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소설이 한국의 서점가를 침공”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요즘에도 그다지 활발하게 번역되는 작가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될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레전드’지만 한국에서는 ‘그저 그런 추리소설이나 썼던 작가’로 인식되어 있는 덕분일 게다. 아니, 그 정도로 아는 사람조차 얼마 안 되지 싶다(물론 그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나마 장편의 경우에는 영화나 드라마 덕분에 간간히 소개되기도 했으나 제대로 된 단편집은 전무한 형편이었다. 때문에 세이초 월드의 정수라 할 만한 중단편을 모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의 한국어 판 출간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책은 현재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맡아 작품을 선별했으며 각각의 주제마다 직접 해제를 작성하여 이해를 더했다.

세이초의 장녀라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그의 작업을 계승해 온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시자로서 세이초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상가이자 역사가이기도 한 그의 진면목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고, 세이초가 나오키 상 수상작가가 아니라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라는 사실(일반적으로 나오키 상은 대중문학 작가가, 아쿠타가와 상은 순문학 작가가 받는다)을 환기시키며 이 컬렉션의 첫 번째 작품으로 <어느 고쿠라 일기전>을 택했다.

이를 두고 소설가 김연수는 “실린 소설들이 모두 소설 읽는 맛을 느끼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지만, 맨 앞에 실린 <어느 고쿠라 일기전>만 읽고 이 두꺼운 소설책을 덮는다 하더라도 당신이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다.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아름답기까지 한 이 소설을 설명하는 데 많이 부족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제 손으로 만든 책에 대한 극찬에 이런 말을 덧붙이자니 약간 쑥스러운 기분도 들지만, 이몸 역시 김연수 작가의 견해에 완전히 공감한다.
(시사in 153호)


덧) 일전에 『영원의 아이』 들고 시사in 들렀을 때 북섹션 담당 기자가 '아까운 걸작' 코너에 너네 책 한 번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기에 두말없이 쓴다고 했다. 원고는 삼 주 전에 보냈는데, 어제 오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의 판매가 갑자기 늘었기에 확인해 보니 지난 주 발매분에 실려 있더라. 대신, 은 아니겠지만, 『영원의 아이』 기사는 실리지 않았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은 역자도 만족스러워하고 디자이너도 만족스러워하고 편집자도 만족스러워한, 그냥 만족스러워한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만족스러워한, 되풀이하자면 한국어판을 만든 이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환호작약한 책이었으나 판매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그거와 그게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거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조금 섭섭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물론 다양하다. 책이 크고 무겁다. 읽어 봤지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어렵다. 시대에 뒤떨어졌다. 분량이 많다. 표지에 실린 작가의 인상이 별로다. (다행히 비싸다는 얘기는 없더라만 ㅎㅎ)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언제나 그렇듯 책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나 그렇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