띠지가 아니라면, 한다.
   넷. 띠지는 초판에 한해서만 제작한다.
다섯. 띠지가 있는 책은 비닐로 랩핑한다.
여섯. 띠지나 비닐 랩핑이 책 가격에 절대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그러니, 띠지도 싫다, 랩핑도 싫다, 하시는 분들은, 대단히 송구한 말씀이오나, 2쇄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길. 부디.   

덧) 올해의 마지막 달력을 다시 또 넘기게 될 때는 제발이지 이런 고민은 그만했으면... 하는 게 나의 올해 소원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