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사고가 있었다.

제작 사고다. 북스피어에서 CTP 출력을 시작한 지 꽤 됐는데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아래 사진을 봐주기 바란다. 표3(뒤날개) 상단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의 제목이 디자인 시안 출력물(사진 위)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제작에 들어가 인쇄된 표지(사진 아래)에서 사달이 났다. '셜록 홈즈' 부분이 '<없음>즈'로 바뀌어 있다. 그나마 제본하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달까. 발견하지 못하고 제본했다면 대형 사고다.

 

여기서 잠깐. CTP란? ‘편집-->필름 출력-->인쇄’의 과정을 거치던 종래의 방식에서 '필름 출력'을 생략하고 곧바로 인쇄판을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CTP(computer to plate)는, 예전에는 잡지나 신문 등 한 번만 인쇄하면 되는 출력물에만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상당수 단행본 출판사들도 CTP 방식으로 책을 만든다. 필름 출력비를 절약할 수 있고 따로 필름을 보관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초판을 찍은 이후에 2쇄를 찍는 책들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쇄를 거듭하는 책이 줄어들었다니, 필름을 뽑지 않아서 제작비가 아무리 줄어든다 해도 그다지 즐거운 얘기는 아니다.


활자 잔혹극』 초판은 3,000부. 당연히 표지 3,000장을 전량 폐기 처분할 뻔했다. PDF 최종 파일에서 문제가 없었고, 우리가 인쇄소 웹하드에 올린 파일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 글씨가 깨진 것도 아니고 저렇게 변환되어 버린 이유를 디자이너도 인쇄소에서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데이터를 넘긴 이후에 발생한 상황이므로 재출력한 제작비는 전액 인쇄소에서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CTP 방식으로 만드는 책은 제본하기 전에 반드시 가제본을 만들어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은 지금 막 제작처에서 출판사로 입고되었다. 기쁘다. 제본소의 기름냄새를 잔뜩 머금고 스무 권씩 밴딩이 되어 있는 책덩이를 마주하며, 그 밴딩된 맨 윗부분을 가위로 처음 자를 때의 기분은, 아아 역시 짜릿하다고밖에는,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물론 처음 집어든 책에서 오자나 탈자가 발견되면 어쩌나, 제본 불량이나 접지 불량이 보이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일단 불량스러운 대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행이지뭐니.



그건 그렇고, 책이 나왔으니까 이벤트하자.

이 책은 제목을 정할 때 애를 먹었다. 상당히 많이 먹었다. 수백 개의 제목을 정해놓고 밤을 세워가며 고민했다는 건 반쯤 과장이지만 어쨌거나 세 명의 편집자들이 본문 교정지를 몇 번씩 뽑아 읽으며 '활자 잔혹극'에 다다르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몇몇 분들은 '활자 잔혹극'이라는 제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책의 제목을 정해봅시다'라는 취지의 이벤트를 해볼까 한다. 지난 번 '카피 문학상'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요령은 이렇다. 일단은 이 책을 읽어봐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본인이 편집자가 됐다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순간순간 이 책에 어울릴 법한 (또 다른) 제목을 떠올려봐 주시길. 자신의 의식을 '제목 짓기'라는 명확한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두며 책을 읽는 작업은 의외로 색다른 독서체험이 될지도 모르겠다(아니면 말고). 혹시 적당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그러한 목적의식적 읽기를 마친 후에 그에 따른 감상을 적어도 무방하다. 

새로운 제목을 정하든 감상을 적든, 마치 편집자가 교정지를 읽으며 제목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도출된 '그것'은, 내 입장에서 혹은 북스피어의 편집자 입장에서 따져볼 때 앞으로 책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사료된다. 그러니까 사해동포적 마인드로 널리 북스피어를 이롭게 한다는 차원에서 부탁을 좀 드리겠다.

기간은 지금부터 12월 15일까지. 
근사한 제목이나 감상을 남겨주신 분에게는 다음 달에 나올 미미 여사의 신간을 드리겠다. 제까닥 드린다. 

이상. 


덧)
1. 박신양 편집장이 무사히(?) 복귀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만. 그래서 더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북스피어도 풍전등화인 상태라서. 뭐 악덕 사장이라고 뭐라 해도 딱히 반박할 말은 없어.

2. 다음 달에는 미미 여사의 신간이 나온다. 에도 시대물이다.

3. 미미 여사와 관련하여 네이버에 기사를 썼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33&path=|462|570|&leafId=84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34&path=|462|570|&leafId=84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35&path=|462|570|&leafId=842

변영주 감독에게 한 꼭지를 부탁하려고 통화하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화차'의 촬영이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내년 초에 개봉할 모양. 잘됐으면 좋겠다. 혹시 여력이 된다면, 변영주 감독이 쓴 글 아래에 '화이팅'성 댓글이라도 달아주시길.

4. 내일부터 한겨레 문화센터(분당)에서 강의를 시작한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 참고하시라고.
http://www.hanedu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2&tolclass=0002&subj=B90742&gryear=2011&subjseq=0004&boo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