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 첫날.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오늘 VIP 방문이 있으니 요조 씨와 함께 '서점의 시대' 가이드를 맡으라는 것. 그리하여, 지근거리에서 만나게 된 영부인의 특징을 요약해 볼짝시면 (1) 다정하고 (2) 사교적이며 (3) 누구의 얘기든 귀담아 듣는다... 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게 포즈든 실제 성격이든 상관없이, 할애된 시간을 상당히 넘겨가며 동네서점과 출판사 사람들이랑 책 얘기를 얼마나 즐겁게 하시던지, 모처럼 뿌듯하더라.


형제자매 여러분, 도서전은 내일도 즐거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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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제적...스컬리 2017.06.15 17:19 신고
    오오오오오오오오!!!!
    부러울 따름이에요! 영부인을 저렇게 지근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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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마젤란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자매님이 생겼다.

다만 계기가 좀 묘한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한자락 해볼까 한다.


자매님을 처음 본 건 4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숙제도 교정지도 마감해야 할 원고도 없는

그야말로 한가한 토요일이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눈을 뜬 건 대략 12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마쳤더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가만 있자, 아파트 출입문 바로 옆에

매일매일 반찬이 여섯 가지나 나오는 백반 집이 생겼던데.

오늘은 거기 가서 한 끼 때울까.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사는 101동 단지 출입문을 막 나서는데

삼색 츄리닝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채

입구에 서 있는 자매님 한 분이 보였다.


한눈에도 모닝세안세족을 하지 않았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손에는 핑크색 장지갑을 들고 있었다.

이내 스쿠터 한 대가 그 앞에 도착했다.

파파존스 피자 배달원이었다.


자매님은 피자를 받아들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척 꺼내서 계산하고는

후다닥 단지 출입문 안으로 사라졌다.

그때는 그게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평일 저녁,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하던 무렵이다.

이번에는 나이스한 정장 차림이어서 못 알아봤다.


혹시 지난 번 그분이 아닐까 짐작한 건

자매님이 내가 사는 단지 출입문 앞에서

페리카나 치킨 배달원으로부터

치킨 봉다리를 건네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 자매님은 대관절 왜 단지 출입문까지 굳이 내려와

피자며 치킨을 받아가는 걸까.

자기 아파트에서 편하게 받으면 될 것을.


너무 배가 고파 조금이라도 빨리 먹으려고?

아니면 가족 몰래 혼자 다 먹으려고?

아니었다.

이유는 내가 보쌈을 시킨 날 알게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배달원이 올 기미가 없어서

보쌈집에 재촉 전화를 했다.

떠난 지 벌써 한참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나 싶어 베란다에서 스윽 얼굴을 내밀었더니,


단지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이 보였다.

원 할머니 보쌈 스쿠터가 있는 걸로 봐서 한 명은 배달원이고,

상대는 여성인 듯싶었는데

직감적으로 ‘그 자매님’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막 끼어들려는

바로 그때―,


덧)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형제자매님은

오는 6월 17일(토) 오후 3시 30분~5시까지

서울국제도서전(코엑스)에서 열리는

김탁환-마포 김 사장 토크쇼에 놀러와 주십시오.


이날 행사는

오늘 막 출간된 김탁환 작가의 신작 에세이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의 출간기념회이므로

토크쇼 중간에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뭐냐.

와보시면 알아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것!(막 던진다)

그럼 토요일날 뵙겠습니다.


아울러 토크쇼가 끝나고 5시부터 7시까지

김탁환 작가가 북스피어 부스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나섭니다.

사진, 사인, 악수, 포옹 등등 막 요구하셔도 무방.


하필이면 그날 바빠서 못 오겠다는 형제자매님은...

그냥 책을 사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책은 특별한 판형으로 만들었으니

살까 말까 고민하시다가 '쇼부'가 안 나면 실물을 구경해 주세요.


온라인서점 이벤트 페이지는 오늘내일 올라올 테니

참조해 주시옵고.

한편, 마포 김 사장의 지령 44호 발송했습니다.

45호부터 받아보실 형제자매님은 아래 비밀댓글 남겨주시길.

http://booksfear.com/519



마포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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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언제적...스컬리 2017.06.15 17:21 신고
    근데.... 책 사면, 북스피어 책 3만원 이상 사면 주는 머그컵이요..
    나는 북스피어 책 다 사서 살게 없는데....
    .... 머그컵 많으니까 패쓰.
  3. 언제적...스컬리 2017.06.15 17:24 신고
    이럴떈.. 서울 살고 싶어요.
    저기 갈 수 있으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하는 중에 문득.. 도서전은 왜 서울에서만 할까..
    하다못해 5대 광역시 돌면서 하면... 지역민도 가볼 수 있잖아. 했는데..
    그러면... 돈 많이 들겠더라구요..ㅋ 진열할 책이랑. 물품들 가져가려면 작은 출판사는 힘들겠다 싶었어요..

    막내를 얼렁 키우고 훌훌 다닐 떄가 와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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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10 23:12


이번 도서전에서 북스피어 부스를 어떻게 꾸며야 하나

를 아침부터 고민하다가 간만에 ‘아스테지’를

사용해 볼까 싶어서 동네 문방구에 갔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아스테지’는

일종의 코팅 효과를 내기 위해 종이 위에 입히는

비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문방구 카운터에는 두 명의 자매님이 무료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아스테지를 달라고 하자

“접착식이요, 비접착식이요?” 하고 묻는다.


두 가지 종류가 있는 줄 몰랐던 내가 멀뚱히 있자

오른쪽 자매님이 신경질적인 어조로 다시 물었다.

“접착식으로 드려요, 비접착식으로 드려요?”


비로소 내게 필요한 게 접착식임을 깨달았지만

‘거참, 잘 모를 수도 있지, 뭘 그걸 신경질을 내나’

싶어서 빈정이 상했다.


“(무뚝뚝하게) 접착식으로 주세요.”

“(무뚝뚝하게) 얼마나 드려요?”

“(급당황하며) 네?”

“얼마나 드. 리. 냐. 고. 요.(계속 신경질)”

“어떻게 파시는데요?(약간 위축됨)”

“<마> 단위로 팔아요.”

“<마>……요?”


아니, <마>가 얼마나 되는지 내가 어찌 안단 말인가.

이쯤 되자 나도 화가 났고 다시 묻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아서

“그럼…… 한…… <마>만 줘보세요” 하고 말았다.


오른쪽 자매님이 끊어다 준 아스테지를 보니

그 정도면 대충 괜찮겠다 싶어 가만히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왼쪽 자매님이 계산을 마치고 뭔가를 스~윽 건네준다.


“이게 뭔가요?”

“떡이요. 저희가 이번에 10주년이라서.”

예쁜 상자에 담긴 백설기였다.


나도 10주년을 무사히 통과한 장사꾼으로서

한 업계에서 10년이나 버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조그만 문구점이 실로 잘도 버텼구나 싶어 감탄했다.


순수하게 축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입을 달싹거리려는 찰나, 아뿔싸

내가 화가 난 상태임을 뒤늦게 자각한 거다.


순간적으로,

그러니까 약 0.1초 사이에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현재의 내 기분학상

“10주년 축하드려요”는 살살거리는 거 같아서 싫고

“10주년 축하드립니다”는 좀 딱딱한 거 같고.


그러는 와중에 대사는 이미 “아, 10주년 축하……”

까지 튀어나와 버렸다.

이제 종결어미를 뭘 쓰느냐만 남았는데,


내가 뭐라고 했냐면.

참내. 기가 막혀서.

이랬다.


“아, 10주년 축하……하오.”

그것도 완전 무뚝뚝한 사극 톤으로.

말해놓고 나서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자 나에게 떡을 건넨 자매님이 “풋” 하고 웃었다.

그러자 오른쪽에 있던 자매님도 “킥” 하고 웃었다.

나도 고개를 숙인 채 “큭” 하고 웃었다.


문방구를 나오니

아까의 그 웃음 같은 봄바람이 살랑, 분다.

그나저나 한 <마>는, 지금 보니까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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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김탁환 선생님!

    북스피어 전속 작가님 이신가요? 작가님을 판매까지 시키시다니..
    작가님도 놀라시겠어요. 날 이렇게 시켜먹는 출판사는 북스피어가 처음이야 하면서 즐기시는건가...
  2. 무려 김탁환 선생님!!!
    오~ 대박입니다.
    안그래도 토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김탁환 선생님 책 가져가면 사인받을 수 있나? 히~
    • 토요일 3시 반부터 5시까지는
      이벤트홀에서 김탁환 샘 강연이 있고,
      그거 끝나면
      5시부터 7시까지 북스피어 부스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근무하십니다.
      와서 싸인 맘껏 받아, 형.
  3. 준비하신 도서전 대박나시길 기원 하오~~(풉)
  4. 비밀댓글입니다
  5. 이번 국제도서전도 또 그냥 지나가오.
    대신 힘써주시오.
    (종결어미 하나 바꿨을 뿐인데 余가 힘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몹시 기쁘오, 又呀嚇)
  6.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이거 알라딘에 올라왔길레 주문했는데 이거 사은품 있는 거 아니죠? 있으면 취소했다가 다시 주문하려구요.
    • 있어요.
      이 책 포함해서 북스피어의 사회파 작가
      소설을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아마 내일쯤 이벤트 페이지 올라올 겁니다.
      인터넷 서점은 서지정보 등록하고
      하루가 지나야 이벤트 페이지가 등록되는 시스템.
      ...이니까 저를 원망하진 말아주세요...
    • 3만 원 이상이면 상관없네요. 이미 다 있어서...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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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광화문에 있는

어느 영화관에서 목격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평일 오후 2시 무렵이었다.

내가 그런 시간에 영화관에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도서전 관련 미팅 시간을 잘못 계산했다.


평소 같으면 교보문고라도 어슬렁거렸을 테지만

그날은 너무 피곤하고 졸렸기 때문에

눈이라도 붙이려는 불순한 의도로 영화관을 찾았다.

다행히 객석에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


상영작은 <나는 부정한다>라는 영국영화였다.

같은 줄 가운데쯤에 여자 관객이 혼자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분이 수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잠시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데 아까 그 여자 관객이 부시럭부시럭 움직이면서

뭐라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거다.

어느새 그 여자 옆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뭐야, 커플이었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 했을 때

여자의 목소리가 살짝 들렸다.

“―이러지 마세요.”


그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여자분은 막 엉거주춤 일어나

내가 있는 줄 끄트머리 쪽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

스크린 빛으로 또렷하게 보였다.

그녀는 그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모자란 모양이었다.


평소 불의를 보면 일단 피하고 본다는 것이

나의 부끄러운 세계관인데,

그때 내가 대뜸 끼어든 까닭은

잠이 덜 깬 상태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벌떡 일어나 여자 쪽으로 다가가며

“거기, 무슨 일입니까?”

하고 약간 목소리를 높여서 물었다.

드문드문 혼자 온 관객들이 이쪽을 힐끔 돌아보았다.


영화관이라 다행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환한 곳에서 보면 내가 얼마나 겁먹은 얼굴이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치한의 태도는 전혀 달랐을 게 분명하다.


어둠의 힘을 빌어 나는 좀 더 크게 말했다.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뒤쪽에 앉은 남자 관객 한 명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섰다.


그러자 치한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재빨리 출입문 쪽으로 도망갔다.

중간에 한 번 내 쪽을 돌아보았는데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가 거칠게 문을 열고 닫았기 때문에

로비의 불빛이 들어와

나는 봉변을 당하고 있던 젊은 여자가

떨면서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 여자를 로비로 데리고 나왔다.

의자에 앉히고 직원을 부르려 하자

여자는 그러지 말아 달라며 작은 백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러고는 눈물을 닦으며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약간 울컥),

아까는 정말 당황했는데…(한숨)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학생 같지는 않았지만 무척 어려 보였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실례다 싶었는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혼자서 영화를 보러 이곳에 자주 오는데

여태 기분 나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당신이 잘못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막돼먹은 짓을 하는 치한은 드문데

많이 놀랐겠다고 하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얼굴이 아직 창백한 상태로 집에 가야겠다고 하기에

나는 극장 밖까지 배웅해 주겠다고 했다.

그 치한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머뭇거리기에 나는

“아까 그놈이 아직 어슬렁거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라고 얼른 설명하며

내가 이상한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명함을 건넸다.


여자는 내 명함을 받아들더니

눈물이 남아 있는 눈동자로

명함과 나를 몇 번인가 번갈아가며

빤히 쳐다보았다.


“북스피어 출판사?”

“네.”

“저, 미야베 미유키의 <누군가>라는 소설을 지금 읽고 있어요.”

“아, 정말요?”

“이 시리즈의 다음 권도 읽으려고 사두었고요.”

“<이름 없는 독>이랑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요?”

“네(약간 웃음).”

“그, 그럼 혹시 지난주에 이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 건 알고 계신가요?”

“아뇨, 몰랐어요.”

“<희망장>이라고 5월 31일에 출간되었습니다(웃음).”

“아, 그렇군요.”


“네,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 신작 <희망장>에서는

소심한 편집자 스기무라 사부로가

서민생활밀착형 탐정으로 전직하여

마침내 도쿄의 낡은 건물에 탐정 사무소를 차리거든요.


대망의 첫 의뢰인은 이웃의 친한 아주머니인데요.

자신의 궁금증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 의뢰의 내용으로

잘 해결해 주면 당번제 쓰레기장 청소를

일 년간 면해 주겠다는 귀여운 거래를 제안하죠.”


가까운 서점에서 구입해 주시길.


이상,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위 성추행 사건은

<누군가>에서 스기무라 사부로가 겪은 내용입니다.

치한에게 나쁜 일을 당할 뻔한 여자를 구해준

스기무라는 결국 그분과 결혼합니다...


지금도 이따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치한이 우리를 맺어준 셈이야. 그렇지?"

아내가 이런 말을 재미있다는 듯이 해 주는 것이 나는 기쁘다.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 꽤 시간이 흘러,

그때 그 치한이 무슨 짓을 하고 무엇을 하게 하려고 

어떤 천박한 말을 건넸는지 나호코가 가르쳐 주었다. 

순간적인 의분으로 내가 재빨리 행동을 취한 것을 나는 스스로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p. 155 


저도 언젠가부터 다른 불의는 참지만

치한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참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나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군요.

이 이야기의 교훈 또한 그러한 것일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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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제적 .. 스컬리 2017.06.09 18:37 신고
    와! 멋있다 하려고 했는데.. ㅋ
    누군가를 읽는다는 처자라길래 오오 인연인데!!
    했는데... ㅋ

    영화관에서 자리를 멀찍이 잡았다는 대목에서 눈치챘어야 하는데.. ㅋ
    (요즘은 거위 멀티플랙스 극장인데.. 서울은 아직그런데도 있나보다 했네요 ㅎ)

    소설 한번 집필하심이...ㅋㅋㅋ
    • 아유, 누군가 내용 그대로잖습니까.
      스컬리 님 정도 되면
      딱 보고 아셔야지.
      그건 그렇고 희망장 속 미션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셨지요?
  2. 제가 경찰할때, 근무일지를 주로 팀장급에서 짜는데 새로온 젊은 남자순경과 근무 조금한 여경을 같은 순찰조로 짰었어요. 순찰차로 범인 추적하다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서 남경,여경이 같이 입원했었어요. 둘이 2인실 같이 썼고 결국 사귀게 되어 결혼하더군요. 정말 남,녀 사이는 모르는거더라고요
    • 저도 언젠가부터 다른 불의는 참지만
      치한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참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나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군요, 흐음.
  3. 희망장 다 읽어가는데 재미있고 마음아프기도 하고 다 읽기 너무나 아까워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그림자밟기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4. 도입부까지는 정말 두근두근 했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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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 살 무렵의 일이다. 어느 겨울 아침,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바싹 야윈 승려 한 명이 쓰러진 채 발견된 적이 있다. 내 아버지는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승려는 집 안으로 옮겨졌고 따뜻한 음식 덕분에 곧 기력을 회복했다. 아버지는 “병원에라도 가보세요”라며 얼마간의 돈을 건넸다. 그런데 승려가 고개를 저으며 마음은 감사하지만 자신은 이미 목숨이 다해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얘기를 담담히 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답례라며 찢어지고 헤진 보따리에서 족자를 꺼냈다. 항아리와 승려가 그려진 족자였다. 희한한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아버지와 엄마와 내 동생에게는 항아리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나에게만 항아리와 항아리 밖으로 목을 내밀고 있는 승려가 보였다. 내가 그 사실을 얘기했더니 승려는 내 아버지만 따로 불러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족자 속 승려가 보였다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도 안심하고 죽을 수 있겠다, 이 족자는 세상의 모든 병으로부터 당신의 아들을 지켜줄 거다, 다만 족자 속 고승에게는 딱 한 가지 성가신 것이 붙어 있다, 곧은 마음만 있으면 물리칠 수 있는 성가심이지만 떠맡기게 되어 참으로 미안하다, 허나 당신의 아들에게 보이고 말았으니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용서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고는 곧장 우리 집을 떠났기 때문에 생사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해가 바뀌어 내가 다니던 학교에 집단 눈병이 돌기 시작했을 때 과연 승려의 말은 사실임이 판명되었다. 눈병뿐만이 아니라 나는 흔해빠진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 단, 병에 걸리지 않은 건 ‘족자 속 고승에게 붙어 있는 성가신 것’의 정체를 알게 되기 전까지의 일이다. 아아, 몰랐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그 정체가 대관절 무엇인지 궁금한 형제자매님들께서는 미야베 미유키의 <그림자밟기>를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시사인)


덧) 

미미 여사의 신작 <희망장>, 읽고 계시지요? 책 속에 들어 있는 카드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형제자매님들이 계셔서 한 말씀. 카드 아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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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 참여하는 동네책방들이 자신만의 선구안으로 선별한 책을 모아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할 예정이에요. 제목은 '서점의 시대'이며 도서전에서 일정 금액 이상 책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특별사은품으로 증정합니다. 펀딩 금액은 '서점의 시대' 제작비로 사용될 예정.


1

작년 여름에 저는 '김탁환의 전국제패'라는 이름으로 동네책방을 돌며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건, 각 도에서 가 볼 만한 동네책방이 겨우 한 군데이거나 아예 없었던 과거와 달리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혹에 가까운 감정이었습니다.


2

한편으로 그 과정에서 동네책방과 동네책방 사이의 교류나 동네책방과 출판사의 접점이 의외로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동네책방)와 동네책방(출판사) 사이에 '가느다란 선' 같은 게 생긴다면 '독자들을 위해' 뭔가 더 재미있는 기획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닐지도 모르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을 듯했습니다.


3

그렇다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계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고양이 전문, 사진 전문, 음악 전문, 추리 전문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며 최근 삼 년 사이에 서점 창업 붐을 이끌고 있는 스무 군데 동네책방들이 특별히 선정한 책과 함께 도서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죠.


4

출판사들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창작과비평사, 글항아리, 은행나무, 이음, 사회평론, 마음산책, 바다출판사 등이 애써 주었고 24명의 작가들이 동네책방을 응원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었습니다. 아아, 이렇게 뭔가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참고로 말씀드리면 리미티드 에디션 <서점의 시대> 디자인은 워크룸프레스(네, '제안들' 시리즈를 만든)의 김형진 디자이너가 맡아주었고, 조기 품절이 예상됩니다. 신청 및 후원은 아래에서 받고 있어요.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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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청완료!!!
    도서전 때문에 바쁘시구만
    참고로 나는 유시민작가님의 부채가 탐나네, 흠흠...
    펀딩 성공하기를!!!
  2. 언제적...스컬리 2017.06.08 17:24 신고
    으응.. 다 갖고 싶네.


    참.. 근데 희망장 예약구매 하면 도서전 미션카드 온다했는데...
    못 갈걸 알아서 그런지... 카드 같은 거 없는데요..
    스기무라 탐정사무소 개업 경축카드만 있던데.. 혹시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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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코엑스에서

<2017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거, 알고 계시지요?

어쩌다보니 제가 이번 도서전의

‘각종 재미있는 이벤트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여, 지금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해드릴 예정이오니

바쁘시더라도 한번쯤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어요.

적어도 도서전을 구경하러 온 형제자매님들이

‘아아 지금까지와는 달리 뭔지 모르게 재미있다’

라고 여길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까요.


1. 필사 서점

‘필사 서점’은 사연을 보낸 독자가

사연에 대한 답변이 될 만한 ‘시(詩)’를

다섯 명의 시인으로부터 추천받은 후에

도서전에 마련된 특별부스에서

조용히 추천받은 시를 필사하는 이벤트입니다.

‘도서전 한복판에서 홀로 추천받은 시를 필사한다’

꽤 근사할 것 같지 않습니까. 신청은 이쪽.

https://goo.gl/JQkAyt


2. “맞춤형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도서전 기간 동안만 운영하는 큐레이션 서점

(과학 서점, 장르문학 서점, 글쓰기 서점)에서는

21명의 과학, 장르문학, 글쓰기 전문가들이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책을 처방해 줍니다.

이런 네임드들을 맨투맨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죠.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https://goo.gl/YDjyUC


3. 서점의 시대

요즘, 동네책방에 관심 있는 형제자매님들 많으시지요?

그래서 이번 도서전에 그들을 초대했습니다.

고양이 전문, 사진 전문, 음악 전문, 추리 전문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며 최근 삼 년 사이에

서점 창업 붐을 이끌고 있는 스무 군데 동네책방들이 모여

특별히 선정한 도서를 새롭게 조합해 선보입니다.

https://goo.gl/796PAm


4. 책의 발견전

지금까지의 각종 도서전은 대개 각 출판사들이

많은 종의 책을 죽 늘어놓고 판매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50개의 초청 출판사들이

각자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책을

7종씩 큐레이션하여 판매합니다.

https://goo.gl/KhpfEL


5. 그 외에도

도서전의 주빈국이 터키, 스포트라잇 컨트리가 캐나다이니만큼

터키와 캐나다 작가들의 강연과 포럼, 낭독회 등이 준비돼 있고

황석영, 김탁환, 이정명, 배수아, 정유정, 김훈 작가 등의

콘서트, 사인회, 강연이 진행됩니다.

작가들이 각 출판사의 부스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나서고

도서전 관람객들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제작하는 중이에요.


위 (1)과 (2)는 조기마감 예상되오니 서둘러 주시고

(3), (4), (5)는 도서전 기간 동안 슬슬 놀러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와중에 북스피어 부스에서는 뭔가 재미있는 걸 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대관절 뭘 좀 재미있는 걸 할 거냐.

일단 이번 주까지 도서전의 이런저런 기획을 마친 후에

고민해 보려고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네...


이상,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서울국제도서전의 입장권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약간 특별"할 예정입니다.

이유는 입장권을 직접 보면 아실 거예요, 흣.




WRITTEN BY
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트랙백  0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1. 차단된 자 2017.06.05 22:48 신고
    시간이 안 나서 도서전에는 못 가 보겠지만
    기획하신 코너 모두 사람들로 꽉 찼으면 좋겠어요.
    + 스컬리 님의 목소리 잘 들었습니다. 전화 걸었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목소리가 들려서 화들짝!
  2. 헐.. 2번은 벌써 마감.
    어찌되었든 도서전에는 갈려고 합니다.
    <희망장>은 이미 소문이 났더라구요.
secret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맨 처음 스기무라 사부로가 등장한 건 2003년, 벌써 14년 전이지요. 이쯤에서 슬슬 시리즈 전체를 훑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요. 이을용 선수가 축구경기 도중 중국선수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려 퇴장당했던 그해에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짧은 머리말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는 탐정이란 존재는 미스터리 세계에서 매우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며, 『누군가』의 주인공으로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은 안정되어 있어 안락하고 행복한 사람”을 캐스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캐릭터가 태어납니다. 재벌가의 딸과 결혼한 서른다섯 살의 아저씨. 결혼을 하는 조건으로 들어간 장인의 회사 이마다 콘체른에서 사내보를 만드는 편집자, 스기무라 사부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남자입니다.


이런 그에게 오너이자 장인으로부터 특명이 떨어집니다. 어느 날 이마다 콘체른 회장의 개인 운전수가 폭주하는 자전거에 치여 죽음을 당합니다. 확실한 목격자도 뚜렷한 단서도 없습니다. 게다가 경찰 쪽은 단순 사건으로 처리할 기색. 죽은 이의 두 딸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의 일생을 책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합니다. 특이한 종류의 책이니까 언론 같은 데서 이슈가 되면 범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 책의 책임 편집을 맡으라는 것이 바로 주인공에게 떨어진 특명입니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딸과 함께 그 아버지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던 스기무라는 두 딸과 아버지 사이에 얽힌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악의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목격합니다.


그로부터 일 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이름 없는 독』(이 발표된 건 2006년)에서 스기무라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편집부에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 겐다 이즈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입니다. 제대로 해내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다 부원 전체와 마찰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였던 것이죠. 급기야 편집장과 싸우고 나가 일주일째 소식이 없던 겐다에게 퇴직을 통보하자 분개한 겐다는 ‘자긴 잘못이 없고 오히려 부원들이 자신을 괴롭혔으며 성희롱과 함께 협박까지 당했다’는 투서를 회장실로 보냅니다. 회장의 지시로 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겐다의 전 직장을 찾아간 스기무라는 그녀가 거기에서도 같은 행태를 보였으며 이력서에 기재된 경력, 학력, 나이가 모조리 거짓이었음을 알고 이렇게 술회합니다. “이 넓은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 범위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가지고 그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막연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본인이 살 집을 계약하기 위해 부동산에 드나든 덕분에 이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말한 미야베 미유키는 『이름 없는 독』에서 새집증후군, 택지 오염, 자살 사이트, 노인 문제 등 사회의 온갖 ‘독’을 등장시키지만 결국 핵심은 사람이 가진 ‘악’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겐다 이즈미는 그 ‘악’이 형상화된 인물로, 딱히 범죄자라고 분류되지 않은 우리 곁의 누구라도 분노에 휩싸일 수 있고, 분노는 독이 되어 타인과 자기 자신까지 침식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정체를 특정할 수 없는, 정말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누군가’로부터 ‘독’이 뿜어져 나올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이어져 나온 선은 그러한 형태로 『이름 없는 독』에 연결되는 것이지요.


『이름 없는 독』과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사이의 간극은 약 7년입니다. 그동안 미야베 미유키가 생각하는 ‘악’은 좀 더 기괴하게 비틀려지고 거대해졌습니다. 어느 날, 버스가 통째로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죠. 범인은 권총을 든 노인으로 버스 안에는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던 스기무라도 타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요구조건은 ‘자신이 지목한 세 사람을 찾아내서 데려오라’는 것. 한편으로 그는 인질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사과의 의미로 위자료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인질들은 노인의 빼어난 말솜씨에 점점 감화되어 가지만, 곧 특공대가 버스에 진입하자 노인은 자살해 버립니다. 인질 전원이 무사한 채로 사건은 종결되는 듯 보이지만 진짜 수수께끼는 이제부터입니다. 인질이었던 승객들 앞으로 죽은 범인이 보낸 거액의 위자료가 도착한 것입니다. 죽은 노인은 어떻게 이토록 큰 금액을 인질들에게 보낼 수 있었을까. 대관절 왜 보냈을까.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당한 대가이니 그냥 가져도 된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동요하는 승객들 사이에서 스기무라는 사건의 배후에 ‘닛쇼 프런티어 협회’라는 악질 다단계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출간 당시 저는 세 명의 독자들과 함께 미야베 미유키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했습니다. 작가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왜 소설을 썼는지 들려주었는데 이런 내용이었어요. 


일본의 전후 사회는 다단계나 투자사기가 줄곧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법률로 그것을 금지하면 이번에는 그 법망을 피해 가는 새로운 수법이 나오지요. 지금도 골치 아픈 문제예요. 내가 태어난 1960년대에 나왔던 수법이 옛날에 잊힌 줄로만, 법률로 근절된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다시 확산되고 있더군요. 인터넷에서 폭넓게, 더구나 옛날을 전혀 모르는 젊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어요. 수십 년 전의 수법인데도 아직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 건강 보조식품, 다이어트 식품을 취급하는 다단계 사기가 많습니다. ‘깨끗한 피부를 갖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열심히 일해서 저금했으니 이 돈을 좀 운영해서 이자를 얻고 싶다’ 같은 우리 일상생활의 사소한 소망을 노리는 인간들이 싫었어요. 생활에 밀착된 그 악랄하고 치사한 수법이 정말 싫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악질 다단계 회사라는 최상급의 악과 맞닥뜨린 이후로 스기무라는 공교롭게도 신변에 큰 변화를 맞으며 독립합니다. ‘공교롭게도’라고 썼지만 작가는 『누군가』를 시작할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복선 비슷한 걸 깔아두었어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복 속에서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배짱이 필요한 걸까. 그게 양동이 하나의 분량이라고 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한 컵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컵이 양동이로 자라리라는 전망도 없다. 결혼한 지 칠 년. 나는 언제나 내 컵을 소중히 들고 다녔다. 작지만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한 전환점을 통해 사립탐정이 된 스기무라가 맞닥뜨리는 사건은 다시 소소한 형태로 회귀하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랄까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일말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미야베 미유키 정도의 필력이라면 얼마든지 해피하고 산뜻하게 『희망장』의 이야기들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읽으면서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까. 마치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 (독자들의 원망을 들을 줄 알았으면서도) 스기무라와 아내 나오코의 관계를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말이죠. 이유가 뭘까. 이 점에 주목해서 『희망장』을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간단요약


행복한 탐정 시리즈 1

『누군가』 _우리 주위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지독한 악의를 품을 수 있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 2

『이름 없는 독』 _이 넓은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 범위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가지고 그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막연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 3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_악은 전염된다. 아니, 모든 인간이 마음속에 깊이 숨겨 가지고 있는 악, 말하자면 잠복하고 있는 악을 표면화시키고 악행으로 나타나게 하는 마이너스의 힘은 전염된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제가 읽은 『토킹 투 크레이지』의 표현을 빌려 이 세 권을 집요하게 다시 요약하면 “우리는 반드시 미친놈과 만나게 된다”는 정도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마침내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 스기무라에게 의뢰하십시오.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희망장』, 방금 출간했습니다. 오늘 의뢰하면 내일 도착.  




WRITTEN BY
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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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당장 주문했어요. 이번 주말은 구운 오징어와 찬 맥주를 친구삼아 희망장을 읽어야겠어요.
    • 드디어 내일이 대망의 주말이군요.
      ...하지만 저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신세...
      피할 수 없으니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자매님이 제몫까지 주말을 즐겨주시길.
  3. 언제적..스컬리 2017.05.31 19:06 신고
    예약주문한 책이 오늘 도착했다는데... 나는 10시까지 야간당직일 뿐이고....ㅠㅠ

    개인적으로 이름없는 독은 정말 소중한 책이에요.
    북스피어와 미미여사를 한꺼번에 만나게 해준 책이니까요~!!!
    책 크기, 글자체, 편집디자인 그 무엇 하나 마음에 안드는 것이 없는 책.
    그러고 보니.... 올해가 북스피어와 미미여사를 만난지 10년째 되는 해군요!!
    에헤라디야~~~~

    이제 스기무라 탐정을 만났으니..
    미미여사의 새로운 에도물은 언제 나오나요???
  4. 스컬리 ㅋㅋㅋ
    지방이라서 미션 수행은 못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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