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록 오랫동안 블로그를 방치한 적이 없었는데……. 잠시 벽을 향해 반성해 본다. 최근 한 달여는 정말이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더라도 다들 불평 한 마디 없이 잘 참아 주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얼른 글을 올리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와 같은 댓글들이 창동 기지에 늘어선 객차들마냥 줄줄이 이어졌었는데 말이지.

불모의 사막을 걷는 기분으로 겨우 작업을 마친 후 한숨 돌리고 나니 어느새 해가 바뀌고 설이 지나 있다. 하지만 만드는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태평하게 날아다니는 까치를 바라보며 “아아 벌써 새해인가” 따위의 말이나 느긋하게 지껄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팔아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쓰고, 서점 담당자를 만나고, 이벤트 계획을 짜고.

그런 와중에 노심초사 기다리던 작업 결과물이 나왔다. 기쁘다. 뭐 언제는 안 기쁜 적이 있었냐만 이번에는 유난히 기쁘다. 막 인쇄를 마친 작업물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나는, 그게 어떤 형태가 됐든,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쁨은 직접 겪어본 자가 아니면 잘 알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헌데 어떤 결과물이기에 ‘유난히’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느냐, 이런 걸 좀 궁금해 해 주시기 바란다. 이삼 년쯤 전부터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일종의 타블로이드 신문 같은 건데, 그동안에는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도저히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세이초 월드’의 출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아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확 만들어 버린 것이다.

대관절 그게 무엇인고 하니―.


총 8면으로 구성돼 있고 주요 기사는 다음과 같다. 

 
   주요 기사

ㆍ다만 남들이 가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_조원식(모비딕 편집주간)
  
   <북스피어 신간 예고편>
ㆍ정력, 우리 사회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_최내현(북스피어 공동 대표)

   <엄청 안 팔린 구간 깔때기>
ㆍ그는 왜 쓰는가_박현정(전《DRAMATIQUE》편집장)

   <인터뷰>
ㆍ"세이초 선생의 담당 편집자라면 《분게이슌주》의 후지이 야스에라는 제1인자가 있습니다”
    _김경남(『D의 복합』번역자) 

   <박현주의 장르문학 읽기>
ㆍ한성 새벽의 저주, 『주시행육의 밤』_박현주(번역가)
 
   <펜더의 장르문화 읽기>
ㆍGood Luck, 전투요정_이성주(군사 전문가)

   <"원어에 충실"할 것인가 "번역어에 충실"할 것인가>
ㆍ의역, 직역, 직역주의_노승영(번역가)
ㆍ번역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들_조영일(번역가)

ㆍ‘세이초 월드’ 출간의 변_김홍민(북스피어 대표)




이제 우리(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하다만)에게도
‘제대로 된’ 장르문학 소식지가 생겼음을 공표하는 바이다...

...라는 건 웃자고 하는 소리고,
여튼, 바쁜 와중에 글을 보내준 박현주, 노승영, 펜더, 조영일, 박현정, 같이 기획한 모비딕 식구들, 북스피어 동료들, 특히 디자이너 홍지영 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요령이 생겼으니까 다음번에는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틀림없이. 물론 이번에 발행한 결과물의 반응이 좋아야 다음도 있는 것이겠지만.


덧) 조만간 『D의 복합』(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모비딕)과 『짐승의 길』(전 2권,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이 동시 출간 되면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아참, 알리는 말씀.
짐승의 길 독자교정을 하던 날,
점심 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대형 피자 두 판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이런 센스 있는 자 같으니. 먹다가 낙오할 뻔. 누구 짓입니까. 얼른 자수합시다.

아울러,
올 한해 1년간 책을 받기로 하신 '낙천주의 님'은 속히 해당 블로그 아래에다가
비밀댓글로 주소, 이름, 연락처를 기재해 주십시오.
단, 우편번호를 적지 않으면 책은 가지 않습니다.



이번에 북스피어로서는 나름대로 과감하고 무리한(!) 이벤트로 일러스트 및 웹툰 공모를 하고 있습니다. (참고
아쌀;;하게 외면당할까 봐 벌벌 떨고 있는 중이니, 오셔서 관심 한 줌 주고 가셔요.

화려한 이벤트를 맞이하야 응모하실 분들께 도움도 될 겸, 그리고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대강 이런 분위기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는 참고 자료로 보여 드리기도 할 겸해서 책에 실린 단편 중 한 편 「여기자 자리」를 전문 공개합니다.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에 실린 18편의 단편 중에는 이 단편보다 더 유쾌하고 발랄한 단편도 있고, 이보다 약간 무겁고 진지한 단편도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이 단편에 등장하는 유치찬란하고 찌질하고 한심하고 마초인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한 히어로 빅 가이가 사장님의 애정(?)을 한몸에 받았지 뭡니까.

아래 슬라이드 창, 혹은 돋보기가 그려진 Enlarge 버튼을 누르시면 새 창에 그림 파일로 「여기자 자리」가 뜰 텐데요. 스크롤 바를 내려가며 읽어주시면 됩니다.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읽고 나서 웹툰 공모에도 참여해 주시고... 책을 사 주시면 더 감사하죠... ;;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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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전에 <영원의 아이> 책을 받았습니다. 책이 창고에 들어갔다가 다시 서점으로 나가려면 이삼일 걸리니까 서점에서 발송은 월요일부터. 주말만 버티시면 곧 책을 받으실 수 있어요. 독자교정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내일 우편 발송하겠습니다. 빠르면 토요일에라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책 받으시기 전에 책을 미리 구석구석 들여다 보실까요?


실물의 위용. 너무 두꺼워질 것 같아 본문 종이에 가벼운 이라이트지를 쓰지 않고 보통 쓰는 미색모조지를 썼는데 "생각보다는 꽤" 가볍습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라, 우리 이거 이라이트지를 썼던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느낌. 같은 종이라도 지업사 등에 따라 차이가 좀 있는데 이번 종이는 운이 좋게도 가벼운 녀석이 쓰였나 봅니다. 럭키! 두께가 부담스럽지만 들고 다니면서 읽을 만해요♡



표지 재킷을 벗긴 버전. 저희 디자이너가 좀 멋진 분이라 속표지도 대충 하지 않으시죠. 엣헴. 책 하나로 두 개의 판본을 얻는 것 같은 장정입니다. 표지 재킷이 땀에 약하니까 갖고 다니시거나 읽으실 때는 재킷을 살폿 옆에 벗겨 두시는 것도 한 방법.



분량도 많고 양장이라 당연히 튼튼하게 사철 제본을 했습니다. 살짝 책을 열어도 좍좍 펼쳐져 읽기에는 그만!



가름끈이에요. 상하권을 비교해 보시면 금방 아실 텐데, 상권의 포인트 컬러는 시원한 청색 계열, 하권은 열정적인 붉은 자주색 계열이거든요. 재킷 지은이와 원서 글자에 쓰인 색도 그렇고, 속표지에 쓰인 색, 가름끈의 색이 모두 일치한답니다. 그냥 평범한 가름끈 같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얇은 가름끈보다 더 두툼하고 볼륨감이 있어 책의 무게감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어요.



이제까지 사진 이미지로만 보셔서 알아차리기 힘드셨을 텐데, 이제 표지 종이의 질감을 상상하실 수 있나요? 마분지라는 표지 종이인데, 거친 한지 느낌이 제목자의 획을 돋보이게 합니다. 제목을 둘러싸고 있는 태운 종이 이미지는 디자이너분이 직접 한지를 태워 스캔을 한 뒤 다듬은 이미지예요. 상권과 하권이 조금 차이가 있고, 표지에 맞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몇 번이나 한지로 불장난을 하셨다능.



자아, 상하권의 두께 차이입니다. 하권이 상권보다 130쪽 더 많습니다. 올여름 읽지 않으시면 정말정말정말 후회하실 거예요. 전 어제 제작처에서 몰래 상권 훔쳐왔는데 책이 잘 만들어졌나 훑어 보다가 벌써 상권의 절반 정도를 읽고 말았어요. 하아..... 이 감동을 여러분께도.......



덴도 아라타의 친필 사인입니다. 집필 활동 외에는 관심이 없으신 건지  짧은 한국어 판 서문과 이 친필 사인을 팩스로(컴퓨터도 쓰시지 않는다고 해요) 받아 책에 실었습니다. 나름 '친필 사인 인쇄본'(요즘은 이런 야릇한 표현을 쓰더라고요)입니다. 크흐흐.

주말을 견디기 힘든 분들을 위해 책 받고 서점을 돌아돌아 들어오자마자 전격 포스팅! 다음 주에는 흥미진진 블로그 이벤트도 시작할 예정이오니 책을 받으시면 확인하러 다시 방문해 주시라.

지라프, 모울, 루핀. 모두 사랑해!!!!! -虎-

덧. 이 글을 읽고도 아직 예약 구매 버튼을 클릭하지 않으시면 당신은 미운 사람. -3-



<가다라의 돼지>는 설 지나고 나서부터 바로 작업에 들어간 타이틀입니다.
그런데 책이 나온 건 자그마치 4월 말.

대체 이 약 두 달 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궁금하시면 누질러보시라..↓


더보기




게다가 이게 다가 아니라, 이벤트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책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마케터 님이 얘기해주실 거예요, 아마...)


이런 험난한 여정을 거쳐 정말로 고생하며 낸 책입니다.
꼭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특히 제가 마지막에 사고를 좀 많이 쳐서, 이걸 어떻게든 무마하지 않으면... <-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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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큰 사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나카지마 라모의 대표작 <가다라의 돼지>가 나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무실 사람들도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막상 작업 자체는 3월에 끝났는데 출간은 4월 말... 하마터면 <가다라의 돼지>보다 <얼간이>가 먼저 나올 뻔했습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하도 여기저기 태클을 많이 받았더니, 책을 손에 받아드는 순간 감동의 쓰나미가...!!

이번 <가다라의 돼지>에는 이벤트가 걸려 있습니다. (~ 5/16)
구입하신 분들 중 50분아프리카 미술관 입장권을 드립니다!! (1인 2매)
매달 새로운 아프리카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상설 전시관도 있습니다. 큐레이터분이 직접 작품 설명을 해주시기도 하고, 아프리카 커피도 주신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가다라의 돼지>는 나카지마 라모 작품 세계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괜히 대표작이 아니에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분량이 상당하죠? 그래도 저 무시무시한 두께와는 달리 책장이 휙휙 넘어갑니다. 정말 재미있거든요.
 
팔 년 전 아프리카에서 딸을 잃은 민족학자 오우베. 
사이비 종교와 엮이게 된 그는 프로 마술사의 힘을 빌려 그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 일을 계기로 딸을 잃은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아프리카로 다시 향하게 된다.
목적지는 스와힐리어로 ‘13’이라는 불길한 뜻을 가진 쿠미나타투 마을.
그곳에서 오우베 일행은 대주술사 바키리를 만나 그의 ‘바나나 키시투’를 훔친다.
바키리가 내린 저주는 괴이한 죽음을 부르고,
마침내 일행은 케냐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물도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가다라의 돼지는 장르를 한 마디로 정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기본 스토리 자체는 모험 소설인데, 주술이니 저주니 초능력이니 하는 '비과학적'인 것들이 주요 소재로 활약하고 있으니 판타지로도 볼 수 있겠고요. 바키리의 저주에 쫓기는 부분은 호러 서스펜스, 게다가 결말 부분은 감동적인 드라마. 그 외에도 읽다 보면 빵 터지는 유머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아프리카의 생생한 현장감도 가득합니다. 어쨌든 정말 재미있는 오락 소설임은 틀림없지요.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재미만 추구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저자는 다른 문화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을 상당히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오컬트 현상을 무조건 믿어버리는 사람들과, 반대로 오컬트 현상을 무조건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내용도 있습니다.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말을 하기도 하고요.


참, ‘가다라의 돼지’는 성경에 나오는 일화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가다라 지방에서 예수가 마귀를 돼지 떼 안으로 몰아넣었다는 내용의 이 일화는, 작품 안에서 아프리카의 주술을 무지로 치부해 버리려는 가톨릭의 자가당착을 비판하는 데 쓰이는데요.
저는 이 제목에서 라모의 위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내용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야기 전개가 처음에는 [주술 vs 주술 비판(?)]이었다가 [주술 vs 주술]의 형태로 바뀌게 되거든요. 

주인공을 쫓는 바키리는 대주술사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아군'에는 주술 외의 오컬트 관련이 마구 등장합니다. (물론 아군이 되어주는 주술사도 있습니다.)
바키리의 주술에 맨 처음 대항한 사람은 카톨릭의 신부였고(아군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주술을 연구하는 민족학 학자와 인간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초능력 청년에다가 가짜 초능력의 속임수를 까발리는 프로 마술사. 소림사 무술을 익힌 청년도 있고 심지어는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방송국의 디렉터도 있지요. 게다가 이 사람들이 하나로 모이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사이비 종교의 사기 사건.
오우베의 동료들이 여러 방면에서 주술을 뜯어보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려고 들었을 때, 바키리는 그 논리성을 오히려 역이용해서 아군을 '주술'로 공격합니다. 
작가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자분들은 어떠신가요?

p.s
저는 호리베 씨가 정말 좋았어요. 내용을 통틀어서 제일 마음에 든 등장인물이었는데... 었는데......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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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이런저런 일 때문에 출판 관련 기사를 검색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지난 주와 이번 주에는 1인 출판 창업자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출판사들을 찾아보았다.  

1인 출판은 말 그대로 혼자서 볼도 던지고 빳따질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마케팅이나 영업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좋은 책은 독자들이 알아서 찾아 읽는다거나 인터넷이 기회인 것처럼 말들도 하지만, 독자들 역시 마냥 책을 붙들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고 인터넷 마케팅도 점점 살벌해지는 요즘이다.

뭐랄까, 예전에는 가난한 집 자식들도 열심히 하면 서울대에 갔지만, 요즘은 아무래도 있는 집 자식들이... 음, 이런 비유는 좀 진부한가.

상황이 이렇다면, 1인 출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출판계의 말석에 앉아 제 앞가림도 못하는 내가 이런 말을 읊조리려니 상당히 민망하다만(그러나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출판사 자체를 브랜드화시키는 일이 상대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 아닐까 싶다. 덮어놓고 튀라는 말이 아니라 차별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비평가 신형철 씨의 문장을 슬쩍 빌려 표현하자면 “출판사는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로 그 존재감이 결정되는 듯하다.” 예컨대 ‘가지고 있지 않은’ 출판사의 경우, 우리는 A 같은 종류의 책도 낼 수 있고 B 같은 종류의 책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프로다. 때문에 A든 B든 시장에 던져놓고 팔 자신이 있는 것이다.

반면 ‘가지고 있는’ 출판사는 이를테면, 우리는 A라는 책밖에 낼 수 없다고 말하는 출판사들이다. 매 순간 그들이 내는 책은 어떤 필연성의 산물이 된다. 덕분에 그 출판사는, 혹은 그 출판사에서 만든 책은 믿을 수 있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출판사다.

가지고 있는 출판사는 가지고 있지 않은 출판사에 비하면 무력하지만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안도한다. 가지고 있는 출판사의 보람이란 매양 이렇게 소박한 듯하다. 그 소박함과 더불어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복되고 행복하다.

하지만 오늘 여기에, 가지고 있는 출판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산은 책 잘 만드는 출판사로 정평이 나 있다. 브랜드만으로 책을 구매하게 만드는 출판사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시스템도 여느 출판사와 다르다. 직원은 거의 두지 않고, 부부가 공동대표를 맡아 편집과 영업, 디자인까지 내부에서 해결한다. 두 사람 다 편집자 출신으로 96년에 창업했고 매년 4~5종을 꾸준히 발간해 왔다.

"출판사 중에는 판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원서에 나와있는 주석이나 참고문헌을 빼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책 뒤에 붙어 있는 참고문헌은 이 책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책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근거예요. 이런 작업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이산 강인황 대표의 말이다.

“출판업계에선 이산의 책은 책 뒤를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책 뒷부분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출판사들이 이 부분 작업을 본문 작업이 다 끝난 후에 마무리하듯 하는 데 비해 이산은 본문 편집과 병행한다. (주간조선, 09. 12. 19.)”

연간 종수가 많지 않은 이유는 한 권 한 권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리라.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주인공처럼, 이산은 한눈팔지 않고 동아시아 관련 인문서와 역사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산 독자 가운데는 출판 편집자가 많다. 이몸 역시 이산을 흠모하는 독자 중 한 명이고.ㅎㅎ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텀에 맞춰 신간을 찍어낸다. 이를 밀어내기라고 한다. 그래야 돈이 돌기 때문이다. 잔루가 많더라도 홈을 밟지 않으면 득점할 수 없다. 안타를 못 치면 볼에 맞아서라도 걸어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내고 싶지 않은 책인데 내야 하는 현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직원을 채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방향은 잃지 않았지만’ 출판사 운영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편집자는 자신의 몫을 하느라 정기적으로 책을 냈다. 영업상 필요해 부수도 더 찍어야 했다. 책을 수금하기 위해 썩 내키지 않는 내용의 책도 내야 했다. 어느날 돌아보니 그물코도 신간을 밀어내고 수금하고 반품받는 기존 출판계 관행을 따르고 있었다.(한겨레, 07. 03. 13)” 그물코 출판사 장은성 대표의 말이다.

2001년 창업한 그물코 출판사는 그런 악순환이 싫어서 4년간 어렵게 일군 서울에서의 생활을 몽땅 접고 홍성으로 내려가자고 마음먹었다. 2006년의 일이다. 출판사를 창업하며 세웠던 ‘생태주의 관련 책을 낸다. 재생용지만을 쓴다. 양장은 만들지 않는다. 신념에 맞지 않는 책은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책을 만들고 있다.
 
출판사를 검색해 보니 홍성에서는 명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출판사 한켠에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여건이 되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샨티 출판사는 2003년에 문을 열었다. 시작은 했지만 경영은 신통치 않았다. 필요한 책만 알맞게 낸다는 원칙을 지키느라 발행종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산티의 책을 찾는 독자는 조금씩 늘어갔다.

2006년, 산티는 “학부모 400명이 50만 원씩 모아 2억 원의 장학금을 마련했다는 기사를 보고 50만 원을 내는 회원 200명만 있으면 1억 원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판에 특정 출판사에 거액을 쾌척할 독자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외국에 살면서 샨티의 책을 사서 보는 한 회계사로부터 회원제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신이 첫 번째 회원이 되겠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샨티는 그동안 산행, 저자와의 만남, 초청 강연회, 독자 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독자와 소통을 꾀해왔다. 그 결실이 ‘회원제도’. 일반회원(10만원), 평생회원(50만원), 단체·기업회원(100만원) 등 100명 이상과 인연을 맺었다.(세계일보, 2008년 4월 5일)”

위에 소개한 세 출판사는 가지고 있는 출판사들이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원칙을 지키고 독자들과 소통한다. 그걸 팔아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다시, 도구로서의 책의 특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엄청나게 발달한 미디어와 함께 책도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한 목소리들의 논의가 장차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그 주체는 출판사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이제 출판사는 무얼 가지고 시작해야 하나. 우리는 뭘 가졌는가. 고민해 볼 일이다.

덧) 알아보니 세 출판사들 가운데 한 군데는 작년에 한 종밖에 발행하지 못했다.



TaejuLim @hongmin76 대표님 기억하시는지요. 지호 씨는 잘 지내고 있나요. 늘 북스피어를 응원하고 있답니다.

며칠 전 트윗에서 임태주 대표가 건넨 인사다. 반가와라. 이 년 만인가. 사실 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우리 편집장님이랑은 교류가 있어서 예전 북스피어 3주년 때 ‘주례사’를 받은 적이 있다.

@TaejuLim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오랜만에 다시 뵌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역시 저희 3주년 때 임 선생님이 날려주신 근사한 멘트 때문이겠지요. 덕분에 북스피어는 곧 다섯 살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렇다. 북스피어가 곧 다섯 살이 된다. 어느 새 5주년. 그때는 또 뭘 좀 해야 재미진 이벤트였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한밤중에 아귀가 맞지 않는 덧문 틈으로 들어온 겨울바람을 맞았을 때처럼 몸이 살짝 움츠러든다. 뭘 해야 할지, 앞으로도 쭉 모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정말, 백 년도 못 살면서 천 년을 걱정하는구나.

내년에 뭘 낼지 고민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니가 지금 그거 걱정하고 있을 때냐.

어디에선가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린다 싶은 순간 가슴속의 횡경막이 툭 하고 터졌다. 이럴 때는 담배나 한 대 태우는 게 상책이다. 얼른 레종 한 개비를 꺼내 횡경막을 다시 묶었다.

**

갑자기 다시 볼 일이 생겨서 <출판기획-북페뎀> 2호를 팔랑팔랑 넘기는데 전에는 미처 주의 깊게 보지 못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상당히 길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출판기획의 최전선에서 머리를 꽁꽁 싸맨 채 노심초사와 전전긍긍을 병행하고 있을 기획편집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옮겨본다.

프랑스 세이유 출판사가 기획한 ‘20세기 총서’는 성공을 위한 특별한 마케팅도 없었고 세계화 전략도 없었다. 그러나 1989년 가을에 시작된 이 총서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발간된 75권 중 상당수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기획을 맡은 올랑데에게는 이 총서를 진행하기 전에 분명한 목표와 방향이 있었다. 대중에게 읽는 즐거움과 배우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어야 한다는 출판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올랑데의 책에 대한 생각은 우리 편집자들에게 교훈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떤 책이 가장 좋은 책일까? 이런 질문에 우리는 “독자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술술 읽히는 책”이라 대답한다. 인문 사회과학 책마저도 이렇게 쓰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책에는 이런 노력이 없어야 하는가? 왜 책은 이런 노력을 독자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일까? 올랑데는 “책을 어렵게 읽어가는 즐거움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책을 즉각 이해하지 못할 권리도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부분만을 이해하면 어떻습니까?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완전히 이해하며 읽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읽어갑니다. 한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입니다”라고 말한다.

책을 고통스럽게 읽어낸 후의 즐거움! 아마 우리 독자나 출판계에게는 그야말로 헛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20세기 서고’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라디아 플렘의 <카사노바>는 이런 즐거움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어쨌든 독자에게 책을 읽는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겠다는 기획자의 굳은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총서가 바로 ‘20세기 서고’이다.

20세기 서고는 방향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획자만 있고 기획은 없다. 총서는 이래야 한다는 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내용면에서만이 아니라 형태면에서도 총서의 관념을 깨뜨렸다. 20세기 서고의 특징은 형식과 분량의 파괴에 있다. 심지어 책의 크기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포켓판으로 출간된 것이 있는가 하면 신국판의 크기로 출간된 것도 있다.

분량은 더더욱 다양하다. 엄격하게 보면 하나의 시리즈에 속한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포켓판으로 120쪽에 불과한 책이 있는가 하면 신국판으로 65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도 있다. 형태적으로 똑같은 것은 표지 하나뿐이다. 우리처럼 칼라도 아니다. 누런 표지에 저자 이름을 가장 위에 검은색으로, 그 아래에 붉은색으로 책 제목을 새겼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20세기 서고라는 표기와 출판사 이름이 있을 뿐이다.(...)

나는 기획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시장을 읽는 눈, 달리 말하면 독자가 현재 원하는 방향을 감각적으로 혹은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포착하여 그에 알맞은 책을 기획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기획은 독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다. 책의 내용에서나 글쓰기에서나, 심지어 활자의 크기와 책의 형태까지도 독자의 기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현재의 시장에 바탕을 둔 기획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두 번째 기획자, 달리 말하면 독자를 이끌어가는 기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행본만이 아니라 시리즈물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20세기 서고가 세이유라는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올랑데라는 뛰어난 기획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반드시 처음부터 총서의 이름을 정해놓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 출판사가 커다란 그림을 그려놓고 일정한 방향으로 책을 출간한 후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20세기 서고에 버금가는 총서를 탄생시킬 수 있다. 우리는 처음에 작게 시작하면 된다. 총서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된다. 출판인의 정식 속에서만 총서라는 개념이 있으면 된다. 다만 발상의 전황이 필요할 뿐이다. 포켓판과 신국판이 하나의 총서로 묶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사고방식만 있으면 된다. _강주헌


코오. 멋있다. 박수. 짝짝짝짝――.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이 대목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새삼 감탄했다. 요근래 내가 쭉 듣고 싶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대관절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을 특별한 일화를 통해 의지적으로(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서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획편집자들이 우리 나라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사례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굳이 위와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글쓴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독자가 현재 원하는 방향을 감각적으로 혹은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포착한” 기획은, 이론적으로 볼 때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자를 이끌어가는” 기획은,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원래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때 백 명 가운데 한 명이 그 기획을 마음에 들어 하고 그로 인해 출판사가 유지될 수 있다면 나머지 아흔아홉 명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쯤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다만 그 한 명은 철저하게 마음에 들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음에 들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그러려면 기획편집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을 기치로 내걸고 뚝심 있게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야 한다.

...아마 그런 얘기를 하려던 것이리라. 아니 뭐, 내가 아흔아홉 명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나니 그냥 그런 느낌이 들더라는 얘기다 ㅎㅎ

**

문득 생각이 나서 임태주 대표가 써준 ‘주례사’를 찾아서 다시 읽어보았다. 말 그대로 주례사일 뿐이긴 하지만, 뻔히 알면서도 다시 읽는데 약간 벅찼다. 그래, 그땐 정말 뚝심 있고 오만해 보였는지도 몰라. 적어도 지금에 비하면... 

<북스피어 연대기> 제3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 책의 부제는 ‘오만과 편견으로 들끓는’이다.
내가 아는 한 출판사는 딱 두 종류가 있다.
낚시가게 같은 출판사와 베이스캠프 같은 출판사다.
낚시가게 출판사는 매우 친절하다.
전설의 물고기 곤들매기를 잡는다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 피트가 던지는 플라이낚시를 들어보았는가.
이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곤충 모형의 이미테이션을 만드는 작업인
타잉(Tying)으로부터 시작한다.
타잉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플라이낚시의 내면을 좌우한다.
그러니 낚시가게 출판사는
독자를 모방하고, 독자의 뜻에 따르고, 독자에게 충직하다.
그래서 갈수록 그들의 잔망한 입맛에 맞추느라 타잉의 기교가 늘어간다.
베이스캠프 출판사는 매우 오만하다.
그들은 보통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표범이나,
히말라야의 눈보라에 맞서는 사자와 같아서
굶어죽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파른 벼랑 위에, 만년설 위에 집을 짓고 부수기 때문에
결코 그 어느 것에도 굴욕하거나 안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오만을 일용한다.
자신들이 오르지 않으면 아무도 거기에 깃발을 꽂을 자가 없다는
강철 같은 편견으로 말린 육포를 뜯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베이스캠프 같은 출판사가
단 몇 개만 존재하고 있는데, 북스피어가 그 중 하나다.
나는 그들의 그 굳고 아름다운 오만함의 끝을 지켜볼 참이다.
“더 이상 새로운 미스터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꽤 고통스러운 전개라는 것을 각오하고 읽기 바란다.”
어떤 누구도 감히 독자들에게 이 따위 불경스런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 같은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낚시가게 출판인들은
저 압도하는, 저 불친절한, 저 강고한 자존을
침 흘리며 부러워할 뿐이다.
<북스피어 연대기> 제100권을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내가 오늘도 낚시가게 문을 열고 목숨을 부지해가는 이유 중 하나이므로.
-- 웅진윙스 대표 림태주 씀


덧) 그나저나, 진짜 5주년 땐 뭐 하지?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 분.


늘 출판계의 갖가지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출판사와 서점 모두가 공범이라고 봐야 한다. 뭐 굳이 따지자면 출판사가 주범, 서점은 종범 정도가 될까. 그 원인이 ‘매출 지상주의’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출판이라고 별수 있냐는 식으로 매출 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허물어뜨린다면, 출판계가 책을 만들어 파는 일이 다른 산업보다 더 특별한 문화산업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사라지고 만다.

되풀이 하자면, 출판에 대한 ‘특별대우’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출판 행위에 대해 더 엄격한 도덕률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웅진씽크빅은 11일 자사 단행본 사업부문이 업계 최초로 연매출 6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12월 한 달 매출이 60억 원을 기록하는 등 2009년 총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해 600억 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는 임프린트 체제(하나의 출판사가 여러 개의 출판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의 성공 모델로서 입지를 굳힌 한 해였다”며 “올해 매출 목표를 800억원으로 정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_2010년 1월 11일 연합뉴스


웅진은, 600억 원 달성 기사를 여러 신문을 통해 보도되도록 했다. 수출 금자탑 카퍼레이드에 잔치라도 할 기세였다. 출판계에서 600억 매출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뜻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를 공공연하게 발표한 이유는 웅진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마침 「문학사상」(2010년 2월호)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이와 관련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에 있는 백원근 책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자.  

매출액을 공공연히 공표하며 ‘업계 1위’ 운운하는 소리는 기존 출판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책을 펴냈는지를 말하는 출판사의 반대편 극단에 서 있는 셈이다. 문제는 (...) 이와 같은 매출 지상주의가 다른 출판사에서 본받을 만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는데, 한국형 임프린트가 그 본질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서양에서 뿌리내린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는 자본력이 있는 곳에서 유능한 편집자 등을 억대의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하여 별도 브랜드 출판사를 산사에 수십 개씩 계열화하는 형태로 유전자가 조작되었다. 단기적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본 집중형 방식이다. 자회사와 달리 수익성이 없으면 가차 없이 해당 브랜드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임프린트 설립의 필요성도, 운영의 지속성 여부도 오로지 매출이 기준이다. 그러니 출판 철학을 말하는 것은 애초부터 지나친 기대에 속할 것이다.


말하자면 해당 출판사에서 일하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매출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임프린트를 시행하는 쪽에서는 “출판사가 유능한 에디터(편집자)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에디터는 자본의 영세함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며 “에디터의 신분 보장은 임프린트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누구 얘기가 맞는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

한편, 몇 년 사이에 임프린트를 시행하는 출판사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상위 몇 개 출판사들의 매출액도 더불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해지는 곳은 그간 10억~50억 사이의 매출을 올리던 중견 출판사들이다.

중견 규모의 출판사들은 이래저래 곤혹스럽다. 이미 몸집이 커진 만큼 출판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매출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폐달을 돌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비슷하다. 시장이 뻔한데 상위 출판사는 계속해서 매출을 늘리는 추세다. 결국 무리한 매출 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손쉽게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사재기다. 잊을 만하면 보도되고, 바로 얼마 전에도 다시 적발되었다.

ㄱ출판사의 재테크 관련 서적 <마법의 돈관리>, ㅂ출판사의 유명 외식업체 대표 자서전 <정성>, ㅁ출판사의 소설 <아버지의 눈물>, ㄷ출판사의 재테크 서적 <네 개의 통장>.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는 도서 불법 사재기 추방작업을 벌여온 한국출판인회의가 9일, 인터넷 시대의 신종 사재기 행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대폭 높이면서 사재기 의심 책 4종과 그 출판사를 공개했다. 출판인회의는 문화부가 심의를 거쳐 사재기 최종 판정을 내리고 과태료를 물릴 경우 해당 책을 낸 출판사들의 모든 책들을 3년간 베스트셀러 집계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_2010년 3월 9일 한겨레


출판사가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 없다.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기 위해서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유력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책은 붙잡아도 알아서 나간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보다 매출이 확실하다.

얼마 전 만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적발되는 사재기 건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사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출판사가 과연 몇 군데나 되겠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사재기가 전통적인 방법이었다면,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인터넷이 활성화된 이후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평의 조작, 혹은 동원된 서평이다. 우리는 사재기에 대해 떳떳하다는 출판사들도 이 대목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북스피어도 포함된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9일 일부 인터넷 서평 카페가 연루된 사재기 사례를 발표하면서 서평 카페들이 도마에 올랐다. (...) 서평 카페들의 변질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서평 이벤트’를 꼽는다. 출판사와 카페 운영진이 연계해 서평을 조건으로 회원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다. (...)

서평 카페에 독후감을 올리고 책을 무료로 받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기는 어렵다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문제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권하고 싶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서평의 근본 취지와 달리 ‘공짜로 주니까 읽고, 싫든 좋든 평을 쓰는’ 상황이 되면서 서평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평 능력이 처지는 사람이 책을 받다 보니 다른 서평을 베끼는 사례도 발생한다. _2010년 3월 17일 동아일보


건국 이래 불황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출판계는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상황이 나빠지니 치사한 방법이 동원된다. 한 군데가 시작하면 다른 곳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결국, 대형도 중견도 아닌, 이래저래 없는 놈들만 죽어나는 거다.

그렇다면 대관절 없는 놈들은 어찌 해야 한단 말이냐. 부화뇌동하자니 존심 상해서 허파가 튀어나올 것 같고, 오불관언하자니 똥구멍이 찢어지려고 한다. 아아, 그래서 나는 그냥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해 줬으면 좋겠어.


덧) 『열정의 편집』(열린책들)의 저자이자 전설적인 편집자이기도 한 앙드레 쉬프랭의 연설문이다. 눈에 띄기에 옮겨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심정이긴 매일반이다만.

소형 출판사들의 생존 문제는 소규모 국가들의 생존 문제와 아주 유사합니다. 정말로 작은 국가는 거대 국제 복합 기업들과 대치하여 자체 문화를 지켜야 합니다. 한국과 비교하여 극히 작은 국가들을 보면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400만이고 네델란드는 1600만인데 대단히 성공적인 출판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문제는 돈입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모든 출판사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로 된 책자는 모든 도서관에서 두 권씩 구입해주고 있으며, 서적상들이 적어도 1년 동안 서점에서 이런 책을 판매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정부, 출판사, 서적상, 도서관이 합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르웨이 문화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결정의 문제입니다. 어떤 출판사도 대형 출판사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어떤 저자도 대형 출판사만 쫓아다녀도 안 됩니다. 어떤 국가도 자국의 주권과 지적이고 문화적인 중대 사안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모든 일들은 각자가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이 아닙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돈만을 추구한다면 그 미래는 불문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점에서 소형 출판사가 미래의 방식이지 대형 출판사는 아닙니다. 장기간 판매되는 중요한 도서의 출판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작된 방법으로 서점의 베스트 순위에 올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다가) 사라져버리는 책들은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책들은 우리 모두가 시도하고자 하는 문화에 보탬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_『위기의 책 길을 찾다』에서 재인용.


 







제가 북스피어에서 처음으로 올리는 신간 안내입니다. 웃, 두근두근하네요.

이번 신간은 다름 아닌 미미 여사님,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인질 카논>입니다.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찡한, 무지개처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단편 일곱 편이 실려 있는데요.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답게 단편 하나하나가 매우 매력적입니다. 휴먼 미스터리, 도시의 일상에 스며드는 미스터리! 


알라딘, YES24, 교보문고에서 온라인 서점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상당히 큰 상품(?)이 걸려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구입 시 선착순 30분께 적립금 3,000원 지급 / 이벤트 기간 동안 구입하신 분 중 5분을 추첨해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세트 증정)

 
> 알라딘 <인질 카논>
> YES24 <인질 카논>
> 교보문고 <인질 카논>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맨 처음 표제작 <인질 카논>을 읽고 나서 저도 모르게 우와, 우와... 하고 중얼거리고 말았습니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다, 라고요.
사실 저는 번역 원고를 읽을 때까지 이 단편집에 대해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채 읽어보지 못하고 원서를 번역자 분께 드려야 했거든요. 그래서 일단 갈피라도 잡아 보자 싶어 출판사 책 소개와 웹을 뒤졌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 표제작인 <인질 카논>에서는 난데없이 편의점 강도가 아기 장난감 딸랑이를 떨어뜨리고 사라졌다는 겁니다. 또 다른 단편 <과거가 없는 수첩>에서는 오월병에 걸려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된 한 대학생이 우연히 수첩을 주웠다고 하고요. <산 자의 특권>이라는 단편에서는 실연당한 한 여자와 왕따를 당한 소년이 한밤중에 학교를 모험한다지 뭡니까. 대체 이건 무슨 책일까?;;
보통은 책 소개를 읽으면 아, 이 책은 이런 식으로 흘러가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가 있는데, 이번 <인질 카논>은 일곱 편 중 단 한 편도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런데, 그런데. 처음으로 도착한 표제작 <인질 카논>을 읽고 나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내용으로 만들어 낼 수가 있지. 강도와 딸랑이라니, 저 어울리지도 않는 두 가지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마음 한구석을 흔들 수가 있지, 하고요. 무의식중에 아아, 아... 하는 목소리가 목에서 터져 나왔어요.
차근차근 도착한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정말이지, 단편 하나하나에 각각 가슴 저린 반전이 가득합니다. ##가 범인이다!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거야말로 진짜 반전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가슴 찡한 반전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인질 카논> 한 권 어떠세요?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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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편집 일기 2010/02/22 16:40



안녕하세요.
북스피어의 새 일원이 된 kreige입니다. 뒷자리 K군이라고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북스피어 블로그에 들러 주시는 많은 분들이 애타게 기다리시던 상큼하고 재미있는 새 영업자...는 아니고요. (실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실제로 오늘부터 출근하신 새 영업자 분은 미인에 상큼하고 유쾌하신 분입니다. 오오.)
어쩌다 보니;; 북스피어 편집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심심하고 재미없는 인간이라, 미인에다 상큼하신 영업자 분만 믿고 갑니다.
주 업무는 팩스 기계 용지 채워넣기,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쓰레기통 비우기. 기분 내키면 청소기도 돌립니다. 종종 새까만 신입 주제에 편집장님(호야 님)께서 끓여 주시는 커피를 날름 받아 마시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씩 당번을 정해서 점심을 차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머지않아 제가 전 직원을 식중독 내지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은 일본문학 담당입니다만 이유는 단지 편집장님께서 영어를 매우 잘하시기 때문. 제가 그나마 내세울 점이라고는 북스피어와 연이 닿기 전부터 독자로서 출간된 책을 거의 다 읽었다는 점 정도? 그러나 북스피어의 독자분들도 이 정도는 거뜬하시겠지요, 흑흑.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건 <퍼언 연대기>와 <아발론 연대기>를 손도 못 댔기 때문입니다. 실은 사무실에 있는 아발론 연대기 한 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된 건 미미 여사 덕분입니다. 그러나 막상 북스피어의 작가 중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조너선 캐럴, 북스피어가 낸 책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입니다. 혹시 아직 안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 보세요. 아니, 읽어 주세요. 도저히 살 돈은 없고 빌려 읽을 데도 없다 하시면 제가 빌려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나게 될 미미 여사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작가입니다. <이유>를 읽고 홀랑 반한 후에 한국에 출간된 책을 모조리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북스피어도 알게 되었지요. 아직도 미미 여사 작품 중 최고봉은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외딴집>을 읽은 후부터는 이 책도 공동 1위로 넣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아직은 편집장님 발목을 잡고 사장님 속을 썩이며, 때로는 퇴근도 제시간에 안 해서 사장님의 청춘 사업을 방해하는 불량 신입입니다.
아무래도 신간 일정이 꼬인다거나 책에 문제가 있으면 99%쯤은 제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끔은 채찍질 해 주시고 가끔은 당근도 던져 주시면서 짠하게; 지켜봐 주세요.



+
kreige는 크레이그라고 읽습니다.
(vom) kriege의 오타였는데 아이디를 만들고 사흘이 넘도록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사흘이면 거의 웬만한 사이트에 다 등록하고도 남는 기간이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 
생초짜 편집자로 출판계에 막 들어왔을 때 일입니다.
소설을 다루는 곳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버팅기다가 선배 편집자분께 조금 꾸중(?)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는데요. (혼날 짓입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이제 막 편집자가 되려는 내 입장에서, 내가 만들 책은 탄소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실용서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은 석탄이다. 실제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보다 석탄이 훨씬 더 중요하고, 실제로 석탄이 없으면 산업 자체가 자라지를 않는다. 기본적인 의식주와 직결되는 셈이다. 즉, 사람의 실생활을 업그레이드하는 책이다.
인문서는 다이아몬드, 그중에서도 첨단기술에 쓰이는 아주 작고 아주 섬세한 다이아몬드다. 사회 문명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이제는 모든 발전의 기반이 되는 존재다. 사람들의 정신적인 레벨(?)을 올려주는 책이다. 이제는 컴퓨터가 없으면 사회가 마비되듯이, 인문이 없으면 사람들의 이성이 마비된다.
그리고 문학은, 어찌 보면 필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있어야 삶이 촉촉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결혼식에서 반려가 될 이에게 건네는 다이아몬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순간의 벅찬 가슴, 두근거림, 이유 모를 약간의 두려움, 살짝 고이는 눈물까지. 사람의 감정과 감성의 결정체와도 같은 책이다. 
순위나 우열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너무나 분야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뭐, 물론 억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냐고 따지시면 할 말이 없지만, 그냥 제가 그렇게 우겼습니다.;;

왜 쓸데없이 이런 장황한 얘기를 꺼냈냐 하면...
그냥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반지를 끼워 주는 그 순간의 수줍음과 기쁨과 약간의 두려움 같은 게, 독자분들께 책을 내미는 순간의 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얘기를요.
북스피어에서도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그 어떤 반지보다도 반짝일 다이아몬드를 만들어서 내밀고 싶다고요.
편집자(심지어 생초짜)와 독자 사이에 오가는 첫 인사로 할 수 있는 말 중 제일 무거운 인사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온 마음과 정성을 담아, 진심으로, 벅찬 마음으로, 그 순간까지도 거절당할까 조금 두려워하면서 앞으로 계속 여러분께 책을 내밀겠습니다.
반지의 반짝임이 덜해 보인다면 그건 오직 손을 떨고 있는 제 탓입니다.
그러니
당신 손에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멋지게 반짝이며 빛날 책을, 기쁘게 받아 주세요.



- kr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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