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스피어의 새 일원이 된 kreige입니다. 뒷자리 K군이라고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북스피어 블로그에 들러 주시는 많은 분들이 애타게 기다리시던 상큼하고 재미있는 새 영업자...는 아니고요. (실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실제로 오늘부터 출근하신 새 영업자 분은 미인에 상큼하고 유쾌하신 분입니다. 오오.)
어쩌다 보니;; 북스피어 편집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심심하고 재미없는 인간이라, 미인에다 상큼하신 영업자 분만 믿고 갑니다.
주 업무는 팩스 기계 용지 채워넣기,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쓰레기통 비우기. 기분 내키면 청소기도 돌립니다. 종종 새까만 신입 주제에 편집장님(호야 님)께서 끓여 주시는 커피를 날름 받아 마시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씩 당번을 정해서 점심을 차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머지않아 제가 전 직원을 식중독 내지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은 일본문학 담당입니다만 이유는 단지 편집장님께서 영어를 매우 잘하시기 때문. 제가 그나마 내세울 점이라고는 북스피어와 연이 닿기 전부터 독자로서 출간된 책을 거의 다 읽었다는 점 정도? 그러나 북스피어의 독자분들도 이 정도는 거뜬하시겠지요, 흑흑.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건 <퍼언 연대기>와 <아발론 연대기>를 손도 못 댔기 때문입니다. 실은 사무실에 있는 아발론 연대기 한 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된 건 미미 여사 덕분입니다. 그러나 막상 북스피어의 작가 중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조너선 캐럴, 북스피어가 낸 책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입니다. 혹시 아직 안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 보세요. 아니, 읽어 주세요. 도저히 살 돈은 없고 빌려 읽을 데도 없다 하시면 제가 빌려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나게 될 미미 여사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작가입니다. <이유>를 읽고 홀랑 반한 후에 한국에 출간된 책을 모조리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북스피어도 알게 되었지요. 아직도 미미 여사 작품 중 최고봉은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외딴집>을 읽은 후부터는 이 책도 공동 1위로 넣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아직은 편집장님 발목을 잡고 사장님 속을 썩이며, 때로는 퇴근도 제시간에 안 해서 사장님의 청춘 사업을 방해하는 불량 신입입니다.
아무래도 신간 일정이 꼬인다거나 책에 문제가 있으면 99%쯤은 제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끔은 채찍질 해 주시고 가끔은 당근도 던져 주시면서 짠하게; 지켜봐 주세요.
+
kreige는 크레이그라고 읽습니다.
(vom) kriege의 오타였는데 아이디를 만들고 사흘이 넘도록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사흘이면 거의 웬만한 사이트에 다 등록하고도 남는 기간이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
생초짜 편집자로 출판계에 막 들어왔을 때 일입니다.
소설을 다루는 곳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버팅기다가 선배 편집자분께 조금 꾸중(?)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는데요. (혼날 짓입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이제 막 편집자가 되려는 내 입장에서, 내가 만들 책은 탄소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실용서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은 석탄이다. 실제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보다 석탄이 훨씬 더 중요하고, 실제로 석탄이 없으면 산업 자체가 자라지를 않는다. 기본적인 의식주와 직결되는 셈이다. 즉, 사람의 실생활을 업그레이드하는 책이다.
인문서는 다이아몬드, 그중에서도 첨단기술에 쓰이는 아주 작고 아주 섬세한 다이아몬드다. 사회 문명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이제는 모든 발전의 기반이 되는 존재다. 사람들의 정신적인 레벨(?)을 올려주는 책이다. 이제는 컴퓨터가 없으면 사회가 마비되듯이, 인문이 없으면 사람들의 이성이 마비된다.
그리고 문학은, 어찌 보면 필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있어야 삶이 촉촉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결혼식에서 반려가 될 이에게 건네는 다이아몬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순간의 벅찬 가슴, 두근거림, 이유 모를 약간의 두려움, 살짝 고이는 눈물까지. 사람의 감정과 감성의 결정체와도 같은 책이다.
순위나 우열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너무나 분야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뭐, 물론 억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냐고 따지시면 할 말이 없지만, 그냥 제가 그렇게 우겼습니다.;;
왜 쓸데없이 이런 장황한 얘기를 꺼냈냐 하면...
그냥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반지를 끼워 주는 그 순간의 수줍음과 기쁨과 약간의 두려움 같은 게, 독자분들께 책을 내미는 순간의 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얘기를요.
북스피어에서도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그 어떤 반지보다도 반짝일 다이아몬드를 만들어서 내밀고 싶다고요.
편집자(심지어 생초짜)와 독자 사이에 오가는 첫 인사로 할 수 있는 말 중 제일 무거운 인사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온 마음과 정성을 담아, 진심으로, 벅찬 마음으로, 그 순간까지도 거절당할까 조금 두려워하면서 앞으로 계속 여러분께 책을 내밀겠습니다.
반지의 반짝임이 덜해 보인다면 그건 오직 손을 떨고 있는 제 탓입니다.
그러니
당신 손에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멋지게 반짝이며 빛날 책을, 기쁘게 받아 주세요.
- krei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