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을 위한 ‘판타지’ 성장 소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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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바다 건너기>
고교생 시절 일기장을 들춰보면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가 나온다. 어이, 어른이 된 박상준씨. 소년 시절의 꿈은 얼마나 이루었나? 아직도 순수한 이상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 원래는 몇 년마다 한 번씩 스스로 답장을 쓰면서 삶을 돌아보고 분발하려는 요량이었는데, 마지막으로 펼쳐본 게 어느덧 10년도 더 지나버렸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 소년 시절의 내가 직접 찾아온다면 어떨까. 이 실현 불가능한 일은 한때 나의 간절한 판타지였다. <나무바다 건너기>는 실로 오랜만에 그런 소원을 일깨우고 나의 사춘기와도 재회하게 해주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작은 도시의 경찰서장을 맡고 있는 47살 남성이다. 그런데 10대 시절엔 소문난 악동이었다. 툭하면 싸움질에다 결코 가벼운 장난으로는 봐줄 수 없는 도둑질 등 온갖 행패를 일삼았다.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은 월남전에 다녀온 뒤이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이 사내 주변에서 갑자기 초현실적인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더니, 급기야 소년 시절의 그가 나타난다. 어른이 된 자기 자신에 대한 예우는커녕 고작 이런 삶을 살고 있냐고 빈정거리는 모습엔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이 철부지를 잘 얼러서 당장 눈앞에 닥친 이상한 일들을 수습해야 한다. 이 책에는 “평범한 일상이 나의 정체성인 양 가장하여 지배하려들지는 않는지 반성하라”는 말처럼 새겨둘 만한 구절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자기애와 이타적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제기하는 원숙하고 묵직한 중량감이 있다.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어른의 판타지. 뉴욕타임스가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한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박상준/월간 <판타스틱> 편집주간 psj@fantastique.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