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라의 돼지>는 설 지나고 나서부터 바로 작업에 들어간 타이틀입니다.
그런데 책이 나온 건 자그마치 4월 말.
1. 독특한 작품
<가다라의 돼지>는 일본과 아프리카가 주 배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은 둘째 치고 아프리카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작가인 라모는 아프리카에 가서 자료 조사 여행이라도 했지, 편집부는 아프리카 여행은커녕;;;
게다가 웬 불교에 가톨릭에 마술사에 초능력에 등등... 나오는 고유명사와 인물만 세어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
그러다 보니 번역자 선생님도 굉장히 고생하셨고요, 편집부 내부에서도 원고를 보는 데 꽤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2. 페이지
<가다라의 돼지>는 자그마치 760페이지. 게다가 판면도 큽니다. 앞뒤로 작업한 여사님의 <인질 카논>이나 <얼간이>와 같은 판면으로 만든다면... 두께가 덜덜덜.
행복한책읽기의 <드림 마스터>는 약 680페이지. <가다라의 돼지>는 그보다 약 80페이지나 더 많습니다. <드림 마스터>의 두께를 아시는 분이라면 히익 하고 놀라실 거예요...
두께를 좀 줄여보기 위해서 판면도 조절하고 종이까지 바꾸는 노력을 해야만 했답니다.
게다가 하마터면 3번↓ 때문에, 이 고생해서 줄여놓은 두께(=페이지)를 다시 계산하느라 머리 쥐어뜯는 대참사가 벌어질 뻔.....
3. 권수
바로 여기에서!!!!!! 약 한 달이 지체되었습니다.
S모사 잊지 않겠다..............
일본은 출판물의 해외 계약에 있어 유난히 까다롭기로 유명한데요. 일본 소설을 우리나라에서 출판하려면 국내판 표지(앞표지, 뒤표지에 날개까지 포함해서)는 물론이고 가격에 때로는 뒤표지 문구까지 전부 확인을 하고 OK 해줘야 출간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출판사 내부에서 이미 작업이 다 끝났는데도 일본측에서 태클을 걸어서 새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곤 하는데요.
.......이번 가다라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가다라의 돼지> 원서는 단행본이 한 권, 문고본이 세 권입니다. 북스피어는 문고본을 계약했는데요.
출간에 대해 확인을 받기 위해 일본에 연락하자, 생각지도 못했던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세 권짜리 문고본을 계약했는데 왜 한 권으로 출간하느냐?'
일본 저작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대체 몇 번이나 장문의 메일이 오갔는지. 우리는 착한 출판사;;;를 열심히 강조하며 상대쪽이 갖고 있는 오해를 풀고, 왜 한 권으로 내기로 결정했는지를 구구절절 읊어야 했습니다. 엉엉. 심지어는 중간에 일본쪽 담당자분이 휴가를 가시는 바람에 그냥 넋놓고 이제나저제나 대답이 오기만 기다리던 때도 있었어요.
(바로 한 달 뒤면 골든위크인데 휴가라니.. 이게 뭡니까아)
이미 가다라 관련 작업은 다 끝난 상태인데 일본 쪽에서 OK가 안 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결국 3월에는 신간을 내지 못한 채 편집부는 다음 타이틀 <얼간이> 작업에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을 기다려서야 겨우 일본 측에서 한 권으로 출간해도 좋다고 연락이 왔고, 바로 인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4. 종이
현재 출판계는 종이 대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종이가 모자란데요. (
참고 기사)
게다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a의 이유로) 종이값도 계속 오르고만 있습니다.
(여러분.. 책값 너무 비싸다고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종이값이 자꾸 올라서 출판사도 힘들어요 엉엉)
그렇잖아도 여기저기서 종이를 못 구해 책을 못 찍는다는 얘기가 들려오는데, 3번↑ 때문에 종이를 바로 구해둘수도 없는 거예요. 책 권수가 정해져야 필요한 만큼 종이를 주문하지...
겨우 권수가 결정되고 나서는 종이를 구하러 사장님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셨습니다.;;;
5. 가격 (= 담당 편집자의 삽질)
두께도 두께고 양장이라 가격을 정할 때도 굉장히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내부 회의에서 몇 번 가격이 변경되었습니다. 게다가 권수가 달라지면 가격도 달라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멀티 플레이가 불가능한 저는 가격 때문에 몇 번이나 사고를 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가다라의 돼지> 작업이 끝났을 때 바로 인쇄에 들어가고 출간이 됐으면 괜찮았을 것을(변명), <얼간이> 작업에 들어가면서 메모리에 한계가 있는 제 뇌는 가다라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버리지 뭡니까.
겨우 일본 측에서 한 권으로 출간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일본 측에 보고한 정가(이쪽이 맞는 가격)를 완전히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중간에 몇 번 바뀐 가격으로 기억해버리는 바람에, 결정된 가격과 표지에 들어갈 가격이 서로 달라지는 사태가...!!
하마터면 인쇄소 기계를 멈추고 표지를 완전히 새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 올 뻔했는데, 정말정말 운 좋게도 편집장님께서 아침에 우연히 아이폰으로 메일을 확인하셨다가 표지에 가격이 잘못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하시고 꼭두새벽부터 인쇄소에 달려가셔서 사고를 처리해주셨습니다. ....죽을죄를....;;;
심지어는 이미 책도 다 나왔는데 보도자료를 쓰면서까지 가격을 헷갈려버린 저. 그것도 사장님이 지적해주셔서 깨달았습니다.
두 분 다 쟤는 대체 왜 저러나 하지 않으셨을까요. 어흑..... 제가 좀 숫자에 많이 약해요...
게다가 이게 다가 아니라, 이벤트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책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마케터 님이 얘기해주실 거예요, 아마...)
이런 험난한 여정을 거쳐 정말로 고생하며 낸 책입니다.
꼭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