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옆집의 독신 여성이라는 게―.”
“맞아. 특수 관계인이야.”
나는 대답했다. <마루사의 여자>라는 영화를 보며 이 말을 가르쳐 준 사람도 삼촌이다. 세무서에서는 ‘정부’를 이렇게 표현하는 모양이다.
- <우리 이웃의 범죄> 중

<마루사의 여자>는 1987년 개봉한 영화로, 마루사(국세청 사찰부-우리나라로 치면 감사부서쯤)에서 근무하는 여성 조사관 이타쿠라 료코가 폭력단과 정치 세력 등에 맞서 한 러브호텔의 경영자를 탈세로 적발하기까지의 내용을 유쾌하고도 시니컬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가 굉장한 인기를 얻은 탓에 게임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여주인공이 수사를 해나가는 과정이나, 세무서 조사관으로 일하다가 국세청에 발탁되면서 동료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악역으로 나오는 호텔 경영자 곤도 또한, 내용상으로는 악당이지만 자식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등 인간미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1988년에는 속편 <마루사의 여자 2>도 개봉했는데요. 속편은 내용이 복잡하고 권선징악이 아닌, 거대 악(조직)이 승리하는 현실을 암시하는 결말 탓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속편의 악역은 전편의 악역에 비해 인간미가 없이 냉정하고 비정한 악역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속편의 스토리는 오히려 요즘 개봉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루사의 여자> 예고편.
여담이지만, <마루사의 여자>의 영화 감독은 이타미 주조라는 멀티 탤런트로 일본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요. (배우, 영화 감독, CM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및 에세이스트 등등) 1997년에 추문에 휩싸이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습니다. 그러나 정황을 살펴보면 자살을 택한 이유와 상황이 맞지 않을뿐더러 주변 인물들 역시 자살할 리 없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며 경찰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아직도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2007년 에히메 현에 이타미 주조 기념관이 세워지고, 2008년에는 이타미 주조 상이 창설되기도 했습니다.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는 오랜 친구이자 처남매부 관계. 이타미 주조가 죽었을 때 오에 겐자부로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 결과물로 나온 작품이 바로 <체인지링>입니다.
아 참, '마루사'는 원서에는 マルサ라고 되어 있지만 マル査라고도 쓰는데요. 국세청 사찰부(査察部) 마크가 동그라미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루(동그라미)+사(사찰부)라는 애칭 같은 은어로 변했다고 하네요. 왠지 귀여운 애칭 같아요.
- krei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