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일지매(이하 ‘돌지매’>의 연출을 맡은 황인뢰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지만 별 기대 없이 원작(고우영 선생의 『일지매』)을 읽던 중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한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시청률만 놓고 보면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허나 제작진이 야심차게 시도한 ‘내레이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작에서 저자가 능청스럽게 등장하여 서사의 흐름을 유쾌하게 만들듯, <돌지매>도 원작의 취지를 살려 ‘책녀’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4회가 끝난 현재, 이러한 시도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다. “낯설다.” “다큐멘터리 같다.”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 심도 깊게 조사해 본 건 아니지만, 괜찮더라는 의견은 3할 5푼 정도인 듯.
나는 <돌지매>의, 내레이션을 집필하는 작가를 따로 둔다는 시도 (‘결정적 장면’이라는 코너로 한때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동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든 좋으니 내키는 대로 맘껏 해봐” 하는 대범한 내레이션을 듣다가 감탄하기까지 했다. 거기엔 일반적인 사극이나 TV 소설에서 볼 수 없던 가슴 설레는 요소가 있었다. 다만 제아무리 재기발랄하더라도 뻔히 알 수 있는 장면에 대한 설명, 다시 말해 해설자의 과도한 개입은 역시 곤란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는 나 역시, 얼마 전 미스터리 소설을 편집하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에 해설(편집자 주)을 잔뜩 붙였다가 ‘의욕과 과욕’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는 독자들의 불평을 듣고 말았다. 하지만, 아마 그 책을 다시 만든다 하더라도 내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독자(혹은 시청자)에 대한 배려, 의욕과 과욕의 언저리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덧) 개인적으로 나는 한동원 씨에게 빚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갚고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