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잔혹극의 독자 교정이 끝나고 며칠 후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당시 교정에 참여했던 분인데 알고보니 볼록(http://bollok.com/)의 대표님이시더군요.

근사한 이벤트를 하나 기획했거든, 북스피어도 참여하면 어때? 라는 것이 메일의 골자였습니다. 어조는 지나칠 정도로 정중했고 행사는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본사가 참여한다고 얼마나 모객이 될지는 전혀 가늠할 수 없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겠다 싶어, 그러지 뭐, 하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교정에 큰 도움을 받은 마당에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신조로 세상을 살아온 본사, 아무리 바빠도(사실 그다지 바쁘지도 않지만)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본사가 부여받은 임무는 행사장에 부스 하나를 열고 책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이 또한 몇 권이 얼마나 팔릴지 짐작도 안 가는 일이긴 한데 어쨌거나 부족하면 송구하니 나름대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은 싸그리몽땅 짊어지고 가 볼 생각입니다. 문제는, 행사 당일이 일요일이라는 것. 요즘 미미 여사의 신간과 세이초 아저씨의 신간 작업을 동시에 병행하느라 혹사중인 동료들에게 일요일까지 나오라고 하면 악덕 기업주라고 욕 먹을지도 몰라.

하여, 그날 저랑 같이 부스를 지키며 혹사당할 용자 한 분 모십니다. 크게 할 일이 많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책을 나르는 동안 부스를 정리한다든가, 잠깐씩 교대로 화장실에 간다든가(저는 중간중간 니코틴도 보충해야 하고 말이죠) 할 때 부스를 지키는 정도? 아마도. 아닐까? 암튼 그러니까 그날 시간 되시는 분은 한 분만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 나 혼자 해야 되는데. 아아 그럼 되게 심심할 텐데.

지원하실 분은 아래 비밀글로 연락처와 이름을 적어서 남겨주셔요. 오후 1시쯤 행사장으로 바로 오시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전화드릴게요.  

행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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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어떻게 꾸릴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당신도 궁금하지요?
시간이 되시면 함 들르세요.
에이, 시간 안 되셔도 잠깐 들르시고요.
제가 반가워해 드릴게요. 

 
덧) 몰랐는데 오늘 오후 7시 30분에 여의도 공원에서 이런 행사도 하는 모양.



 

llorica 님, 행복해 님, netrain 님, diletant 님
이상 네 분은 토요일 12시까지 북스피어 사무실로 오시지요.

당초 11시부터 교정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여차저차 사정이 생겨서 12시로 옮겼습니다.
 
제가 오전에 거래처와 미팅이 있어서 외출합니다.
12시 전에 오셔도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어요.

준비물은 고무장갑입니다.
각자 집에서 쓰시는 고무장갑을 하나씩 구비해 주셔요.

그럼 내일 봅시다.


리 집은 매해 김장을 했다. 겨울을 맞이할 무렵, 그러니까 딱 이맘때쯤이다. 이모와 삼촌과 식구 전부가 동원되었고, 간혹 이웃집 아주머니와 동네 통장집 딸내미 김인영도 거들곤 했다. 우리 어머니는 손이 무척 컸는데 아버지가 타박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화끈하게 담갔기 때문에 그 양이 실로 엄청났다.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하고 있는 곰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마당에서는 슥삭슥삭 김치소를 버무리는 소리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묵직한 ‘다라이’를 옮길 때 나는 ‘영차’라든가 ‘콰당’이라든가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두꺼운 잠바를 껴입고 장독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부엌에서 바가지 좀 가져오니라” 하고 누군가 심부름을 시키면 잽싸게 뛰어가곤 했다.

내가 가장 기다린 대목은 푹 삶은 돼지고기를 꺼내는 순간이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기 위에 지금 막 버무려 손으로 쭉쭉 찢은 김치를 얹어 먹는 그 순간을 위해 몇 시간이고 장독대 옆에서 와들와들 떨며 심부름을 했던 것이다. 나는 아홉 살이었고, 그 여운은 지금까지도 기억 한켠에 남아 있다.

겨울이 되면 종종 당시의 광경을 떠올리곤 한다. 거기에는 엄마가 큼지막하게 잘라주던 돼지고기의 온기가 있고, 매콤하고 쌉싸름한 김장김치의 정겨운 향내가 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내 유년시절의 겨울이 있다.

그 광경을 지금 다시 목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년쯤 전부터 이런 소망이 마음 한구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급기야 얼마 전부터는 머릿속을 온통 뒤덮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독자 교정을 핑계 삼아 시전해 보면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타진해 보니 다들 “재미있겠다”며 응원해 주는 바람에, 그렇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보기로.

하다하다 이제 별짓을 다 한다며 혀를 끌끌 찰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본사가 언제 그딴 거 신경 쓰면서 이벤트를 했던가.

이번 독자 교정 작품은 『가마이타치かまいたち』, 미미 여사가 처음으로 쓴 시대물이 포함된, “이른바 미야베 미유키 시대소설의 원점이라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역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서 활약한 미소녀 오하쓰가 최초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뜻 깊은 작품인 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으리라 본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독자 교정의 임무를 부여받은 자들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오전 11시에 북스피어 사무실로 모인다. 세 시간가량 책상 앞에 앉아 미미 여사의 시대물을 신나게 읽는다. 교정을 마친 후에는 마루에서 김장을 담근다. 이후에는 삶은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 한잔한다. 이날 담근 김치는 전량 본사가 맛있게 먹도록 하겠다.

현재 절인배추 열 포기를 주문해둔 상태이며 네이버 지식in에 “열 포기를 담그려면 무슨 재료가 얼마나 필요한가요”라고 질문해 두었다. 혹시 우리 이웃들 가운데서도 아는 이가 있으면 이 아래 댓글로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 물론 내공은 없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본사, 김장 경험 전무하다. 하여 이번 독자 교정 및 김장 이벤트에는 전문가의 손길이 다소 필요하리라 본다. 독자 교정 신청하실 때 김장 경험의 유무도 꼭 부기해 주시기 바란다. 가급적이면 김장 유경험자를 한 분 정도(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으니) 모실 요량이다. 소녀소년 가장 및 소량으로 김장을 담근 경험이 있는 자취생, 그밖에 주부 누님 들의 열화와 같은 참여를 기다리겠다.

정리하자.

일시 12월 3일 토요일

11시 북스피어 사무실 집합
11시~14시 미미 여사 시대물 교정 작업
14시 이후 김장 및 시식


12월 2일 금요일 오전 9시까지 신청 받고 10시에 공지할 테니
지원하신 분들은 그 시간에 필히 블로그 공지 글을 확인하시어
곧장 확인했다는 댓글을 달아주시길.
이상. 

덧) 김장에 관한 각종 노하우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셔도 무방하다 ㅎㅎ.

 

 
 

 


 


은 사고가 있었다.

제작 사고다. 북스피어에서 CTP 출력을 시작한 지 꽤 됐는데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아래 사진을 봐주기 바란다. 표3(뒤날개) 상단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의 제목이 디자인 시안 출력물(사진 위)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제작에 들어가 인쇄된 표지(사진 아래)에서 사달이 났다. '셜록 홈즈' 부분이 '<없음>즈'로 바뀌어 있다. 그나마 제본하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달까. 발견하지 못하고 제본했다면 대형 사고다.

 

여기서 잠깐. CTP란? ‘편집-->필름 출력-->인쇄’의 과정을 거치던 종래의 방식에서 '필름 출력'을 생략하고 곧바로 인쇄판을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CTP(computer to plate)는, 예전에는 잡지나 신문 등 한 번만 인쇄하면 되는 출력물에만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상당수 단행본 출판사들도 CTP 방식으로 책을 만든다. 필름 출력비를 절약할 수 있고 따로 필름을 보관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초판을 찍은 이후에 2쇄를 찍는 책들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쇄를 거듭하는 책이 줄어들었다니, 필름을 뽑지 않아서 제작비가 아무리 줄어든다 해도 그다지 즐거운 얘기는 아니다.


활자 잔혹극』 초판은 3,000부. 당연히 표지 3,000장을 전량 폐기 처분할 뻔했다. PDF 최종 파일에서 문제가 없었고, 우리가 인쇄소 웹하드에 올린 파일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 글씨가 깨진 것도 아니고 저렇게 변환되어 버린 이유를 디자이너도 인쇄소에서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데이터를 넘긴 이후에 발생한 상황이므로 재출력한 제작비는 전액 인쇄소에서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CTP 방식으로 만드는 책은 제본하기 전에 반드시 가제본을 만들어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은 지금 막 제작처에서 출판사로 입고되었다. 기쁘다. 제본소의 기름냄새를 잔뜩 머금고 스무 권씩 밴딩이 되어 있는 책덩이를 마주하며, 그 밴딩된 맨 윗부분을 가위로 처음 자를 때의 기분은, 아아 역시 짜릿하다고밖에는,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물론 처음 집어든 책에서 오자나 탈자가 발견되면 어쩌나, 제본 불량이나 접지 불량이 보이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일단 불량스러운 대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행이지뭐니.



그건 그렇고, 책이 나왔으니까 이벤트하자.

이 책은 제목을 정할 때 애를 먹었다. 상당히 많이 먹었다. 수백 개의 제목을 정해놓고 밤을 세워가며 고민했다는 건 반쯤 과장이지만 어쨌거나 세 명의 편집자들이 본문 교정지를 몇 번씩 뽑아 읽으며 '활자 잔혹극'에 다다르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몇몇 분들은 '활자 잔혹극'이라는 제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책의 제목을 정해봅시다'라는 취지의 이벤트를 해볼까 한다. 지난 번 '카피 문학상'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요령은 이렇다. 일단은 이 책을 읽어봐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본인이 편집자가 됐다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순간순간 이 책에 어울릴 법한 (또 다른) 제목을 떠올려봐 주시길. 자신의 의식을 '제목 짓기'라는 명확한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두며 책을 읽는 작업은 의외로 색다른 독서체험이 될지도 모르겠다(아니면 말고). 혹시 적당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그러한 목적의식적 읽기를 마친 후에 그에 따른 감상을 적어도 무방하다. 

새로운 제목을 정하든 감상을 적든, 마치 편집자가 교정지를 읽으며 제목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도출된 '그것'은, 내 입장에서 혹은 북스피어의 편집자 입장에서 따져볼 때 앞으로 책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사료된다. 그러니까 사해동포적 마인드로 널리 북스피어를 이롭게 한다는 차원에서 부탁을 좀 드리겠다.

기간은 지금부터 12월 15일까지. 
근사한 제목이나 감상을 남겨주신 분에게는 다음 달에 나올 미미 여사의 신간을 드리겠다. 제까닥 드린다. 

이상. 


덧)
1. 박신양 편집장이 무사히(?) 복귀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만. 그래서 더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북스피어도 풍전등화인 상태라서. 뭐 악덕 사장이라고 뭐라 해도 딱히 반박할 말은 없어.

2. 다음 달에는 미미 여사의 신간이 나온다. 에도 시대물이다.

3. 미미 여사와 관련하여 네이버에 기사를 썼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33&path=|462|570|&leafId=84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34&path=|462|570|&leafId=84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35&path=|462|570|&leafId=842

변영주 감독에게 한 꼭지를 부탁하려고 통화하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화차'의 촬영이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내년 초에 개봉할 모양. 잘됐으면 좋겠다. 혹시 여력이 된다면, 변영주 감독이 쓴 글 아래에 '화이팅'성 댓글이라도 달아주시길.

4. 내일부터 한겨레 문화센터(분당)에서 강의를 시작한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 참고하시라고.
http://www.hanedu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2&tolclass=0002&subj=B90742&gryear=2011&subjseq=0004&booking=


   

날씨만 좋더라

from 이벤트 2011/11/07 12:21

날까지 강수 확률 80퍼센트라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당초 11시에 하려던 독자 교정을 13시 30분으로 미룬 건데
어허, 강수는 무슨.
날씨 엄청 좋더구만.

그리하여 느즈막히 교정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한잔하려던 계획을 급수정
영차영차 교정을 보고 있던 독자들을 어르고 달래서
한강으로.

 


llorica 님, 뒹굴뒹굴 님, netrain 님, 후추 님. 이동윤 선생님, 박세진 사장님.
모두 노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홍 대표님도 고기 굽느라 고생하셨고요.
물론 내가 제일 고생했지만.

간만에 즐거웠습니다.

덧)
코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 후기가 올라왔다.
아아 지나치게 훌륭한 자세가 아닐 수 없어요.
앞으로 독자 교정 후기는 독자가 쓰는 걸로 정할까 생각중.
http://blog.aladin.co.kr/724777133/5192580




동료 박신양 편집장이 아프다.
많이 아프다.
배를 째야 한단다.

담낭 절제라니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아플까 싶어서 기분이 오싹한데,
실제로 당하면 오죽 아프랴.

모쪼록 잘 이겨내고
무사히 복귀할 수 있기를.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덧)
편집장님,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이번 기회에 푹 쉬어.
산적해 있는 일들은 막내랑 내가 죄다 할 테니 걱정 말고.
야~ 유 차장, 이따 짜장면 시켜라, 오늘 야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