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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출판계에서 꽤 의미 있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국 출판, 위기냐 도약이냐>라는 주제로 당시 삼사십 대 젊은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책만사)’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최봉수 웅진씽크빅 대표는 “5년 내에 한국에도 매출 1000억 원대의 거대 출판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랜덤하우스중앙에서 한국 최초로 임프린트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웅진에서 한국식 임프린트 제도를 정착시킨(혹은 정착시켰다고 평가받는) 사나이입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출판이 타 매체들과 경쟁하며 컨텐츠 시장에서 자리 매김하려면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운영은 곤란하다. 경영을 합리화하여 인재를 확보하고, 시스템의 과학화를 통해 급변하는 유통채널에 맞춰 독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거대 자본을 보유한 출판사가 탄생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발제는 새길과 푸른숲 시절부터 실력 있는 편집자로 정평이 나 있던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가 맡았습니다. 출판의 대기업화를 주장한 최 대표와 달리 그는 “전문성의 확보와 최소한 20년, 30년을 한 분야에 매진하는 출판 인력 시스템의 개척에는 다양한 성격의 출판사가 살아남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지금 한국 출판에 필요한 것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관리 노하우가 아니라 출판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가진 전문가다. 출판의 핵심은 ‘깊이’이고, 이는 다양성을 창출하는 기초로 작용한다. 이들로 하여금 학술, 역사, 철학, 문학, 자연과학, 예술 등 지식문화산업에 정작 필요한 기초분야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1000억짜리 출판사 한 개냐, 5억짜리 출판사 이백 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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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은 작년에 600억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를 800억으로 잡았다고 하더군요. 한편 지난해까지 설립 신고한 출판사 열 곳 가운데 아홉 군데는 책을 전혀 발행하지 못했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09년 출판통계에 따르면 총 3만 1739개 중 91%인 2만 8837개 사는 작년에 책을 한 종도 발행하지 못했고, 이중 매달 한 종 이상 발행한 출판사는 393개 사라고 합니다. 시장은 점점 신생 출판사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억짜리 출판사 이백 개 쪽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1000억짜리 출판사 하나 쪽으로 갈 확률이 커 보입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1000억짜리 출판사가 생겨서 그 자본과 힘을 바탕으로 정말이지 허약한 유통구조도 바로잡고, 사재기도 뿌리 뽑고, 고가의 번역 선인세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비하고, 도서정가제도 정착시키고. 그래서 바람직한 출판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면야, 그런다면야 뭐.

이런 출판계의 흐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출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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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인 출판 창업에 관한 문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강의해 줄 사람을 구하고 있다. 수소문해 봤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더라. 한데 한겨레 문화센터 출판강좌에서 책임교수를 맡고 있는 분이 마침 널 추천하더라. 해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1인 출판이라면, 시작부터 매스컴의 조명을 받으며 현재까지 잘 유지해 오고 있는 창업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윤양미(산처럼)ㆍ김혜숙(참솔)ㆍ강규순(숲)ㆍ조영희(에코의 서재)ㆍ한예원(교양인)ㆍ권선희(사이)ㆍ황영심(지오북) 등. 이미 편집자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고, 1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를 몇 종씩 만든 경험도 있는 대표들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할 요량으로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습니다. 이렇다 할 경험도 없고 당장 제 앞가림도 못하는 마당에 쯧쯧 누굴 가르친단 말이냐, 는 심정이었습니다. 담당자가 한 번 보자더군요. 그리고 그분을 만나자마자 음,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1&tolclass=0001&searchword=&subj=F90556&gryear=2010&subjseq=0001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강의는 4주간 진행되고, 다음 주부터 시작합니다. 혹시 오시게 되면 중간중간 깨알 같은 리액션 부탁드립니다. 이런 강의는 원체 분위기가 딱딱해서리. 또 압니까. 그러다가 어떻게 인연이 돼서 제가 술이라도 거하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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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긴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북스피어가 처음부터 뭘 엄청 준비하고 시작한 출판사는 아니잖습니까. 아무것도 모른 채 덮어놓고 뛰어들었다가(보편적이고도 가장 안 좋은 케이스), 몇 번의 운이 겹치고 겹쳐(도저히 일반화할 수 없고 납득시키기도 힘든 케이스) 지금까지 유지해 올 수 있었지요. 유능한 동료들이 없었다면 애당초 성립이 안 되는 스토리입니다.  

그래도 지난 5년간 고생한 시간이 있으니 출판 창업과 운영에 대한 경험이라면, 즉 이렇게는 절대로 하지 마라, 같은 거는 잘 얘기할 자신이 있는데, 아 글쎄 일반론적인 부분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겁니다. 감을 잃어버렸달까. 막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필요도 없는 얘기만 잔뜩 늘어놓을까 봐, 혹은 이 정도쯤이야 당연히 알겠지 하며 정작 알아야 할 부분을 빠뜨리고 지나갈까 봐 신경이 쓰입니다.

우리 독자들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자, 상상력을 약간 발휘해서. 당신은 지금 출판 창업을 준비중입니다. 뭐가 제일 궁금합니까. 하나씩만.


덧) 제 이상형 이런 거 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