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선과 예술가와 장사꾼과 갱을 전부 합쳐서 나눠 놓은 듯한 남자다. 수상함도 애교도 적의도 전부 섞여 있다. 간을 보면 분명 팔보채 맛이 날 것이다.
-<내 손에 권총을> 다카무라 가오루, 고단샤 P.163
<리오우>의 간지 리오우도 좋아하지만 <내 손에 권총을>의 2% 모자란 리오우를 더 좋아합니다. <리오우>의 리오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지만, <내 손에 권총을>의 리오우는 바보짓도 하고 당하기도 하고 애 같은 억지도 부리고 마지막엔 죽도록 멋있거든요. 소설 속에선 남자 하나(카즈아키)만 미치게 했지만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여럿 미쳤을걸요. 호호.
다카무라 여사의 소설 자체도 그런 리오우와 닮았습니다. 논리정연한 것 같다가도 술에 취해 있고, 그냥 내뱉은 듯한 술주정에도 뼈가 있죠. 때론 격정적이고 때론 사막처럼 버석거리며 때론 어리석고 때론 아름다운 문장들.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의 한 구절을 따서 다카무라 여사를 종종 "팔보채 맛이 나는 그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카무라 여사에 한정하지 않고, 새콤달콤매콤씁쓸 갖가지 맛이 나는 것들엔 전부 '팔보채 맛~'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나카지마 라모란 작가 또한 그렇습니다.
사실 이 작가는 팔보채로는 부족합니다. 360가지 정도의 맛이 나거든요!(웃음)
읽어 본 책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인체 모형의 밤>과 가을 넘어 소개할 수 있을 듯한 <아버지의 백드롭> 2권뿐이지만, 둘 다 단편이니 합쳐서 16가지 작품을 읽었다고 할까요.
재밌게도 그 작품들 전부 다른 맛이 났습니다. 그것도 하나 같이 기상천외해서 대체 이게 단지 쓴지 구분이 안 되지만, 분명한 건 이것과 저것의 맛은 다르다는 것.
12가지 무서운 이야기로 꾸며진 <인체 모형의 밤>의 수록작 중 <Eight Arms to Hold You>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은 존 레논의 숨겨진 미발표곡이 있다, 는 명제하의 이야기인데요. 이 환상의 곡은 제목의 'Eight'란 말처럼 3분짜리 짧은 곡 하나에 8가지 음악이 존재하는 명곡입니다. 전혀 다른 색채의 8가지 곡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곡이 됩니다. 각각은 전혀 다른 장르처럼 느껴지지만, 합쳐진 그 곡은 분명 '로큰롤'이었다는 설명인데요.
제 생각에 나카지마 라모는 작품에서, 나아가서 인생에서도 예의 '환상의 곡'을 추구한 게 아닐까 싶어요.
어릴 적엔 수재였고, 평범한 회사원이기도 했으며(물론 평범한 회사원이 출근 첫날 정장에 부츠를 신고 회사를 가진 않겠지만-.-), 히피였고 록커였고 연극배우였고 각본가였고 카피라이터였으며 인생 상담가, 알코올 중독자, 마약사범, 수필가이자 소설가. 부랑자건 불법체류 외국인이건 가리지 않고 받아 들였던 사람 좋아하는 사람, 그 안에서 염세와 허무주의에 빠졌던 사람. 그런 뒤죽박죽 사람이 가득한 낙원을 꿈꿨던 남자가 나카지마 라모입니다.
<인체 모형의 밤>은 단순한 '호러 소설'은 아니고, 열두 가지 이야기(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열세 가지?) 중엔 무서운 것도 우스운 것도 섬뜩한 것도 가슴 찡한 것도 있습니다. 제각기 강렬하게 다른 소릴 내지만, 모아 놓고 보니 훌륭하게 한 작품이 되어 있어요.
이런 작품, 이런 작가와 만나게 된 것도 기쁜 일인데 직접 작업을 하다니 전부 작년 9월 와우북 덕분입니다.(제가 북스피어에 취직된 이유가 다 와우북에서 책 나를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것은 이미 기정사실-.-)
-秋(애정이 넘쳐서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과연 다 읽는 사람은 있을 것인가!)-
"이야기를 계속해. 필요한 건 뭐든 줄 테니."
소년은 오늘 자신의 왕국에 작별을 고하러 왔다.
비밀 기지였던 ‘목저택’이 철거되기 전 저택 안에 몰래 들어간 소년은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에서 기이한 인체 모형과 만난다. 인체 모형의 가슴에 귀를 대자 희미하게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안(邪眼, 눈)
도청이 취미인 남자가 벽 너머로 들은 이웃집 여자의 상냥한 목소리의 정체(귀)
천사가 되고자 했던 남자의 최후(날개)
다리, 무릎, 피, 코, 배꼽, 팔, 뼈, 위, 유방…
온몸의 기관들이 들려주는 기괴한 열두 가지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년은 오늘 자신의 왕국에 작별을 고하러 왔다.
비밀 기지였던 ‘목저택’이 철거되기 전 저택 안에 몰래 들어간 소년은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에서 기이한 인체 모형과 만난다. 인체 모형의 가슴에 귀를 대자 희미하게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안(邪眼, 눈)
도청이 취미인 남자가 벽 너머로 들은 이웃집 여자의 상냥한 목소리의 정체(귀)
천사가 되고자 했던 남자의 최후(날개)
다리, 무릎, 피, 코, 배꼽, 팔, 뼈, 위, 유방…
온몸의 기관들이 들려주는 기괴한 열두 가지 이야기가 시작된다.
>설 연휴가 겹쳐서 이번 독자 교정은 쉽니다 T_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