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부러움과 성원(을 빙자한 질시) 속에 일본에는 잘 다녀왔습니다.
갔던 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고요.

기억의집 님은 reader76@booksfear.com으로
우편번호가 포함된 주소, 연락처, 성함을 보내주십시오.
음반과 함께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에서 구입한 작은 선물 나갑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


벨라 첫 권인 『위대한 탐정 소설』을 번역한 송기철 씨는 사피엔스21 출판사의 문학 팀장인 임재서 형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형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코맥 메카시나 존 어빙의 소설 등을 한국어로 옮기기도 했는데, 어느날 술자리에서 송기철 씨의 번역에 대해 엄청나게 칭찬을 하더라.

번역자로서나 편집자로서 까다로운 형의 성정을 잘 알고 있던 나는, 대관절 얼마나 번역을 잘 하기에 저 인간 입에서 저런 무지막지한 칭찬이 나오나 싶어 북스피어에도 소개해 달라고 졸랐다. “송기철 선생은 지금 우리 책 번역하기도 바쁜데”라며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내가 너무 졸라대니까 끝내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다음날 바로 연락해서 그를 만났다. 첫인상은, 송기철 씨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얘기지만 과히 좋지 않았다. 길게 묶은 머리나 수염도 그랬지만 말투나 대화의 방식도 내 기준에서 보면 좀 이상했달까. 하지만 그런 걸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 상의 끝에 우리는 『위대한 탐정 소설』을 같이 작업하자고 합의했다.

시간이 흘러 초고 도착. 아니나다를까, 번역자로서의 경력을 이제 막 쌓아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송기철 씨의 번역은 훌륭했다. 원고를 받아본 우리 편집장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로써 그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쯤 상승했다. 하지만 송기철 씨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첫 번째 책을 작업하고 얼마 후쯤. 그가 사무실에 놀러왔는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던 끝에 불쑥 CD 한 장을 내놓는 거다. “이거 제가 작업한 건데…”라며 내놓은 CD는 바로 이것. 클릭하면 커지니까 자세히 들여다봐 주시길.


번역자이기 이전에, 그는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곡을 쓰고 음반을 만들어온 아티스터였던 것이다. ‘곡 쓰고 작업한 이 : 가당찮’과 ‘그림 그려 붙인 이 : 이질바퀴’라고 쓰여 있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전자는 송기철 씨고 후자는 그의 친구라고 한다. 두 사람은 각각 직업이 있으며 틈틈이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곡을 만든다는 얘기를, 그는 수줍게, 정말 가당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아아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만 홀랑 반하고 말았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재미없고 바른생활 사나이인 줄만 알았던 우리반 반장이 어느날 수학여행에서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굉장한 기세로 기타를 치며 기가 막힌 노래를 불렀을 때 그 친구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던 경험과 비슷했달까. 그 전까지 촌스럽게 보이던 외모에 아우라가 스멀스멀 입혀지면서 말이지.

송기철 씨의 음반은 겉과 속이 북스피어의 컨셉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몸이 대량으로 구입했는데…라고 해봤자 다섯 장뿐이긴 하지만. 이 다섯 장을 북스피어 독자 이벤트로 좀 뿌려볼까 한다. 혹시 받게 되면 주위에 입소문 좀 내 주시길 당부드린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음반을 드리느냐.

세이초 관련 미팅 때문에 역사비평사와 북스피어가 곧 일본으로 떠난다. 돌아오는 월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목요일 저녁때 돌아오는 일정. 주로 머물 곳은 기타규슈와 후쿠오카. 미팅이 주목적이지만 사실 실컷 놀다올 계획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래서 우리 이웃들에게 도움을 좀 구해보기로 했다(큰 기대는 안 하지만). 기타규슈와 후쿠오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웃들 가운데 혹시 관광여행 책 따위에 나와 있지 않은, “이곳은 꼭 가봐야 해요” 하는 곳이 있다면 제보 바란다. 시간 나는 대로 북스피어 블로그에 접속하여 알려주신 곳에서 잘 놀다오도록 하겠다.

제보해 준 곳을 가봤는데 상당히 괜찮다... 그분들께는 송기철 씨가 만든 ‘상당히 특이하고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소장하고 있으면 괜찮은 음반’을 보내드리겠다.

음반을 받고 싶긴 한데 일본 지리는 잘 모르겠고, 하시는 분들은 『위대한 탐정 소설』의 번역에 대한 입에 발린 칭찬이나 ‘앗, 내가 송기철이라는 사나이를 좀 아는데 되게 훌륭한 분임’과 같은 제보를 해 주시면 역시 고려해 보겠다. 북스피어 이벤트에 이 정도 ‘유도리ゆとり’야 뭐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그럼 부탁드린다.

덧) 송기철 씨는 북스피어에서 내년 상반기에 출간 예정인 미스터리를 번역중이다. 더불어 그 책을 출간할 때 모종의 이벤트(음반도 만들고 쇼도 하고)도 같이 해보기로 했다. 상당히 묘한 재미가 있을 듯하여 독자들이야 기대하든 말든 나 혼자 뿌듯해하는 중이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