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와우북에 참가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대목은 역시, 지리적 여건 때문에 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독자들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뭐 내가 엄청 독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겠다. 첨언하건대, 와우북 행사를 할 때마다 "지방독자의 설움" 운운하는 수많은 댓글을 반복적으로 읽다 보면 누구라도 그리 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그쪽 입장에서 따져볼 계기가 많았다고 할까 감정이입이 됐다고 할까. 하여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가만히 고민해 보았다.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와우북 행사장에 직접 와서 사갈 수 있는 가격으로,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도. 

와우북에서 북스피어가 주로 판매하는 책은, 신간과, 재생불능반품들이다. 재생불능반품은 이런 거다. 출간된 신간이 일단 서점으로 배본되었다가 끝내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다시 출판사로 되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때가 타고 먼지가 묻어서 더러워진다. 파손되기도 하고. 최대한 가려내서 쓸고 닦아(재생해) 보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새 책으로 보이게 만들 수 없는, 처량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책들. 이를 재생불능반품이라고 부른다.

이론적으로는 폐기하는 게 맞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없애려고 하면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게 그 책 탓이겠나. 주인을 잘못 만나 팔리지 않는 것일 뿐. 그렇기 때문에 가격을 싸게 매겨서라도 독자들 손에 쥐어주고 싶은 것이다. 왜 이렇게 변명 비슷한 걸 늘어놓느냐 하면 '가격'에 대해 워낙 논란이 분분해서다.

여튼 각설하고, 지방독자만을 위한 이벤트 시작한다.
와우북에서 북스피어가 파는 가격으로 이 블로그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래 적은 사항을 꼼꼼하게 읽어주시기 바란다.

1.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독자는 주문할 수 없다.
2. 배송비는 3,500원, 50,000원 이상 주문하면 따로 배송비를 받지 않겠다.
3. 가격은 임시로 정한 것이므로 오프라인 판매 가격과 조금 다를 수도 있으니 감안하시라.
4. 수량이 많은 책도 있고 적은 책도 있다. 조기 품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 산간 지역과 섬,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은 송구하지만 배송이 어렵겠다. 혹시 꼭 주문해야겠다 싶은 분들은 본인들이 스스로 배송비를 책정하여 제안해 주시기 바란다.
6. 배송은 와우북 행사가 끝난 시점에서 일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의사항!
이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주문은 와우북 당일 행사가 끝나고 확인할 텐데, 주문할 시점에서는 있었던 책이 당일 행사가 끝난 시점에서는 없을 수도 있어요. 4번 조기 품절은 그런 뜻인데, 이럴 경우 따로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문할 때 반드시 연락처를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배송은, 포장하고 발송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아무래도 번거롭습니다. 상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지방독자만을 위한 온라인 주문은, 이번에 처음 해보는 거라 다소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렇더라도 혜량해 주시길. 


온라인에서 주문이 가능한 도서의 품목과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대한 깨끗한 놈으로 보내려고 노력하겠지만,
다소 지저분할 수 있습니다. 감안하셔야 합니다.)



레벨 7(상). 레벨 7(하)(품절), 가모우 저택 사건 1권, 가모우 저택 사건 2권(품절), 괴이(품절), 구적초 (품절), 다이디타운, 셜록홈즈 미공개 사건집, 인체 모형의 밤,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상은 일괄 3,000원

**

 

 

 

외딴집 상, 외딴집 하, 우리 이웃의 범죄(품절), 웃는 이에몬(품절), 이름 없는 독(품절),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 지하도의 비(품절), 파일로 밴스의 고뇌, 파일로 밴스의 정의, 하루살이 상, 하루살이 하(품절), 지하도의 비(품절), 홀로 남겨져(품절), 별을 쫓는자(품절), 이상은 일괄 5,000원


**

 

 

아발론 연대기
25,000원(낱권 각 3,500원)

**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상, 중, 하)
15,000원(낱권 각 5,500원)


아버지의 백드롭
1,000원


선착순으로 진행하되 은행 입금이 끝난 독자를 우선으로 한다.
계좌는 
제일은행, 277-20-109481, 예금주 김홍민
(반드시 실명으로 입금할 것)


 
 덧) 
댓글로 신청하되,
아래와 같은 양식을 따라 주시기 바란다.

1. 실명으로 입금하고
2. 연락처를 적고
3. 주소에는 우편번호가 포함되어야 하고
4. 비밀댓글로 알려주시길.

**

!!적절한 댓글의 예!!

[주문합니다]
아발론 연대기 25,000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커렉션 15,000원
입금 확인 해줘.

김홍민
010-4215-8738
(543-543) 충청남도 금산군 복수면 용진리 513번지
 
**

음. 빠진 거 없나.
나중에 필요하면 또 추가하도록 하겠다.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정신이 좀 없어서리.

혹시 조기 품절이 되는 책을 주문하는 독자에게는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다소 번거롭긴 하겠지만.

주문은 내일 9시부터 10월 3일 저녁 7시까지 받습니다.
미리 주문하거나 마감 후에 들어온 주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해보고 너무 번거로우면 다음부터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상.



#1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낯설게 들리는 이 이름은 우리에게 소설가로 더 유명한 밴 다인의 본명이다. 뭐 유명하다고 해도 요쪽 동네에서나 그렇지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는 원래 문예 평론가, 미술 비평가로 명성이 높았는데, 예술계에서 쌓은 명성이 실추될까 두려워 필명으로 탐정 소설을 썼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탐정 소설이니 미스터리니 하는 장르에 대한 편견은 똑같았던 모양이다.

<위대한 탐정 소설The Great Detective Stories>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에세이이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나만큼 미스터리를 많이 읽고 나만큼 주의 깊게 연구한 사람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라는 자신감을 방증하듯 굉장히 많은 작품의 인상비평이 실려 있다. 재미있게도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는 이 에세이에서, 밴 다인의 작품에 대한 평가도 슬쩍 집어넣는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이 대목, 개인적으로 상당히 귀엽구나, 하고 느꼈다.

#2
<심플 아트 오브 머더>는 워낙 유명한 에세이니까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이 책의 제목에 대해 한마디만. ‘심플 아트 오브 머더’는 우리말로 옮기면 ‘단순한 살인 방법’이나 ‘간단한 살인의 기술’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인의 기술’, ‘살인 방법’이라는 말이 영 마음에 걸렸다. 요즘은 노랫말에 ‘술’이나 ‘담배’ 정도의 단어만 들어가도 제재를 받는 엄혹한 분위기 아닌가. 그런 와중에 ‘살인 방법’이라니 이거 잘못했다가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음을 고백한다.

혹은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앞에 앉은 아가씨가 우연히 제목을 보게 된다면 ‘사람을 죽이는 단순명료한 방법 같은 이상한 걸 읽고 있는 범죄형 인간’으로 치부하고 슬금슬금 옆 칸으로 자리를 옮길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는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가’ 보다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같은 게 남아 있으니까 책 제목을 정할 때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렇게 어려운 영어도 아니고, 어감 역시 ‘살인의 기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세련돼 보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몇 날 며칠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머더’의 경우 이 책을 번역한 최내현 씨가 혹시 독자들이 ‘마더(엄마)’로 착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에이, 영어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이 나라에서 그런 착각을 하는 독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설득해서 원제 그대로 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너무 무책임하게 지은 제목 아니냐고 격분하지는 말아 주시기를.  

#3
일본에는 문학상이 많다. 그중에서 현해탄 건너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상은 크게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 정도가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서점 대상도 있긴 한데, 논의를 얼른 진행시키기 위해서 그건 제외하자. 어쨌든 아쿠타가와 상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걸출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으로 주로 순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에게 수상하며 우리 나라에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었다.

한편 나오키 상은 대중문학 작가들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인 상으로 나오키 산주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쿠타가와 상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상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궁금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은 한국에도 꽤 많이 번역이 됐는데, 어찌하여 나오키 산주고의 작품은 단 한 개도 번역되지 않았을까. 과문한 탓에 간과했을 수도 있지만 나오키 산주고의 작품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찾아보니 꽤 흥미로운 강의록과 단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게 이 책을 만든 이유다.


이상의 세 작가로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를 본격 시작한다. 에스프레소 노벨라 0호에서 얻었던 교훈을 바탕으로, 가격을 낮추고, 아 몰라몰라 내 맘대로 만들기로 했다. 이 ‘아 몰라몰라 내 맘대로 만들기로’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시리즈의 1권 <위대한 탐정 소설> 앞 발행인의 말에 구구절절 적어 놓았다. 매우 길고 지루한데다 심지어 억지스러운 부분까지 있기는 한데, 여튼 그간의 심경이랄까 반성이랄까 후회랄까 깨달음이랄까 하는 대목이 뒤죽박죽 섞여 있으니까 굳이 읽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다.

나는, 문고본은 한국에서 절대로 활성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여기다가 구시렁구시렁 적었다간 알게 모르게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만둔다. 내가 직접 체험해 본 게 아니기 때문에 근거가 박약하다는 이유도 크지만. 어쨌든 그 동안에는 틈만 나면 “문고본은 한국에서 절대로 안 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에스프레소 노벨라’라는 컨셉(이 아니라 ‘컨셉트’라고 해야 하지만)의 문고본 시리즈가 하고 싶었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저런 에세이들이 눈에 밟혔고 ‘아아 이런 걸 자그마한 형태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었을 뿐이다.

시리즈의 생명은 방향성이고 방향성은 목록을 결정하는 순간 명징하게 드러난다고 어느 평론가가 그러던데, 이 시리즈는 방향성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다. 아니, 살짝 있긴 있는데 밝히기가 좀 애매하다. 이번에 나온 세 권을 찬찬히 살펴보면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본다. 짐작하지 못하겠으면 말고.

새롭게 시작하는 ‘에스프레소 노벨라’는 나에게 있어 작은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시리즈를 비롯하여 북스피어는 또 다른 재미있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영차영차 준비중인 기획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그 전모가 드러날 터인데 다음 주 중에 이와 관련하여 포스팅을 할 계획이다. 이몸은 재미있다고 느꼈는데, 여러분들은 어떨지. 나와 같은 심정이라면 살짝 환호작약해 주시길.

덧)
001. 위대한 탐정 소설_3,800원
002. 심플 아트 오브 머더_3,800원
003.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_4,800원

뼈를 깎아서 만든 가격, 오케이? 그니까, 좀 사줘덜.

(인터넷 서점에서는 현재 절찬리에 판매중이고, 오프라인은 주말에 깔린다.)  

이하 광고.

위대한 탐정 소설


예술 평론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아니,
추리 소설가로 더 유명한 밴 다인의 추리 소설 약사略史.

『위대한 탐정 소설』은 오래된 글이다. 그러나, 아니 그러하기에 더욱이, 재미로 승부하는 글이기도 하다. 저자인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의 말마따나, 탐정 소설은 얄팍한 성격을 숨기지 않는 장르다. 진지하고 심오한 접근이 도리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러한 점에서 팔십여 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이 무색하게도, 이 글은 놀랄 만큼 쿨하다. 탐정소설이 정신적 유희거리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선언하는가 하면, 치사한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소위 ‘문학적’ 탐정 소설을 조롱한다. 그러니, 고전의 향기라느니 교과서적 작품이라느니 하는 수식은 집어치우자. 이 글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탐정 소설들 또한 그러한 수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보통 먼 것이 아니다. _역자 후기 中에서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애거서 크리스티, 밴 다인, 코난 도일… 그 모두가 나에게는 불충분하다.
하드보일드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첫 번째 에세이.

“코난 도일도 전체 스토리를 무너뜨리는 실수들을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구자로 남았고, 셜록 홈즈는 특유의 태도와 불멸의 대사들로 기억된다.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설정도 있다. 영리한 벨기에 사람인데 초등학교 수준의 직역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는 그는, ‘작은 회색 세포’를 조금 굴린 후 열차 침대칸의 그 누구도 혼자 살인을 저지를 수 없었으므로 모두가 함께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리고, 마치 달걀 거품기를 조립하듯 일련의 간단한 작업들로 살인 가정을 분석한다. 아무리 영민한 독자라도 여기선 머리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추리는 바보만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_레이먼드 챈들러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일본 대중 문학 최고의 상인 나오키 상은 바로 이 사람, 나오키 산주고가 대중 문학에 기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일본 대중 문학의 선구자 나오키가 진단한 일본 문학과 세계 문학. 그가 말하는 “대중 문학,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일본의 대중 문예는 그 범위가 아직 지극히 좁고, 곡괭이가 닿지 않는 분야는 더욱 귀한 금광을 숨긴 채 그대로 우리의 발밑에 넓고 깊게 누워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들을 개척해 나가는 일이야말로 대중 문예 작가의 임무이며, 대중 문예를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_나오키 산주고


 


끔 띠지에 대한 혐오를 극렬하게 드러내는 독자들의 글을 보곤 한다. 띠지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 띠지가 구겨진 책을 받으면 속상하니까 아예 띠지를 안 하면 좋을 텐데. 띠지를 벗겨냈을 때 표지의 전체 디자인이 망가지는 책은 싫다, 쓸따리없는 띠지를 만듦으로써 손실되는 나무가 아깝다... 등등. 그런 말들을 들으면 그렇구나 하고 느낀다. 어쨌거나 하나의 세계관이다.

독자로서의 나는 띠지에 대해 이렇다 할 감정이 없다. 그저 내가 산 책에 띠지가 있으면, 띠지가 있구나, 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고는 바로 접어서 책 속에 끼워둔다. 무선제책의 경우 책갈피로 활용할 때도 있고, 쓸모가 없다 싶으면 쓰레기통에 휙 버리기도 한다. 별로 아깝다고 느낀 적은 없다. 한편 누군가는 띠지 문구를 보고 책을 사기도 할 테지. 그렇기 때문에 띠지의 광고 효과에 대해서는 딱히 부정적이지도 않고 긍정적이지도 않다. 

그렇다면 출판으로 먹고사는 장사치로서의 입장은 어떤가. 

북스피어는 띠지를 그리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시리즈의 첫 권을 런칭할 때나, 내용은 좋은데 판매에 자신이 없을 때 주로 띠지를 한다. 다른 출판사들은 '독자에 대한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띠지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반드시 모든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기보다(왜냐하면 북스피어의 책은 거의 온라인 서점에서 팔리니까) 책의 첫 번째 독자, 이를테면 신문기자나 서점 담당자 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띠지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30만원~40만원 정도. 더 싸게 할 수도 있지만 비교적 좋은 종이를 사용하려 하고 표지와의 매치에도 신경을 쓴다(나보다 우리 디자인 실장님이 훠얼씬 더 많이 쓰지). 이 비용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편인데, 띠지로 인해 책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다른 출판사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나는 띠지로 인한 비용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

띠지도 일종의 광고인데, 30만원~4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책 광고는, 없다. 절대로 없다. 궁여지책인 셈이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그거(띠지)말고는 할 게 없으니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궁여지책이니 긍휼히 봐 달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띠지가 싫으면 할 수 없는 거지 그걸 뭘 어쩌겠습니까.

다만 어쩔 수 없이 띠지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 띠지에 대해 호의적인 분들에게는 (출판사 차원에서) 그에 따른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삼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즈음부터, 나는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책의 띠지와 짜라시에 작은 문양을 인쇄했다. (내일 나올 세 권의 신간까지 포함해서) 북스피어는 지금껏 총 예순여섯 권의 책을 만들었으며 그중 띠지를 한 책은 열네 권, 리플릿은 두 개를 제작했다. 즉, 삼 년에 걸쳐 열네 개의 띠자와 두 개의 리플릿 안에 조물딱조물딱 암호 비슷한 걸 새겨넣은 것이다. 

그 암호는 다음과 같다. 



각각 B, OO, K, S, F, E, A, R이다.
모두 합치면, 그렇다. 
BOOKSFEAR. 

모든 띠지에 다 암호가 들어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띠지에는 있고 어떤 띠지에는 없다.
그걸 찾는 것이 오늘의 이벤트다. 

이번 와우북 페스티벌 기간 중에 이 문양들이 인쇄된 띠지와 리플릿을 들고 북스피어 부스를 찾아오는 독자들에게는 독서지원금을 드릴 생각이다. 당초 북스피어 책을 드리려고 했으나, 이걸 다 모으신 분들이라면 북스피어 책도 거진 다 가지고 있으리라 싶어서 향후에 나올 북스피어 책을 좀 사시라는 차원에서 도서상품권 20만원을 드리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100만원쯤 드리고 싶지만 북스피어가 무슨 0000도 아닌 마당에.

복습 겸 정리하자.

1. 2009년부터 2011년 9월 신간까지, 그 기간 중에 북스피어가 만든 띠지와 리플릿에는 총 여덟 개의 문양이 있다.
2. 그 문양이 새겨진 띠지와 리플릿을 전부 들고 와우북 기간 중에 북스피어 부스로 오시면 도서상품권(20만원)을 드린다.
3. 그럴 리는 결코 없겠지만, 혹시 너무 많은 인원이 오면 북스피어가 파산할 수도 있으니까 선착순 다섯 분만 받도록 하겠다. 서둘러 주시라. (...라기보다, 그래도 전부 다 오시면 100만원이니까, 어혹, 악착같이 오실 필요는 없어요. 바쁘신 분들은 패스패스. )
4. 이 다섯 분은 저와 인증샷을 찍으셔야 합니다. 증거를 남겨야 해서. 사진 찍기 싫으신 분은 오지 마세요.
5. 이번에 시험 삼아 해보고 재미있으면 북스피어 10주년 쯤에는 확장판 이벤트를 해볼 요량이다.

이상.

덧) 
저 위에 몇몇 사진이 흐릿한 이유는, 글씨가 아주 작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눈을 크게 뜨시고 잘 찾아보셔야 해요ㅎㅎ.



 
 


이번 현수막 아이디어는 shoo 님이 주신 아이디어를 써먹기로 했습니다.
shoo 님, 고맙.
와우북 기간 중에 북스피어 부스로 놀러오셔서,
신간 포함하여 원하시는 책을 싸그리몽땅전부 가져가시고요. 
VIP로서 이것저것 요구하시면 됩니다. 
가령, "커피 에스프레소 한잔 뽑아와라"라든가....
땡큐땡큐.
 


개들 짐작하고 계셨겠지만, 요 며칠 신간의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블로그를 통 관리하지 못했다(관리 같은 거 언제 제대로 하긴 했었냐만). 신간의 마무리 작업을 할 때는 블로그고 나발이고 돌아볼 겨를이 없다. 딱히 시간이 없다기보다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할까. 피폐해지는 것이다. 정신도 육체도 몹시 피폐해져서 신경도 날카로워지고 입맛도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답글도 제대로 달아드리지 못했다. 송구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참아야지.

여튼,

이제,

드디어,

끝. 났. 다. (박수. 짝짝짝짝-.)

지금쯤 인쇄기에서 챠르륵챠르륵 돌아가고 있는 중일 게다. 이번에는 세 권을 한꺼번에 만드는 바람에 다른 때보다 갑절은 고생을 한 느낌이다. 세 권이니까, 저자도 세 명, 역자도 세 명, 해설도 세 개를 써야 했고 시리즈의 첫 권이니까 안 되는 글빨로 발행인의 말도 적느나 꽤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역자 중 한 명이 어찌나 애를 먹이던지. 그게 북스피어의 공동대표인 최내현 씨였다고는 도저히 내 입으로 말 못한다.

신간은 다음 주에 나온다. 다음 주 주말 즈음에 서점에 깔릴 예정.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인데 신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책이 사무실에 입고되면 다시 할 테니 보채지 말고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다만 세 권을 한꺼번에 사기가 부담스러우실 듯하여, 각각 3,800원, 3,800원, 4,800원에 모시기로 했음을 굳이 알려드리는 바이다. 농담이 아니라, 이 가격에 모시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와우북 얘기를 좀 해야 되는데-.

매년 그렇듯, 올해도 북스피어는 와우북에 나간다. 날짜는 10월 1일(토), 2일(일), 3일(월). 연휴라 다른 인간들은 다 놀고 있을 시간에 나와 동료들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몸은 사장이라 그런 거 상관없으나 동료들은 노동자인데 이거참 이만저만 미안한 게 아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한 번씩 방문하셔서 내 동료들의 노고를 좀 치하해주고 가시기 바란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따로 휴일을 보장해 주긴 하지만(그렇더라도 남들 쉴 때 쉬어야 하는 법이거늘).   

장소는. 작년에 비하면 좋지 않다. 추첨을 잘못했다. 추첨은 이몸이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매우 별로인 자리가 나왔다. 어딘고 하니 홍대입구역에서 홍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그러니까 와우북 행사장의 머리 부분이다. A 구역. 이쪽은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서 혼잡스러운데다가 골목이 좁아서 부스 자체가 상당히 협소하다. 복닥복닥한 느낌이랄까. 작년 그 자리가 좋았는데. 어흑. 다시는 내가 추첨하러 가지 않겠다. 내년에는, 막내야, 니가 가라. 

올해 와우북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가 몇 개 있다. 

제일 큰 건은 다음 주에 밝히겠다. 그러니 블로그를 예의주시해 주시길 바란다. 매년 지방 독자들이 마음에 걸렸는데 지방 독자들'만'을 위한 행사도 준비했다. 이 또한 다음 주 중에 따로 공지를 할 테니 지방 독자분들, 투덜거리지 말아주셔요. 이 정도라도 하는 게 어딥니까. 기타, 와우북에서 요딴 걸 해 보면 어떨까요, 요따위 걸 했으면 좋겠어효, 와 같은 주옥같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보하시라. 참신하면 반영한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현수막 공모전을 하려고 한다. 

혹시 작년 북스피어 현수막을 기억하시는지. 바로 이거였는데.


무슨무슨 신간 전격 출간 이런 거는 좀 식상해서 그냥 웃겨보려고 걸어본 건데(그렇다 해도 아이디어 짜고 디자인하고 출력하느라 막판에 고생했어) 의외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마쓰모토 아저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별로 좋지 않은 인상' 덕을 좀 봤다. 언론에도 소개되고 말이지. 

그래서 올해, '사는지 안 사는지 지켜보고 있다'를 뛰어넘는 현수막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기도 안 차는 아이디어를 좀 생각해 봐 주시라. 이 밑으로 댓글 신청 받겠다. 멀티 댓글 인정하니까 생각날 때마다 달아도 무방하다.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주신 분께는, 와우북 기간 동안 부스 방문시

(신간 포함해서) 매대에 있는 책 가운데 원하는 책을 전부
,

가져가실 수 있는 만큼 가져가실 수 있는 혜택을 드리겠다. 굿 아이디어 제보자가 지방 독자라 오시기 어려울 경우에는, 블로그에 북스피어가 와우북에 가지고 나갈 책 목록을 올려드릴 테니 원하는 책을 골라 주시면 배송해 드린다.

더불어,

밥 시간 중에 방문하시면 밥도 사 드리겠다. 그 외에 삼성카드에 버금가는 VIP 대접을 해 드릴 요량(그게 뭔지는 생각중이다)이다. 땡기면, 신청. 

아참, 마감은 다음 주(27일) 화요일 오전 9시. 그날 오후에 공지하고 곧장 현수막 인쇄에 들어가야 하니까.

이상. 

덧) 사실 와우북은 한꺼번에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이기 때문에, 저는 이 행사가 몹시 기다려지고 준비하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그러니 부디, 오셔서 아는 척 좀 해주셔요ㅎㅎ. 쑥스럽다고 그냥 가지 마시고.     


  

 다음에 나이가 들면 뭘 해보고 싶은가. 뜬금없지만 가끔 멍하니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연휴를 앞두고 있는 오늘 같은 날. 여튼, 그래서, 뭘, 해보고 싶은가. 근사한 출판사 건물 일층에 빵집을 차려, ‘빵집 주인’만큼은 반드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째서 빵집 주인인가 하면 물론 내가 빵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라는 건 너무 재미없으니까 거기에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볼 테니 들어보시라.

시간을 거슬러 지금으로부터 스무 해도 훨씬 더 전에, 그러니까 내가 여덟 살 무렵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다른 몇몇 가족들과 함께 매해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곤 했다. 부모님들이 대부분 같은 연배여서인지 자식들도 거진 비슷한 또래였다. 그중에 ‘샛별’이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와는 동갑. 피아노를 잘 쳤고, 그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절친한 술친구여서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부 동반으로 자주 만나곤 하셨다고 들었다.

샛별이네는 빵집을 했다. 나는 꼭 한 번 아버지를 따라 그 빵집에 간 적이 있다. 구의역 어디쯤에 위치한, 테이블이 세 개 정도 놓인 조그마한 공간이었다. 무엇 때문에 아버지와 내가 단 둘이 그곳을 찾았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다만 “많이 먹어라” 하며 아저씨가 건네주시는 빵이 무척이나 달았던 기억이 있다. 아저씨는 저쪽 구석에서 아버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셨고, 나는 샛별이와 마주 앉아 빵을 먹었다. 아니, 나만 먹었다.

우리 사이에 오고간 대화는 고작 “맛있어?”와 “응” 정도였던 것 같다. 소보루 하나와 크림빵 하나를 나는 묵묵히 먹었다. 다니던 학교 얘기 정도는 해도 괜찮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다 먹고나자 그 아이가 또 묻는다. “더 줄까?”, “아니”. 잠시 후 얘기를 끝낸 아버지가 내 손을 붙잡고 빵집을 나섰다. 아저씨는 “또 오너라”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고, 그 아이는 “잘가”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고개만 꾸벅 숙였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어느 날 불현듯, 나는 그 빵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마음뿐, 거리가 멀고 지리도 잘 몰랐다. 혼자 가는 게 겁도 났다. ‘어떻게든 구의역 근처로 가면 되지 않을까’. 나는 나보다 한 살 어린, 동네 통장 아저씨의 아들이었던 성호를 꼬셔서 찾아가 보자고 마음먹었다. “빵, 배터지게 먹게 해줄게”. 그저 착하기만 했던 성호와 나는 걸어서 구의역으로 향했다.

길은 멀었다. 게다가 코흘리개 꼬맹이 둘이 위치도 모른 채 찾아가는 초행. 몇 번이나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몇 시간인가를 헤매야 했다. 끝내 낯익은 장소에 다다르긴 했다.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길만 건너면 빵집이었다. 하지만 안에는 아저씨도 그 아이도 없었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가씨 혼자 분주하게 일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냥 돌아가자”... 그저 착하기만 했던 성호가 이렇다 할 토도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는 길은 더 멀었다.

나중에 동생에게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우리가 사라진 동네에서는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수상한 남자를 따라 갔다는 말이 돌았고 경찰이 출동했다. 아이 둘을 찾기 위해 이웃 주민들이 동원됐고 어머니는 내내 조바심치며 울음을 터뜨리셨다. 자정이 다 될 무렵에야 우리는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나와 성호는 따로따로 끌려갔다. 방문을 걸어잠근 어머니의 표정에는 살기가 돌았다.

그렇지만 빵집에 갔다왔노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빵을 먹기 위해서였다는 말을 하는 게 창피했다기보다, 나중에 그 아이가 전말을 전해 들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얼마나 창피할 것인가가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적당히 둘러댈 주변머리도 없었던 나는 변명 한 마디 하지 않고 한참을 맞았다. 어머니도 지쳤고 나도 지쳤다. 빗자루가 반토박이 될 즈음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행선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새삼 가족들에게 물어봤자 아무도 기억할 수 없을 테지만, 나는 그때의 일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날, 길 건너편에서 바라보던 빵집의 찬란한 불빛과, 진열장에 놓여 있던 먹음직스러운 빵들과, 늦은 귀가길 동네 어귀에 모여 있던 어른들의 웅성거림과, 살기등등했던 어머니의 눈초리와, 무엇보다 그 철부지 아이가 끝끝내 말하지 않았던 늦은 귀가의 이유,

그래서 나는 가끔 '이 다음에 나이를 먹으면 빵집을 차리자'라고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같이 여름휴가를 보내던 가족들은 왕래가 없고 아저씨와 아버지도 더 이상 만나지 않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그 아이의 소식은 이제 알 길이 없다. 앞으로도 줄곧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언젠가 내가 빵집을 열면, 한 번쯤 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덧) 왼쪽이 나, 오른쪽이 샛별. 예전에 썼던 글인데, 얼마전 가족모임에서 앨범을 들추다가 사진을 발견했다. 한복도 입은 김에.... 추석을 맞아 겸사겸사 인사도 드릴 겸 재미 삼아 올려본다. 명절 잘들 보내시길. 그리고 친구야, 잘 살아라.



 



여사의 데뷔작인 『우리 이웃의 범죄』를 만들 때의 일이다. 데뷔작이니 만큼 책 뒤쪽에 연보를 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동안 펴낸 미미 여사 책도 상당한 양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이쯤에서 한 번은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출간이 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는 독자들도 많으니까 꼼꼼하게 봐달라는 차원에서.)

문제는 어떻게 연보를 정리하느냐였다. 그냥 ‘00년에 00출간’ 하는 식으로 무미건조하게 좌판 늘어놓듯 해서는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게 뻔하니 뭔가 좀 특별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궁리 저런 궁리로 밤을 꼬박 세다시피 했다…는 건 농담이고,

결국 세 명의 편집자가 자기가 선호하는 작품 위주로 간단한 촌평을 써보기로 했다. 그때 만들었던 목록을 구경하고 싶은 분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갔다가 와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http://www.booksfear.com/376

‘연보를 정리해 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들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막상 미미 여사의 책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맞아, 이 책을 읽을 때는 이런 느낌이었지’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굴리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더불어 독자들의 참여도 유도했는데, 워낙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였고 『우리 이웃의 범죄』 인쇄 일정 등을 맞추느라 소수의 독자만 참여할 수 있었다. 뒤늦게 촌평을 보내주신 분들도 계신데 미처 싣지 못해서 당시에는 상당히 송구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하기로.
지금 계획으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미미 여사의 시대물이 하나 나온다. 그 책의 말미에 본사 편집자와 우리 이웃들의 ‘간단한 촌평’을 실어볼까 한다. 

다만, 미미 여사의 책은 북스피어 말고 다른 출판사들에서도 나왔기 때문에 『우리 이웃의 범죄』를 만들 때는 (사해동포적 마인드로) 우리 출판사 책 너네 출판사 책 가리지 않고 싸그리몽땅전부 목록에 올리고 촌평을 실었는데,

몇몇 분이 『이유』나 『외딴집』은 저렇게 호평했으면서 『모방범』(도 물론 걸작이지, 암)은 한 줄도 안 쓰는 건 그 책이 문학동네에서 나왔기 때문이냐는 식으로 '약간 항의성' 문의를 하셨기에,  

오해를 좀 피하자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현대물은 제외하고, 시대물만, 즉 '미야베 월드 2막'에 한정해서 촌평을 받을 작정이다. 미미 여사의 시대물은 전부 본사에서 나왔고 앞으로도 본사에서만 나올 예정이니 공연한 시비가 일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점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그럼 아래 댓글로 어서들 참여해 주세요. 간만에 멀티 댓글 인정한다. 그렇다고 지난 번 은빛물결 님처럼 너무 많이 쓰면 곤란하지만.

덧) 재미있거나 재치 있게 쓰신 글에 대해서는 책에도 싣고 나름대로 시상도 한다. 하지만 상품이 뭔지는 나중에 알려드리겠다(실은 뭘 드릴지도 아직 못 정한데다, 우리가 상품 때문에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는 거 그거 아니잖아요?).

주례사를 써달라는 게 아니니까 재미가 없었으면 재미가 없었다고 쓰셔도 무방하다. 단, 재미없었다는 얘기를 재미있게 써 주시기를. “이 책은 재미없으니까 별 두 개밖에 못 줘(땅땅땅).” 무슨 판관 포청천도 아닌 마당에 이런 거는 좀 자제해 주시옵고 ㅎㅎ.



미미 여사 시대물 출간 순서

1991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월드 제2막,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제1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
§ 후카가와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에 대한,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섬뜩한 이야기. 모시치가 중심이 되는 단편이 한 편쯤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박신양)
§ 여사님의 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 그림. 이 우키요에를 보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기분이야. (임지호)
§ 『대답은 필요 없어』가 현대판 단편의 묘미라면 이 작품은 시대 소설계의 단편 강자. 밀도 높은 묘사에 마치 실제로 에도의 거리를 걷는 듯 진하게 느껴지는 삶의 향취에 한번 빠지면 출구가 없다. 그야말로 에도 블랙홀. (정다은)


1992
かまいたち 가마이타치』 (북스피어 출간 예정)

1993

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 기록부 1』 (미야베월드 제2막,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 어마어마한 비극의 발단은, 개(Dog). 『흔들리는 바위』를 읽기 전에 ‘주신구라’에 대해 조사해 봤다면 센스 있는 당신. (김홍민)
§ 고전 ‘주신구라’에서 태어난 시대 소설. 작품성 면에서 역사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 훌륭하다면, 재미 면에서는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콤비(커플?)의 사랑스러움이 포인트. (박신양)

1994
幻色江戶ごよみ 환상 빛 에도 달력』 (북스피어 출간 예정)

1995
初ものがたり 맏물 이야기』 (북스피어 출간 예정)

1996
堪忍箱 인내 상자』 (북스피어 출간 예정)

1997
미인─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2』 (미야베월드 제2막,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2000
얼간이』 (미야베월드 제2막,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0.)
§ 천재 미소년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은 뽑을 수 있다. (김홍민)
§ 에도의 ‘밑바닥 인생’이 정감 넘친다. 등장인물들이 사랑스러워서 마지막 장을 덮기 아까운 소설. 끝까지 읽은 후 제목을 다시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박신양)
§ 미미 여사의 사람 냄새 물씬한 에도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등장 인물들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런 이들을 ‘얼간이’라 칭하는 거라면 얼간이들만이 가득한 세상이 우리에겐 필요할 듯. (정다은)
괴이』 (미야베월드 제2막,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 공포라는 것이 반드시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 혹은 ‘내 다리 내놔’일 필요는 없지. 암, 그렇고말고. (김홍민)
§ 쓸쓸한 밤에는 가끔 한 번씩 꺼내서 뒤적거리고 싶은 책. 시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괴롭고 아프고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예진)

2002
메롱』 (미야베월드 제2막,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9.)
§ “인간이란 복잡하거든. 좋아하는 상대, 마음을 끌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솔직해지지 못할 때가 있어.” 그것이 바로 ‘메롱’을 하는 이유. (김홍민)
§ 귀신과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녀가 나오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설. 게다가 잘생기면 귀신도 용서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기도……. (박신양)
§ 오린 귀여워, 꺄♡ (임지호)

2005
하루살이』 (미야베 월드 제2막,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외딴집』 (미야베 월드 제2막,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7, 전2권)
§ 좀 주제넘지만(그다지 주제넘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입으로만 그렇게 말한다), 『외딴집』을 읽고 나면 필시 다른 많은 소설들이 시시해질 것이다. (김홍민)
§ 미야베 미유키 시대 소설의 정수라 해도 모자란 작품. 너무나 잔혹한데, 그 잔혹함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박신양)
§ 반드시 신경숙의 『외딴방』보다 유명해질 테다, 흥. (임지호)
§ 시대물 특유의 용어 때문에 진입 장벽이 다소 높긴 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등장인물들이 겪어야만 하는 잔혹한 ‘운명’의 무게에 눌려 단숨에 읽게 되는 책. 당신은 이미 울고 있다. (김예진)
§ 이 책을 어떻게 한두 줄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떠올리면 가슴이 꽉 막혀 온다. 오직 미야베 미유키만이 써낼 수 있는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다은)
§ 미묘한 긴장감이 끝에 가서 ‘빵’ 터지는 대작, (조영주)
§ 악플만큼 무서운 민심, 소문이 만들어 낸 허상들, 그 안의 뭉클하고 가슴저린 이야기. (임승헌)
§ 미미 여사의 시대 소설 중 최고의 작품. 마침 촛불 집회 관련해서 시끄럽던 때라 국가, 또는 권력자의 정보 통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 책. (이인선)

2008
おそろし─三島屋變調百物語事始 두려움─미시마야 변조 괴담 1』 (북스피어 출간 예정)
§ 이런 이야기는, 여사님의 낭랑한 목소리로 직접 듣고 싶다. (임)


2010
あんじゅう─三島屋變調百物語事 안주─미시마야 변조 괴담 2』 (북스피어 출간 예정)

 
2011
ばんば憑き 밤바 빙의』 (북스피어 출간 예정)
 

덧) 으악, 지난 번에 올린 '나는 꼼꼼하다, 꼼꼼한 미미 여사 읽기' 이벤트 포스팅이 삭제 되었습니다. 현재 누구의 소행인지 조사중입니다. 포스팅이 삭제되면서 댓글도 몽땅 다 날아가고 말았어요. 미안합니다. 일단 다시 올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