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타입의 인간이 존재하는 듯하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인간이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딱히 누군가를 겨냥하여 비아냥거리기 위해 하는 얘기가 아니니까 부디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시기 바란다. 그저 다른 사람이랑 잘 친해지는 인간과 그 반대의 인간이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일 뿐이다.
에...또... 이 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건 뭐 겪어보신 분들이야 쌍수를 번쩍 들었다가 무릎을 치며 동의하시겠지만, 볼 것도 없이 후자의 타입이다. 그렇다고 본인이 남들에게 욕을 먹을 정도로 반사회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공적인 부분에서는 제법 관계도 잘 맺고, 흥이 나면 여러 사람 앞에서 떠들기도 좋아한다. 헌데 사적인 관계에서는 영 숙맥이다.
왜 그런가 싶어 지난 세월을 어설프게나마 복기해 봤다.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귀찮음을 감수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누군가와 사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꽤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스무 고개도 넘어야 하고 ‘인터넷 깔깔깔’스러운 연출도 해야 한다. 물론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할 줄도 알아야 하고.
일련의 사적 행위들을 나는 귀찮다고 치부해 버렸던 것 같다. 언젠가 나갔던 소개팅에서 쓸쓸히 돌아와 친구에게 이런 ‘친해지기의 귀찮음’에 대해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과 같은 놈인데, 그 인간이 혀를 끌끌 차며 이러는 거다. 멍청한 놈. 그게 얼마나 재밌는 건데. 귀찮긴 뭐가 귀찮아. 그러면서 연애는 하고 싶은가 보지. 너도 참 답답하다. 그럼 앞으로 니 소개팅은 내가 하마. 너는 누가 알아서 와 줄 때까지 기다리든가 말든가.
그래서 속으로 그랬다.
에라 이 세*퀴야 그놈의 소개팅 너나 다 해 처먹으세요...
...가 아니라,
나는 니가 부럽다고.
부러웠다. 그 자식이.
다른 누군가와 친해지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많(아 보인)다. 태어나면서부터 내성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자의식이 무척이나 강해서일 수도 있고, 상처를 입은 어느 순간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막연하게 상처 입기를 두려워해서일 수도 있고, 애당초 개인적인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의 경우 그게 불편하지 않다면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된다. 혼자 있는 편이 좋다고 느끼거나 혼자 노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그(녀)가 어떤 조직에 속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곤란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자신의 스타일을 억지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 가능하면 모든 시간을 자신만을 위해 확보해 두고 고독을 즐기며 사는 삶도 의미가 있다, 당연히.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과 잘 친해지지 못하는 타입의 사람이 그 어떤 수고로움도 들이지 않고 그 어떤 불편함도 감수하려 하지 않은 채 친해지기를 욕망하는 경우다. 나는 이런 타입의 사람이 느끼는 갈등을 조금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원래 콤플렉스는 콤플렉스를 알아보는 법이잖은가. 나는 도저히 다가가지 못하겠으니 그(녀)가 이런 내 마음을 알고 먼저 다가와 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가 신내림을 받은 사람이 아닌 이상.
방법은 한 가지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가가기 위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
아직 나는, 이 방법 외에 딱히 좋은 방법을 모르겠다.
요 며칠 줄곧 그런 생각을 했다. 쭉 지켜보신 분이라면 왜 하필, 지금, 이 오밤중에, 내가 이런 얘기를 장타로 읊조리고 있는지 아실 테지.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어이없고 기분이 나쁘거나 자존심이 상하고 마는 문제겠지만(물론 자존심도 중요하다는 걸 짚고 넘어가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해, 나에게는 먹고사는 일이 달린 문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한편, 그렇기 때문에 오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까짓 쿨하게 넘겨버리라는 충고도 들었지만, 좀처럼 되지 않는다. 에이 이런 소심한 인간 같으니, 하고 혀를 끌끌 차셔도 하는 수 없다. 안 되는걸 뭐. 그렇다고 싫은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건 아니니까 이 또한 오해하지 마시라. 음, 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면...
그동안 북스피어 출판사(혹은 북스피어 출판사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대해 일말의 서운함을 느끼셨다면, 저의 이런 소심한 성격이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맞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적고 있는 지금도 서운함을 느끼신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거기, 서성이고 있는 당신, 당신이 한 걸음만 이쪽으로 다가와 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 반걸음쯤.
한때의 반짝임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변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순간에 모든 것을 담아 확고한 눈길로 호소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일 거라고 누가 그러던데, 지금 제 심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당신도 노력하고 저도 노력해서, 새해부터는 친하게 지내보십시다. 그러면 참 좋겠습니다. 내년에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열심히 팔겠습니다. 단, 비겁한 방법으로는 팔지 않겠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십시오. 귀담아 들을 테니.
암튼 ‘다시’ 새해네요. 담뿍, 진심을 담아... 복 많이 받으세요, 거기 계신 분. 여기 계신 분, 모두.
덧) 연말에 잔뜩 낀 묵은 때마냥 내내 신경이 쓰여서 끼적여보긴 했는데 (거참 오늘따라 심란해서 잠도 안 오고, 밖에는 눈까지), 자고 일어나서 ‘어멋, 뜨거라’ 하며 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아아 그러니까, 너무 정색하고 리플 달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