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지만(후기 쓸 때 전 늘 뭔가 '고백'을 하는군요!) 이번 엠티, 조금 가기 싫었습니다. 아니, 싫다기보다는 귀찮았다고 할까요. 9월과 10월은 웬 주말 행사가 그리 많은지 도무지 집에서 느긋하게 게으름을 즐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말이에요. 그래서 집이 멀다는 핑계로 느즈막하게 사무실로 출발할 때만 해도 이렇게 파란만장한 엠티가 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김전일 분위기)
대부분의 이야기는
지난 글 댓글에 전부 나와 있긴 합니다만 찍은 사진들로 엠티 분위기도 전할 겸 후기 올립니다. 참, 모두 엠티의 임팩트가 너무 큰 나머지 뭔가 잊으셨을 것 같아 강조합니다만, 이번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하권 완간 기념 독자교정 MT였습니다..... 어제 책이 나왔어요! *짜잔*
책등에서 우리를 노려보시는 세이초 오야붕이 보이시나요;;;; 온라인에서는 내일부터, 오프라인 서점은 삼사일 뒤부터 발견하실 수 있을 듯!
아무려나, 예고했다시피 이번 엠티는 번역자인
이규원 샘께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사무실에 일찍 오셔서 독자교정을 보시던 분들과, 약속이 있어 조금 늦게 오신 분들을 이끌고(인원은 총 11명) 선생님 댁에 도착하니 벌써 날은 어두워져 있었지요.
선생님 댁은 남양주 축령산 기슭의 예쁜 전원주택입니다. "
오늘은 머슴 노릇을 할 테니 즐겁게 놀아요"라고 하신 선생님께서 이미 이런저런 준비들을 다 해놓고 계셨어요.
벌써 모락모락 타오르는 불에 고기와 버섯 들을 올려 지글지글..... 이 외에도 직접 훈제하신 돼지갈비(립)까지! 배터지게 고기를 먹었습니다.
마당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커----다란 텐트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간다고 특별 주문한 겨울용 대형 텐트! 추울까봐 걱정했는데 전기 장판이며 난로 등으로 들어가 앉으니 훈훈한 기운이!! 이때까지만 해도 이렇고 저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팔을 번쩍 들어올리시고 이야기에 열중하시는 분이 바로 이규원 샘이십니다. 가운데서는 고기가 지글지글. 텐트 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듣는 책 이야기와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는 재밌을 수밖에 없지요. 음식이 슬슬 많이 없어질 즈음에 선생님이 깜짝 요리를 들고 오셔서 저희를 더욱 기쁘게 해주셨어요! 바로바로 선생님께서 직접 부쳐 주시는 즉석 호떡~!
다들 맛있어서 몇 개씩 집어먹었지요. 중간에 제가 이어받아 호떡을 부쳤는데 선생님의 호떡 못지않게 대호평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든 책의 편집에 대한 칭찬은 받아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날 호떡은 당장 가게를 내도 좋달 정도의.....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밤에 부업을 해도 충분할 제 현란하고 섬세한 호떡 부침 솜씨는 사장님의 카메라 조작 미숙으로 사진이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on_
오십세주가 바닥을 보이고, 슬슬 자리를 바깥으로 옮길 즈음, '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중략* ///봉인///
......그리하여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둘어앉아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응?)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아주 춥지는 않아서 모닥불의 작은 온기만으로도 꽤 오래 앉아 놀 수 있었어요.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전 가장 좋았는데요, 역시나 여러 분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책과 만화와 애니와 영화 이야기들이 나왔지요. 모두 둘러앉아 노닥거리다가 하나둘 잠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최후의 4인은 몸을 떨면서도 새벽 4시까지 도란거렸습니다.
아주아주 즐거웠던 엠티에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잠자리.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수로 엠티를 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잠자리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거죠. 더군다나 봉인된 '그 사건'으로 인해 문제가 커져 원래 텐트에서 자기로 했던 남자들이 집 안에서 자고, 여자분들이 텐트에서 자는 바람에 몇몇 분들은 "입이 돌아갈" 뻔.... (하지만 집 안도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위로가 될까요? 어흑 T_T) 게다가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찬 닭들의 듀엣곡이라니!! 네에, 엠티란 그런 거죠. -_-;;;;;; 다음에는 꼭 따뜻한 잠자리 마련하겠사와요. 어흐흑
결국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에 아침 7시에 모두 기상하여, 비교적 잠을 잘 잔 자(사장님과 이규원 샘), 아직 젊음의 힘이 남는 자(Elpy 님과 주원이), 무조건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믿는 자(김은경 님), 안 따라가면 안 될 것 같아 따라나선 자(바로 저;;;)까지 산행에 나섰습니다. 나머지 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 잔류하여 비몽사몽.
이 친구가
이규원 샘의 막내둥이 주원 양입니다. 귀엽죠? ^^ 어찌나 산을 잘 타든지... 주원이가 종종거리면서 앞으로 내달리는데 쉬자는 소리도 못하고........ 주원이가 중간쯤 "여기서 쉬어야 해" 했을 때는 지옥에서 기어올라와 땅 바깥공기라도 마신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엠티는
독자+편집부 공동 혹사 프로젝트가 아닐까 산을 오르며 혼자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산은 역시 좋더라고요(다 내려올 때쯤 되니까 든 생각입니다). 이렇게 1시간 30분짜리 짧은(?) 산행을 마치고 나란히 나란히 귀환.
사모님이 끓여주신 맛있는 닭죽을 먹고(정말 맛있었어요! 특히나 고난한 밤을 보내고 난 뒤의 그 맛이란! 하지만 너무 많이 폐를 끼쳐서;;;) 구수한 숭늉차까지 마시며 느긋하게 이규원 샘의 책 이야기를 조금 듣다가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간밤의 추위는 나 몰라라 하는 듯한 햇살이, 참. 마지막 기념 촬영을 위해 슬슬 모이는 엠티 원정대입니다.
텐트와 집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한 장! (클릭하시면 조금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어요) 완전 즐거운 엠티, 조금 귀찮아도 또 가고 싶습니다. 엠티를 가니까 사무실에서는 알기 힘들었던 독자 여러분의 여러 모습들과 색색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또 가고 싶어요. 다음에 또 같이 가주실 거죠, 네? -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