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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이 끝나자마자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열두 달에 얽힌 열두 가지 이야기』의 번역원고가 마침맞게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이놈들아, 대관절 미미 여사의 에도시대물은 언제 나오는 거냐"며 질타+야유+항의성 질문을 하신 분들이 많으셨는데 참으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가 교정을 보며 전부 후다닥 읽어보았더니, 열두 달 달력에 얽힌 열두 개의 상당히 흥미롭고도 기이하고도 아아 눈물 없이는 읽기 힘든 이야기더군요. 오랫동안 기다린 딱 그만큼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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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신간의 출간에 발맞추어 각종 야매성 이벤트를 가열차게 준비중입니다. 그 일환으로 <야매 장르문학 소식지>를 제작하려는데요. 지난 <LE ZIRASI> 10주년 기념호에서는 본사가 선정한 7대 출판사의 광고를 실었습니다. 참여출판사에는 제가 직접 연락을 취했고 글항아리, 마음산책, 바다출판사, 은행나무, 한빛미디어, 한스미디어,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광고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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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포맷을 바꿔서 자유롭게 신청을 받아볼까 합니다. 출판사를 비롯하여 각 기업 및 개인 광고("선영아, 사랑해"라거나 "탁현민은 고만 좀 내려와라"라거나 "사귄 지 100일 기념 광고"라거나 "이런 출판사를 원한다, 나를 채용하라" 등등)도 실어볼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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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해당사 및 개인이 직접 제작해야 하며, 잔망스러우면서도 야매적인 컨셉으로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그동안 꼭꼭 감춰뒀던 ‘드립력’을 마음껏 시전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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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는 30만원입니다. 원하는 기업에 한해서는 계산서를 발행해 드리며 광고 마감은 오는 7월 18일 화요일. 신간과 <르 지라시>는 7월 말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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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르 지라시>는 총 10,000부를 제작할 예정이고 각 서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에도시대물 구매한 형제자매님들에게 선착순으로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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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출품을 희망하는 출판사 및 기업 및 개인은 reader76@booksfear.com으로 신청 의사를 밝혀주시면 광고 사이즈 및 제반사항에 대해 답신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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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걸 어떻게 만드나 걱정들 하시겠지만, 아유 광고 컨셉을 짜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보면 분명히 재미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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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궁금하신 점은 아래 댓글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이번 <르 지라시>에 광고를 실은 업체 및 개인 형제자매님께는 제가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정말이에요.


마포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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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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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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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로 밴스와 엘러리 퀸이 영국을 무대로 활약하던 시기,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는 루 아처, 샘 스페이드를 필두로 한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음, 굳이 분류하자면 영국의 탐정들이 젠체하고 전지전능한 신사적 이미지였던 데 반해, 미국의 탐정들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막무가내적 이미지가 강했죠.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웠던 그들은 부패한 권력에 맞서 담배 파이프 대신 권총을 들고 수수께끼를 쫓았습니다. 한마디로 터프했어요. 그리고 그 정점에 필립 말로가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랫동안 사립탐정을 하고 있습니다. 독신의 중년으로 돈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돈과 여자, 체스 정도입니다. 이 바닥이 그렇듯 길바닥에서 죽는다 해도 슬퍼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자 앞에서 재치 있는 말을 할 줄 알았지만 호색한은 아니었고 위선을 혐오하고 비열함을 경멸했으며 외롭긴 하지만 고고한 삶을 살아낸 사나이. 필립 말로의 창조자 레이먼드 챈들러는 말합니다. “남자라면 이 비열한 거리를 통과해 걸어가야 한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여기까지는 대충 아시죠. 레이먼드 챈들러=필립 말로는 코난 도일=셜록 홈즈와 겨뤄도 좋은 승부가 될 만큼 후대의 작가와 작품 들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베를린 누아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소설은 ‘베를린에 필립 말로가 있었다면 대관절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쓴 필립 커의 데뷔작입니다. 챈들러 특유의 활달함과 유머를 고스란히 따랐지만 철저한 역사연구와 디테일한 묘사로 “전쟁의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1936년의 베를린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한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프랑스 미스터리 비평가 상과 프랑스 모험소설 대상을 받기도 했지요.


‘베를린 누아르’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인 ‘3월의 제비꽃’은 히틀러가 독재자의 자리에 오르자 앞 다투어 나치당에 입당한 기회주의자들을 뜻하는 말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36년의 어수선한 독일 사회 분위기를 암시합니다. 배경은 역사상 범죄가 가장 노골적으로 자행된 1930년대의 베를린. 베른하르트 귄터는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경찰 출신 사립탐정입니다. 그런 그에게 철강 재벌 직스는 자신의 딸을 살해하고 보석을 훔쳐간 범인을 찾아, 경찰보다 먼저 보석을 되찾아 달라고 의뢰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 형제자매님들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는 걸로.


어쨌거나 이제 신데렐라 무도회가 끝났으니 슬슬 까주세요.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아울러 공지 사항 하나만.


이미 서점에 입고된 북스피어X가 소진될 때까지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를린 누아르』를 구매하신 형제자매님들께도 북스피어X』, 즉 포장된 형태로 책이 배송될 겁니다. 굳이 포장지를 벗길 필요는 없을 듯해서 말이죠.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략 이달 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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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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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다렸습니다. ^^

    http://blog.naver.com/dergolem
  2. 방금 깠습니다. 조심조심 포장지도 재활용하리라는 마음으로^^
    아는 작가는 로맹가리 뿐이고, 북스피어책이 제일 이뻐보입니다.
    마법의 시간은 이제 끝났고 집에 가야할 시간..이 아니고 이제 책을 읽을 시간이네요.
    • 네. 제가 보기에도 북스피어 표지가 제일 예뻐...
      (제 눈에 안경)
      후다닥 읽어 주시고 리뷰도 좀 남겨주시면
      그동안 저는 열심히 베를린 누아르의
      다음 권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3. 한 7~8년 전이었을까요. 북스피어를 눈팅하던 저는 낯익지만, 블러 처리된 책 한권을 봤습니다. 아마도 책이 잘되길 바라는 기원제 같은 포스팅이었을텐데, 북스피어에서 이 책이 나오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죠. 아마 리플도 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일년 쯤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기대를 접었고... 폴라북스에서도 나온다고 예고만 하고 1년 쯤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기대를 접었었죠.

    그런데 드디어 나와줬군요. 알라딘에 '추정컨데 필립 커의 베를린 느와르 3부작인듯'이라고 리플을 제일 먼저 달았던 것도 접니다...ㅋㅋ
    • 그렇군요.
      베를린 누아르는 저도 오래 생각하고 오래 고민했습니다.
      뭐 제 마음에는 쏙 들었으니까요^^.
      일단은 올해 안에 3부작을 다 내는 게 목표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4. 와우!! 드디어 개봉박두 이제 베를린 누와르의 나머지 두 작품도 나와줬으면...
  5. 언제적 .. 스컬리 2017.05.17 21:57 신고
    뭐에요... 자정에 밝힌다고 해서리 이제 2시긴 남았다고 글 남기러 왔더니 벌써 까셨네

    김새라~~~


    이제 도서관에 신청해야 겠당
    • 아닌데요^^.
      12시 땡 칠 때 올렸는데...
      저 위에 올린 시간을 확인해 주십시오.
      5,17 00:00
      뭐 그건 그렇고 도서관 신청 쪽도 잘 부탁드려요.
    • 언제적...스컬리 2017.05.19 13:16 신고
      아.....
      이상하다.....
      난 16일에 글올렸는 줄 알았는데..
      착각했나봐요.ㅎㅎ
  6. 언제적 .. 스컬리 2017.05.17 21:58 신고
    근데 책 이뻐요
  7. 언제적..스컬리 2017.05.19 13:21 신고
    도서관 신청 완료~!
  8. 철학적탕수육 2017.05.19 13:35 신고
    감사합니다 김사장님.
    3월의 제비꽃 그리고 이후에 나올 베를린 누아르 3부작이 제발 대박을 쳐서
    뉴턴을 탐정으로 등장시킨《어둠의 물체. 아이작 뉴턴 경의 사생활Dark Matter. The Private Life of Isaac Newton) ..까지도 나올 수 있길 바랍니다.. 꼭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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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X, 북스피어X, 은행나무X는 유럽과 일본의 서점을 구경하다가 얻은 아이디어니까 이 시리즈를 구입한 독자들에게도 ‘서점과 연관된 무언가를 증정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싸돌아다녔던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라는 것이 ‘내 멋대로 세계서점X’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그리하여 글은 북스피어가, 사진은 마음산책이, 디자인은 은행나무가 각각 분담한 바, 두 달여 동안 밤을 낮 삼아 다듬고 보정하고 몇 번씩이나 갈아엎어가며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판형+깨알 같은 애드립이 도처에 난무하는 한 권을 만들었다. 아아, 출판역사상 이런 3당합당적 조합과 포켓몬고적 구성을 가진 부록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서점은 (1) 스토리가 있거나 (2) 특징적이거나 (3) 책을 만들어 파는 형제자매님들이 참고할 만하거나 (4) 떼거리 서점 유랑단의 마음에 쏙 들었던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벨기에, 프랑스, 독일, 중국, 미국, 영국, 한국, 대만의 몇몇 곳을 골랐다. 당신의 서점 유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울러,

잃어버리면 다시 구할 길이 요원하니

부디 잘 간직해 주시길.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오프라인 서점은 오늘부터 판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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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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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단된 자 2017.04.25 11:01 신고
    오늘 온다고 문자 받았어요. 두근두근!
  2. 비밀댓글입니다
  3. 와, 기대됩니다. 특히 부록이 무척 궁그미합니다.
    구매한 3권의 책 제목은 정해진 기한까지 꼭꼭 숨기겠습니다. ㅎ
    • 부록은 2권 가지고 있으면
      훗날 큰 값으로 되팔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
      ...라는 게 완전히 농담인 건 아닌데 ㅎㅎ
      암튼 만든 제가 봐도 예쁘긴 되게 예뻐요.
  4. 책을 받았어요. 북스피어랑 마음산책은 예상했던 책이네요. 표지들이 끝내주는데 공개못하는 게 아쉬워요. 근데 북스피어 책은 번역자가 예상했던 분이 아니네요. 예전에 분명히 그 분이 번역한다 했었는데...
    • 아닌 게 아니라 지난 번에 상당히 놀랐어요. 코오.
      북스피어 책의 번역은... 중간에 우여곡절이 상당했지만(한숨),
      언젠가 때가 되면 말씀드릴 날이 있을 듯해요.
    • 판형도 마음산책 책에 맞추시고 세 출판사가 같이하느라 협의하기가 힘들었을텐데... 고생하신만큼 재밌게 읽어드리겠습니다. 근데 마음산책 작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랑 좀 닮지않나요?^^
    • 3사 회의는 고생이었지만ㅎ,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로다주보다는 존 쿠삭 비슷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5. 기다리기 지루해서 책 풀릴 때까지 기다렸...던 건 아니고 그간 게을러서 오늘에야 질렀습니다.
    저는 그냥 오픈일까지 포장 안뜯으려고요ㅋㅋㅋ
    • 표지의 자태가 상당한데...
      과연 16일까지 안 뜯고 배기나 보자...
      ...는 건 농담농담ㅎㅎ
      그렇다면 역시 부록의 홍보에 집중해 주십시오.
  6. 알라딘에서 예약주문했던 개봉열독! 오늘 받았는데요, 너무나 궁금하면서도 그 포장되어있는 자태가 어찌나 곱던지 도저히 뜯지를 못하겠네요. 끈만 살짝 풀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묶어놨어요.
    저도 널리 알려지는 날까지 참아볼까 생각중입니다만^^
    • 그쵸그쵸. 포장 끈 풀릴까봐
      막판에 랩핑까지 꽁꽁 하느라
      제작비가...
      하지만 다들 좋아해 주셔서 후회는 없습니다(단호).
      이 점만큼은 널리 알려주셔도 좋겠어요.
  7. 언제적...스컬리 2017.04.26 10:50 신고
    어제 받았어요~!!!!!!!!!

    하필 야근이라 늦게 가는데 아이들이 알라딘 포장을 풀었다길래 개봉열독 책들도 풀었을 까봐 조마조마하면서 갔는데~
    다행히 그건 안 건드렸더라구요.

    부록으로 온 책도 넘 예쁘구요. ㅋ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 포장은 하나하나 손으로 묶었다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서 막판에 불안했는데
      마침맞게 입고할 수 있어서 한숨 돌렸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X이벤트는 이제 안 하려고요^^;;
  8. 북스피어 책은 정말 궁금해서 포장을
    뜯었더니 오!!! 예전에 입소문으로만
    접했던 그 작가의 책일줄은 몰랐어요.
    나중에 기회되면 기존 출간작이라도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ㅋ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 아, 그리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이라는 게 워낙 취향을 타니까
      '이거 나만 좋아하는 거면 어쩌나'
      전전긍긍+노심초사 중이었는데
      탁월한 선택이라니 다행이에요.
      16일이 되면 널리 소문 좀 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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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의 대결이 벌어집니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구글의 자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도서전 참석차 해외에 있었는데 현지에서도 다들 승패의 향방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약간 놀라기도 하고 흥미로워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습니다. 바둑은 몰라도 어쨌거나 최고수라고 하니 실수가 있다면 한 번쯤 질지도 모르겠다는 낙관적인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대국의 승리는 알파고에게 돌아갔고 그것은 많은 이들에게 ‘별안간 세상이 바뀌었다’는 듯한 반향과 흥분과 혼란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앞 다투어 이 사안에 대해 논평했고 전문가가 아닌 이들은 SNS에 나름대로의 분석을 쏟아내느라 바빴습니다. 제가 귀국한 뒤에도 여파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딥러닝, 싱귤래리티 같은 말들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여기저기서 너무 빈번하게 호출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무렵 몇몇 기자들이 저에게 “인공지능과 관련한 소설이 뭐가 있을까요” 하고 묻더군요. 마침 북스피어에서도, 최근 <컨택트>의 원작자로 뒤늦게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 테드 창의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낸 바 있어서 이를 포함한 소설들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재미난 뉴스를 읽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가명으로 일본의 어느 공모전에 출품되었고 1차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기사였어요.


오랫동안 장기나 바둑 같은 게임 AI를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던 일본의 인공지능 연구자 마쓰바라 히토시 교수(공립 하코다테 미라이 대학)가, 이제 장기의 명인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2010년 이후로 소설 쓰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눈치 없는 인공지능 프로젝트 작가예요’라고 합니다)를 통해 감성형 인공지능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SF소설 공모전인 ‘호시 신이치 상’에까지 소설을 출품하게 되었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인공지능 소설가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우울한 날이었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무절제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쓸데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입니다.


되풀이하지만 공모전에는 저자가 인공지능임을 밝히지 않은 채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출품했다고 합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직후 저자의 정체가 인간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는 당연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이런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 컴퓨터의 감성은 어느 수준까지 자란 것인가 하는 분석도 활발하게 진행되었지요. 이에 대해 마쓰바라 교수는 당시 공개된 소설에 대해 “컴퓨터의 힘이 2할, 인간의 힘이 8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도입부에서는 날씨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에는 인물을 묘사하라’는 식으로 인간이 전체적인 구조에 대한 팁을 충분히 주면 인공지능이 그에 대응하는 단어를 선택하여 문장을 생성하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마쓰바라 교수 팀은 차후 작가 호시 신이치와 고마쓰 사쿄의 소설을 분석하며 ‘그 작가를 그 작가답게 하는 작품의 특징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리지낼러티를 흡수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마치 그 작가가 쓴 듯한 작품을 인공지능이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쨌거나 인공지능 소설가가 공모전의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내용의 이런저런 뉴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호시 신이치 상’에 출품된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을 읽고 “소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것에 놀랐다”고 평한 심사위원이 SF소설가 하세 시토시 씨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스스로 문장을 읽고 학습해, 주제와 장르를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발표한 바 있지요.


너무 일찌감치 번역되어 절판된 모양이지만 하세 사토시는 라이트노벨 『원환소녀』로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작가입니다. 2001년, 스니커 대상 공모전에 출품한 『전략거점 32098 낙원』이 당선되어 데뷔한 그는, 병이 있던 탓에 그대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지요. 데뷔 때부터 SF계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2005년에 출간된 『원환소녀』 전까지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무렵 집필한 작품인 『당신을 위한 소설(あなたのための物語)』 덕분에 비로소 판매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후에 그는 2015년 일본SF대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그때 스스로 그렉 이건(오스트레일리아의 SF 소설가, 국내에는 『쿼런틴』이 번역 출간되었으나 절판된 상태입니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신을 위한 소설』에서도 나노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인지공학적 기술이 등장하는 등, 그런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지요. 




간단요약


1) 인공지능이 소설을 썼다는 뉴스를 보고 

2) 재미있겠다 싶어서 찾아보니 

3) 마침 그 인공지능이 쓴 소설을 심사한 소설가가 "인공지능이 소설을 쓴 이야기"를 썼다는 걸 알고 

4) 한국어판 소설로 펴내게 되었다... 뭐 그런 얘기입죠.



덧) 

마포 김 사장의 지령 40호 발송했습니다.

41호부터 받아보실 분은 아래 주소에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길.

http://www.booksfear.com/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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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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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더 자주 들어와 보게 되더라구요..
    어제 혹시나 검색해보니 새책이 나와서 바쁘셨구나.. 했지요.
    책은 어제 주문하고
    뒤늦게 지령을 확인하고..
    7월이 너무나 기다려 집니다.
    여름엔 역시 미미여사님의 에도물이지요.
    • 지령을 읽으셨다니 아시겠지만,
      매일매일 거의 퍼져서
      뭘 쓰고 자시고 할 경황이 없었어요.
      일단 신간이 나왔으니 숨을 돌리지만
      다음 주부터는 또...(후아)

      그렇더라도 4월 1일에는 꼭
      이곳에 들러주세요.
      그날의 이벤트는,
      정말 재밌을 예정이니까요. 헤헤.
  2. 이미 배송중 ^^
  3. 표지가 아주 오묘하네요.
    많은 것을 담으려 애쓰신 흔적이겠죠?

    지금 주문하러 갑니다~

    해마다 4월 1일 이벤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별했던 것 같아 잔뜩 기대됩니다 ^^
    • 바로 그렇습니다.
      '인공지능+봄이 오고 있음+아아, 장차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를 형상화한 표지인 것입니다 ㅎㅎ.

      이번 4월 1일 이벤트도 만만치 않아요.
  4. 차단된 자 2017.03.17 13:25 신고
    <작가의 수지>도 아직 못 읽었어요.
    같이 주문하러 갑니다~!
  5. 스컬리 누나 2017.03.21 11:22 신고
    신간이 줄줄이 예정되어있다는 것이 기대감 업하네요.

    거의 매일 알라딘 신간코너를 뒤적이고 북스피어를 따로 검색하다가
    오늘 한 건 건졌네요..ㅋㅋ

    그나저나 사놓은 책은 언제 다읽나..

    밤에 책 읽을라면 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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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내 국어 성적이 제일 저조했던 그는 뭘 쓰는 일에 도통 취미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습작 시절도 거치지 않았지요. 계기가 된 것은 1995년 여름, 서른일곱 살 무렵의 일입니다. 초등학생이던 딸이 “굉장히 재밌어, 아빠” 하며 보여준 미스터리 소설을 무심코 읽게 되었는데, 읽기를 마친 감상은 “이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본 소설계라니 한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여 ‘이것이 미스터리다!’라고 할 만한 소설을 딸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써보자고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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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써보자 마음먹고 3일 후에 모리 히로시는 정말로 쓰기 시작합니다. 첫 장편은 탈고까지 불과 일주일이 걸렸고, 쓰긴 썼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서점에 나가서 맨 처음 눈에 띈 잡지 <메피스토>에 무작정 원고를 보냅니다. 이후로도 한 달에 한 편씩 장편소설을 탈고합니다. 첫 소설을 보내고 넉 달 후, 모리 히로시와 만난 <메피스토> 편집장은 그가 쓴 소설들을 모조리 출판하기로 결정하죠. 그리하여 2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그가 쓴 책은 278권, 총 판매 부수는 1400만 부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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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 중에는 “얼마나 버느냐” 하는 절실한 문제도 있는데 그 구체적인 금액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걸 의아해하던 그는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고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돈 얘기는 천박하다’고 보는 풍토가 있다. 작가의 수입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자료는 전무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사실을 밝히는 것도 직업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명’이라고 쓰지 않은 것은, 역시 내가 정직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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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작가의 수지』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평생 동안 얼마나 벌었고 또 어떻게 벌었는지에 관해 실증적인 숫자를 제시해 가며 기록해 놓은 작가노트인 것입니다. 소설을 써서 자신이 벌어들인 고료는 물론이거니와 저서 이외의 수입, 이를테면

(1) 추천사를 쓰면 얼마를 받나

(2) 만화화가 되면 얼마를 받나

(3) 번역권을 팔면 얼마를 받나

(4) 강연을 하면 얼마를 받나

(5) 영상화가 되면 얼마를 받나

(6) 교과서나 문제집에 글이 실리면 얼마를 받나,

하는 것까지도 그에 대한 코멘트를 곁들여 밝혀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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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서 얘기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고 솔직하게 사실과 의견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다들 ‘천박하게 여기는 돈 얘기’와 출판계의 관행에 대해서 말이죠.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작가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동안 저도 꽤 찾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놓고 책으로 쓴 작가는 처음 봤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초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만큼 일본에서는 “오호, 대단하네”라는 호평과 “쯧쯧, 자본주의의 막장일세”라는 비난이 공존하는 모양입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그동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런저런 것들을 알게 돼서 감탄한 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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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을 소일거리로 쓴다는 자세는 결코 아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모리 히로시는 작품을 쓸 때마다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 새로움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적당적당히’ 썼다면 20년 동안 이 정도로 많은 독자들을 모으기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돈으로 계산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글쎄, 이런 관점을 가진 작가가 한 명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내자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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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새해 벽두부터 책을 구매하신 형제자매님들께 드릴 만한 뭔가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걸 만들어 봤어요. 이름 하여 ‘(아아 사람들아 돈 모아서) 책사면돼지’입니다. 재미있으라고 뚝딱뚝딱 만들었는데 필요 없는 분들은 ‘사은품 선택하지 않음’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뭐, 책사면돼지는 몇 개 만들지도 않았으니까요.

알라딘_https://goo.gl/gfjKvc

예스24_https://goo.gl/n8JFgB

인터팍_https://goo.gl/9Vu9vo

인터넷교보에서는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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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송인 소식을 들으셨을 줄 압니다. 어제 저도 ‘자산이 고스란히 부채로 변하는 걸 눈앞에서 목도’하는 기이한 체험을 했습니다. 쓸따리없는 글줄이나 쓴다고 바쁜 척하다가 정작 출판사 살림은 나 몰라라 한 결과입니다. 매출 대비 잔고와 수금어음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약간 암담한 상황입니다...


...만, 그건 그거고 책은 또 팔아야겠기에.


책 좀 사세요...






WRITTEN BY
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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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헉 힘드시겠네요;;;
    저도 열심히 책을 사서 북스피어 살림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잠깐 힘들었는데
      아까 거의 털었어요.
      이제 쿨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계속 열심히 팔면 되죠뭐.
      하지만 격려는 감사해요.
  2. 밀린 북스피어 책 연말에 겨우 샀더니 그새 신간이 나왔네요..
    그것보다 송인 소식 듣고 혹시 북스피어도 하는 마음에 들어왔는데 큰일입니다.
    송인에서 적극적으로 잘 해결해주셨으면 하는데 어음액이 상당하던데 어째요..ㅠ_ㅠ
    작은 응원밖에 안 되겠지만 조만간 요놈도 구매하겠습니다.
    새해 베스트셀러 퐝퐝 터지길! 힘내세요~
    • 그냥 잊어버리는 수밖에 없겠어요.
      또 벌면 되죠(라고 의연한 척).
      고맙습니다.
      한숨 나오는 일의 연속이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3. 걱정되서 와봤는데 글이 올라왔길래 괜찮은 줄 알았는데..... 하아.... 책 많이 사겠습니다

    송인서적 검색을 해보니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더라구요.. 터질게 터진거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출판사에..

    어음이 무슨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아직도 어음 결제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피해는 출판사가 이득은 자기들이 가지고 가는... 에고... 책 많이 살게요
    • 심지어 문방구 어음을 아직도 유통시키고 있는 송인인데...
      피해는 깊지만 깨달음도 크다,
      라는 것이 오늘의 교훈입니다.
      아직 망할 것 같진 않고요.
      올해 나오는 책들이 상당하니까
      열심히 팔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4. 새해부터 안좋은 소식에 들어와 봅니다.
    새해에는 더 독서 열심히하고 책도 많이 사보도록 할게요. 잘 헤쳐나가시기를 응원해요~
    • 오늘 인쇄소로부터 12월 30일이 만기인 송인 부도 어음 1000만원짜리가 돌아왔어요. 하지만 당장 현금이 모자라서 조만간 송금하겠다는 통화를 마치고 나니 확실하게 실감나더라고요. 아아... 억울하다...
  5. 마음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책사면돼지'가 탐이 나 바로 구매 완료하였습니다. ^^ 힘 내시길~!!
    • 네. 마음고생 좀 하고 있습니다.

      ...만 뭐 어쩌겠어요.
      일은 벌어졌고 수습은 요원하고.
      한 권 사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잠을 줄이고 더 열심히 팔아야겠어요.
  6. 오랜만에 홈피 들어와봤더니 이 무슨 ㅜㅜ

    저도 책 1권 주문했습니다. 힘내세요!
  7. 스컬리누나 2017.01.13 17:49 신고
    송인서적 부도 소식을 듣고도.. 이제야 와 보네요.

    참담하시겠지만... 토닥토닥 위로 드립니다.

    책 열심히 살게요!

    10년 세월이 허송세월은 아니었잖아요!
secret






지난주, 교토 이치조지 거리의 서점 케이분샤를 둘러보고 반나절가량 시간을 내서 다카라즈카 시에 있는 테츠카 오사무 기념관에 다녀왔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20여 년을 보냈던 고장에 자리한 이곳은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과연 기대한 대로였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아톰 비전 영상 홀에서 “푸른 하늘 저 머얼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으는 우주 소년 아아톰”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경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오사무가 평생에 걸쳐 그렸지만 결국 미완으로 남은 걸작 SF만화 <불새>의 생명유지장치를 형상화한 캡슐 안에는 만화가로서 오사무의 일생이 소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섯 살 무렵부터 만화를 즐겨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늘 만화책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는 용돈을 챙겨준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동화를 구연하듯 “악당의 대사는 음험하게, 주인공의 대사는 밝은 목소리로” 만화를 읽어주었단다. 시민권을 얻지 못해 서점에서도 팔지 않고 걸핏하면 유해매체로 분류되기 일쑤였던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꽤나 파격적인 풍경인 듯하다. 그걸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흥분으로 몸을 떨기도 했던” 경험 덕분에 아톰이라는 걸출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기회가 닿으면 오사무의 어머님 무덤을 찾아 뵙고 꽃이라도 바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톰의 인기를 발판으로 오사무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한다. 사원만 500명이 넘는 규모였다. 그러나 사업가로서의 재능은 낙제여서 금세 부도를 맞은 모양이다. 가깝다고 여겼던 동료들과 잘나가는 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은 “테츠카의 시대가 끝났다”며 모두 등을 돌렸다. 실의에 빠진 테츠카의 손을 잡아 준 이는 카츠사이 켄조라는 남자였다. 그는 대만으로 도망치려 한 오사무를 설득하고 채권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작품의 판권을 보호한 끝에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그렇다면 카츠사이는 왜 자신의 재산을 내놓으면서까지 이토록 헌신했을까. 오사무의 사후에 발간된 에세이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에서 카츠사이가 밝힌 사연은 이러하다. <철완 아톰>이 TV로 방영되어 인기를 얻을 당시, 카츠사이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구 회사는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망하기 직전이었다. 고심 끝에 오사무를 찾아간 그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만드는 아동용 책상에 아톰 캐릭터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정을 들은 오사무는 흔쾌히 허락했고 아톰의 얼굴이 인쇄된 책상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아버지의 회사가 다시 일어서고 나서는 인연이 끊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오사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카츠사이는 “자신이 보답할 차례”라는 생각으로 곧장 달려간 것이다.



“판권을 좀 쓰게 해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받으면 누구에게라도 방만하게 사용을 허락하는 바람에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그런 식으로 판권을 사용하여 도움을 받은 사람 덕분에 기사회생했다니 아톰의 손가락이 네 개였다가 다섯 개로 바뀐 이유만큼이나 인생이란 묘하다. 테츠카 오사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 책을 쓴 뒤로 “이러저러한 제목의 한 챕터를 마케팅용 교재로 사용하려는데 원고를 보내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앞으로는 허락해 줄까 하고 슬쩍 책 홍보를 겸하여 생각해 보는 중이다. 요즘처럼 책이 안 팔리다가는 북스피어 출판사도 금방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것 같으니.(서울신문)


덧) 오신 김에 주제곡도 한 판 들으시고. 

https://www.youtube.com/watch?v=JvdJrcFq1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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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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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정도 대답하면 당신도 진성덕후!"
    데즈카 오사무 퀴즈

    1. 데즈카 오사무의 믿거나 말거나 유언은?

    2. 이 데즈카 오사무의 유언을 자신의 만화에 대사로 적었으며 후에 데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중 하나를 자신의 작풍으로 제작해 21세기에 특집기획기사 등이 만들어진 만화가 및다시 제작된 만화의 제목을 적으시오.

    3. 데즈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각본가 중에는 국내에도 소개된 추리소설가가 있다. 그 이름과 작품 제목을 구하시오.

    4.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를 직접 만화에 등장시키고, 이로 인하여 국내 시리즈 발간 중 '붓다' 복간을 이룬 만화의 제목은?

    뭔가 다녀오신 걸 사진까지 보니 괜히 배알이 꼴려서 퀴즈를 내보고 갑니다..... 북스피어 독자님들의 덕후수준이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붓다'죠. 데즈카 오사무가 무려 스스로 그리기 싫어하면서 완성한 '붓다' 애스트로 보이 등으로 반핵 및 지구보호 운동을 했던 그야말로 진정한 미를 아는 예술가...오늘 덕질을 맘껏해서 덕질에 취해 씐난 날이라서 무려 핸드폰인데 장타로 올림.

    아 좋다.


    +
    정답발표는 정답자가 안 나타날 경우 다음주 월요일에 하겠습니다. 왠지 정답자 나타날 거 같다고.



    + 정답

    1 일할래 하게해줘(그릴래 그리게해줘 등으로 패러디된다)
    2 우라사와나오키 플루토
    3 츠지마사키 완전연애
    4 나카무라히카루 세인트영멘
    • 그리움마다 2016.12.09 10:16 신고
      아침에 머리도 아푸고 짜증도 나서 전혀 모르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나름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봐씀요,ㅋㅋㅋㅋ
      고로 거의 틀릴 것이라 예견되는 바,

      1. 내 머리속에는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 쏫아나는데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아쉽다?
      2. 플루토, 우라사와 나오키?
      3. 모르게씀요, ???
      4. 주호민, 신과 함께???..

      한 20분 즐거웠습니다..ㅋㅋㅋㅋㅋㅋ
    • 아...;;; 새벽에 씐나서 혼자 이래놓고 갔군요 ㅡ ㅡ;;;;; 네 재미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번은 확실히 정답입니다만, 나머지는 모두 꽝이십니다.
secret

칼럼

편집 일기 2016.10.28 17:25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출판사에 입사했다. 지금이야 SBI(서울북인스티튜트)나 한겨레 문화센터에 관련 프로그램이 제법 생겼지만 당시에는 나 같은 인간이 출판에 관해 공부할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없었다. 당연히 실무는 전혀 몰랐다. 한 명뿐이었던 편집자가 하루 이틀 사이로 퇴사하는 바람에 ‘다정한 사수로부터 일처리에 관해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낙관적 전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임무가 닥칠 때마다 출판사나 잡지사에 다니는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필자들이 쓴 원고를 매만지는 일도 디자이너에게 표지 디자인의 컨셉(‘콘셉트’라고 써야 하지만)을 설명하는 일도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일도 버겁기만 했다. 그래도 이런 일들은 요컨대 질문의 방향만 정확히 찾을 수 있으면 일단 묻고 고민하고 다시 묻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팽이가 꿈틀 하는 정도로 미세하게나마 요령이라고 할지 실력도 느는 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적응되지 않는 업무가 있었으니 인쇄소에 감리를 하러 가는 일이었다.


이쯤에서 간단히 ‘인쇄 감리’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가 컨셉을 잡으면 디자이너와 상의하여 표지를 만든다. 이때 결과물을 컴퓨터 화면으로 봐서는 색의 차이를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교정지를 출력한다. 교정지는 가상의 표지, 혹은 ‘미리 만들어 본 샘플’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가상의 표지는 인쇄소에 전달된다. “여기에 구현된 색과 똑같이 실제 표지를 인쇄하면 됩니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쇄라는 건 제아무리 똑같은 잉크로 찍었더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즉 하나의 결과물을 두고 인쇄소 기장이 볼 때는 “교정지와 실제 표지에 차이가 없구만!” VS 편집자(디자이너)가 볼 때는 “교정지와 실제 표지가 미세하게 다른데?”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미세한 차이를 없애기 위해 편집자(디자이너)는 표지가 인쇄되기 직전에 시험인쇄를 하는 동안 인쇄기 옆에 서서 기장에게 “먹색 약간만 올려주세요”라거나 “적색 조금만 내려주세요” 같은 지시를 내린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인쇄 감리’라고 한다.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감리의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감독하고 관리함.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우호적인 느낌은 아니다. 내가 처음 감리를 하러 갔을 때의 나이는 스물일곱이었다. 일산에 있는 인쇄소에 도착해서 그동안 전화로만 통화했던 담당자에게 “감리하러 왔는데요”라고 얘기했더니 그는 사무실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족히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저희 책 인쇄는 언제 시작하나요”라고 물어도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찍지 않겠느냐’는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소속된 출판사의 매출이 소소하다 해도 틀림없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텐데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일각이 여삼추, 배고파, 집에 가고 싶다, 오늘 안에 찍긴 찍는 건가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드디어 인쇄기 쪽으로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가보니 아버지뻘 되는 기장님이 기계를 조작하며 표지를 찍으려는 참이었다. 딱 보기에도 전문가 포스가 물씬 풍겼다. 내가 이 책의 편집자라고 인사하자 그도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째 좀 건성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난리통에 헤어진 아들을 다시 만났다는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반갑게 웃으면서 “오래 기다리셨다”는 말쯤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뭐, 좋다. 낯을 가리거나 내성적인 성격일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렇다 치자.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을 하면 하나같이 퉁명스런 얼굴로 대답하는데 ‘똥이랑 된장도 구별 못하는 책상물림이 어디 와서 감 놔라 배 놔라냐’ 하는 자세가 온몸에서 감지됐다.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무슨 장그래도 아닌 마당에 ‘모르니까 가르쳐주실 수도 있잖아요’라는 말이 혀끝을 맴돌았다. 서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내 생애 첫 감리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12라운드까지 뛰었는데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분패한 권투선수처럼 터덜터덜 출판사로 돌아오던 장면이 떠오른다. 되게 억울했다. 이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번에도 그다음 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오죽하면 우리 아버지가 인쇄소 사장님이 되는 꿈을 꾸다가 깨곤 했을까. 과장이 아니다. 감리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우울했다. 밥을 먹으면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에 쌓이는 기분이었다.


계속 이러다간 만수무강에 지장을 초래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내 성정에 어울리지 않는 꾀를 냈다. 인쇄소는 대개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산에 자리했고 십여 년 전만 해도 인근에는 겨우 구멍가게가 한두 개 있는 정도였다. 감리하러 들어가기 전에 나는 가급적 인쇄소 주변에서 살 수 없는 음료수며 빵을 잔뜩 샀다. 그러고는 현장에서 일하는 기장과 스태프들에게 나눠주었다. “아직 잘 모르지만 가르쳐주시면 열심히 배울게요”라는 둥 하여간 그 비슷한 말도 했다.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살갑게 굴었다.


“쯧쯧, 치사하게 먹을 걸로”라며 혀를 차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 번에도 그다음 번에도 두 손 가득 간식을 들고 방글방글 열매를 먹은 것처럼 인사했다. 감리를 마쳤다고 홀랑 가지 않았다. 인쇄가 마무리되는 걸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작업이 끝나자 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기장이 고개를 살짝 틀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밥 먹고 가요.”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누구한테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때랑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 뒤로 십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인쇄소 인근의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그날의 밥맛을 떠올리곤 한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나 쓸 법한 식판과 달걀물에 발가락만 담근 듯한 분홍색 소시지와 원래 이름은 임연수어지만 흔히 ‘이면수’라고 부르는 생선과 된장국 같기도 한 시래깃국도 함께. 맛있었다, 정말.(한겨레)



덧) 좋은 소식 하나.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초초초신간이 어제 계약되었습니다. 경쟁이 붙었다 해서 걱정했고 실제로 오퍼 넣은 지 꽤 오래도록 연락이 없어 초조했는데 다행히 전작을 낸 출판사 쪽에 책을 주기로 했다는 뉴우스. 믿고 맡기는 번역가 김소연 샘에게 바로 연락드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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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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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단된 자 2016.10.28 19:38 신고
    경쟁 붙었다고 하셔서 호호호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T^T
    • 네, 이 책은 내년 여름을 겨냥해서 낼까 생각중인데, 아마 그 전에 시대물을 하나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화수분 같은 미미 여사님 ㅎㅎ
  2. 오~ 다행입니다.
    경쟁이라고해서 걱정했는데.
    역시 미미여사님~ 기대할게요
  3. 미미 여사님 의리 짱입니다.
  4. 내년 여름... 아아아 스기무라가 홀로서기를 어떻게 할지,
    저 작품에서 딸과 탐정 듀오로 활약할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이러다 일본어 공부하게 생겼음. 계약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좀 더 격렬하게 궁금해해 주시면
      역자 김소연 선생님께 전해드리고
      슬쩍 재촉해 볼게요^^.
    • 묻따믿소(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믿고 읽는 소연님 번역) 김소연 쌤께 이렇게 전해주십시오.

      김소연 쌤이 동서남북 중 어느 방향에 사시는지 알려주시면 배 타고 만선의 꿈을 이루러 떠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아내의 심정으로 하루에 한 번씩 목을 길게 빼고 그쪽을 쳐다보며 "음, 번역하시는데 별문제 없으십니까 선생님" 하고 응원(을 빙자한 재촉 텔레파시) 한 뒤
      "그 때 스기무라를 만난 후 내 삶은 바뀌었지. 과연, 이번에는 어떨까, 스기무라 쿤. 홀로서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잘 이겨내리라 믿네.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군.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지, 훗" 중얼거린 후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내뿜고 돌아서겠습니다.

      #"곁에 있는_꼬마 숙녀를 소중히 지켜주게_스기무라 쿤"
      #스기무라 시리즈를_하드 보일드로_바꿔보자
      #홀로서기_그것이_진정한_탐정의 길
      #소연아, 네가 데려온 그 원고는 이제... 독자에게 절대 필요한 필수권장도서가 되었다.

      ...라고 떠드는 정신 나간 독자가 있다고...
      음, 써놓고 보니 완전 미친놈이네.
      위의 마지막 해시 태그 반말은 죄송합니다.
      패러디이니 양해를 부탁드리며^^;
      그냥 뇌물로 과자를 드려야 할까 봐요.
      김영란법은 준수하겠습니다.

      소연 쌤, 올 겨우내 모쪼록 건강하시옵고
      원고 번역도 잘 부탁드리옵니다.
      나라 꼬라지가 이러하니 미미 여사님
      신작 보고 위로 받으려 벼르는
      이상한 독자 1 드림.
      (완전 격렬하게 궁금해하는 중)

    • 이거 그대로 캡쳐해서
      소연 쌤에게 보내드리면
      순진무구한 소연 쌤이
      허파가 디비지도록(표현, 죄송)
      깔깔거리다가 주화입마에 들어
      자칫 마감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바
      일단은 저만 알고 있는 걸로 하겠습니다, 흣.
  5. 스컬리누나 2016.11.11 10:51 신고
    오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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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일 때는 몰랐다가 편집자가 된 이후에 알게 된 사실 가운데 하나는 필자의 글이 ‘그대로’ 책에 실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었다. 일단 맞춤법과 띄어쓰기부터 시작해서 때로는 문장을 통째로 고치기도 하는데 이 업무는 편집자가 수행한다. 내가 잡지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편집장으로부터 원고를 하나 건네받았다. 탈북자의 인권에 관한 글이었다. 필자는 모 대학 교수였다. 내용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전에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통찰을 제공해 주어 진심으로 감탄했다.


문제는 읽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문장이 엉망이었다. 경력이 일천한 내가 보기에도 한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글쓴이가 책임질 일’이라 여기고 나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만 수정하자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그랬다. 한데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라면 이렇게 썼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든 빨간 펜이 부르르 떨렸다. 이거 하나만 고치자. 한 문장이었지만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고쳐놓으니 오랫동안 방치해둔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뢰는 곳곳에 있었다. 내친김이라 여겼다. 국지전은 이내 전면전으로 바뀌었다.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경우는 모조리 잡아 족쳤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문이 딸려 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치고 또 고쳤다. 슬슬 기세가 붙었는지 그 무렵부터는 거리낌이 없었다. 만족스러웠다. 편집자로서 뭔가 한몫한 듯했다. 요맘때의 북한산 둘래길을 수놓은 단풍을 방불케 하는 교정지를 필자에게 보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열심히 들여다봤으니 조금쯤은 그 노고를 치하해주지 않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난리가 났다. “감히 내 원고에 손을 대다니”라는 말이 날아들었다. 나랑은 얘기도 하지 않았다. 편집장과 직접 통화했다. 잡지에서 자신의 원고를 빼겠다고 했단다. 편집장이 필자를 만나러 갔다. 결국 원문을 그대로,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어긋난 대목만 수정하여 싣는 걸로 간신히 사태가 수습되었다. 필자와 만나고 돌아온 편집장은 나를 혼내지 않았다. 지나가듯 “앞으로는 조심해”라고만 했을 뿐이다. 풀죽은 편집자의 기를 더 꺾지 않으려고 던진 말인지 어쩐 건지는 지금까지도 알 도리가 없다.


갑자기 이런 일화를 떠올린 까닭은 지난 주 내내 붙들고 있었던 <레이먼드 카버-어느 작가의 생>이라는 평전 때문이다. 작가 레이먼드 카버와 편집자 고든 리시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도 이런저런 풍문을 듣긴 했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던 터였다. 언제 시간이 나면 봐야지 생각하다가 10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얼마 전 휴가 겸 해외에 나갈 일이 있어서 들고나간 김에 슬슬 거들떠보았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2012년에 출간되었다.



카버와 리시는 네 살 터울인데다(카버는 1938년생-사진 왼쪽, 리시는 1934년생-사진 오른쪽) 일찌감치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경제적으로는 궁핍했으며 그럼에도 문학에 대한 야망이 가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흡사하다. 문학적 멘토를 찾아다니던 카버는 캘리포니아 치코주립대학에서 존 가드너를 만나 작가로서의 꿈을 계속 키워간 반면 “리시가 만난 사람은 자신이 스탠포드에서 배운 대로 고전문학의 가치를 설파하던 작문 강사 에드워드 루미스였는데 리시는 수업 시간에 제출한 자신의 글에 대한 루미스의 반응에 좌절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강의실을 떠나”게 된다.


작가로서의 꿈을 ‘잠시’ 접고 교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리시는 엄청나게 많은 소설을 읽었으며 직접 잡지를 발행하며 수십 명의 작가를 인터뷰 하는 등 문학적 관계망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매진한다. 그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아 그는 <에스콰이어>의 소설 편집자로 입사하게 된다. 1933년에 창간한 <에스콰이어>는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 같은 작가들의 소설이 게재하며 명성을 얻었고 플래너리 오커너와 존 치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같은 최고 수준의 작가들의 작품이 실리기도 한 잡지였다. 리시의 임무는 침체된 <에스콰이어>에 새로운 소설을 싣는 일이었다.


잠재력이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일에 리시는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그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온갖 매체에 발표된 소설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중에서 자신의 눈에 띈 작가들을 섭외하여 지면을 제공했다. 하지만 무작정 지면을 준 것은 아니었다. 리시는 <에스콰이어>에 실리게 될 소설들에 공격적인 편집을 가했다. 일단 리시의 손을 거친 소설들은 상당 부분 변형되었고 원래의 톤을 찾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들이 리시가 제안한 수정 작업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평전의 저자는 적고 있다. 리시에게는 대부분이 인정할 만한 실력, 즉 소설을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실력 있는 편집자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중에는 레이먼드 카버도 있었다. 두 사람이 각별해진 건 1967년 무렵이다. 당시 카버는 파산 상태여서 집 전화가 끊길 지경이었고 알코올중독으로 아내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시와 만난 레이는 “<에스콰이어>에 작품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작품을 써내려갔다. <에스콰이어>에 입사하며 발행인에게 새로운 소설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던 리시 입장에서도 레이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둘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의기투합했지만 1972년 3월에 <에스콰이어>에서 보내온 교정지를 받아본 카버는 기함하고 말았다. 제목을 비롯하여 내용의 상당 부분이 리시에 의해 수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해 카버가 불만을 토로하자 아내 메리앤은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제도권에 팔려가려고 애쓰는 창녀”가 되지 말라면서. 하지만 카버는 리시의 편집본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잡지의 고료가 절실했고 리시와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며 어찌됐든 이 소설들을 단행본으로 묶어서 펴낼 때는 내용도 제목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단행본 작업은 카버의 바람대로 진행되었을까. 한 권의 책을 묶을 수 있을 분량의 단편이 모였을 때 카버는 리시에게 연락했다. <에스콰이어>를 그만두고 크노프(알프레드 크노프가 1915년에 창업한 출판사)에 적을 둔 리시는, 그동안 발표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여 자신의 원고를 검토해 달라는 카버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으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크노프에서의 출간도 주선한다. 이 책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판매는 경이적이었다. “단편집으로는 놀랍게도 하드카버 만오천 부가 모두 팔렸고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빈티지 출판사에서는 페이퍼백의 권리를 위해 20,000달러를 지불했다.” 이 책을 읽고 카버의 팬이 된 독자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카버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2007년의 어느 날 <뉴욕타임즈>에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카버의 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리시에 의해 수정됐다’는 기사를 게재했고 이는 문단의 대형 스캔들이 되었다. 카버의 두 번째 부인인 갤러거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초 원고를 그대로 출간하기로 결정한다. 생전에 카버가 정한 제목은 <풋내기들>이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쓴 <풋내기들>과 레이먼드 카버가 쓰고 고든 리시가 편집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 전까지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이란성 쌍둥이적 독서체험을 할 수 있게 된 독자들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으로 절제된 미니멀리즘의 정수”라거나 “편집자 나부랭이가 건드리지 않은 <풋내기들>이야말로 더 강건하고 더 문학적이다”라고 제각각 평가하는 듯하다. 평전의 저자를 포함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후자를 더 선호하는 듯한데 뭐 나도 그런 선호에 대해 딱히 가타부타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출간할 당시에 카버와 리시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카버는 작가 생명을 걸고 리시의 편집본이 출간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리시는 단호하게 카버의 요구를 거절하고 책을 출간했다. 그로 인해 명성을 얻긴 했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출판사와 편집자를 고를 수 있었을 터인데 카버는 왜, 대관절 어찌하여,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이후 출간된 마지막 작품집 <대성당>의 책임편집을 또 다시 리시에게 맡겼던 걸까. 흠,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채널예스)


덧) 

저 위에 사진에도 '의도적으로ㅎ' 올렸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불문율>이 출간되었습니다. <지하도의 비> 개정판이에요. 미미 여사의 현대물 개정판은 앞으로 한두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낼 생각이에요. 다음 달에는 <스나크 사냥>이 나올 거고요. 


과거에 펴낸 현대물은 표지 디자인에 통일성이 없어서 영 마음에 걸렸는데 미미 여사의 시대물 디자인을 맡았던 이혜경 실장이 현대물도 전부 맡아서 작업하기로 했어요. 이번에 나온 <불문율>도 예쁩니다^^. 아울러 아래와 같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잘 부탁드려요. 






WRITTEN BY
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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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침묵의 세일즈맨>은 버림받은 자식인가요? T T
    • 아유, 그럴 리가. 침묵의 세일즈맨은 페북에서 계속 홍보한 데다 담당자의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채널예스에 기고(http://ch.yes24.com/Article/View/31828)했으니까 말이죠. 다만 북스피어 블로그에 올리는 건 타이밍을 놓쳐서.
    • 스나크 사냥 개정판 나올 때 혹시 초판에 제공되었던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 책자를 다시 부록으로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책을 나중에 사서 부록을 못받았는데 혹시 이번에 부록으로 끼워주신다면 재구매 의사가 있는데요.
    • 오, 홀랑 까먹고 있었는데.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럴게요, 감사.
  2. 아아..불문율 출간소식 어제 알고..침묵의 세일즈맨이랑 같이 사면 되겠다 싶었는데 지하도의 비 개정판이군요..ㅜ_ㅜ 올해도 작년에도 와우북을 못가서리... 저 코인도 탐났는데..뽑기도 해보고 싶었고요..ㅎㅎ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책구매하고 받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왠만한 책은 거의 있어서 고민중이네요.. 이름없는독 개정판 나오면 누군가랑 같이 구매하려고 기다리고는 있습니다만...언제나오려나요... 아무튼 북스피어 항상 화이팅입니다!! 아자!
    • 와우북 때는 뽑기가 히트해서 뿌듯하긴 했는데, 비싸게 주고 구입한 뽑기기계를 써먹을 방법이 없어서 말이죠. 흠, 뭔가 아이디어 없습니까ㅎ.

      이름 없는 독 개정판은 연내에 출간토록 노력해 볼게요. 근데 리뉴얼이 상대적으로 더 급한(재고가 거의 없는) 책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서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코인은 얼른 구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름 야심작인데다 몇 개 안 만들었거든요...
    • 미스터리_덕질의_계보 2016.10.21 15:15 신고
      할로윈 때 홍대에서 이벤트 한 번 하시는 거 어때요. 북스피어 어른이들이여, 사탕 달라고 오시라ㅋㅋ이런 거 ㅋㅋ

      할로윈 의미 자체가 귀신이나 괴물 분장하고 노는 거니까, 뽑기에 <괴수전> <외딴집> <홀로 남겨져> <메롱> 관련된 컨셉의 뭔가가 있다거나. 그날 귀신 분장해 온 사람들 많을 테니까 뽑기로 미미 여사 작품 어필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요. 그 뭔가가 뭔지 모르겠어서 송구해요 ㅋㅋㅋㅋ 사탕, 과자 나눠주고 다음 신간이 뭔지 맞춰보라고 하기(?).

      뽑기 잘하면 사탕과 리퍼브 도서 도입부 드림, 세이초 옹이나 미미 여사, 샘슨 등 하드보일드 코스튬 해온 사람은 신간 증정ㅋㅋㅋㅋ 하지만 코스튬은 역시 어렵겠죠(생각나는 대로 여과 없이 막 내뱉고 있음).
    • 흐음, 할로윈이라...
      괴물 분장이라...
      북스피어 독자들이 꽤 수줍어서
      이런 거 하면 다들 오실지...
  3. 어제 불문율만 주문했는데.. 아~ 동전 탐나네요..

  4.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불문율) 제목부터 매우 기대가 되네요!!
    혹시나 마쓰모토 세이초의 신간도 혹시 나오나요??
    그리고 꼭 가보고 싶은 건데 요번에도 마쓰모토 세이초의 독자 교정도 다시 하실 건 가욧??
  5. 저 두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독자 입장에선 편집자의 손을 거친 후자쪽을 선호하리란 생각.
    어차피 대중에게 공개하는 책이라면 가독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혼자만 알고, 혼자만 즐기는 문학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비슷한 맥락에서 번역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자의 문체를 그대로 쓰느냐 독자들이 읽기 쉽게 풀어 쓰느냐 하는.
    어차피 외국인은 다른 언어의 감성을 백퍼 이해하기 힘드니 작가의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되게 풀어서 전해주는게 더 낫지 않나 하는 것이 이 미천한 독자의 생각입니다.
    '채식주의자'의 번역자 얘기가 거론되는 건 그런 이유겠죠.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적당한 더하기 빼기.
    저 사진만 봐도 편집자가 더 샤프하게 생겼네요.
    더 큰 그림을 보는 사람.^^
    뭐 북스피어 책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잘' 하는 번역가의 글을
    '잘' 편집해서 내주심에 감솨!
    • 일본에서는 영어로 쓰인 하나의 원문을 두고 번역자 A는 직역, 번역자 B는 의역(A, B 둘 다 유명한 번역자)을 해서 출판한 사례도 있던데 오오! 이런 시도도 무척 흥미로웠어요. 한때 이 책들의 한국어판을 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일본 쪽에 열심히 타진해 보았지만 호쾌하게 거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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