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옆집의 독신 여성이라는 게―.”
“맞아. 특수 관계인이야.”
나는 대답했다. <마루사의 여자>라는 영화를 보며 이 말을 가르쳐 준 사람도 삼촌이다. 세무서에서는 ‘정부’를 이렇게 표현하는 모양이다.
- <우리 이웃의 범죄> 중




<마루사의 여자>는 1987년 개봉한 영화로, 마루사(국세청 사찰부-우리나라로 치면 감사부서쯤)에서 근무하는 여성 조사관 이타쿠라 료코가 폭력단과 정치 세력 등에 맞서 한 러브호텔의 경영자를 탈세로 적발하기까지의 내용을 유쾌하고도 시니컬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가 굉장한 인기를 얻은 탓에 게임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여주인공이 수사를 해나가는 과정이나, 세무서 조사관으로 일하다가 국세청에 발탁되면서 동료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악역으로 나오는 호텔 경영자 곤도 또한, 내용상으로는 악당이지만 자식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등 인간미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1988년에는 속편 <마루사의 여자 2>도 개봉했는데요. 속편은 내용이 복잡하고 권선징악이 아닌, 거대 악(조직)이 승리하는 현실을 암시하는 결말 탓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속편의 악역은 전편의 악역에 비해 인간미가 없이 냉정하고 비정한 악역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속편의 스토리는 오히려 요즘 개봉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루사의 여자> 예고편. 최대한 덜 19금스러운 걸로 찾아왔어요;;;

여담이지만, <마루사의 여자>의 영화 감독은 이타미 주조라는 멀티 탤런트로 일본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요. (배우, 영화 감독, CM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및 에세이스트 등등) 1997년에 추문에 휩싸이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습니다. 그러나 정황을 살펴보면 자살을 택한 이유와 상황이 맞지 않을뿐더러 주변 인물들 역시 자살할 리 없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며 경찰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아직도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2007년 에히메 현에 이타미 주조 기념관이 세워지고, 2008년에는 이타미 주조 상이 창설되기도 했습니다.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는 오랜 친구이자 처남매부 관계. 이타미 주조가 죽었을 때 오에 겐자부로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 결과물로 나온 작품이 바로 <체인지링>입니다.


아 참, '마루사'는 원서에는 マルサ라고 되어 있지만 マル査라고도 쓰는데요. 국세청 사찰부(査察部) 마크가 동그라미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루(동그라미)+사(사찰부)라는 애칭 같은 은어로 변했다고 하네요. 왠지 귀여운 애칭 같아요.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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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발표

연꽃 님 - <외딴집> 잊지 말아주세요~ 데헤.
shoo 님 - '친구를 미미여사에게 끌어들이는 3단계', 정말 훌륭합니다.
acrobat 님 - 일부러 트랙백까지 걸어주시는 센스. 게다가 제 개인적인 베스트3와 정확히 일치하기까지! (사심)

세 분께는 도서상품권 5천 원권 한 장과, 미미 여사님의 책 한 권을 보내드립니다.

세 분은 닉네임, 성함, 주소, 연락처, 그리고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의 책 중 한 권을 골라서
kreige@booksfear.com으로 메일 보내 주세요!



착각과 오해 때문에 내지 못할 뻔한(몇 년 전 다른 출판사가 이미 계약했다고 들었거든요) 미야베 여사님의 데뷔작 <우리 이웃의 범죄>가 나왔습니다. 좀 더 발랄하고 아기자기하며 따뜻한 단편집이자 북스피어로서는 남다른 애정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 작품집의 출간을 기념하여 여지없이 또 이벤트를...;;;

책을 받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이웃의 범죄> 뒤편에는 데뷔 20주년(벌써 2년 지났지만요)과 북스피어 출간 권수 20권(올해 예정된 <하루살이>까지 포함하면요)을 기념하여 우리 미미 여사님의 작품 목록을 실었습니다. 그냥 실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 편집자들과 독자 몇 분의 간단 감상을 함께 실었어요. 지면 관계상 몇 분께밖에 부탁을 드리지 못했는데 그게 아쉬워 요로코롬 블로그 이벤트로 다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미미 여사 베스트 3를 뽑아 주세요!"

북스피어 작품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제까지 읽은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았던 작품 셋(더 적으면 어떻고 더 많으면 어떻겠습니까만)을 고르고 간단한 감상을 댓글로 함께 남겨 주세요. 댓글 남기신 분들 가운데 몇 분을 추첨하여 도서상품권이나 북스피어의 별이나 뭐 그밖에 사무실에 돌아다니는(?) 각종 경품을 드릴 거예요. 기간은 지금부터 10월의 마지막까지! 11월 첫날 발표하겠습니다.

특별 서비스로 <우리 이웃의 범죄> 뒤편에 실린 작품 목록을 공개합니닷. (초큼 길어요)

더보기



문과에 적을 두면 소설가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상 입학하고 보니 소설 쓰는 건 안 가르치고 정말 답 안 나오는 것들만 가르치더라. 하찮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쓸데없다는 의미로 말이다. 할 수 없다. 혼자 쓰자.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글’을 써보신 분이라면 잘 알겠지만 글이라는 게 무작정 책상 앞에 앉아 뭉개고 있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러다가 2학년 땐가 ‘소설 습작’이라는 강의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직 소설가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여 한 학기 동안 두세 편을 써보고 앞에 나가 발표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거구나 싶어 바로 신청하고 구상에 들어갔다. 장르는 미스터리.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열시부터 나는 책상에 앉아 갉작갉작 원고지를 채워나갔다.

여름밤은 길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낸 긴긴 밤이 죄다 ‘뻘짓’임을 깨닫는 데는 탈고하고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위의 몇몇 친구들은 단지 도입부를 읽는 것만으로도 범인을 알아맞혀 버렸으니까. “소설 쓴다고 한 학기 내내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더니 뭐 이런 거지같은 얘길 썼냐” 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말이지.

아아, 거지같은 얘기. 거지같다니.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하는 마음가짐으로 후일을 도모하면서. 세상 사람들은 이를 두고 근성이 없다고 하겠지만 그 기간 동안 ‘재능’이라는 문제에 대해 숙고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작가가 몇 살에 데뷔했는지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백민석을 제외하면 내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작가 가운데 이십대에 등단한 작가는 없었다. 대개 삼십대였다. 다행이야. 나는 아직 괜찮아. 삼십대에 데뷔하지 뭐. 세월은 빨랐다. 책을 읽는 폭이 약간 넓어지자 엄청나게 젊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들이 시야에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훗날 출판 편집자가 되고 그들과 이런저런 형태로 교류하며 나는 비로소 인식했다. 내가 생각한 ‘언젠가’는 아마도 오지 않겠구나. 이것은 재능의 문제이기 이전에 삶의 태도에 대한 문제구나. 이처럼 허랑한 태도로는, ‘언젠가’는 그야말로 언젠가일 뿐이겠구나. 만약 쓴다면 아무리 예쁘게 봐줘도 내가 지금 코웃음 치는 ‘그저그런’ 소설이겠구나.

미야베 미유키가 스물일곱에 쓴 데뷔작 <우리 이웃의 범죄>를 읽고 있자니, 몽실몽실 예전에 했던 위와 같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어느 한 순간을 계기로 싹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나중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 하는 정도의 여지는 남겨둘까. 후후. 아무튼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잊어 주세요. 막간을 이용해 미미 여사 데뷔작 얘기나.

이 책의 한국어 판이 이제야 나온 이유는, 물론 계약을 늦게 했기 때문이다. 왜 늦게 했느냐. 시장에서 상대평가당할 테니까. 다른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가 쓴 걸작과 비교당할 테니까. 『화차』보다, 『이유』보다 못하니까 별 두 개 반…. 이런 평가가 차고 넘칠 테니까. 그래서 걱정이 앞섰다. 꽤 오랫동안.

그럼 계약 안 할 거야? 아니, 할래. 왜? 나는 좋으니까. 그냥 그게 이유야? 그리고 또. 또 뭐? 다른 출판사에서 미야베 미유키 책 내는 꼴을 못 보겠어. 그 사람들이 내면 내는 거지 뭘 또 꼴을 못 봐. 그냥, 싫어. 내가 내고 싶어. 무슨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소릴 하고 있냐. 꼭 그래서라기보다 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우리가 내는 게 맞는 것 같아.

이 정도면 거의 눈이 멀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처럼 밝은 미스터리 작가를 또 어디 가서 만날 수 있겠나. 게다가 원래 밝음이란 저항하기 힘든 매력이다. 등불 근처로 가면 죽을 숙명임을 알면서도 계속 꼬이는 날벌레들을 보면 알 수 있잖은가. 나는 미야베 미유키가 발산하는 밝고 따듯한 기운이 좋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낼 생각, 그러니 뭐든 용기를 북돋워 줄 말을 좀 해 주면 좋겠는데 ㅎㅎ.


덧) 일본어 판에 실린 소설가 기타무라 가오루의 해설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보았다. 소설을 읽을 요량이면 나중에 보시고.

미야베 씨의 책은, 앞으로 수없이 문고로 나올 것이다. 따라서 그 해설도 수없이 쓰일 것이다. 그런 중에,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실로 기쁘다. 어째서인가. 이 단편집 『우리 이웃의 범죄』야말로, 내게 있어 ‘미야베 미유키 베스트 1’을 지켜 온 책이기 때문이다. 그야 물론 『마술은 속삭인다』의 맛도 버리기 어렵다. 『용은 잠든다』의 스케일도 인정한다. 좋아한다 하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같은 얘기는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화차』가 나올 때까지, 베스트는 이 책이었던 것이다. 그럼 최신 장편이 나오고 이쪽이 2위가 되었는가 하면, 당치도 않다. 베스트가 두 개가 된 것이다. (중략)

자 그럼 권두의 『우리 이웃의 범죄』. 나는 이것을 읽고, 미스터리라는 건물 속에 완전히 새로운 방이 열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주인공이니까, 아이의 시점으로 생생히 그려져 있으니까―라는 의미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에서 느껴지는 반짝임, 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아마 신인상 심사위원도 이 작품을 손에 들었을 때 무엇보다 우선 기쁘지 않았을까. 기쁘다고 하면, 개 울음소리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요전 같은 때는, 방금 사온 달걀 상자를 던져 버려서 말이야’라는 부분 등에서, 나는 기뻐해 버린다. 굉장하다. 정말이지 극한상태다. 그러면서도 웃기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달걀 상자’를 여기서 들고 나올 수 있는 미스터리 작가라는 것이, 많지 않으리라. (중략)

『우리 이웃의 범죄-이 아이는 누구 아이』를 읽으면, 미야베 씨는 무섭도록 해설을 쓰기 힘든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해설에서 잘 쓴다고 하면 누구라도 그래 맞아, 하며 동의할 것이다. 미야베 씨의 독자라면 전부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잘 쓴다는 진부한 말은 그만하고 다른 얘기를 쓰라는 소리를 듣게 되리라. 하지만 이 작품에 관해서라면. 잘 쓴다, 는 말 외에 달리 어떤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멋진 서두에서부터 차례차례 의문을 제시해가며 독자를 리드한다. 꽤나 비뚤어진 독자라도 잠자코 따라 가는 수밖에 없다.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술도 그렇지만, 여기에는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주인공이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이 소년이 이야기를 지탱하며 단단히 서 있다. 이것은, 이 소재를 생각해 볼 때, 무척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착상’에 대한 작자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테마를 장난감으로 삼지 않는다. 그런 의식이 있기에 비로소 미야베 미유키는 뛰어난 작가인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런 짧은 글로 엮을 수 있는 작가는 미야베 씨밖에 없다. 서툰 글쟁이에게 걸리면 달달한 냄새나 풍기는 결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야베 씨가 쓰면, 실로 있을 수 있는 결말은 이것 하나, 라는 부동의 것이 되어 독자를 움직인다. (하략)



 

1
지난 삼일간 ‘서울북페스티벌(서울북)’을 치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라면, 이것. “아니, 너네들 와우북 때 많이 팔지 않았어? 여긴 왜 또 나왔냐?” 맞다. 와우북 때 많이 팔았다.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런데 또 나왔다. 왜냐.

(우리 살림살이 규모를 감안할 때) 거금을 들여 제작한 쇼핑백과 책갈피가 상당수 남았다. 쇼핑백이든 책갈피든 기본 제작부수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요보다 더 만들 수밖에 없었다. 서점에서 쇼핑백을 유통시킬 수는 없으니 직접 나눠줘야 한다.

마침 미미 여사의 신작이자 데뷔작 <우리 이웃의 범죄>도 출간됐다. 서점에 유통하기 전에 와우북을 통해 <지하도의 비>를 홍보해 봤더니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더라. 초반 반응이 관건이 신간의 홍보에서 이건 중요하다.

한 달 사이에 반품도 삼백 권쯤 돌아왔다. 그중에서 재생을 하면 다시 서점에 유통시킬 수 있는 책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재생 가능한 책도 그냥 들고 나왔다. 아무래도 이런 행사에는 싸게 팔 수 있는 책이 없으면 곤란하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직접 책을 들고 나가 파는 행사는, 재미있다. '서울북' 같은 경우 뭐가 그렇게 재미었냐면...

“이 책도 추리소설인가요?”, “아뇨, 추리라기보다는 공포 소설이랄 수 있는데”, “무서워요?” “네, 약간”, “아, 무서운 건 싫은데.” 무섭다고 하면 전혀 망설이지 않고 책을 내려놓는 독자들이 (굳이 따지자면 여성 쪽이 월등히) 많아서, (이런 표현은 송구하지만) 재미있었다.

내가 진열된 책 한 권 한 권에 대해 설명하자 "(북스피어에서 낸) 이 많은 책을 전부 다 읽으셨어요?”라며 놀라는 모습도, “저는 에스에프 싫어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도, 우리가 소설만 낸다고 하니 “난 픽션은 안 읽어요”라면서 웃는 모습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었다.

더불어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응원차 놀러와 주신 분들, “별거 아닌데”라며 두 손 가득 먹을 걸 사다주신 분들, 귀가와 동시에 <우리 이웃의 범죄> 홍보 글을 올려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이러니까 행사에 안 나올 수가 없어요.

얘네들 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심심할 만하면 떼거지로 몰려온다. 책도 안 살 거면서



2
'서울북'은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그럼에도 행사 자체의 홍보에는 비교적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 생소했던 독자들도 많았으리라. 책장사인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인지 '서울북'을 찾은 사람들 중에는 ('와우북'과 비교하면) 북스피어를 알고 있는 독자들보다 모르는 (그냥 우연히 지나가던) 독자들이 더 많았다.

덕분에 지난 삼일간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이것. “이 책은 무슨 내용이에요?” 음, 네 명의 대학생이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찾기 위해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는데요……, 이 말을 백 번쯤 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책 뒤표지에는 가급적이면, 다만 한두 줄이라도 줄거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파토스로 가득 찬 멘트 따위 선수들 사이에서는 도움이 될지언정 일반 독자들에게는 전혀 어필할 수 없다. 하긴, 이게 무슨 교훈씩이나. 기본인데.

“이 책, 재미있나요?” 같은 질문에는 약간 곤혹스럽기도 했다. 행위 그 자체를 행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하기가 쑥스러운-그런 타입의 작업이 세상에는 몇 가지 존재하는데 제 손으로 만든 책을 대놓고 재밌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행위 가운데 하나이리라.

그래서 일부러 “그 책, 별로예요”라거나 “저는 그거 재미없게 읽었습니다” 같은 멘트도 중간중간 날려드렸다. 약간 건방진 표정으로 말이지. 기분 좋게 웃어준 독자들도 있었지만, ‘자기가 만든 책을 재미없다니, 뭐 이래’ 라고 느끼신 분들도 계시리라. 혜량해 주시길.

손님은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바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바쁜 것도 아니어서 적당했다.



3
이런 행사를 치를 때마다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책값이 싸다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불만을 표하는 분들도 있었다. 작년에 썼던 글인데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다. http://www.booksfear.com/276

서울북페스티벌은 와우북페스티벌에 비해 홍보도 소극적이었고 규모도 작았지만 장소가 고궁(작년에는 경희궁, 올해는 덕수궁)이라서 그런지 분위기는 더 좋았다. 매출도 준수했고.

내년에도 참가할까 생각중이다.


덧) 아, 와우북에 이어 서울북도 들르셔서 낯이 익은데, 알은 체를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었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니 아무 말 없이 얼굴이 빨개지셔서 덩달아 나까지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편이 나을까요? ㅎㅎ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주제 불문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했습니다. > 여기



10월 8일(금)부터 10일(일)까지 덕수궁에서 2010 서울 북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와우북에 이어 북스피어는 이번에도 참여하는데요. 다들 놀러 와주세요!

이번 페스티벌에도 마찬가지로 따끈따끈한 신간을 들고 갑니다.
온라인 서점에는 다음 주 초에 등록될 예정이니, 누구보다 먼저 신간을 쥐고 싶으신 분들은 이번 주에 덕수궁에서 뵈어요.


이번 신간은 자그마치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의 데뷔작이 실린 단편집 <우리 이웃의 범죄>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여사님이 27살에 쓴 단편으로, 원고를 처음 본 편집부는 모두 심히 분개했습니다. "지금 이게 데뷔작이란 말인가요 그것도 고작 문예교실 하나 다니고 나서 이 정도로 사람 눈길을 끄는 단편을 데뷔작이라고 내놓으시면 다른 작가 지망생들은 어쩌란 말인가요!!" 하고 말이죠.
이 단편집은 놀랍게도, 아직도 '나만의 미야베 미유키 베스트' 같은 설문조사를 할 때면 꼬박 순위권에 드는 책이랍니다. 이건 이 단편집이 완성도도 높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라는 놀라운 (그 당시에는)신인 작가의 탄생이 사람들에게 그만큼 충격을 주었다는 말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 이웃의 범죄>도 좋았지만, <선인장 꽃>이라는 단편이 정말 좋았습니다. 결말에서는 그만 울어버렸지 뭡니까. 제 인생에 남을 단편 중 한 편이라 당당히 꼽을 수 있어요.


행사는 금~일 사흘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북돋움 책길 (덕수궁 진입로)에 여러 출판사 부스가 있을 텐데요.
북스피어는 18번 부스입니다.

누르면 커집니다.

와우북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서울 북 페스티벌에도 북스피어는 따끈한 신간과 함께 새책이나 다름없는 반품 도서들을 들고 나갑니다.
시간이 안 맞아서 와우북에 못 오셨거나 늦게 오셔서 반품 도서를 놓치신 분들, 이번 서울 북페를 노려보세요. 짜잔-

물론 도서전 외에도 책과 관련된 여러 행사를 하고요. (홈페이지 참조)
도서전은 오후 6시까지지만 덕수궁은 9시까지 개방한다고 하니, 오랜만에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의 손을 붙잡고 놀러 오셔서 부스도 한번 둘러보시고 책 관련 행사들도 보시고 고궁도 구경하시면서 충실한 주말을 보내시는 겁니다!


p.s
서울 북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을 하시면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냥 오시면 입장료가 1,000원)
홈페이지에서 왼쪽 하단에 '축제 참여하기'를 누르고 사전 등록을 하세요~

p.s 2
사전 등록과는 별개로, 덕수궁을 비롯한 고궁에 한복을 입고 오시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제가 요즘 괜히 한복을 보면 마음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오시면 제 맘대로 (소소하게나마) 뭔가를 챙겨 드릴지도 모르...지요? (수줍)


p.s 3
지금 신간 <우리 이웃의 범죄>가 인쇄소에서 돌아가고 있는데요.
어쩌면 금요일 오후에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금요일 행사 때는 신간이 매대에 없을 거예요.
혹시 신간 <우리 이웃의 범죄>를 구입하기 위해 덕수궁으로 오실 분들은, 금요일보다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방문해주세요~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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