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별동대를 발표합니다!

내주는 님 ; 1,2번 설문을 모두 참가하신 열정, 하권까지 가져가 주시길!
연랑 님 ; 어서 읽어 달라는 압박을, ㅎㅎ
은빛물결 님 ; 저주 대신 역시 어서 읽어 달라는 압박을, ㅎㅎ
크로우 님 ; 구내 식당의 건강을 생각한 강황 카레라이스 사연에 눈물이 다 납니다
토끼구름 님 ; 두 권씩 사 주신다는 말에 혹하여..=..=(저는 속물!)

이상 다섯 분께 골드 회원 임명장을 발급합니다. 골드 회원 임명장을 세 장 모으시면 플래티넘 회원 임명장이 발급됩니다!! 플래티넘 회원의 혜택은 아래를 참조.

  • 북스피어 독자교정 무조건 참여 (임명장 인쇄하여 방문)
  • 언제든 사무실을 방문하여 식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임명장 인쇄하여 방문)
  • 북스피어가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수 있는 권리
  • 북스피어 행사 참여에 우선권 부여
  • 매달 열리는 문화 행사에 어쩌면 초대할 수도 있음
  • 북스피어의 훌륭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권리
  • 각종 흥미진진한 북스피어 편집부의 장난질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모름
  • 그 외 편집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각종 권리





한참 전에 시작되었다던 장마가 정말 장마인지 실감이 가지 않는 요즘. 오랜만에 비가 퍼붓는다 했더니 낮에는 햇볕이 쨍쨍한 날씨. 정녕 장마는 가고 스콜만 남았단 말입니까?

그런 빗속을 뚫고(..사실 비 그친 후에 왔습니다=.=) 상권 출시 이후 <영원의 아이>에 뒤이어 출간 예정일 문의 No.2 자리를 굳건히 꿰찬 미야베 미유키 책임편집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권(알라딘/Yes24)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인터넷 서점은 등록되어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금요일 전후로 만날 수 있을 듯하여요!
중권은 운명에 이끌려 쓸쓸함에 빠진 여인들을 그린 「멀리서 부르는 소리」, 「권두시를 쓰는 여자」, 「서예 강습」, 「결혼식장의 미소」와 설 자리를 잃은 불쾌한 남자들을 그린 「공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공백의 디자인」, 「산」, 이렇게 8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단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저에게 마쓰모토 세이초는 대단한 작가라는 건 알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딱딱한 사람이었습니다. 상권을 작업하면서 보통 대단한 사람이 아니구나, 정말 한계가 없는 사람이구나 느끼며 감탄을 거듭했지요.

상권의 세이초는 생명을 품고 있지만 표면은 차갑고 매서운 겨울 같았습니다.
그런데 중권의 세이초는 조금은 투박하지만 은은하고 쓸쓸한 색채를 머금은 산벚꽃 같네요.

대체 딱딱했던 마쓰모토 세이초의 어디에서 이런 부드러움이 나오는 걸까요?
중권의 수록작 중 <멀리서 부르는 소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리피리를 부는 한 젊은이를 바라보며 길을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은, 사실 마쓰모토 세이초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합니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이죠.

물론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다가 어느 순간 독사로 변해서 물릴지 알 수 없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열하는 재미가 있는 세이초 단편 컬렉션!

여기서 잠깐, 책은 나왔는데 독자 교정은 언제했어? 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죄, 죄송합니다, 여기저기서 독촉받다 보니 독자 교정 일정을 못 잡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신 다음 독자 교정 거하게 하여요, 흑흑T-T

그래도 섭섭한 분을 위한 여흥~@_@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권을 읽으신 분▶
가장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이유도 함께 부탁드려요.

아직 상권을 읽기 전인 분▶
미미 여사가 책임 편집한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에 기대하는 마음을 열렬하게 남겨 주세요.


목요일까지 덧글 받아서, 당첨되신 분들께 금요일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는 전설의 희귀 아이템! 소소별 골드 회원 임명장을 뿌리겠습니다!!(설마 다들 소소별을 잊지 않으셨겠죠@ㅁ@)
소소별 혜택이란?
혜택이 소소해서 소소별 아닙니...콜록. 모아 두시면 언젠가 긴히 쓸 데가, 있을지도?!


-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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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셀러라는 말은 ‘가장 잘 파는 사람(best-seller)’이라는 뜻이었다(라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그러다가 1897년 미국의 문학잡지 「북맨」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서적’을 조사하며 베스트셀러라는 용어를 정식으로 사용하게 된다. 베스트셀러의 의미. 가장 잘 파는 사람-->가장 잘 팔리는 서적. 이렇게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여기에서의 베스트셀러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메이저 출판사에서 밀기로 작정한 책?’. 혹은 ‘인터넷 서점의 메인화면에 올라간 책?’. 

애써 비아냥거려 보지만, 출판사에서 밀기로 한 책이라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메인화면에 올린 책이 전부 이 비아냥거림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범주에 속하지 않는 책이 압도적으로 많을 거라 믿고 있다. 다만 최근 출판계의 정가제 문제, 외서 계약금 백만 달러 돌파(미치지 않고야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 돈으로 샀다면 대관절 얼마나 많이 팔아야 한단 말인지!) 같은 소식들을 접하면서,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해 본 말이다. 

베스트셀러에 출판사의 ‘작전’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어지간한 독자들도 다 알고 있다. 아주 비근한 예로 지난달에는 자사의 책을 사재기하여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시킨 출판사 두 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도서출판 밝은세상이 기욤뮈소의 소설을, 위즈앤비즈 출판사가 차동엽의 에세이를 되사들이다가 딱 걸리는 바람에, 2001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발효된 이후 최초(나름 역사적인 사건이다)로 벌금을 물게 생겼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을 테지만, 벌금이라고 해 봤자 얼마 되지도 않으니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왜 내 주위에는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 걸까. 읽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읽은 걸 쉬쉬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책을 자신의 책장에 꽂아놓는 것조차 창피해 하는 사람들뿐인 거다. 다들 안 읽었단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또 이상하다. 그런 인간들이 그 책의 내용은 쫙 꿰고 있다. 읽지도 않았는데 뭔 내용인지 다 안단다. 흠. 이와 같은 ‘기현상(분명 100만 권이 팔렸다고 하는데 주위에 읽어본 사람을 구경하기는 힘든 현상)’에 의문을 품고 작가는 이 책 『취미는 독서』라는 책을 쓰기에 이른다. 도대체 그 100만 권을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는 저자는 어느날 대학생인 듯한 두 사람의 대화(“그거 셰익스피어가 쓴 책이야?” “셰익스피어, 그게 누군데”)를 듣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모른다지만 셰익스피어를 모를 리가, 라고 당신은 의아해할 것이다. 사무엘 베케트도 아니고. 셰익스피어를 모를 리 있겠어? 쯧쯧. 그러니 당신 같은 책벌레는 출세를 못하는 거요. 당신은 그들이 “정말 몰라?”라고 놀랄 만한 뮤지션이나 브랜드명을 모를 테니까. 그 점에선 피차일반이다. 이 세상에는 몇 천 부밖에 팔리지 않는 책과 100만 부나 팔리는 책이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생각엔 “셰익스피어가 누구더라?”라고 묻는 선남선녀의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책, 이것이 100만 부나 팔리는 필수조건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지성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00만 부대의 책을 책장에 꽂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편견이다. 읽어보지 않고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시간이 아깝다고요? 그렇고말고요. 그러니 제가 읽어보겠다는 겁니다.


사실 『취미는 독서』에서 ‘베스트셀러의 독자들은 과연 누구일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기실 저자는 이런 ‘같잖음’을 비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읽지도 않았으면서 함부로 얘기하는 족속들 말이다. H. L. 멩켄의 표현을 슬쩍 빌리자면, 어떤 책을 두고 이게 좋은 책이냐 나쁜 책이냐를 명확히 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우화의 형태로 만들어졌든 재테크 서적으로 포장이 됐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다가 감정이입을 하면 그(녀)에게 그 책은 좋은 책인 것이다. 어떤 책을 두고 ‘좋다/나쁘다’라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불완전한 지성인의 착각”일 뿐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렇게 비아냥거린다.

이 무리는 일 년 내내 책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다. 신간정보라면 모르는 게 없고 서평이나 책 광고도 자주 보고 읽은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며 부탁한 것도 아닌데 인터넷에 독서 일기를 공개하기도 한다. 목적도 없이 서점이 있으면 들어가 살 생각이 없던 책까지 산다. ‘책을 둘 데가 없다’는 게 그들의 최대 고민거리지만 그렇다고 몽땅 팔아치울 용기도 없다. 그중에서도 꼴불견은 자신의 병을 병인 줄 모르고 오히려 긍지로 여기는 무리이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시시한 책만 잘 팔리고 있으니...”라며 탄식하고, 출판사가 경영난이라 하면 “양서가 안 팔리는 세상 뭔가 단단히 잘못 됐어”라며 비분강개하다가 마침내 “출판 문화가 위기에 처했다” “교양의 붕괴다”라며 법석댄다.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 이 대목을 읽다가 ‘약간’ 부끄러웠다. 딱 한 권 읽었을 뿐인 주제에 에쿠니 가오리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논평한 자가 바로 이 몸이다. 지난번 국제도서전에서는 에쿠니 가오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을 향해 조소를 날리기도 했다. 탄식하다가 비분강개 비슷한 행위도 했다. 송구하다. 이 자리를 빌어 국내의 모든 에쿠니 가오리 팬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이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반드시 그녀의 책을 사서 읽은 뒤에 비판이든 비난이든 하도록 하겠다. 암튼,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기로. 이건 예전부터 생각했던 ‘역지사지’이기도 하다. 역지사지라니 무슨 소리냐. 가령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을 냈다 치자. 그런데 어떤 독자가 읽지도 않았으면서 ‘미야베 미유키는 매번 패턴이 똑같다느니 독자를 훈계하려 한다느니’ 하며 읽지도 않은 감상을 (자신만 볼 수 있는 일기장도 아닌 마당에) 밑도 끝도 없이 게시판이나 자신의 블로그에 떡하니 올려놨다고 가정해 보자. 아아,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진다. 나, 그런 글을 목도하고 한동안 우울했던 적도 있다. 비판이 싫다는 게 아니다. 사실 『취미는 독서』 정도의 비판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고 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몇 권의 책을 이미 주문해 버렸다. 물론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슬슬 마무리하자. “묻겠는데, 당신은 읽어본 적 있는가? 읽어보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건 금물이다”에서 출발한 이 책에는 ‘21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분석하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 부제를 보고 흥미가 동했다. 하지만 이 부제는 무시해도 좋겠다. (좋은 의미로^^) 사기에 가깝다. 혹시 이 책을 읽고 문제의 여섯 가지 유형을 알게 되면 뭔가 국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던 편집기획자(이 또한 본인이다!)가 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니 관두시라. 다만, 굉장히 박력 있고 특이한 책이라는 것은 내가 보증하겠다. ‘기현상’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라면 결코 후회할 리 없다.

게다가 『취미는 독서』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베스트셀러들은 태반이 국내에서도 발 빠른 메이저 출판사들이 출간(과연 대단!!)하여 빅히트시킨 책들이기 때문에 읽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철도원, 냉정과 열정 사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오체불만족,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어떤가. 한 번씩은 들어봤거나 읽어본 책 아닌가. 그중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과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도 포함되어 있다. 둘 다 일본에서는 엄청나게 팔렸으니까 포함되었을 테지. 흐음. 암튼 미야베 미유키와 텐도 아라타라니... 최소한 북스피어 독자들 가운데는 급땡기는 분들이 있을 듯한데... 어떤가요? ㅎㅎ

덧) 일전에 읽은 고종석 씨의 『바리에떼』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존 그리샴처럼 잘 팔리는 소설을 써서 파스칼 키냐르처럼 안 팔리는 소설을 쓸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 뭐 하나만 딱 잘 팔아서 조너선 캐럴 같은 안 팔리는 소설도 낼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참 좋겠다. 

어제는 북스피어가 생긴 지 4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시끌벅쩍하니 온갖 이벤트를 벌였는데(덕분에 저희는 이벤트 직후 하얗게 재가 되었더랬죠), 올해는 조용히(?) 고사를 지냈습니다. 여러 신령님들과 귀신에게 저희 좀 잘 봐주세요, 하고요.


왼편에는 일본어권 신령을,


오른편에는 영미권 신령을 모십니다.


(호랑이가) 제문도 읽고,


술도 따라 올리고(<판타스틱> 사장님도 함께),


<판타스틱> 식구들도 모두 함께 축하+기원해 주셨습니다(엉덩이 출연:판타스틱 사장님, 영업팀장님, 남모르게 활동하시는 비밀요원이 있기 때문에 얼굴은 모두 흐림 처리).



참, 일주일쯤 전에 소소별 플래티넘 회원 한 분이(한 분밖에 안 계시지만요) 일찌감치 선물을 보내주셨답니다.



잊지 않고 챙겨 주신 것도 고마운데 멋진 선물까지! 하지만 저희는 이걸로 또 한 번 하얗게 재가 되려고 하고 있어요....... 원래 4주년에 맞춰 완성하려고 했는데 그건 불가능했습니다. (사실 전 집에 있는 500 조각짜리도 다 맞추지 못했는걸요;;;) 그래도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하냐던 덕군이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제법 많이 맞췄어요.
다 완성하면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虎-
지난 25일과 5일에 이어 매달 15일에 ‘장르 무작정 따라 읽기’를 연재할 호야입니다. 네? 오늘은 16일이라고요? 네에... 초장부터 연재 지각입......||||on_  아무튼, 장르 무작정 따라 읽기라고는 하지만 특별한 건 없습니다. 갖가지 장르에 대한 상식들, 장르에 따른 추천도서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는 장르 전문가라고 부를 만큼 대단하신 독자들이 많지만 이 연재는 막 장르 소설을 읽기 시작하거나 읽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장르 전방위에 걸쳐 잡설을 늘어놓을 테니 어느 한 장르만 읽는 분들에게도 나름 유용(?!) 올여름 뭘 읽을지 고민하시는 독자 여러분, 여길 따라 읽어 보세욤.

☆ ☆ ☆

출발은 미스터리입니다. 사나이라면 역시 미스터리죠!(의미 없음) 미스터리도 종류가 참 다양한데요, 오늘은 본격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옛날에는 사실 따로 ‘본격’ 미스터리라고 부르지는 않았어요. 탐정이나 형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을 논리적인 사고로 해결하여 범인을 잡는 이야기를 통틀어 추리 소설 또는 미스터리라고 했지요.

‘본격’이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온 것인데, 고전 미스터리 시대가 지나면서 미스터리에 현실을 반영하여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파헤친 사회파 미스터리라든지 괴담 등이 어우러진 호러 미스터리, 일상의 자잘한 일들을 소재로 한 일상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등등등 미스터리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본래의 형태를 한 미스터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미스터리 하면 주로 본격 미스터리를 가리켰고, 지금도 많은 분들이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탐정+사건+범인의 조합을 연상하실 거예요.

서양 미스터리에서는 따로 ‘본격 미스터리’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요즘은 코난 도일이라든지 딕슨 카, 밴 다인 등의 고전 작가들을 현대 스릴러나 스파이 소설 등과 구분하여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보통은 그냥 고전 미스터리라고 하지만요.

한국에는 본격보다는 사회파가 각광받는 경향이 있지만 본격 미스터리야말로 미스터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죠! 탐정은 온갖 불가능해 보이는 트릭과 범행, 누군지 종잡을 수 없는 사건의 행적을 뒤쫓습니다. 결국 결정적인 단서를 잡은 그는 마지막에 가서 등장인물들을 모아놓고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다가 이렇게 내뱉습니다.

“범인은 바로 너야!”

그때의 쾌감이란. 탐정의 뒤를 쫓아 트릭을 푸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독자들의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다가 팡 하고 터뜨리는 카타르시스는 본격 추리의 매력이지요. 그래서 본격 추리 작가들은 독자들이 상상하지 못할 트릭을 고안하는 데 주력하곤 했어요. 많이 등장하는 것은 밀실 트릭, 알리바이 트릭, 서술 트릭, 다잉 메시지 등이죠.

그중에서도 본격의 꽃 ‘밀실’ 미스터리는 매번 반복되어 등장해도 독자를(저를) 흥분시키곤 합니다. 밀실 미스터리라 함은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는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쫓는 작품을 말합니다. 안에서만 잠글 수 있는 문이 모두 잠긴 방 안의 시체라든지, 들어간 발자국만 있고 나온 발자국은 없는 동굴 속 살인이라든지. 범인이 어떻게 밀실을 만들었는지가 이 미스터리의 관건이죠.

밀실 트릭의 대표작으로는 고전 중의 고전인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과  ‘불가능 범죄’의 대가 존 딕슨 카의 작품들(하지만 현재 정식 출간된 카 작품 중에는 밀실 미스터리로 추천할 만한 작품이 없네요. 아, 그러고 보니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에 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밀실의 모험」이 포함되어 있지요. ;-) )이 유명합니다. 밀실 트릭은 그 하나만으로 작품을 이루기보다 범죄의 한 요소로 등장하거나 단편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아 추천할 작품이 그리 많지 않네요. (동서미스터리문고 작품은 제외했습니다.) 여러분이 더 추천해 주세요!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해문출판사
『빅 보우 미스터리』, 이스라엘 장윌, 태동출판사
『46번째 밀실』, 아리스가와 아리스, 북홀릭
『절규성 살인 사건』, 아리스가와 아리스, 북홀릭


다음 편에는 거대한 밀실, ‘클로즈드 서클’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虎-

덧. ‘신본격 미스터리’란?
사회파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다종다양한 미스터리가 난무하던 80년대,  몇몇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미스터리 본연의 특성을 되찾자며 본격 미스터리로 회귀하시 시작한 미스터리를 말합니다. 관 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쓰지 유키토를 비롯하여, 『점성술 살인 사건』(한희선 옮김, 시공사)의 시마다 소지 등이 대표적인 작가죠. 신본격과 본격의 특성상 차이는 크지 않고, 현대에 다시 시작된 본격 미스터리의 흐름이라고 생각하심 충분합니다.
원기옥 이벤트에 보내주신 성원 감사합니다. ^___________^ 여러분의 '파워' 덕분에 <마성의 아이>는 기린의 날개를 달고 훨훨 바다 저편으로....... 아래 다섯 분은 닉네임 / 성함 / 연락처 / 주소 를 joe@booksfear.com 으로 보내주세요! 주중에 선물 발송하겠습니닷. -虎-

저주인형 받으실 분:
날개 님

깜찍 USB 선풍기 받으실 분 :
레아 님
하쿠타쿠 님
B 님
네린느 님

"바위도 조사해서 각각에 이름을 붙이자. 별에 이름을 붙이듯이."
다카사토가 미소 지었다.
"컴퍼스를 가지고?"
"응. 컴퍼스랑 로프, 초크도 필요할지 모르겠군."
"비가 많이 내릴 거예요. 끊임없이 안개도 낄 테고."
"그럼 우산이랑 장화도 필요하겠네."
다카사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산?"
"그래. 천둥번개가 무서우니까 살이 금속제인 건 안 돼. 이렇게 한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손에 로프. 낭만적이지?"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p.244


히로세와 다카사토, 외톨이인 두 사람이 꿈꾸던 땅은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 높은 습도와 기온, 사람이 살기에 결코 좋은 땅이 아닌 낙원이지요.

집에 와서 TV를 보는데 두 사람이 가고자 했던 그곳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EBS에서 매일 밤 9시에 하는 <세계 테마 기행>이란 프로그램을 아세요? 배낭 하나 짊어지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방송입니다. 이번 주에 떠난 곳은 '베네수엘라'

첫 날인 오늘은 '시간이 멈춘 소우주, 앙헬 폭포'였고, 내일은 '신들의 정원, 로라이마'라고 하네요. 로라이마는 코난 도일 경의 <잃어버린 세계>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죠. 그리고 다카사토와 히로세가 함께 가서 살자고 약속했던 바로 그 땅입니다. 지금 두 사람은 분명히 각자 다른 방향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내일은 녹화 준비를 갖추고 시간 맞춰 꼭 봐야겠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글 남깁니다. 같이 보고 좋아해 주실 분 모집중(웃음).

-秋-


ps) 사이트를 돌아보니 이런 멋진 여행기가 있네요 ▶ 《잃어버린 세계로의 여행 - 마운트 로라이마》

프로그램 홈페이지는 여기 ▶ 《세계테마기행》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새벽 5시, 인적 없는 교토 거리에 첫발을 디뎠다.
비좁은 싸구려 야간 버스에서 밤새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고
11월의 제법 서늘해진 공기를 한 번 들이마셨다.
순간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무작정 가방 하나 매고 온 교토지만
나는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골목 사이를 걸었다.
인적 없는 거리에는 책 냄새가 가득했다. 물론 책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골목을 따라 이어진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나는 향이다.

늘어선 목조 건물들은 어쩔 땐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에 나오는 집처럼 몽환적이고,
어쩔 땐 『검은 집』에 나오는 집처럼 음산하다.
어떠한 모습도 전부 교토 그 자체였다.

아무런 꾸밈도 없어서 더욱 인조적인 정숙함.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일본이었다.



<월간 자판기(JAPAN記)>의 추군입니다. 앞으로 매달 5일에 찾아뵙겠습니다. 5일이 공휴일일 땐 그 다음 영업일(!)에 뵙겠습니다.
다른 분들이 실용적이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해 주시니, <월간 자판기>에서는 과연 독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미묘하고도 시시콜콜한 일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처음 취지가 '나오키 상을 알면서 나오키 산주고를 모르는 실태를 통탄하며…'였기 때문에 현재 목표는 문학 시간에 배울 법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오덕하고 얼빠진 이야기로 맺기, 입니다.



와비사비란 말을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일본 고전 문학의 미의식, '와비'와 '사비'.(흔히 말하는 노래 후렴구의 사비가 아닙니다=ㅅ=! 술집 이름도 아닙니다!)
일본 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면 그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고 모니터에 강한 원념을 보낼 터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일 텐데요.

이론적으로는 이런 개념입니다.

유현 후지와라 도시나리가 와카에 있어서 제창한 미적 이념. 표현적인 미가 아니고, 언외에 감돌고 있는 의미가 깊고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정적미. 섬세미와 정적미가 조화된 깊게 느껴지는 여정이다. 이 유현의 미는 와카에서 렌가에로 계승되고, 나아가 노가쿠·다도 등에 침투하여 에도 하이카이의 '사비'에로 계승되어 간다. 결국은 중세의 예술을 일관하는 근본적인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와비 정적을 더욱 전진시킨 한적의 미적 이념. 유현과 근본적으로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 무로마치 기의 다도, 수묵화 등이 오산 문학과 결부되어 성행했는데, 근세에 이르러서는 바쇼 하이카이에서의 '사비'와 함께 중심 이념이 되었다.
사비 바쇼의 기본이념. '와비'와 공통되는 메마르고 무욕하며 담담한 경지. 구(句)의 여정이 작자의 내면적 고담의 경지를 반영하고, 깊이가 있는 정조(情調)를 띠고 있는 것을 말한다. 구를 음미할 때는, '사비'를 세분하여 '시오리', '호소미'로서 포착한다. 자연이나 인간사를 응시하는 작자의 깊숙한 영탄이 구의 여정이 되어 느껴지는 것이 '시오리', 대상에 깊이 파고드는 섬세한 시심(詩心)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호소미'라고 하겠다.
─『일본문학사』,신현하 ,보고사, 2002

……아, 네.
바쇼니 뭐니. 거물급 이름이 오가는 걸 보니 뭔가 굉장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수험용 지식' 되겠습니다. 저도 시험 전날 달달 외우며 증오를 불태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론 답안지를 내는 순간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몰아냈죠.

아마도 일본의 많은 학생들에게도 그저 '수험용 지식'이겠지요. 일본 사람들에게 '와비 사비가 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히거나 얼버무리려는 사람들이 87%는 될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아니면 말고요, ㅎㅎ)
와비/사비란 요컨데 '초라한 것', '쇠퇴해 가는 것'의 질박한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미의식입니다.
그리고 실은, 무척 (일본) 불교적인 사상이고요.

이런 어지러운 이론들을 보면 저는 어쩌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가 정답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미의식이 과연 이론으로 배워야 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운 이론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악마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본은 이해하는 것에 한계를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바깥에서 바라보고 느낀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려운 이론을 끄집어낸 건 저지만, 자, 자, 이제 윗말들은 전부 잊어버립시다.



경고 : 이제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시험 답안지에 쓰면 교수님께 불려가거나 D+를 맞게 됩니다.


예전에 무슨 리뷰를 올리다가 우스개로 와비사비에 대해 "일본 고전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나와서 이게 뭐야, 라고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용어. 일본 전통적인 문화의 미적감각. 정적이고 수수하고 고담하고 어쩌고하고 거시기한. 외국인이라 도저히 이해 못 하겠는데, 잘 보면 일본인도 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일본 특유의 썰렁 코드" 따위로 정의를 내린 적이 있는데. 물론 거반 농담입니다. 사과합니다. 거반이 농담이고 나머지 중 일부는 진심이었습니다. 또 죄송합니다.

저는 이를 테면,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가, 음식을 먹다가 와비사비라는 말을 돌이켜보곤 합니다.


일본 음식은 참 미묘해요. 싱거울 것 같은데 짭니다. 특히 도쿄 쪽 음식은 짜죠. 짜지만 싱겁고요. 이 감각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한국인의 혀 안에는 '짜다≒얼큰하다'라는 공식이 입력되어 있는데, 일본은 '짜다'가 결코 '얼큰하다'가 되지 않습니다. '짠 맛'은 그냥 '짠 맛'이에요. 혹은 '짜다≒달짝지근하다' 쪽이 가까울까요.
분명히 짜지만, 매콤한 맛이 없어서 한국 사람에게 일본의 짠 맛이 싱겁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죠. 대체 이 2% 부족한 것 같은 맛의 정체는 뭔가. 떨떠름하게 먹다 보면 이게 의외로 중독성이 있어요. 싱거운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겁니다.

일본 영화는 솔직히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보는 내내 뭔가 부족하고 마지막은 많이 부족하죠. 그냥 그렇게 공허하게 끝나거나, 일상이 지속되는 이야기가 참 많고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참 인기가 없습니다. 개봉한다기에 보려고 하면 대체 어디에 개봉관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나마도 사나흘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죠. ……결국 저처럼 게을러서 제때 못 본 인간은 DVD를 사 볼 수밖에 없습니다.(불법 다운로드도 귀찮아서 못 받음)
정말 아주 가끔은 부지런을 떨어 혼자 조조를 보러 갑니다. 관객이 5명을 넘지 않는 영화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 영화를 보며 장르 상관없이 실컷 웃다가 나옵니다(민폐). 저는 일본 영화가 좋아요. 보면 볼 수록 마음이 허해져서 좋아요. 무언가 남길 듯 남지 않아서 좋아요. 재처럼 다 날아가버리고 멍한 영상만이 눈앞에 남아서 좋아요. 처음에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던 짜고 밍밍한 쇼유라멘 같은 느낌. 그 조미료의 과함과 부족함이 함께하는 독특한 느낌.

일본 소설은 가볍다고들 합니다. 사소설이라고도 하고요. 저는 가끔 그 가벼움에서 인위적인 냄새를 맡습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고의적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가볍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한 일상의 아름다움. 저는 그런 2%, 아니 15%는 부족한 부분에서 와비사비란 이런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뭔가 부족한 느낌일 땐 대뜸 화내지 말고 차분히 와비사비를 즐겨 봅시다. 그러면 싱겁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신선하게 다가올지도 모르죠. 끝까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고요(웃음).


지금 저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여우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교토, 골동품점, 여우탈……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발끝이 싸해지는 느낌이에요. 점점 궁지에 내몰리는 기분. 정체를 알 수 없고, 작가도 알려 줄 마음이 없는 것 같은 그 불친절함이 와비사비합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훌쩍 가방 하나 짊어지고 교토로 달려갈 체력도 시간도 (돈도) 없지만,
대신 이렇게 책으로 사뿐사뿐 산책할 수 있어서 좋네요.

관광객으로 넘쳐나지만 어딘가 쓸쓸했던, 나무 냄새가 나는 그 도시가 그립습니다.




미미 여사의 소식을 기대하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으면 수시로 블로그에 글을 남기겠습니다.
여사님의 알려진 근황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현재 1월 1일부터 《요미우리 신문》에서 『오소로시』 속편을 연재중이셔요. 여름에 다이쿄고쿠 세 분이 함께 하는 토크쇼-'세이초와 미스터리' 티켓 예매가 내일부터인데 아, 저도 가고 싶습니다, 마음으로는 신청했습니다T_T

이번엔 첫 이야기라 가볍게 잡담을 하다가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호호호. 다음 호는 구체적인 작가 리뷰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문학상을 중심으로 해서 나오키 산주고라든지 이즈미 교카라든지….(여기저기서 헉 소리가 들리는 듯한, 으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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