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에서 보고 계십니까. 선생님의 고국은 지금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분주합니다. 여러 작품이 다시 호출되어 드라마와 영화로 리메이크, 혹은 새롭게 제작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몇 군데 출판사에서 장편에 대한 계약을 맺고 번역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을 낸다는 소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드라마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을 내자고 결정한 것은 꽤 오래전 일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책의 출판권을 가진 유족분들은 쉽사리 계약에 응해주지 않았어요. 계약금이 작아서였는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었습니다. 일본 출판사의 담당자를 직접 만나 채근해 봐도 그저 미안하다며 고개만 숙이더군요. 어쩌면 우리와 인연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 즈음, 출판권을 중계하는 에이전시로부터 드디어 “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애를 태우며 기다렸던 만큼,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계약에는 책임편집자인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동의도 필요했는데, 별다른 고민 없이 딱 하루 만에 결정을 내려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유족분들과의 계약 역시 중간에서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도와준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은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보다는 ‘미야베 미유키 편집’ 쪽에 더 매력을 느껴서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책입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한국에서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에 대해 알고 있는 독자가 많지 않고 그나마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독자들의 경우에도 몇 개의 ‘장편’을 읽었을 뿐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장편뿐이었을까. 한국에도 <어느 고쿠라 일기전>이나 <일 년 반만 기다려> 등의 단편은 이미 여러 차례 소개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대개 한두 작품이 ‘일본 문학 선집’ 등에 포함된 형태였지요. 대부분의 독자들은 여전히 ‘마쓰모토 세이초=장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연히 장편이 훨씬 더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일 테지만, 그렇더라도 왜 장편이 많이 소개되었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부의 배일정책으로 인해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본의 문학작품들은, 1960년대 4.19혁명 이후부터 조금씩 수입되었고 1965년 한일수교협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로 세계문학선집 가운데 한두 권이 포함된 형태였으며 순문학이 주류를 이루었지요. 여기에서 이를 수용하는 ‘대중’과, 이른바 ‘문단’의 완전히 상이한 반응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민지시대 이후 복권된 일본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고 합니다.

반면 언론과 문단의 반응은 우려와 경계 일색이었습니다. <일본 문학의 공습>과 같은 기사가 여전히 게재되고 있는 오늘과 마찬가지로, 일본문학에 대한 평가에는 늘 “문화적 침식”이나 “비윤리성”이라는 수식어가 동원되었습니다. 특히 일본문학의 사소설적 경향은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나 평가도 없이 한국문학의 안티테제로 부각됩니다. 다음과 같은 글을 읽어보면, 오늘날 한국문학의 엄숙주의나 이데올로기적인 경향은 이때를 기점으로 공고해진 게 아닌가 싶어질 정도입니다.

“사소설에 대한 거부감의 표명은 한국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었다. 사회성을 강화하고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것이야말로 일본문학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첩경으로 여겨졌다. 일본문학을 부정적 상대항으로 설정하는 것은 일본문학의 자장에서 되도록 멀리 벗어나기 위함이었고, 여기에는 일본문학에 지나칠 정도로 인접해 있었던 식민지 기억의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었다”는 윤상인 교수의 평가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언론이나 문단의 반응에 상관없이, 일반 독자들이 일본문학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자 한국의 출판사들은 일본의 순문학뿐만 아니라 대중문학도 본격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마쓰모토 세이초, 모리무라 세이치나 이노우에 야스시 등의 작가들은 1970년대부터 여러 편이 수입되었고 1980년대에는 경쟁적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강우원용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당신의 작품은 무려 47편이 70번(1961년~2004년까지 중복출판 포함)에 걸쳐 번역 출판되었더군요.

어쩌면 이게 “왜 장편뿐이었을까”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 일본의 순문학이 활발하게 들어오던 시기에 당신의 작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일본에서 순문학보다는 대중문학 작가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국내 출판업자들은 당신의 작품을 눈여겨보지 않았을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70, 80년대에 일본의 대중문학이 활발하게 번역되던 시기에는 주로 장편이 소개됩니다. 일본에서도 당신의 작품은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대중적이기 때문이었을 테지요. 바꿔 말하면 당신의 단편은 (장편보다는)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은 장편과 다르다는 것을. 그것은 단편이 장편보다 낫다, 라는 가치평가와는 좀 다릅니다. (이런 식의 표현이 가능하다면) 장편보다는 단편에서 ‘왜 쓰는가’에 대한 필연성이 더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책임편집을 맡은 미야베 미유키 씨가 이번 컬렉션을 꾸미면서 맨 처음 소개한 작품이 <어느 고쿠라 일기전>이었던 이유는 바로 그와 같은 점을 환기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이 장 제목을 ‘출발점’이라고 정한 이상, 여기에는 마땅히 데뷔작인 <사이고사쓰>를 넣어야겠지만, 감히 그것을 젖혀놓고 <어느 고쿠라 일기전>를 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제28회(1952년 하반기)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 씨는 아쿠타가와 상 수상 작가였습니다. 나오키 상이 아닙니다. 사회파 추리작가라는 간판이 너무 압도적이라 이 사실을 깜빡 잊어버리기가 쉽지만.”

결국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르면 “결과적으로 세 권이 된 이 걸작 컬렉션에 난해한 기획의도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머리말에서 밝힌 미야베 미유키의 기획의도가 좀더 분명해 집니다. 일본 독자들조차 난해하게 여겼을 ‘일본 현대사 유일의 군사 쿠데타’와 더불어 ‘패전 직후 일본의 모습’을 끝까지 추적한 쇼와서 연구가로서의 마쓰모토 세이초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고 싶다는 고집이죠. 이왕 소개하는 김에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책임편집자의 결기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컬렉션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어느 고쿠라 일기전>을 이해하기 위해 모리 오가이에 관한 책을 잔뜩 사다 읽을 수밖에 없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진위의 숲>에서는 작중 모티프인 우라가미 교쿠도를 알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으로써 다른 책을 출간하는 데 비해 월등한 양의 ‘수고’가 들긴 했지만, 실은 그런 ‘수고’를 하는 과정이 너무 뿌듯하여 텍스트를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장의 경우, 처음 마주했을 때는 이렇게 어려운 텍스트라면 ‘하권’쯤으로 돌려놓았어도 좋았을 텐데, 라며 책임편집자를 원망하기도 했지만요. 에헤헤-. 그만큼 겁이 났다는 얘기입니다. 화끈한 살인사건과 범인추적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실망하지 않을까. 혹시 한국의 독자들이 시시하게 여기지는 않을까. 어렵게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기분이 내내 발목을 잡았거든요. 흐음. 어떨까요.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독자들마다 다르겠지요. 헌데 말이죠,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미야베 씨가 골라놓은 이 작품들이 마음에 드십니까.

책 말미에 등장하는 편집자들의 에피소드로부터 추정하건대,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요. “당연히 마음에 들지. 도대체 뭐가 어렵다는 거야. 그저 그런 줄거리만 좇으라면, 추리소설 같은 거 안 써”라고. 조금쯤 역정을 내시는 듯한 귀여우신 모습으로 말예요. ㅎㅎ 

덧) 원본에 있는, 선생님과 미야베 씨가 아웅다웅하는 삽화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요, 한국어판에는 넣을 수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독자 교정 전격 연기합니다. 확실한 날짜는 다시 고지 하겠습니다.
대신 신청해 주신 akar 님, vikiniking 님, 동그리 님, 고무 님께는 다음 독자 교정 때 무조건 참가 가능권(!)을 드리겠나이다앗.
흑흑, 죄송해요. 저를 잡아드셔요o<-<
(맛은 없습니다,,)



이미 세 사람에게 ‘35세 사망설’을 예언 받은 고지마 이루루는 서른다섯의 어느 날 알코올성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병원에서 만난 성격 나쁜 주치의, 투덜거리기만 하는 노인, 마시고 죽겠다는 알코올 중독자, 온몸이 질병 박람회인 10대 소년, 병원의 정보통 삼파(三婆)… 그를 둘러싼 개성 넘치는 사람들과 알코올에 사로잡힌 남자―고지마의 알코올 중독 칠전팔도 인생을 그린, 제1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


나카지마 라모가 돌아왔습니다. 으스스했던 <인체 모형의 밤>과는 대조되게 웃음과 눈물 살짝과 마음이 따땄~해지는,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은 소설 <오늘 밤, 모든 바에서(Tonight, at All The Bars in Town)>.
이 작품은 제1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나카지마 라모'라는 이름을 문단에 알린 소설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알코올성 간염으로 입원한 경력이 있는 나카지마 라모는 어느 실용서보다도 디테일하게 알코올 중독을 묘사합니다.
책 속에는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 테스트까지!(웃음) 어느 순간 점수를 채점하는 추군. 걱정 마세요, 아직 정상이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엉뚱하고 유쾌한 등장인물들 간의 유대 관계가 나카지마 라모 답다는 느낌 물씬입니다.
환자에게 엄청나게 차가운(실은 마음 약한?) 아카가와 의사의 츤츤츤츤츤츤츤데레 모에~>△<
풋풋할 나이도 지났고, 찌들 대로 찌들었지만, 그래서 더 순수하고 귀여워 보이는 건 바깥의 좋은 날씨 덕분이련가요. 아, 정말 꽃 피는 봄입니다!

그런 봄날에 독자 교정 합니다~ 나올 책 미리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응모하시길~!

일시 : 2009년 4월 4일(토) 오후 2시
장소 : 드디어 '출판사 사무실' 같아진 북스피어 사무실(7호선 학동역 10번 출구 도보 7분쯤?!)

수요일까지 신청받고 목요일 오전 발표하겠습니다>_<!

-秋-

>자주 나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
표지의 오타, 책이 나올 땐 수정되어 있을 겁니다^^; 에쿠;; 지적해 주신 분들께 무한 감사.
독자교정은 맞춤법 뿐만 아니라 어색하거나 이상한 문장, 말 등등 잡아 주시면 되는데요. 저희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수정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보기에 이상한 부분을 체크해 주시면 되어요. 책을 조금 꼼꼼하게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난 2월까지 소급하여 번역된 영미권 미스터리를 살펴보니, 장르적 설정에 매료된 독자군을 아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향을 선호하는 비평가군의 찬사를 받았던 작가들의 작품이 여럿 눈에 띕니다(다분히 의도적이기도 합니다). 장르적 재미에 더해 풍부한 문학성이 뒷받침된 소설이니 그저 ‘좋은 소설’이라고 명명하면 될 터이지만, 오늘 제 임무가 임무이니 만큼 굳이 미스터리로 분류해 둡니다. 그러니 아래의 소개를 읽고 ‘이게 영미권 왜 미스터리야’ 라는 반감이 들더라도 부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줍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잘 안 팔리는 작가이기 때문에 아마 모르는 독자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많은 평론가들이 “아무튼 하이스미스와 비교해 볼 때 대부분의 작가(대중문학 순수문학을 불문하고)는 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극찬할 만큼 대단한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안 팔리는 이유라면, 짐작건대 다소 난해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모르고 지나가기 십상입니다. 세상에는 두 번이나 세 번쯤 읽은 후에야 “아, 그런가”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문장을 구사하는 미스터리 작가들이 있는데, 하이스미스가 바로 그중 한 명입니다. 2005년도에 민음사가 하이스미스 선집을 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면서 새롭게 『완벽주의자』(2009/2)라는 단편집(이라기보다는 초단편)이 출간되었습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퓰리처 상, 포크너 문학상, 미국 비평가 협회상, 브람 스토커 상 등 유수의 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는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흔히 다작(多作)가로 불립니다. 저는 3년쯤 전에 임지호 편집장이 권해준 『좀비』라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호러’ 소설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좀비』를 내 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팔 자신이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출판사 편집자분이 있다면 검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최근에 『멀베이니 가족』(2008/12)이라는 장편과 『소녀 수집하는 노인』(2009/2)이라는 단편집이 출간되었고, 특히 후자는 다섯 개의 단편이 모두 호러와 에스에프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딱히 미스터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도 아까워서 소개해 봅니다. 지난 주에 『소녀 수집하는 노인』을 읽으면서 이 사람의 에세이집 『작가적 신념』(2005/2)을 구해보려고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녔으나 절판 상태여서 포기하였는데, 논현동으로 이사온 김에 산책 겸 근처에 있는 교보문고(강남점)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발견하였습니다. 아직 세 권이 더 남아 있으니 서두르세요.

 
 
『폐허』(2008/4)라는 작품으로 이미 소개된 적이 있는 작가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 『심플 플랜』(2009/3)은 현재 예약판매중입니다. 추락한 비행기 안에 있던 돈을 발견한 세 명의 친구들이 그 돈을 훔치며 사건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폐허』의 경우 설정은 간단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상상하기 힘든 외부적 요소들이 연쇄적으로 개입하여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아마 『심플 플랜』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상상하기 힘든 외부적 요소’가 등장할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스콧 스미스의 작품을 읽는 재미입니다. 13년 동안 딱 두 편의 소설을 썼고, 처음 쓴 소설 『심플 플랜』이 대걸작의 반열에 오른데다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인구에 회자되고 있으니 뭔가 대단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궁금하면 읽어보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목소리』(2009/2)를 소개하기에 앞서, 고백해 둘 게 있습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라는, 실로 발음하기조차 까다로운 이 작가에 대해 저는 전혀 모릅니다. 헌데 ‘이 달의 장르문학’ 회의 도중에 이 책은 반드시 소개해야 한다고 편집부가 종용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일단 그 자리에서는 아는 척을 해놓고, 회의를 마친 후 자리에 앉아 알라딘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헌데, 아아 이거 참 부끄러워지더군요. 책에 달린 독자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장르문학을 팔아 먹고사는 제가 이 사람을 모르는 건 거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될 만큼 유명한 ‘북유럽의 추리작가’인 겁니다. 뭐 판매는 신통치 않아 보이긴 합니다만. 번역된 책은 바로 사 두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읽자고 마음먹었었지만(그래서 ‘3월의 장르문학’ 소개의 마지막 주자가 된 것이지만),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이미 읽으신 독자분이 있어서 댓글이라도 달아주신다면, 그때는 벽 잡고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덧) 연말정산을 하며 한숨을 푹푹 쉬었던 12월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이로군요. 제 나이 어언 서른 하고도 넷. 실은 개인적으로 큰일을 앞두고 있어서 그간 블로그에 통 글을 못 올렸습니다. 책도 거의 못 읽고 말이죠. 시사저널 시절부터 거의 2년 가까이 해오던 시사in 연재도 그만두었습니다(짤렸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으나^^;;). 아마 당분간은 계속 이런 상태일 듯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조만간 여러분들께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일이니까... 알게 되시면 다들 축복해 주시길 ㅎㅎ  



 

3월에 읽을 만한 SF / 판타지

2, 3월 일본 미스터리 신간을 맡은 추군입니다! 2,3월은 책 종류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눈에 띄네요.



경관의 피 -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나왔닷! 드라마(는 일본에서^^;)와 함께 책도 발매가 되었습니다. 사사키 조의 소설은 <웃는 경찰>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그야말로 헐리우드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빠른 소설이었죠. <경관의 피>는 그것과는 또다른 묵직하고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네요. 저는 왜 이렇게 '남자의 삶'에 약한지 모르겠어요>//<(마음이 아저씨라서…?)
비채 특유의 깔끔한 표지도 눈에 띕니다. 그나저나 이 표지를 보고 "앗, <올빼미의 성>!"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괜히 기뻐했더라나 뭐라나.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북스피어 편집부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책중에 하나인 <천사의 나이프>.
야쿠마루 가쿠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기도 한 작품인데요. 데뷔작이라곤 믿기 어려운 훌륭한 완성도~라고 하네요.(죄송함다, 정작 저는 아직 못읽..ㅜㅠ) 편집장님과 대표님이 입을 모아 칭송하니 맛있는 거 아껴 두는 심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스르릅.



46번째 밀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절규성 살인사건 -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히무라&아리스 콤비 책 두 권이 연달아 나왔습니다>_< 우힛!
작가 왈, <46번째 밀실>은 '딕슨 카와 엘러리 퀸의 혼혈아를 만들려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 당당함이 또 마음에 든다랄까요. 여하튼 군침 도는 소설입니다. 또, 해설의 아야쓰지 유키토 씨는 "어때, 어때, 아리스가와랑 난 이렇게 닮았다고. 고향까지 옆동네야! >ㅅ<♬" ←이런 느낌이라 너무 귀여웠습니다.
<절규성 살인사건>은 단편집입니다. 단편을 좋아하는 추군에게 딱인 소설이었죠. 책도 아담하고 가벼워서 출퇴근 시간에 읽기 딱입니다. 뒷맛도 적절히 짭짜레한 것이 간이 잘 배었군요.(웃음)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시공사

《점성술 살인 사건》에 버금가는 난제!
미스터리에 자신이 있는 독자라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라는 띠지 문구가 눈에 띕니다. 그닥 자신이 없어서 트릭에 도전은 못하겠습니다만(..) 정말 간만에 한국에 선 보이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란 것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띠지에도 <점성술 살인사건>이 언급되었는데, 미타라이 기요시가 다시 한번 등장합니다. 어서 읽고 싶어요우.(책은 손에 있으나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게 웬말이냐ㅜㅠ)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13계단>으로 호평을 받았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입니다. 이번엔 초능력과 서스펜스의 결합입니다.
초능력이라고 하면 먼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정작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합니다. 가끔은 너무나 현실적인 것이 더 유리관 안 세계 같을 때도 있는데,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이란 걸까요?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안 가서 더 기대되는데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나비 -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노블마인

발매 전 알라딘에서 했던 연재가 화재가 되었죠. '초감각'이란 말이 온다 리쿠만큼 어울리는 작가가 있을까요?
온다 리쿠의 몽환적이면서도 깔끔한 문장이 잘 어우러지는 호러판타지 단편집입니다. 강렬하다기보단 애잔한 느낌입니다. 축축하지만 결말은 어딘가 건조하고요. 제목만큼이나 봄날에 어울리는 책이 아닐는지요?


물론 3월의 신간 중에 묵직한 책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세이초지요. ㅎㅎㅎㅎ.


-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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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을 만한 장르 소설을 포스팅한 뒤로 마감이다 이사다 뭐다 핑계를 대다가 늦었습니다. 한꺼번에 올리자니 너무 양도 많고 보기도 힘드실 것 같아 이번 달에는 분류를 좀 나눴습니다. SF와 판타지 한 세트, 일본 미스터리 한 세트, 영미권 미스터리 한 세트. 저(호야)와 추군과 대표가 한 세트씩 맡아 팔기로.... 아니,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3월에 걸쳐 SF는 진짜 많이 나왔네요. 게다가 다들 거장.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은 ‘1953~1960’‘1960~1990’으로 나뉘어 두 권입니다. 처음에 제목을 제대로 안 보고 클라크 단편이 한 권 분량밖에 안 나오나, 하며 대뜸 앞엣 권만 사 버린 제가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는 정말 대단한 양반이고, 그래서 여러 차례 한국에 작품들이 소개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평가받기는커녕 독자들에게 소개되지도 않은 작가입니다.

영화로도 유명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제외하더라도 <유년기의 끝>이나 <라마와의 랑데부> 등은 지금 읽어도 놀라울 뿐이죠. 절판과 재출간을 지나치게 반복한 탓에 시시한 느낌이 든다손 치더라도요. 클라크의 단편은 드문드문 읽었을 뿐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데 좋은 기회가 될 듯. 읽었던 단편들이 제법 좋았거든요. 그나저나 그냥 장편까지 포함한 전집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멸종 - 10점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오멜라스(웅진)
최근 나온 SF 가운데 오락성을 따진다면 최고!일 겁니다. 시간 여행에 공룡, 새로운 생명체라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이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 나오기 힘듭니다. 오락 액션 SF(?)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 적용된 가설들은 굉장히 탄탄해서 몇몇 설정들을 제외한다면 ‘하드 SF’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듯. 이런 책은 소개가 어려워요. “읽지 않았으면 말을 마러~”입니다. -_-


꿈을 걷다 - 8점
김정률 외 지음/로크미디어
한국 장르 소설들의 꾸준한 출간은 아주 반길 만한 일입니다. 한국 장르 시장에서 ‘질’은 ‘양’을 담보로 할 때 얻을 수 있으니까요. 계속해서 나오는 책들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개중에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놀라운 작품도 있고, 출판사나 작가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독자와의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 가겠지요.

<꿈을 걷다>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중간 지대를 일컫는 ‘경계문학’을 팻말로 내걸고 나섰는데요,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신인 작가들과 이미 팬을 거느린 기성 작가들을 모두 모든 작품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성향이지만 작가에 따라 무협이나 로맨스, 고딕 풍까지 다채로운 색깔이 보여요. 한국 장르 문학이 어디까지 왔나 확인하고 싶은 분들, 제법 안전한 선택일 겁니다.


U, Robot 유, 로봇 - 8점
이영수(듀나) 외 지음/황금가지
<유, 로봇>은 작년의 <얼터너티브 드림>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한국 SF 대표 작가 단편선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곳을 통해 발표되어 검증을 받은 작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얼터너티브 드림>이 ‘절반의 성공’이었는데, <유, 로봇>에 실린 작가와 작품들을 보아 하니 그 정도는 확보한 듯합니다.


유대인 경찰연합 1 - 8점
마이클 셰이본 지음, 김효설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마이클 셰이본(원래 이렇게 발음 되는 게 맞나 모르겠네요)의 이 작품은 코엔 형제가 영화화한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단숨에 유명해졌습니다. 아직 영화 소식이 별로 들려오지 않은 탓인지 아직은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네요. 셰이본은 코엔 때문에 갑자기 뜬 작가는 아니에요. 미국에서는 <원더 보이>나 <카발리에와 클레이의 흥미진진한 모험> 등으로 익히 명성을 얻고 있었던 작가입니다. 북스피어에서도 셰이본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영화화 소식을 알지 못한 것이 한이군요! =3


브래드버리의 작품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네요. 샘터사에서도 <화성 연대기>와 <저 태양의 금빛 사과> 두 작품이 예정되어 있는데 황금가지에서 두 작품이 먼저 나왔습니다. 하긴, <화씨 451>은 몇 번이나 되는 재출간이니 신간이라고 하기 쑥스럽지만요. 브래드버리는 팬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면서도 출간 소식은 뜸했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데 이렇게 갑자기 나오니까 당혹스럽기까지 하네요; 브래드버리는 SF 작가 중에서도 참으로 독특한 작품을 쓰는 작가인데 설정이나 스토리보다는 독특한 시적 감수성을 발견하실 수 있다면 SF의 새로운 경지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신세계에서 1 - 10점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시작
기시 유스케의 SF라니, 출간 전부터 기대하던 책입니다. 막상 책이 손에 들어왔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이제껏 펼치지도 못하고 있지만요. T_T  영미권에 비해 일본의 SF는 과학적 논리보다는 과감한 설정에서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는데, 기시 유스케의 이 작품 또한 그런 듯합니다. 초능력이며 인류의 진화며 어쩐지 소재만으로는 라이트노벨 분위기가 나는 듯하지만 기시 유스케가 누굽니까. 그냥 무작정 기대중!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알라딘예스24인터파크에서 댓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내용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소재를 제안해 주세요"인데요, 블로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설정과 함께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줄거리)을 잡아 주세요"입니다. 으흐흐. 댓글이 허용하는 분량(무제한이라는 거, 아시죠?) 안에서 편집부를 즐겁게 해주시는 분들께 미야베 월드 현대물 전집 1명, 제2막 1명, <가모우 저택 사건> 1명을 뽑아 드리겠습니다. 참여하시는 분이 없거나 편집부가 즐겁지 않으면 상은 취소될 수 있습니다. |||on_

키워드는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뿐이니까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주세요. 지금 막 생각난 발상으로 마구 적자면 이렇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집니다.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이 된 학생은 왕따당하던 아이를 괴롭히는 학생 중 한 명이었는데, 제일 괴롭히던 '대장' 녀석이 아니라 '추종자'였을 뿐이에요. 그래서 누가 폭력을 행사했는지, 폭력의 원인이나 동기도 애매해졌죠. 그래도 어쨌거나 왕따당하던 학생에게 관심은 모아지고, 동기를 추궁받으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은 이제 학교와 사회로 넓어진 사람들의 시선 속에 고립됩니다. 그러다 밝혀지지요. '추종자'인 학생은 남몰래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던 사실을 안 '대장'과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 사고로 의식불명에 이르게 되었다....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 '대장'의 부모는 학교의 이사장이었고, 언젠가 옳은 말을 하던 교사를 죽음으로 몬 전력이 드러납니다. 알고 보니 어른들이 행했던 일들과 과정의 모든 것이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과 똑같이 닮아 있었죠. 그때 김전일이 등장해서 말합니다. "그래, 교육부, 바로 네가 범인이야!"  (끝)

기간은 4월 5일까지! 발표는 4월 6일(월)에! -虎-
2009년은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입니다.
일본에선 벌써부터 강연회다 드라마다 영화다 시끌시끌하지요. 하지만 부러워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겐 최강의 단편 컬렉션이 있는걸요.


두두둥!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세이초 옹~! 이 도톰~한 볼륨. 묵직하고 강단 있는 세이초 옹의 작품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지요. 세이초 옹 만세! 미미 여사 만세! 이혜경 실장님 만세!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워낙 욕심 나는 작품이다 보니 쉽게 완교를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사 하는 날 8시까지 편집부 전원이 집합해서 마지막 교정을 보던 일이 벌써 추억이 되어 아롱아롱하네요.
한국어판엔 특별히 마쓰모토 세이초를 소개하는 챕터를 만들었는데요. 상권에선 번역자 이규원 선생님의 글과 세이초의 생애, 연보, 그리고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편집부 추천 도서를 게재했습니다.
다 함께 공부하고 고생한 만큼 이렇게 책이 나오니 감동의 눈물이. 흑흑.


드라마 <모래 그릇>이나 <점과 선>으로 세이초를 만나신 분이나, 동서미스터리로 나온 책들을 읽으신 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게 내가 아는 세이초가 맞나?" 하고요.

마쓰모토 세이초는 단편의 명수였다. 장편 미스터리로 많은 독자를 매료하고 갖가지 베스트셀러를 발표했지만 정말로―대단하다―고 혀를 두르는 것은 단편이다. 이것은 거의 정설이라 말해도 좋은 평가이리라.
조금 불가사의한…… 어째선지 의심스런 배후에 어마어마한 사건이 숨어 있다, 인간의 야심이며 질투가 꿈틀거린다, 바로 거기에 서민의 살아 있는 인생이 있다, 그것을 파헤쳐 맛깔나는 문장과 솜씨 좋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풍이 단편과 잘 어울린다.

<소설 공방 12개월>, 아토다 다카시, 슈에이샤

마쓰모토 세이초 연구가로도 알려진 아토다 다카시(그 역시 단편의 명수죠)는 그의 단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작품들이 그득그득한 세이초 단편집,
온라인 서점에선 지금 주문 가능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다음주 수요일즈음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대에서 안 보이면 서점에 강력 항의 해 주시길, ㅎㅎ)
아, 이번엔 서평 이벤트는 쉽니다=ㅅ=

상권이 순문학과 추리 소설, 논픽션을 넘나드는 조금 묵직한 구성이라면, 중권은 추리 소설 위주, 하권에선 요코야마 히데오 등 다른 작가들의 코멘트와 함께 추천작들이 실려 있습니다. 계속계속 기대해 주세욥!

-秋-

←바뀐 블로그 로고의 남다른 포스를 자랑하는 소년은 파릇파릇한 기요하루(清張) 군입니다. 훗날 세이초라고도 불렸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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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전날

여러분, "격조"했습니다.
마감과 이사가 겹치는 바람에 무려 열흘 남짓 블로그를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했....on_ 지난주 목요일 이사를 했고요, 며칠간에 걸친 정리정돈 끝에 겨우 자리를 잡고 신고합니다. *꾸벅* 정든(?) 마포 '응가 빌딩'을 떠나 지금은 강남입니다. 제가 강남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할 줄은 겨우 몇 개월 전만해도 짐작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개인 감상은 이마안~ 하고, 참고 겸 바뀐 주소와 번호 공지합니다.

주소 : 서울 강남구 논현동 77-1번지 2층 (135-010)
전화번호 : 02-518-0427 / 팩스 02-701-0428

논현동 주소인데, 위치는 7호선 학동역에서 아주 가깝(걸어서 5분)습니다. 전화번호는 인터넷 전화 설치로 국번이 바뀌었어요. 팩스는 그대로지만. (필자, 번역자, 거래처 등 북스피어와 관련 있는 분들에게는 메일 발송했는데 혹시 도착하지 않았다면 참고해 주세요.) 

정리는 대강 끝나서 벌써 다음 작품 작업 들어간 상태지만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중이라 어수선하게 느껴집니다만 여기도 곧 익숙해지겠지요? 마포에 있던 사무실보다 채광과 환기가 잘되어 그거 하나는 참 좋아요. 다만 제 경우는 출근하는 데만 2시간 정도 걸린다는 거...._no|| 그것도 익숙해지겠지요. 그리고 막 이사하여 정리한 탓이지만 더 깔끔해지고 공간도 넉넉해졌어요.

주변 환경도 좋아졌다면 좋아졌는데, 근처에 없는 은행이 없고 없는 커피숍이 없고, 찾고자 하면 뭐든 있을 법한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식당도 많아서 좋긴 좋은데 역시 초큼 비싼 집들이 많아요. 그래도 3,500원짜리 구내 식당을 벌써 발견했답니다(덕군의 공이지요).

건물의 2층과 3층을 저희와 <판타스틱> 식구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2층은 평범한데 사장실이 있는 3층(네에, 그렇습니다. 북스피어도 '사장실'이란 공간이 생겼습니다)은 마치 아야쓰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에나 등장할 법한 이상하고 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에요. 사건이 생긴다면 제목은 <유리관 살인 사건>일 거예요(딱히 사건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중에서도 북스피어 사장실은 유리만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마름모꼴" '유리상자'라고나 할까. 나중에 독자교정하러 오신 독자분들에게 특별 공개하겠습니다. 에헤

오늘부터 다시 블로그 가동합니다. 심심하셨죠? 목요일에는 드디어 마쓰모토 세이초 옹께서 등장하십니다. 그것도 기대해 주세요. 2월에 시작한 장르 신간 소식도 다시 할 거예요. 기다려 주세요. 그 외에도 흥미진진하고 신기하며 놀라운 북스피어의 강남 대활약, 응원해 주시길! -虎-

아직 정리가 덜 끝난 새 사무실


글쓰기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 것인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남들이 가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
1963년 11월
마쓰모토 세이초


별책 다이요 '일본의 마음-141' 마쓰모토 세이초 편을 뒤적이며 글을 씁니다.
1909년 세계가 뒤흔들리던 격동의 시대에 태어난 세이초는 고등소학교를 졸업하고 15살부터 급사로 일을 합니다. 아사히신문의 인쇄소에 취직한 것이 28세 때의 일이지요. 전쟁을 겪고 패전의 혼란기를 살았던 그의 소설에는 그런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는 글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약자의 말을 대변하고, 악인의 최후를 냉정하게 지켜봅니다.

41세에 데뷔해서 40여년을 글과 함께 해 온 세이초의 인생. 담당 편집자 시게카네 씨가 어느날 선생에게 “언제가 제일 즐거우세요?”라고 묻자, “연재가 거의 마무리돼서 다음엔 뭘 쓸까 구상할 때지” 하고 답했다고 합니다.


흠흠, 폼잡는 말은 이쯤 해 두고(ㆀ) 무사히 표지 컨펌이 났습니다♬
번역을 맡아 주신 이규원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날카로운 두꺼비 같은 눈'의 세이초 씨!
(세이초 씨, 10대 소년 시절은 미소년이었다는, ㅎㅎ)

일본에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화며 드라마며 이것저것 제작되고 방영되고 있는데요.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요녀석(단편 컬렉션)도 계속 됩니다~ 쭈~욱~ (주책스럽게 벌써부터 중권과 하권이 기대되는 건 저 뿐인가요^-^ㆀ)

-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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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차이란 결국 문학 특유의 즐거움과 감동을 소수에게 주느냐, 다수에게 주느냐 하는 것인데, 가장 위대한 문학이란 그 두 부류의 독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터모던 비평의 선구자인 레슬리 피들러의 말입니다. 레슬리 피들러를 우리 나라에 소개한 김성곤 교수에 따르면, 그는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헉핀이여, 다시 뗏목으로 돌아와다오’라는 도발적인 글로 보수와 진보 사이의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미국문학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이라는 비평서로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은 비평가입니다. 엄숙주의로 가득한 문단과 학계를 싫어해서,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며>와 같은 평론은 아예 <플레이보이>지에 발표하기도 했는데 후에 “문학의 확산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권위 있는 비평가나 작가가 대중문학 잡지에 소설이나 평론을 발표하고, 그럼으로써 그 대중문학 잡지가 권위를 가지게 되는 사례라면 그 외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령,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도 <에스콰이어>나 <라이프>에 소설을 발표했고, <플레이보이>에 걸작 단편들을 기고한 수많은 에스에프 작가들도 있지요. 그럼으로써 헤밍웨이나 르귄 같은 작가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지 않나요? 우리 나라도 머지않아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없어지고, 권위 있는 작가나 비평가도 ‘매체의 우위’에 대한 집착 없이 글을 쓰게 될 겁니다.

...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요. 웃자고 해본 얘기입니다. 물론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는 비단 우리 문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예요. 다만, 우리 문단의 경우 유독, 이상하리만치 민족문학에 집착한달까 하는 부분이 있어요. 마침 최근에 읽은 흥미로운 글이 있어서 길게 인용해 봅니다. ‘비평공간’이라는 사이트의 소조 님이 쓴 글입니다.

“오늘날 조중동이 양적으로 한국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면, 한국대중음악은 SM, JYP, YG가, 한국 문단문학은 창비, 문사, 문동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 문학계와 한국 대중음악계는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생산관리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보면 점점 유사해져 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 문단문학에 <한겨레>나 <경향신문>, <시사인>처럼 이념상 그리고 체질상 주류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천문학》, 《세계의 문학》, 《문학수첩》, 《현대문학》, 《문학사상》, 그리고 최근에 창간된 《자음과 모음》 등등의 면모를 보자. 그러면 우리는 그들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문학적 당파성)을 발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곳의 필자들은 모두 창비, 문사, 문동과 공유(교환) 가능하다. 아니, 모두 창비, 문사, 문동에 글을 쓰고 싶어한다. 다른 곳의 청탁은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더라도 이들의 청탁만큼은 모두들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바꿔 말해, 한국 지식인으로서 <조선일보>의 청탁을 거부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은 한국 문학인으로서 《창작과 비평》의 청탁을 거부하는 일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Mission impossible)’인지도 모른다.”

순수문학 잡지 자체는 대중의 외면을 받고, 기존에 분담해 왔던 역할의 경계마저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에콜은 여전히 공고해 보입니다. 위 글에서 유추할 수 있듯 권위 있는 작가나 비평가들은 대중문학(혹은 장르문학) 잡지에 글을 쓸 생각이 없거나 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글이 발표되는 순간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상징권력마저 환원되리라 생각)한 듯 보입니다. 게다가 천정환 선생이 잘 지적했듯 한국의 문단문학이 “장르문학을 출판자본과 ‘본격문학’의 질서 속으로 끌어안으려(?)한다”든가, “유력 지식인 잡지가 나서서 이전에는 거의 완전히 백안시해왔던 장르문학을 ‘본격문학’론이나 심지어 ‘민족문학’의 논리로 상대하려는 것”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고, 그와 같은 전략이 먹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알라딘 베스트셀러 순위와 그 책을 펴낸 출판사의 면면을 슬쩍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간 <판타스틱>의 휴간이 있었습니다. '장르 전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일 년여를 버텼을 때만 해도, 저는 <판타스틱>이라면 이른바 주류와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한 매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일개 독자로서 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 판타스틱 기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전술한 사례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테지요. 애초에 시장 자체가 작아서일 수도 있고, <판타스틱>의 역량 부족일 수도 있고, 갑자기 나빠진 경기 탓일 수도. 북스피어와 판타스틱은 엄연히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저도 정확한 사정은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은, 모르는 얘기 말고 아는 얘기만 하겠습니다. <판타스티>이 복간(?)되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지금 계간 <판타스틱>의 두툼한 페이지를 살랑살랑 넘기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길고 어려운 여행에서 돌아왔기 때문인지 할 말이 많이 보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저택에 대한 취재며 울리치와 젤라즈니의 소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권교정 작가의 만화도 여전합니다. ‘한국 최초의 본격 추리소설가 김내성 탄생 백주년 기념’에 공을 엄청 들인 모양인데, 특집에 실린 전봉관 선생의 글이 눈에 띕니다. 와, 반가워라.

평론가 김현 선생이 그랬던가요. 뛰어난 수준의 쇼는 엉터리 발레보다 예술적이며, 뛰어난 수준의 만화는 사이비 그림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는 법이라고요. “뛰어난 수준의 쇼”와 “뛰어난 수준의 만화”를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기를. 꼬박꼬박 사서 볼 테니까. 또 중간에 쉬게 되면 곤란해요. 없으니, 되게 외롭더라구. (아, 저 말고 저희 출판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