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국문학과에 들어갔기 때문이어서 그랬을 거라 짐작하지만,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동기들끼리 서로서로의 무슨무슨 기념일을 챙겨줄 때 반드시 책을 선물했다. 마치 전통처럼.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또 책 얘기인 것이다.
당시만 해도 책이란, 주는 쪽에서도 받는 쪽에서도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주는 쪽은 ‘비교적’ 싼 값에 고민 없이 선물할 수 있고, 받는 쪽에서도 워낙 그동안 읽은 책이 없다 보니 뭐가 됐든 책이면 좋은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서, 책 좀 읽었다 싶으면 슬슬 이런 주문들을 하기도 한다. 이번 생일에 나한테 무슨 책 줄 거냐.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태백산맥> 열 권으로 하면 어때, 좋지? 그럼 너는 1권, 너는 2권... 하는 식.
그렇게 모은 책이 여전히 내 책장에 꽂혀 있다. 오늘, 우연히 책장을 옮기다가 그때 받은 책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에 끼워진 카드를 보고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웃고 말았다. 그 내용이 뭐였냐면,
마치 <오성식의 중학영어>를 두서없이 몰래 베낀 듯한 글귀.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읽고 나니 무척 유쾌하다.ㅎㅎ 한 권의 책에 끼워진 저 짧은 글귀 덕분에 나는, 그리고 우리들은 아주 간단하게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동기들도 이제 서로의 생일에 책을 선물하지 않는다. 나 역시 뭔가를 적어 책을 선물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혹시 기억나시는지. 직접 책을 고르고 뭔가를 적어 누군가에게 생일 선물로 내밀었던 때가 언제인지, 그때 무슨 말을 적어주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