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에 해당되는 글 7건

  1. 활자 잔혹극 독자 교정 (45) 2011/10/31
  2. 번역자이기 이전에 아티스트 (24) 2011/10/23
  3. 세이초 컨소시엄과 에스프레소 노벨라 (18) 2011/10/17
  4. 프로젝트의 시작 (70) 2011/10/10
  5. 2011 와우북 결산 (52) 2011/10/06
  6. 와우북 1일차 보고 (36) 2011/10/02
  7. 와우북 긴급 공지 (16) 2011/10/01


 

llorica 님, 뒹굴뒹굴 님, netrain 님, 후추 님. 
이상 네 분은 댁에서 식사를 하시고 오후 1시 30분까지 북스피어 사무실로 오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초 11시에 모여서 교정을 보고 후다닥 한강으로 향하려 했으나 강수 확률 100%입니다.
조금 늦게 교정을 시작해서 저녁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사무실에서 한잔하는 걸로.

아참, 내일 오실 네 분은
reader76@booksfear.com으로 성함과 연락처를 좀 보내주시지요.
메일이 귀찮으시면 010-4215-8738로 문자를 주시고요.
혹시 모르니까요.


사무실 위치는 블로그 상단을 참고하십시오.
6호선 마포구청역 6번 출구로 나오시면 구보로 6초 걸립니다.
기억하기 쉽지요? 6호선 6번. 상암마젤란 902호.
늦지 마시고, 일찍 도착하셨으면 주변을 좀 배회하다가 오십시오.

그럼 내일 뵙지요.
11시가 아니라 1시 30분입니다.
1시 30분.
1시 30분.

독자교정에 처음 지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에전에 해보셨던 분들께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섭섭해 마시고, 
독자 교정은 또 할 테니까요. 





 


11월에는 루스 렌들의 『A Judgement in Stone』을 펴낸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에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 책의 첫 문장을 쉽사리 잊지 못하리라. 나 역시 읽기를 마친 후에 내내 그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아, 언젠가 내가 출판사를 차리면 꼭 복간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아니 뭐 다짐까지는 아니었을라나.

루스 렌들은 한국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다. 서른네 살에 데뷔하여 현재 여든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니 이 또한 굉장해. 우리 나라에는 『내 눈에 악마가』를 비롯하여 몇 개의 단편이 유통되고 있을 뿐인데, 이번 복간을 계기로 좀더 출간해 볼 생각이다.

원저자 선인세는 2,000불을 지불했다. 당초 원작자 쪽에서는 3,000불을 요구했지만, 예전에 한 번 출간되었다는 점, 작가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무리일 듯싶어 에이전시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설득했고 다행히 원작자 쪽에서도 충분히 사정을 이해해 줘서 2,000불에 계약이 성사되었다. 중간에서 애를 써준 에이전시에 감사드린다.

계약을 마치고 나서, 그렇다면 이 책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와중에 우연히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마티)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 장정일 선생이 쓴 서평이 있었다. ‘양심이 마비된 도덕적 문맹’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으며 나는 무릎을 치고 말았다.

이 작품이 뛰어난 것은 문맹이 결과하는 사회생활의 기술적 곤란만 아니라, 문맹이 인격 형성에 미치는 피해를 보여준 점이다. 그리고 거기 머물지 않고 글을 읽는 독자들이 ‘활자 세계’에 대한 턱없는 신뢰와 교만을 피할 수 있도록 ‘독서광’의 비인격적인 실례마저 함께 보여준 점이다.


처음 읽을 때는 글을 읽지 못하는 유니스가 보이고, 두 번째 읽을 때는 활자에 중독된 자일즈가 보인다.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자일즈를 간과했다. “글을 읽는 독자들이 ‘활자 세계’에 대한 턱없는 신뢰와 교만을 피할 수 있도록 ‘독서광’의 비인격적인 실례마저 함께 보여준 점” 같은 건 뒤늦게 알았다.

이 매력적인 서평을 통째로 싣고 싶어서 장정일 선생에게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답변은 거절. 한 번 책에 실린 글을 또 다시 다른 책에 ‘그대로’ 싣는 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대신, 먼저 썼던 글을 토대로 새로운 발문을 써주겠다고. 내 생각이 짧았고, 결과적으로는 아아 다행이지 뭐야. 이 와중에 마티 정희경 대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 나오면 한잔 살게요.

이런 우여곡절 (이런 정도가 우여곡절씩이나 될까만)을 거쳐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북스피어에서 펴내는 책의 제목은 『활자 잔혹극』. 유니스와 자일즈를 두루 살펴 지은 제목이다. 제목이 마음에 안 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하다. 내 재주로는 도저히 『A Judgement in Stone』을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간만에 독자 교정도 진행한다. 요즘 날씨가 워낙 좋아서 이번 주 토요일에 독자 교정을 마치고 한강으로 고기나 구워먹으러 나가볼까 한다. 시간 되시는 분들, 와서 책 좀 읽고 놀다 가시길.

독자 교정은 11시부터 진행되니까 아침 겸 점심을 넉넉히 드시고 북스피어 사무실로 와 주세요. 따로 점심은 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교정을 후다닥 마치고 한강에서 고기나 한판 구워 먹도록 하지요. 가을이지만, 야외니까 옷을 좀 덥다 싶게 입고 오시고.

『활자 잔혹극』 독자교정

일시_2011년 11월 5일 토요일 11시

장소_북스피어 사무실

준비물_따뜻한 옷


신청은 아래 댓글로.

금요일 오전 9시까지 신청을 받고 10시에 발표합니다.

이상.

덧) 아참. 일기예보를 보니까 그날 비가 온다고 하네요. 맞을 확률 73%. 혹시 그렇게 되면 사무실에서 먹고 마시는 걸로. 지원하시는 분들 모두, 비가 안 오길 기원해 주시옵소서ㅎㅎ.



 

많은 분들의 부러움과 성원(을 빙자한 질시) 속에 일본에는 잘 다녀왔습니다.
갔던 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고요.

기억의집 님은 reader76@booksfear.com으로
우편번호가 포함된 주소, 연락처, 성함을 보내주십시오.
음반과 함께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에서 구입한 작은 선물 나갑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


벨라 첫 권인 『위대한 탐정 소설』을 번역한 송기철 씨는 사피엔스21 출판사의 문학 팀장인 임재서 형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형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코맥 메카시나 존 어빙의 소설 등을 한국어로 옮기기도 했는데, 어느날 술자리에서 송기철 씨의 번역에 대해 엄청나게 칭찬을 하더라.

번역자로서나 편집자로서 까다로운 형의 성정을 잘 알고 있던 나는, 대관절 얼마나 번역을 잘 하기에 저 인간 입에서 저런 무지막지한 칭찬이 나오나 싶어 북스피어에도 소개해 달라고 졸랐다. “송기철 선생은 지금 우리 책 번역하기도 바쁜데”라며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내가 너무 졸라대니까 끝내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다음날 바로 연락해서 그를 만났다. 첫인상은, 송기철 씨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얘기지만 과히 좋지 않았다. 길게 묶은 머리나 수염도 그랬지만 말투나 대화의 방식도 내 기준에서 보면 좀 이상했달까. 하지만 그런 걸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 상의 끝에 우리는 『위대한 탐정 소설』을 같이 작업하자고 합의했다.

시간이 흘러 초고 도착. 아니나다를까, 번역자로서의 경력을 이제 막 쌓아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송기철 씨의 번역은 훌륭했다. 원고를 받아본 우리 편집장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로써 그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쯤 상승했다. 하지만 송기철 씨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첫 번째 책을 작업하고 얼마 후쯤. 그가 사무실에 놀러왔는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던 끝에 불쑥 CD 한 장을 내놓는 거다. “이거 제가 작업한 건데…”라며 내놓은 CD는 바로 이것. 클릭하면 커지니까 자세히 들여다봐 주시길.


번역자이기 이전에, 그는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곡을 쓰고 음반을 만들어온 아티스터였던 것이다. ‘곡 쓰고 작업한 이 : 가당찮’과 ‘그림 그려 붙인 이 : 이질바퀴’라고 쓰여 있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전자는 송기철 씨고 후자는 그의 친구라고 한다. 두 사람은 각각 직업이 있으며 틈틈이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곡을 만든다는 얘기를, 그는 수줍게, 정말 가당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아아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만 홀랑 반하고 말았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재미없고 바른생활 사나이인 줄만 알았던 우리반 반장이 어느날 수학여행에서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굉장한 기세로 기타를 치며 기가 막힌 노래를 불렀을 때 그 친구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던 경험과 비슷했달까. 그 전까지 촌스럽게 보이던 외모에 아우라가 스멀스멀 입혀지면서 말이지.

송기철 씨의 음반은 겉과 속이 북스피어의 컨셉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몸이 대량으로 구입했는데…라고 해봤자 다섯 장뿐이긴 하지만. 이 다섯 장을 북스피어 독자 이벤트로 좀 뿌려볼까 한다. 혹시 받게 되면 주위에 입소문 좀 내 주시길 당부드린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음반을 드리느냐.

세이초 관련 미팅 때문에 역사비평사와 북스피어가 곧 일본으로 떠난다. 돌아오는 월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목요일 저녁때 돌아오는 일정. 주로 머물 곳은 기타규슈와 후쿠오카. 미팅이 주목적이지만 사실 실컷 놀다올 계획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래서 우리 이웃들에게 도움을 좀 구해보기로 했다(큰 기대는 안 하지만). 기타규슈와 후쿠오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웃들 가운데 혹시 관광여행 책 따위에 나와 있지 않은, “이곳은 꼭 가봐야 해요” 하는 곳이 있다면 제보 바란다. 시간 나는 대로 북스피어 블로그에 접속하여 알려주신 곳에서 잘 놀다오도록 하겠다.

제보해 준 곳을 가봤는데 상당히 괜찮다... 그분들께는 송기철 씨가 만든 ‘상당히 특이하고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소장하고 있으면 괜찮은 음반’을 보내드리겠다.

음반을 받고 싶긴 한데 일본 지리는 잘 모르겠고, 하시는 분들은 『위대한 탐정 소설』의 번역에 대한 입에 발린 칭찬이나 ‘앗, 내가 송기철이라는 사나이를 좀 아는데 되게 훌륭한 분임’과 같은 제보를 해 주시면 역시 고려해 보겠다. 북스피어 이벤트에 이 정도 ‘유도리ゆとり’야 뭐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그럼 부탁드린다.

덧) 송기철 씨는 북스피어에서 내년 상반기에 출간 예정인 미스터리를 번역중이다. 더불어 그 책을 출간할 때 모종의 이벤트(음반도 만들고 쇼도 하고)도 같이 해보기로 했다. 상당히 묘한 재미가 있을 듯하여 독자들이야 기대하든 말든 나 혼자 뿌듯해하는 중이다. 흐흐.
 


   


터뷰는 지난 주 월요일에 했다. 11시부터 2시 40분까지. 밥도 안 먹고. 쉬는 시간도 없이. 원래 에스프레소 노벨라 1권 『위대한 탐정 소설』의 서문 때문에 만났던 거지만 최종적으로 마쓰모토 세이초가 기사화됐다. 자칫 곤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북섹션은 토요일이니까 그날 기사화가 되겠거니 여겼다. 기사는 목요일자에 실렸다. 목요일 아침에 중국 시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나눠준 신문을 읽던 일행이 "어, 한겨레에 너네 기사 났다"고 알려주어 나도 엉겹결에 확인했다. 모비딕이랑 우리끼리 툭탁툭탁 일을 진행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신문에 나니까 기분이 묘하다.
 
옮겨놓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0550.html



아울러 에스프레소 노벨라와 관련하여 실렸던 기사들도 뒤늦게 옮겨놓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9834.htm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071927415&code=900308






마쓰모토 세이초 컨소시엄이나 에스프레소 노벨라 기획이나, 겉으로는 "내 맘대로 하겠다"느니, "재밌으니까 한다"느니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포즈를 취하고는 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기획이기도 해서 속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사화되니까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듯한 느낌도 든다. 다행이다. 한숨 돌렸다. 구본준 기자, 박현주 씨, 임종업 기자, 주영재 기자 덕분이다. 감사드린다.

지난 주에 중국에 잠시 다녀왔다.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라 오로지 세이초와 노벨라의 향후 나아갈 바에 대한 구상을 위해서 다녀온 거라고는 절대 말 못하지만, 오랜만에 복닥복닥한 생활에서 벗어나 좀더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내년 정국 구상중. 중국 시안에서



덧) 이번 달과 다음 달에 한겨레에서 출판 강의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살펴보시길.
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1&tolclass=0001&searchword=&subj=F90556&gryear=2011&subjseq=0003 
(신촌)
http://www.hanedu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2&tolclass=0002&subj=B90742&gryear=2011&subjseq=0004&booking= (분당)

 

프로젝트의 시작

from 이벤트 2011/10/10 10:14

 
판사를 막 차렸던 초창기에는 내고 싶은 전집들이 많았다. 엘러리 퀸이나 젤라즈니 전집 같은. 근사한 장정으로 오와 열을 맞춰서 책장에 꽂아만 놔도 뿌듯한 기분이 들 법한 그런 책들 말이다. 하지만 바람일 뿐. 구멍가게 수준의 출판사에서 그걸 통째로 실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출판계의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시리즈는 자금과 조직이 있는 메이저 출판사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시간이 흐르고 출판에 대해 약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쯤. 이런 시리즈는 정말 자금과 조직이 있는 메이저 출판사에서만 가능한 얘기일까, 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정말 그럴까. 북스피어처럼 자금과 조직이 변변치 못한 출판사들에게는 어렵기만 한 일일까. 그래서 고민해 보았다. 몇 개의 출판사가 힘을 합쳐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엘러리 퀸의 모든 작품을 두세 개 출판사가 함께 내는 거지. 디자인과 장정을 통일해서. 마치 한 출판사에서 만든 시리즈인 것처럼.

그게 가능해? 일단 어느 출판사가 어떤 작품을 가져갈지에 대한 대목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칠 게 뻔하고. 아무리 걸출한 작가라도 모든 작품이 A+인 건 아닐 터. 서로 좋은 작품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보나마나 파토지. 게다가 디자인을 통일한다는 게 말처럼 쉽나. 취향과 스타일이 다른 채로 몇 년씩 출판을 해온 선수들의 안목을 어떻게 다 고려해. 그런 생각을 하며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던 중이었다.

당시 북스피어는 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이라는 세 권짜리 시리즈를 출간하여 고전하던 중이었다. 사실 이 책은 나름대로의 야심작이었다. 단편 하나하나의 내용은 물론 편집이나 장정 어느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게 없다고 자평하며 얼마나 뿌듯해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까지는 아니었지만 상권만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뿐 중권과 하권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몰라보다니. 아아 야속해. 결국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이후로 세이초의 장편을 내려던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때가 오겠지, 그때까지 기다리자. 어쩌면 못 낼 수 있겠다는 예감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출판사 연합으로 걸출한 작가의 전집을 통일된 장정으로 내면 좋겠다는 얘기는 내가 꺼냈고, 그 작가로 마쓰모토 세이초가 어떻겠냐고 제안한 사람은 역사비평사의 조원식 주간이었다. 그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를 읽자마자 세이초에 반했고 어떻게 이런 작가가 여지껏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우리는 금세 의기투합했고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게다가 세이초가 누구인가. 방대한 지식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그가 쓴 픽션이 추리소설인가 아닌가, 그의 역사관이 정통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매우 관념적이고 재미없는 의문을 놓고 한 시대가 헛된 문학적 입씨름을 하는 동안, 자신을 소외시킨 사회와 역사에 대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을 쓰고 또 씀으로써, 오로지 작품만으로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던 작가 아닌가. 그는 “추리소설가이자, 역사가 심지어 고고학자”이기도 한 사람이다.

추리소설가이자 역사가인 세이초의 전집을 북스피어와 역사비평사가 힘을 합쳐 낸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비아냥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정말이지 딱 들어맞는 궁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곧바로 에이전트와 접촉하였다. 계약하려는 작품의 수가 많은 만큼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일본 측도 당황하는 눈치였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설명과 자료 향후 출간 계획 등에 관해 귀찮으리만큼 사소한 부분까지 물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선인세를 비롯한 계약 조건에 관한 신경전도 이어지면서 금방 진행될 줄 알았던 계약은 지체되고 말았다.

지난한 줄다리기는 몇 개월간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주체들이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었고, 현재 모든 계약이 완료되었다. 나중에 에이전트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두 출판사 연합이라는 대목이나 계약을 진행한 작품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일본 측에서도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번 기획의 취지에 공감해 주었고, 결국 우리가 원하던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당초 세이초의 작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난항이 예상됐지만 이건 의외로 쉽게 매듭지어졌다. 서로 원하는 작품이 명확했고, 희안하게도 거의 겹치지 않았다. 몇 작품이 겹치긴 했지만 대의를 위해 흔쾌히 양보해 주는 분위기였다고 할까.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참으로 바람직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역사비평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모비딕'이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모비딕과 북스피어는 내년 1월 동시 출간을 목표로 각각 『D의 복합』(모비딕)과 『짐승의 길』(북스피어)을 만드는 중이다.

이번 ‘세이초 월드’라는 기획의 목표는 당연히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한국에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규모가 작은 출판사들도 연대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금과 조직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뭐, 그러기 위해서는 책이 잘 팔려서 결과가 좋아야겠지만.

이상, ‘세이초 월드’에 관해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이달 말에 관계자 미팅이 있어서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함께 일본에 간다. 다녀와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아울러, 이 공간에는 출판계 관계자 분들도 많이 드나드니까 계약조건이나 선인세에 관해 궁금해할 것 같은데 첫 책이 나올 시점에 향후 출간목록과 더불어 한꺼번에 포스팅할 생각이다. 좀 기다려 주시길.

서론이 길었다. 이제 오늘의 본론.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첫 번째 난항에 봉착했다. 각 출판사는 이번 시리즈를 통일된 디자인으로 내기로 한 만큼, 각자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여 가장 뛰어난 디자인 컨셉을 보인 시안을 함께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이게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거다. 이미 한 차례 진검승부를 하였지만 무승부. 그날 우리는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빈대떡을 쩝쩝 씹으면서 디자인에 관해 다시금 협의 비슷한 걸 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1. 독자평가단 5명을 구성한다.
2. 독자평가단 모집은 북스피어 블로그에서 하되 선발은 모비딕이 한다.
3. 북스피어와 모비딕 각 1명과 독자평가단 5명이 홍대 모처에서 만난다.
4. 어느 출판사에서 해온 디자인 시안인지 독자평가단은 알 수 없는 가운데, 그 자리에서 어떤 디자인이 나은지 오직 독자평가단만 심사한다.
5. 그 결과에 대해 각 출판사는 두말없이 승복한다.
6. 시안이 채택된 출판사는 그날 술값을 책임진다.

구태여 공개적으로 모집하지 않고 지인들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공개적인 모집 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해보기로 낄낄거리며 합의했다. 물론 이번 회합은 한 출판사에서 디자인1번, 디자인2번, 디자인3번을 쭉 늘어놓고 어떤 게 가장 좋아보이나요? 하고 묻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두 출판사가 사활을 걸고 한 디자인이고 이러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그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독자평가단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재미있을 것 같은 분위기는 즐기되,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디자인을 평가해 주길 바란다.

회합은 10월 11일 화요일 오후 7시.
장소는 홍대 모처.

모처가 어디인지는 뽑힌 분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드리겠다. 일단은 이번 독자평가단 모집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분들, 댓글 달아 주시기 바란다. 되풀이하지만, 선발은 내가 하지 않고 역사비평사에서 한다. 그러니까 뭐든 뽑힐 만한 소스를 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란다. 예를 들면,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든가, 사실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팬이라든가...

그날 일곱 시에 홍대 모처에서 모여 각 출판사 관계자가 잠시 퇴장한 가운데 독자평가단이 디자인을 심사하고, 심사가 끝나면 저녁을 겸한 축하주를 한잔할 계획이다. 어떻습니까? 재미있겠죠? 그러니까 얼른 응모해 주세요.

모집은 지금 이 시간부터. 마감은 내일 11일 오전 12시까지. 오후 1시에 발표하고 개별 연락을 드릴 테니 응모하신 분들은 1시쯤 블로그를 반드시 방문하시고 뽑히신 분들은 연락처를 남겨주기 바란다. 그래야 어디로 오라고 할지 알려줄 수 있으니까.

덧) 세이초의 책은 픽션과 논픽션을 모두 출간할 계획입니다.


사가 끝나고 나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서
화요일 수요일은 빈둥빈둥 놀았습니다.
후기고 나발이고 만사가 귀찮더군요.
지금도 귀찮긴 마찬가지지만, 보고 차원에서 짧게 씁니다.

반품은 총 2500권 들고 나갔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밴딩된 책들이 전부 서점에서 반품된 책들입니다.
작년에는 2000권쯤이었는데 올해는 반품이 늘었습니다.
말이 2500권이지 처음에는 이걸 언제 다 파나 싶어서 암담하더이다.


현수막 이벤트에 당첨된 Shoo 님이 영광스럽게도 북스피어 부스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VIP 대접을 받으며(맞지요, Shoo 님?)
느긋하게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책을 고르셨고요.
사진 촬영도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첫날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북스피어가 들고나간 책은 첫날 거의 다 소진되었고
이튿날 부랴부랴 사무실에 있던 재고까지 가져갔지만 역부족.
마지막날에는 부스 위에 올려놓을 책이 없었습니다.



삼 일 내내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가 북스피어와 같은 부스를 사용하였습니다.
피니스아프리카에는 장르문학 팬이었던 독자가 직접 차린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입니다.
첫 책 <스틸라이프>가 좋은 반응을 얻었지요.
와우북에 가지고 나온 책도 완판했습니다. 오~ 완판!



올해 행사 때는 많은 독자분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셨습니다.
각종 식량 조달을 비롯하여 
특히 놀러왔다가 팔을 걷어부치고 직접 판매에 나선 독자분들,
이건 상당히 희한한 광경이었는데...

저는 이것을 개인적으로 '북스피어 현상'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즉 어떤 얘기인가 하면,
북스피어 부스에 왔으니 A독자는 '북스피어 부스니까, 이런 것쯤 당연한 일이지'라며 마치 자신이 출판사의 직원인양 책을 팔기 시작하고, B독자 쪽도 '북스피어 부스니까 독자가 책을 팔고 있는 거야 별로 낯선 모습도 아니지'란 식으로 무심하게 쳐다보면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지요. 물론 어쩌다 가끔은, 왜 출판사 부스에서 독자들이 책을 파나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무심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무심한 척했지만 저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인데.. 
난시청 님, 선영 님, 스테파네트 님, 풍륜 님, 상큼민트 님, rsnowdrop 님, 키첼 님, 키안 님, 이방인 님...
고맙습니다.
그대들의 노고는 내 잊지 않으리다.


총 매출은 1200만원. 작년보다 25퍼센트 늘었습니다.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카드보다 현금이 많았다는 것과 마지막날 책이 모자랐다는 거.
만약 책이 모자라지 않았다면 50퍼센트 정도 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굳이 기록해 두는 이유는, 내년에 참고하기 위해서(내년에는 책이 모자라지 않게 충분히 비축을).

써야 될 얘기는 다 쓴 것 같은데.
아아 피곤해라.
고만 써야겠다.
이상.

덧)
온라인에서 신청해주신 지방독자분들.
제 게으름 때문에 책이 오늘 오전에 발송되었습니다.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도착하겠지만 다음 주 월요일쯤 갈 수도 있습니다.
쏘리.

작년 와우북에서 반품된 미미 여사의 책을 우연히 싼맛에 구입했다가
급기야 미미 여사의 신도가 됐다는 독자분이
이번 와우북 때는 음료수를 전해주고 가셨습니다.
책 가격에 대해 불만인 분도 계시겠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http://www.booksfear.com/276 (그 아래 달린 리플)을 참조해 주시옵고. 

 



에 돌아와 비빔면 하나 끓여먹고,
이것저것 체크한 후에 (그 사이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겨우 몇 자 적습니다. 
와우북 이야기는 행사가 끝나면 몰아서 쓰겠습니다.
오늘은 간략한 보고만.

1
첫날인 오늘 매출은 작년보다 좋았습니다.
작년에는 물론 비가 온 탓도 있지만,
제가 보건대 작년 북스피어 자리와 지금 있는 이 자리는
판매면에서만 보면 '따블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덕분에 들고나간 책이 거의 바닥났습니다.

2
일요일은 사무실에 '저장'해둔 책을 들고 나갑니다.
이 책들까지 투입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불과 하루 만에.
마감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체크해 보니
1일차에 들고나간 책의 사분의 일쯤 되는 듯합니다.

3
'북스피어 책 띠지의 비밀' 이벤트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개장하자마자 마감.
아아 띠지를 꼭꼭 보관해두는 독자들이 이리도 많다니. 
뒤늦게 띠지를 들고왔다가 헛걸음하신 푸른하늘 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진 찍는 데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유명한 작가라도 왔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요.
그래도 찍자고 하니까 냉큼 찍어주신 독자분들, 고마워요.
이십만 원으로 잘 먹고 잘 사십시오.
아울러 내일부터는 띠지 들고와봐야 '말짱 꽝'임을 알려드립니다.

4
마지막으로 내일 오실 분들께 당부의 말씀.
카드 말고 현찰! 오케이?


이상.

와우북 긴급 공지

from 공지사항 2011/10/01 01:40

재 시간 10월 1일 01시 30분.
와우북의 아침이 곧 밝아옵니다.

헌데 제가 잠시 착각한 게 있어서 긴급 공지.
오늘 와우북 개장 시간이 11시랍니다.

지금까지 9시인 줄 알았어.
이런.

혹시라도 9시까지 오시면 대략 곤란.
제가 아무리 빨리 나가도 10시나 돼야 할 듯해요.

아울러,

와우북 북스피어 부스에서는
카드 말고 현금 사용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3일 행사하느라 카드 단말기를 대여받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거니와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요.
게다가 카드 회사에서 돌려받는 것도 엄청 걸리고 말이지.

상부상조합시다.
마포 김 사장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