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juLim @hongmin76 대표님 기억하시는지요. 지호 씨는 잘 지내고 있나요. 늘 북스피어를 응원하고 있답니다.

며칠 전 트윗에서 임태주 대표가 건넨 인사다. 반가와라. 이 년 만인가. 사실 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우리 편집장님이랑은 교류가 있어서 예전 북스피어 3주년 때 ‘주례사’를 받은 적이 있다.

@TaejuLim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오랜만에 다시 뵌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역시 저희 3주년 때 임 선생님이 날려주신 근사한 멘트 때문이겠지요. 덕분에 북스피어는 곧 다섯 살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렇다. 북스피어가 곧 다섯 살이 된다. 어느 새 5주년. 그때는 또 뭘 좀 해야 재미진 이벤트였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한밤중에 아귀가 맞지 않는 덧문 틈으로 들어온 겨울바람을 맞았을 때처럼 몸이 살짝 움츠러든다. 뭘 해야 할지, 앞으로도 쭉 모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정말, 백 년도 못 살면서 천 년을 걱정하는구나.

내년에 뭘 낼지 고민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니가 지금 그거 걱정하고 있을 때냐.

어디에선가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린다 싶은 순간 가슴속의 횡경막이 툭 하고 터졌다. 이럴 때는 담배나 한 대 태우는 게 상책이다. 얼른 레종 한 개비를 꺼내 횡경막을 다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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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시 볼 일이 생겨서 <출판기획-북페뎀> 2호를 팔랑팔랑 넘기는데 전에는 미처 주의 깊게 보지 못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상당히 길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출판기획의 최전선에서 머리를 꽁꽁 싸맨 채 노심초사와 전전긍긍을 병행하고 있을 기획편집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옮겨본다.

프랑스 세이유 출판사가 기획한 ‘20세기 총서’는 성공을 위한 특별한 마케팅도 없었고 세계화 전략도 없었다. 그러나 1989년 가을에 시작된 이 총서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발간된 75권 중 상당수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기획을 맡은 올랑데에게는 이 총서를 진행하기 전에 분명한 목표와 방향이 있었다. 대중에게 읽는 즐거움과 배우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어야 한다는 출판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올랑데의 책에 대한 생각은 우리 편집자들에게 교훈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떤 책이 가장 좋은 책일까? 이런 질문에 우리는 “독자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술술 읽히는 책”이라 대답한다. 인문 사회과학 책마저도 이렇게 쓰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책에는 이런 노력이 없어야 하는가? 왜 책은 이런 노력을 독자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일까? 올랑데는 “책을 어렵게 읽어가는 즐거움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책을 즉각 이해하지 못할 권리도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부분만을 이해하면 어떻습니까?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완전히 이해하며 읽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읽어갑니다. 한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입니다”라고 말한다.

책을 고통스럽게 읽어낸 후의 즐거움! 아마 우리 독자나 출판계에게는 그야말로 헛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20세기 서고’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라디아 플렘의 <카사노바>는 이런 즐거움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어쨌든 독자에게 책을 읽는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겠다는 기획자의 굳은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총서가 바로 ‘20세기 서고’이다.

20세기 서고는 방향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획자만 있고 기획은 없다. 총서는 이래야 한다는 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내용면에서만이 아니라 형태면에서도 총서의 관념을 깨뜨렸다. 20세기 서고의 특징은 형식과 분량의 파괴에 있다. 심지어 책의 크기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포켓판으로 출간된 것이 있는가 하면 신국판의 크기로 출간된 것도 있다.

분량은 더더욱 다양하다. 엄격하게 보면 하나의 시리즈에 속한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포켓판으로 120쪽에 불과한 책이 있는가 하면 신국판으로 65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도 있다. 형태적으로 똑같은 것은 표지 하나뿐이다. 우리처럼 칼라도 아니다. 누런 표지에 저자 이름을 가장 위에 검은색으로, 그 아래에 붉은색으로 책 제목을 새겼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20세기 서고라는 표기와 출판사 이름이 있을 뿐이다.(...)

나는 기획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시장을 읽는 눈, 달리 말하면 독자가 현재 원하는 방향을 감각적으로 혹은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포착하여 그에 알맞은 책을 기획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기획은 독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다. 책의 내용에서나 글쓰기에서나, 심지어 활자의 크기와 책의 형태까지도 독자의 기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현재의 시장에 바탕을 둔 기획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두 번째 기획자, 달리 말하면 독자를 이끌어가는 기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행본만이 아니라 시리즈물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20세기 서고가 세이유라는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올랑데라는 뛰어난 기획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반드시 처음부터 총서의 이름을 정해놓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 출판사가 커다란 그림을 그려놓고 일정한 방향으로 책을 출간한 후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20세기 서고에 버금가는 총서를 탄생시킬 수 있다. 우리는 처음에 작게 시작하면 된다. 총서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된다. 출판인의 정식 속에서만 총서라는 개념이 있으면 된다. 다만 발상의 전황이 필요할 뿐이다. 포켓판과 신국판이 하나의 총서로 묶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사고방식만 있으면 된다. _강주헌


코오. 멋있다. 박수. 짝짝짝짝――.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이 대목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새삼 감탄했다. 요근래 내가 쭉 듣고 싶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대관절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을 특별한 일화를 통해 의지적으로(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서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획편집자들이 우리 나라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사례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굳이 위와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글쓴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독자가 현재 원하는 방향을 감각적으로 혹은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포착한” 기획은, 이론적으로 볼 때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자를 이끌어가는” 기획은,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원래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때 백 명 가운데 한 명이 그 기획을 마음에 들어 하고 그로 인해 출판사가 유지될 수 있다면 나머지 아흔아홉 명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쯤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다만 그 한 명은 철저하게 마음에 들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음에 들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그러려면 기획편집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을 기치로 내걸고 뚝심 있게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야 한다.

...아마 그런 얘기를 하려던 것이리라. 아니 뭐, 내가 아흔아홉 명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나니 그냥 그런 느낌이 들더라는 얘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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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나서 임태주 대표가 써준 ‘주례사’를 찾아서 다시 읽어보았다. 말 그대로 주례사일 뿐이긴 하지만, 뻔히 알면서도 다시 읽는데 약간 벅찼다. 그래, 그땐 정말 뚝심 있고 오만해 보였는지도 몰라. 적어도 지금에 비하면... 

<북스피어 연대기> 제3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 책의 부제는 ‘오만과 편견으로 들끓는’이다.
내가 아는 한 출판사는 딱 두 종류가 있다.
낚시가게 같은 출판사와 베이스캠프 같은 출판사다.
낚시가게 출판사는 매우 친절하다.
전설의 물고기 곤들매기를 잡는다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 피트가 던지는 플라이낚시를 들어보았는가.
이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곤충 모형의 이미테이션을 만드는 작업인
타잉(Tying)으로부터 시작한다.
타잉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플라이낚시의 내면을 좌우한다.
그러니 낚시가게 출판사는
독자를 모방하고, 독자의 뜻에 따르고, 독자에게 충직하다.
그래서 갈수록 그들의 잔망한 입맛에 맞추느라 타잉의 기교가 늘어간다.
베이스캠프 출판사는 매우 오만하다.
그들은 보통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표범이나,
히말라야의 눈보라에 맞서는 사자와 같아서
굶어죽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파른 벼랑 위에, 만년설 위에 집을 짓고 부수기 때문에
결코 그 어느 것에도 굴욕하거나 안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오만을 일용한다.
자신들이 오르지 않으면 아무도 거기에 깃발을 꽂을 자가 없다는
강철 같은 편견으로 말린 육포를 뜯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베이스캠프 같은 출판사가
단 몇 개만 존재하고 있는데, 북스피어가 그 중 하나다.
나는 그들의 그 굳고 아름다운 오만함의 끝을 지켜볼 참이다.
“더 이상 새로운 미스터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꽤 고통스러운 전개라는 것을 각오하고 읽기 바란다.”
어떤 누구도 감히 독자들에게 이 따위 불경스런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 같은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낚시가게 출판인들은
저 압도하는, 저 불친절한, 저 강고한 자존을
침 흘리며 부러워할 뿐이다.
<북스피어 연대기> 제100권을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오늘도 낚시가게 문을 열고 목숨을 부지해가는 이유 중 하나이므로.
-- 웅진윙스 대표 림태주 씀


덧) 그나저나, 진짜 5주년 땐 뭐 하지?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 분.


늘 출판계의 갖가지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출판사와 서점 모두가 공범이라고 봐야 한다. 뭐 굳이 따지자면 출판사가 주범, 서점은 종범 정도가 될까. 그 원인이 ‘매출 지상주의’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출판이라고 별수 있냐는 식으로 매출 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허물어뜨린다면, 출판계가 책을 만들어 파는 일이 다른 산업보다 더 특별한 문화산업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사라지고 만다.

되풀이 하자면, 출판에 대한 ‘특별대우’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출판 행위에 대해 더 엄격한 도덕률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웅진씽크빅은 11일 자사 단행본 사업부문이 업계 최초로 연매출 6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12월 한 달 매출이 60억 원을 기록하는 등 2009년 총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해 600억 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는 임프린트 체제(하나의 출판사가 여러 개의 출판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의 성공 모델로서 입지를 굳힌 한 해였다”며 “올해 매출 목표를 800억원으로 정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_2010년 1월 11일 연합뉴스


웅진은, 600억 원 달성 기사를 여러 신문을 통해 보도되도록 했다. 수출 금자탑 카퍼레이드에 잔치라도 할 기세였다. 출판계에서 600억 매출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뜻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를 공공연하게 발표한 이유는 웅진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마침 「문학사상」(2010년 2월호)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이와 관련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에 있는 백원근 책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자.  

매출액을 공공연히 공표하며 ‘업계 1위’ 운운하는 소리는 기존 출판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책을 펴냈는지를 말하는 출판사의 반대편 극단에 서 있는 셈이다. 문제는 (...) 이와 같은 매출 지상주의가 다른 출판사에서 본받을 만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는데, 한국형 임프린트가 그 본질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서양에서 뿌리내린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는 자본력이 있는 곳에서 유능한 편집자 등을 억대의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하여 별도 브랜드 출판사를 산사에 수십 개씩 계열화하는 형태로 유전자가 조작되었다. 단기적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본 집중형 방식이다. 자회사와 달리 수익성이 없으면 가차 없이 해당 브랜드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임프린트 설립의 필요성도, 운영의 지속성 여부도 오로지 매출이 기준이다. 그러니 출판 철학을 말하는 것은 애초부터 지나친 기대에 속할 것이다.


말하자면 해당 출판사에서 일하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매출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임프린트를 시행하는 쪽에서는 “출판사가 유능한 에디터(편집자)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에디터는 자본의 영세함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며 “에디터의 신분 보장은 임프린트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누구 얘기가 맞는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

한편, 몇 년 사이에 임프린트를 시행하는 출판사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상위 몇 개 출판사들의 매출액도 더불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해지는 곳은 그간 10억~50억 사이의 매출을 올리던 중견 출판사들이다.

중견 규모의 출판사들은 이래저래 곤혹스럽다. 이미 몸집이 커진 만큼 출판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매출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폐달을 돌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비슷하다. 시장이 뻔한데 상위 출판사는 계속해서 매출을 늘리는 추세다. 결국 무리한 매출 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손쉽게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사재기다. 잊을 만하면 보도되고, 바로 얼마 전에도 다시 적발되었다.

ㄱ출판사의 재테크 관련 서적 <마법의 돈관리>, ㅂ출판사의 유명 외식업체 대표 자서전 <정성>, ㅁ출판사의 소설 <아버지의 눈물>, ㄷ출판사의 재테크 서적 <네 개의 통장>.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는 도서 불법 사재기 추방작업을 벌여온 한국출판인회의가 9일, 인터넷 시대의 신종 사재기 행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대폭 높이면서 사재기 의심 책 4종과 그 출판사를 공개했다. 출판인회의는 문화부가 심의를 거쳐 사재기 최종 판정을 내리고 과태료를 물릴 경우 해당 책을 낸 출판사들의 모든 책들을 3년간 베스트셀러 집계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_2010년 3월 9일 한겨레


출판사가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 없다.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기 위해서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유력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책은 붙잡아도 알아서 나간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보다 매출이 확실하다.

얼마 전 만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적발되는 사재기 건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사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출판사가 과연 몇 군데나 되겠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사재기가 전통적인 방법이었다면,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인터넷이 활성화된 이후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평의 조작, 혹은 동원된 서평이다. 우리는 사재기에 대해 떳떳하다는 출판사들도 이 대목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북스피어도 포함된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9일 일부 인터넷 서평 카페가 연루된 사재기 사례를 발표하면서 서평 카페들이 도마에 올랐다. (...) 서평 카페들의 변질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서평 이벤트’를 꼽는다. 출판사와 카페 운영진이 연계해 서평을 조건으로 회원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다. (...)

서평 카페에 독후감을 올리고 책을 무료로 받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기는 어렵다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문제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권하고 싶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서평의 근본 취지와 달리 ‘공짜로 주니까 읽고, 싫든 좋든 평을 쓰는’ 상황이 되면서 서평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평 능력이 처지는 사람이 책을 받다 보니 다른 서평을 베끼는 사례도 발생한다. _2010년 3월 17일 동아일보


건국 이래 불황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출판계는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상황이 나빠지니 치사한 방법이 동원된다. 한 군데가 시작하면 다른 곳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결국, 대형도 중견도 아닌, 이래저래 없는 놈들만 죽어나는 거다.

그렇다면 대관절 없는 놈들은 어찌 해야 한단 말이냐. 부화뇌동하자니 존심 상해서 허파가 튀어나올 것 같고, 오불관언하자니 똥구멍이 찢어지려고 한다. 아아, 그래서 나는 그냥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해 줬으면 좋겠어.


덧) 『열정의 편집』(열린책들)의 저자이자 전설적인 편집자이기도 한 앙드레 쉬프랭의 연설문이다. 눈에 띄기에 옮겨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심정이긴 매일반이다만.

소형 출판사들의 생존 문제는 소규모 국가들의 생존 문제와 아주 유사합니다. 정말로 작은 국가는 거대 국제 복합 기업들과 대치하여 자체 문화를 지켜야 합니다. 한국과 비교하여 극히 작은 국가들을 보면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400만이고 네델란드는 1600만인데 대단히 성공적인 출판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문제는 돈입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모든 출판사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로 된 책자는 모든 도서관에서 두 권씩 구입해주고 있으며, 서적상들이 적어도 1년 동안 서점에서 이런 책을 판매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정부, 출판사, 서적상, 도서관이 합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르웨이 문화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결정의 문제입니다. 어떤 출판사도 대형 출판사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어떤 저자도 대형 출판사만 쫓아다녀도 안 됩니다. 어떤 국가도 자국의 주권과 지적이고 문화적인 중대 사안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모든 일들은 각자가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이 아닙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돈만을 추구한다면 그 미래는 불문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점에서 소형 출판사가 미래의 방식이지 대형 출판사는 아닙니다. 장기간 판매되는 중요한 도서의 출판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작된 방법으로 서점의 베스트 순위에 올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다가) 사라져버리는 책들은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책들은 우리 모두가 시도하고자 하는 문화에 보탬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_『위기의 책 길을 찾다』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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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출판계에서 꽤 의미 있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국 출판, 위기냐 도약이냐>라는 주제로 당시 삼사십 대 젊은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책만사)’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최봉수 웅진씽크빅 대표는 “5년 내에 한국에도 매출 1000억 원대의 거대 출판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랜덤하우스중앙에서 한국 최초로 임프린트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웅진에서 한국식 임프린트 제도를 정착시킨(혹은 정착시켰다고 평가받는) 사나이입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출판이 타 매체들과 경쟁하며 컨텐츠 시장에서 자리 매김하려면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운영은 곤란하다. 경영을 합리화하여 인재를 확보하고, 시스템의 과학화를 통해 급변하는 유통채널에 맞춰 독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거대 자본을 보유한 출판사가 탄생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발제는 새길과 푸른숲 시절부터 실력 있는 편집자로 정평이 나 있던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가 맡았습니다. 출판의 대기업화를 주장한 최 대표와 달리 그는 “전문성의 확보와 최소한 20년, 30년을 한 분야에 매진하는 출판 인력 시스템의 개척에는 다양한 성격의 출판사가 살아남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지금 한국 출판에 필요한 것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관리 노하우가 아니라 출판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가진 전문가다. 출판의 핵심은 ‘깊이’이고, 이는 다양성을 창출하는 기초로 작용한다. 이들로 하여금 학술, 역사, 철학, 문학, 자연과학, 예술 등 지식문화산업에 정작 필요한 기초분야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1000억짜리 출판사 한 개냐, 5억짜리 출판사 이백 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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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은 작년에 600억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를 800억으로 잡았다고 하더군요. 한편 지난해까지 설립 신고한 출판사 열 곳 가운데 아홉 군데는 책을 전혀 발행하지 못했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09년 출판통계에 따르면 총 3만 1739개 중 91%인 2만 8837개 사는 작년에 책을 한 종도 발행하지 못했고, 이중 매달 한 종 이상 발행한 출판사는 393개 사라고 합니다. 시장은 점점 신생 출판사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억짜리 출판사 이백 개 쪽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1000억짜리 출판사 하나 쪽으로 갈 확률이 커 보입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1000억짜리 출판사가 생겨서 그 자본과 힘을 바탕으로 정말이지 허약한 유통구조도 바로잡고, 사재기도 뿌리 뽑고, 고가의 번역 선인세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비하고, 도서정가제도 정착시키고. 그래서 바람직한 출판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면야, 그런다면야 뭐.

이런 출판계의 흐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출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3
한 달쯤 전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인 출판 창업에 관한 문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강의해 줄 사람을 구하고 있다. 수소문해 봤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더라. 한데 한겨레 문화센터 출판강좌에서 책임교수를 맡고 있는 분이 마침 널 추천하더라. 해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1인 출판이라면, 시작부터 매스컴의 조명을 받으며 현재까지 잘 유지해 오고 있는 창업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윤양미(산처럼)ㆍ김혜숙(참솔)ㆍ강규순(숲)ㆍ조영희(에코의 서재)ㆍ한예원(교양인)ㆍ권선희(사이)ㆍ황영심(지오북) 등. 이미 편집자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고, 1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를 몇 종씩 만든 경험도 있는 대표들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할 요량으로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습니다. 이렇다 할 경험도 없고 당장 제 앞가림도 못하는 마당에 쯧쯧 누굴 가르친단 말이냐, 는 심정이었습니다. 담당자가 한 번 보자더군요. 그리고 그분을 만나자마자 음,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1&tolclass=0001&searchword=&subj=F90556&gryear=2010&subjseq=0001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강의는 4주간 진행되고, 다음 주부터 시작합니다. 혹시 오시게 되면 중간중간 깨알 같은 리액션 부탁드립니다. 이런 강의는 원체 분위기가 딱딱해서리. 또 압니까. 그러다가 어떻게 인연이 돼서 제가 술이라도 거하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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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긴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북스피어가 처음부터 뭘 엄청 준비하고 시작한 출판사는 아니잖습니까. 아무것도 모른 채 덮어놓고 뛰어들었다가(보편적이고도 가장 안 좋은 케이스), 몇 번의 운이 겹치고 겹쳐(도저히 일반화할 수 없고 납득시키기도 힘든 케이스) 지금까지 유지해 올 수 있었지요. 유능한 동료들이 없었다면 애당초 성립이 안 되는 스토리입니다.  

그래도 지난 5년간 고생한 시간이 있으니 출판 창업과 운영에 대한 경험이라면, 즉 이렇게는 절대로 하지 마라, 같은 거는 잘 얘기할 자신이 있는데, 아 글쎄 일반론적인 부분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겁니다. 감을 잃어버렸달까. 막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필요도 없는 얘기만 잔뜩 늘어놓을까 봐, 혹은 이 정도쯤이야 당연히 알겠지 하며 정작 알아야 할 부분을 빠뜨리고 지나갈까 봐 신경이 쓰입니다.

우리 독자들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자, 상상력을 약간 발휘해서. 당신은 지금 출판 창업을 준비중입니다. 뭐가 제일 궁금합니까. 하나씩만.


덧) 제 이상형 이런 거 말고. ㅎㅎ


야구의 봄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0/03/16 02:09


구에 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꽤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각 구단마다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여 운영했었다. 오천 원인가 얼마를 내면 점퍼에 모자에 스포츠가방에 사인볼까지 참 많이도 챙겨 줬다. 덕분에 다들 그거 안 하면 큰일 나는 분위기였는지라 나도 며칠 동안 아버지를 졸라서 MBC 청룡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MBC와 OB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기억하는데, OB에 가입한 얘들이랑 편을 갈라 공을 치고 달리다가 툭하면 싸우던 기억, 선수단의 홈구장을 방문해 김재박 씨의 사인을 받고 좋아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하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야구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발 더 나아가 나는 야구가 마음에 안 들기까지 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유니폼이 영 눈에 거슬린다. 공격하는 인간들이 전부 벤치에 앉아 있는 정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볼 만하면 불쑥불쑥 등장하는 광고가 제일 짜증났다. 대학 때였나, “오늘 해태랑 타이거즈랑 싸워서 해태가 이겼대” 하고 누가 농담을 했는데, 무심코 “어 그래? 해태가 이겼어?” 했다. 밥 먹었어? 하고 물어보는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다.

야구의 봄이 다시 찾아온 건 『H2』라는 만화를 읽기 시작했을 때였다. “야구라는 건 말이죠――” 하고 히로가 얘기한다. “아무리 점수 차가 벌어졌어도 마지막 쓰리 아웃을 잡기 전엔 끝나지 않거든요.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묘미를 가르쳐 드리지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일본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시절, 감독과의 불화로 자이언츠에서 쫓겨난 사나이가 만년 꼴찌 팀인 엔젤스의 감독이 되고 천신만고 끝에 자이언트를 제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머쥔다는 『야구감독』도, 자본주의적 생존경쟁에서 뒤쳐진 만년 꼴찌들이 야구를 통해 야구 이외의 (예컨대 8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나 삶의 부조리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삼미』도,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전조가 아니었을지.

아니, 나뿐 아니라 다들 그랬던 게 아닐까. 그래서 누군가가 진짜로 야구를 해보자고 넌지시 얘기를 꺼냈을 때 서로서로 독려하며 두말없이 승낙했던 게 아닐까. 새파란 잔디가 깔린 야구장에서 열심히 맥주를 마시며 감정이입했던 장면들이 어느 순간 자기 안에 있던 또 다른 자신에게 각인되어 몰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글러브도 배트도 이십 년 만에 처음 잡아보지만(실로 감격스럽다), 딱 반나절 치고 달리다 보니 사장되었으리라 싶었던 감각들이 스르르 되살아난다. 마치 죽은 이가 무덤에서 기어 나오듯. 코오, 신나라. 뭐 그러고 나면 온몸에 파스를 잔뜩 붙이고 하루 이틀 도무지 꼼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아아―― 그제 슬라이딩하다 다친 허벅지가 아직도 아프다. 많이 아프다.




덧) 올해는 꼭 부산 사직구장에 가 보고 싶은데 말이죠ㅎㅎ




EREBUS 님, 카메라이언 님, 고무 님, 그리고 김선영 님, 이렇게 네 분 모시겠습니다.
네 분은 kreige@booksfear.com으로 연락처와 함께
열심히 하겠다는 나름대로의 다짐ㅎㅎ을 적어서 보내주십시오.

출판사 위치 및 연락처는 블로그 상단 '출판사 소개'를 참조하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녁을 드시고 금요일 오후 8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더 일찍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다음은 유의사항입니다.

1. 목요일 밤에는 최대한 일찍 취침합니다.
2. 금요일 오후에는 요령껏 낮잠 및 토막잠을 잡니다.
3. 화환 및 각종 먹을 수 없는 선물은 죄송하지만 정중히 사양합니다.
4. 복장은 최대한 편하게(츄리닝 등). 오셔서 환복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5. 당일 교정 중 졸다가 적발될 시... 음... 노래시킵니다.
6. 북스피어의 책상이란 책상을 몽땅 교정자 분들이 쓰시는 관계로, 당일 편집부는 마루에서 게임 등을 즐기며 놀 겁니다. 이 점 미리 양해 구합니다. 
7. 최초의 커플 독자교정자인 EREBUS 님은, 자리가 없기 때문에 책상 하나에 (의자는 두 개) 두 분이 함께 앉으셔야 합니다. 교정지도 한 부만 지급됩니다. 한 분이 먼저 읽으시고 다른 한 분은 약간 텀을 두고 읽어주세요. 지나친닭살애정행각으로 다른 독자교정자들의 염장을 지르시면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이상.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에도 주구장창 독자교정을 진행할 예정이오니,
이번에 뽑히지 않았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고 다음 기회를 노려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망하지 않는 한, 독자교정은 계속됩니다.


 

 

글 : stefanet
취재(?) : smfet, stefanet (이상 북스피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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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stefanet
취재(?): smfet, stefanet (이상 북스피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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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공지라고 해서 많이들 궁금해하셨을 텐데 별건 아닙니다;;;; <인질 카논>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든가 대표가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든가 익명의 독자가 북스피어에 10억을 기부했다던가 하는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보다 더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밤샘 독자교정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아앗!!

작품은 일본 추리작가협회 장편상에 빛나는 나카지마 라모의 최고작 <가다라의 돼지>. 문고본으로 세 권의 분량인데 과감하게 한 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북스피어 사상 가장 두꺼운 책이 될 듯합니다. <인체 모형의 밤>이나 <오늘 밤 모든 바에서> 라모의 독특한 색깔을 확인하셨다면 이번에는 충분히 즐기실 차례입니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벌어지는 주술 액션극!(판타지 아님다;;;) 이만큼 독특한 오락 모험 소설은 당분간 만나기 힘드실 테니 밤샘에만 혹하지 마시고 즐기러 오시라♡

날짜는 다음 주 금요일. 3월 12일입니다.
어차피 밤샘이니 저녁 드시고 느긋하게 오셔도 좋습니다. 대충 8시쯤이면 좋을 듯. 저번처럼(? ㅋㅋㅋ) 술 마시기 위해 독자교정 신청하시는 분들은 고생 각오하셔야 할걸욧. 신국판 크기에 장장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인지라 읽는 데만도 한참 걸리실 거예요. 물론 그걸 넘는 재미는 보장합니다. :-)

저녁은 드시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푸짐한 야식은 제공! 교정 끝나면 바로 밤샘 엠티 파뤼. 단, 교정 못 끝내면 술도 없음. 간단한 아침 식사까지 제공할 터이니 아침 드시고 집으로 고고씽하는 일정이 되겠슴다. 체력이 된다면 토욜 출근하는 분들도 가능한 일정이죠? 음하하핫.

전화번호 문의는 114, 날씨는 131, 표준 시각은 116,
독자교정 신청은 댓글로. -虎-

덧. 신청은 담주 수요일(3월 10일) 오전까지. 오후에 바로 발표합네닷.
※ 이 글은 smfet 님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화자가 간혹 헷갈릴 수도 있으니 대충 훑어 읽으세요;;;;;;;;;

시작은 이렇습니다.
stefanet 님과 트윗으로 수다.... 아니, 방담을 나누다가 "트윗과 북스피어에서만 봬서 서운했어요. 직접 봬요!"라는 말을 남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stefanet 님은 남자가 더 좋다며 거절하시려다가 북스피어에 놀러오시는 김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오셨다지요. 책덕임이 분명한 둘은 007 미팅도아닌데 지하철 역에서 "저 빨간 목도리예요~" "저 빨간 코트예요~"의 암호로 접선하여 책갈피를 기념품으로 교환한 후(007 미팅에서 책덕 모임으로 급변환) 사무실로 놀러갔습니다. 그때는 이런 일이 생길 줄 둘 다 몰랐지요...... (김전일 분위기)

앞으로 벌어질 일도 모른 채 우리는 북스피어 사무실로 놀러갔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stefanet 님께서 결국 그 말을 꺼내시고야 말았지요.
"아, 그러고 보니 저 1월1일 기타큐슈 가요. 혼자서. 세이초 기념관도 들를거예요. 호호호"
일본 소설을 주리줄창 내면서 일본 한번 다녀오지 못한 북스피어인들에게 하는 자랑질이었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북스피어 사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왕 가는 김에 우리 책(<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도 좀 전해 주시게나!"
"어머나 그거 재밌겠네요~"
"정말, 이왕이면 <아사히 신문>에 난 기사(*주1)도 보여 주고, 인터뷰도 좀 하고 말야~~"
이렇게 이야기는 마구마구 가지를 쳐 갔습니다.
stefanet 님은 "전 일본어 하나도 못하는데~" 하며 괴로움에 몸을 떨었지만 사장과 편집장은 "뭐, 어때~ 이왕 가는 건데~" 하고 옆집에 가서 이사 떡 나눠주라는 수준으로 얘기를 마구 던졌죠.

이때만 해도 stefanet 님은 아직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보다 더 사태 파악을 못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접니다. 함께 놀림에 동참하던 전 "저 요즘 일본어 학원 다니는데"라는 한마디를 계기로, stefanet 님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와 사장-편집장의 "잘됐네, 둘이 다녀와~" 라는 협공에 못 이겨 북스피어 해외 특파원으로 전격 발령! 인터뷰 출장을 가기로 결정!!
갈 때 가더라도 건질 건 건지자는 생각에 "그럼 취재비는요?" 라는 협상을 시도하였으나 돌아온 건 "우리한테 그런 게 어딨어~" 하는 무심하고 시크한 대답밖에......

사무실에서 나올 때 책을 잊지 않고 쥐어준 북스피어인의 친절함(막무가내?)과, 그 와중에 사장/편집장 명함까지 챙기는 stefanet 님의 준비성이 결합된 순간 이미 농담은 진담으로 바뀌었으니, 신촌으로 이동해서 저녁먹고 맥주한잔 하고, 대학로로 이동해서 따뜻한 와인 마시고 "사장님은 외계인"을 주제로 토론하는 동안 어느새 "정말 같이 갈까요?"라고........

왠지모를 포스에 마음이 흔들린 저는 계획에도 없던 기타큐슈 여행 상품을 검색하고 있었을 뿐이고... stefanet 님이 예약하신 패키지는 예약 인원 여유가 있었을 뿐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입금했을 뿐이고... 그 전날 stefanet 님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24시간 후 난 인천국제공항에 있었다"는 블로그 글을 봤다고 하셨는데, 전 24시간도 지나기전에 여행사 예약을 완료했을 뿐이고...ㅠ.ㅠ

얼결에 짐을 싸고 공항으로 출발, 혹시 저 못찾으실까봐 "저 오늘은 파란 목도리예요" 라고 문자 남기고 stefanet님과 제주 항공 대기열에 합류... 신년에 가족을 버리고 국외로 튄건 처음이었어요. ㅠ.ㅠ


이렇게 하여 두 처자는 난데없는 북스피어 파견 직원이 되고 말았으니...... smfet과 stefanet의 본격 스펙터클 기타큐슈 모험담은 다음에 계속 될 터이다. -虎-


*주1) 기사 번역은 여기를 참고하시고, 아래는 신문사에서 보내주신 당일자 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