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옆집의 독신 여성이라는 게―.”
“맞아. 특수 관계인이야.”
나는 대답했다. <마루사의 여자>라는 영화를 보며 이 말을 가르쳐 준 사람도 삼촌이다. 세무서에서는 ‘정부’를 이렇게 표현하는 모양이다.
- <우리 이웃의 범죄> 중




<마루사의 여자>는 1987년 개봉한 영화로, 마루사(국세청 사찰부-우리나라로 치면 감사부서쯤)에서 근무하는 여성 조사관 이타쿠라 료코가 폭력단과 정치 세력 등에 맞서 한 러브호텔의 경영자를 탈세로 적발하기까지의 내용을 유쾌하고도 시니컬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가 굉장한 인기를 얻은 탓에 게임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여주인공이 수사를 해나가는 과정이나, 세무서 조사관으로 일하다가 국세청에 발탁되면서 동료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악역으로 나오는 호텔 경영자 곤도 또한, 내용상으로는 악당이지만 자식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등 인간미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1988년에는 속편 <마루사의 여자 2>도 개봉했는데요. 속편은 내용이 복잡하고 권선징악이 아닌, 거대 악(조직)이 승리하는 현실을 암시하는 결말 탓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속편의 악역은 전편의 악역에 비해 인간미가 없이 냉정하고 비정한 악역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속편의 스토리는 오히려 요즘 개봉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루사의 여자> 예고편. 최대한 덜 19금스러운 걸로 찾아왔어요;;;

여담이지만, <마루사의 여자>의 영화 감독은 이타미 주조라는 멀티 탤런트로 일본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요. (배우, 영화 감독, CM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및 에세이스트 등등) 1997년에 추문에 휩싸이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습니다. 그러나 정황을 살펴보면 자살을 택한 이유와 상황이 맞지 않을뿐더러 주변 인물들 역시 자살할 리 없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며 경찰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아직도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2007년 에히메 현에 이타미 주조 기념관이 세워지고, 2008년에는 이타미 주조 상이 창설되기도 했습니다.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는 오랜 친구이자 처남매부 관계. 이타미 주조가 죽었을 때 오에 겐자부로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 결과물로 나온 작품이 바로 <체인지링>입니다.


아 참, '마루사'는 원서에는 マルサ라고 되어 있지만 マル査라고도 쓰는데요. 국세청 사찰부(査察部) 마크가 동그라미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루(동그라미)+사(사찰부)라는 애칭 같은 은어로 변했다고 하네요. 왠지 귀여운 애칭 같아요.


- kreig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번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홍대 주차장 거리에서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다들 오실거죠오오오?

북스피어는 이번 와우북에 신간 <지하도의 비>를 들고 나갑니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 작품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SF(?)까지 어우르는 7편 7색의 매력적인 단편집이지요. 예에~☆
지금 열심히 인쇄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날짜를 대강 계산해 보면 아마 와우북에서 제일 먼저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제작하는 동안 신간을 살짝 맛보여 드리는 것이 또 이 연재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좋아하는 곡이야.”
아사코는 귀를 기울였다. 음악이 흘렀다. 영어로 된 노래다. 뜻을 파악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Who’s that boy
I need a quick identification
Who’s that boy
Here I go again
─ Tell me what’s his name
“들어 본 적 없어?”
“음악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요.”
“그래. 유감이네.”

- <지하도의 비> 중



본문에 등장하는 '영어로 된 노래'의 곡명은 <Who’s that boy>입니다. 스웨덴 출신 가수 리사 닐슨이 1989년 발표한 곡을 마쓰다 세이코가 다시 불러 1990년에 미국 한정 발매 싱글로 발표한 곡인데요. 지하도의 비에 등장하는 노래는 당연히 마쓰다 세이코(SEIKO) 버전이지요.
마쓰다 세이코는 일본의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 가수였다가 90년대에 들어 작사, 작곡, 앨범 프로듀스까지 도맡아 하기 시작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인정받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 및 광고 모델로도 이름을 날렸지요.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있는 외모에, 아이돌에서 시작해서 싱어송라이터이자 실업가로서 자립해가는 모습으로 남성팬은 물론 수많은 여성팬을 거느린, 그야말로 당시 시대의 아이콘과도 같은 연예인입니다.

<Who’s that boy>는 그동안 힘든 사랑에 지쳐 더 이상은 사랑 따위 하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한 남자를 보고 그 남자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왜 이런 내용의 노래가 단편 안에 들어가 있을까요? 
이 노래와 <지하도의 비>의 내용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기대해주세요!



왠지 완선이 언니가 생각이 나는 스타일

<동경 바빌론>이라는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노래를 반가워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인 스메라기 스바루의 이미지 송으로 쓰였거든요.

아래는 리사 닐슨 버전의 <Who’s that boy>입니다. 세이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음악 문제도 있다. 동생은 동생 전용의 라디오카세트로 록을 듣는다. 나는 내 미니컴포넌트로 좋아하는 뉴뮤직이나 때로는 클래식에도 귀를 기울인다. 나와 동생은 음악 취향이 전혀 다른데 듣고 싶은 시간대만은 똑같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때때로 워크맨을 썼다(하지만 헤드폰으로 머릿속만 울리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부드러운 음악으로 감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겐지와 맞서 음량을 키우며 버틴다. 설령 결과적으로 카라얀의 콘서트 회장 객석에서 근육소녀대가 라이브를 하는 것처럼 들리더라도 누나에게는 누나의 의지가 있으니까).
- <안녕, 기리하라 씨> 중



근육소녀대, 이름 한번 해괴한 이 그룹은 당연하게도(?!?!) 남성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일본 인디 록밴드입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활동했고 과격하고 괴상한 가사와 음악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골수팬도 상당히 많다고 하네요. 

이 그룹은 조금 다른 이유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데요.
하나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히로인 '아야나미 레이'라는 캐릭터 때문입니다. 아야나미 레이는 붕대를 감고 있는 독특한 외모를 한 소녀인데요, 바로 이 근육소녀대의 노래 중 <어디에라도 갈 수 있는 우표>라는 곡의 가사에서 콘셉트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당시 큰 인기를 끈 특정 밴드를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비난한 행동 및 가사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노래에서는 노골적으로 그 밴드의 리더를 비꼬기도 했지요. 


 


그룹의 보컬인 오오즈키 겐지는 최근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엔딩곡을 가끔 부르곤 하는데요. 그중에는 <안녕さよなら, 절망선생>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마침 이 근육소녀대가 (잠깐) 등장한 단편 제목도 <안녕さよなら, 기리하라 씨>. 작은 우연이지만 왠지 재미있지 않나요?

그나저나, 이 연재글을 쓰려고 근육소녀대의 노래 몇 개를 들어봤는데, 확실히 과격하고 독특하네요;;; 음악이 좋다 나쁘다는 취향의 문제지만, 제 옆방에서 동생이 이런 곡을 크게 틀어댄다면 당장 달려가서 ↓↘→↓↘→ + P.....


- kreig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펼쳐진 페이지에는 ‘시코쿠·이시즈치 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을 찍는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만한 산들이 이어져 있는 중앙에 갑자기 그 부분만 돌출되어 날카롭고 뾰족한 정상이 높이 하늘로 치솟아 있다.
좌우 페이지에 여름과 겨울의 사진이 한 장씩 실려 있다.
여름은 울퉁불퉁한 바위가 드러나 있는 정상 부근을 제외하면 산자락 전체가 짙은 녹색으로 덮여 있고, 산기슭은 하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겨울의 산은 정상까지 눈에 덮여 있고 푸르던 나무들에 온통 상고대가 피어 있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새하얗고 뾰족한 털을 가진 짐승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유키와 지라프와 모울이 '빛나는 사람'을 만났던 곳.
'그것'을 한 곳.
...그리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구원을 찾던 곳.

영산, 이시즈치 산입니다.

이시즈치 산은 시코쿠 에히메 현 사이죠 시에 있습니다. 일본 7대 영산 중 하나로 예로부터 산악 신앙 슈겐도에서 성스럽게 여기던 산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순례를 위해 오르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영원의 아이> 본문에도 나와 있지만 서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고봉인 덴구타케는 해발 1982미터나 됩니다.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서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여름의 덴구다케.











가을이 되면 덴구다케를 비롯해서 이시즈치산 자체가 새빨간 단풍에 뒤덮입니다.









한겨울, 눈에 뒤덮인 덴구다케.











하지만 덴구다케는 무척 험준한 데다가 위험하고, 정상에는 사람이 있을 공간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등반을 자제해달라고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저 같으면 돈을 준다고 해도 안 올라갈 텐데;;;

특히나 미센(해발 1974미터)에서 덴구다케까지는 온통 바위와 암벽이라서,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미센까지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미센에는 이시즈치 신사의 마지막 사당인 죠죠사(頂上社)가 있기 때문에 일반 등산객에게는 사실상 여기가 정상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겠네요.

미센 정상에 사당이 보입니다.

미센까지 오르는 길에는 네 군데에 사슬 길이 있습니다. 물론 (다행히도) 일반 등산객을 위해 그 사슬길을 피해가는 우회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중에서 주인공들이 올랐던 우회로와 사슬 길은 바로 미센까지 가는 도중에 있는 길이지요.



저런 사슬 길이 짧게는 30여 미터, 길게는 거의 70미터까지 이어지는데요. 심지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시험의 사슬'은 사슬을 타고 올라간 후에 다시 사슬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위험한 곳입니다.
유키와 지라프, 모울이 그토록 어린 나이로 저런 사슬 길을 몇십 미터씩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게 됩니다.


바로 위 미센 부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시즈치 산에는 이시즈치 신사가 있는데요.
이시즈치 신사란 본사, 죠쥬사, 즈치고야, 죠죠사, 이렇게 네 곳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시즈치 산을 신체산으로 모시고, 이시즈치히코노미코토(이시즈치오오카미)라는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신의 세 가지 신덕을 상징하기 위해 신사에는 신상을 세 개 모시고 있습니다.
<영원의 아이>를 읽으신 분들, 기억하시나요?


기도하는 곳으로 마련된 작은 사당은 정상 구석에 설치되어 있었다. 콘크리트로 토대를 다지고 벽돌로 벽을 두른, 사방 이 미터 정도의 사당은 문이 닫혀 있다.
본래 사당 안에는 세 개의 작은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그 신체는 지금은 칠부 능선에 있는 신사에 놓여 있고 칠월 일일에 이 사당에 안치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소녀는 인간이 모시는 조각상에 기도를 하기 위해 올라온 것이 아니다.


신사에서 모시고 있는 신상 세 개의 이야기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꼼꼼한 자료 조사에 새삼 감탄하게 되네요.


비록 작중 안에는 정확히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이런 저런 자료들을 짜맞춰보면 역시 세 아이들은 처음에 미센까지 올라가서 사당을 본 후 덴구다케에서 '빛나는 사람'을 만난 거겠죠?




여담이지만, <영원의 아이> 제작노트에 따르면 작가인 덴도 아라타는 이시즈치 산에 지금까지 세 번 올라가봤다고 합니다.
그중 세 번째로 올랐을 때가 바로 집필을 시작했을 때. 제8병동 기념 등산과 같은 코스로 간 후에 아이들이 오른 사슬 길까지 올랐는데, 이때 이미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높은 곳에는 올라가기 힘든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유키와 쇼이치로, 료헤이도 올랐는데 나 혼자 도망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올라갔다는군요. 심지어는 사슬을 한 손으로 붙들고 매달린 채 다른 한 손으로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고.
창작에 대한 열망이란 정말 무섭고도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덴도 아라타가 이런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낳을 수 있었겠지요?



(출처 : 위키피디아; 이시즈치 산 관광 홈페이지; 이시즈치 신사 홈페이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영원의 아이>가 곧 여러분 손으로~! ☆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책은 지금 인쇄소에서 열심히 만들어지는 중이고, 온라인 서점 네 군데에서 예약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26일까지 예약 판매 기간이고, 이 기간에만 특별히 한 질을 모두 구입하시는 독자분들께 '적립금 5천 원'을 드리고 있으니까, 구입하실 분들은 무브무브!

> 알라딘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영원의 아이>의 배경은 1979년 시코쿠 지방의 에히메 현과, 1997년 간토 지방의 가나가와 현입니다. 세 사람이 어렸을 때는 에히메 현,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가나가와 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가나가와 현의 현청 소재지는 요코하마 시. 요코하마 시는 항구 도시로, 제법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어우러진 볼거리가 많은 도시입니다. <영원의 아이> 안에는 그런 곳들이 조금씩 숨어 있곤 합니다.


하늘은 파랗고 맑게 개어 있었다. 파도가 없는 요코하마 항의 바다가 둔하게 빛난다. 료헤이는 바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공원 안을 걸어,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 동상 앞으로 나아갔다.


야마시타 공원에 있는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 동상입니다.
구두가 빨..갛지 않네요....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일본 시인 노구치 우조가 지은 시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 나중에 곡이 붙은 것이 일본 동요 <빨간 구두>로,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 동상이라고 하면 바로 야마시타 공원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동상이라고 하니, 그런 '암호'를 사용한 것도 납득할 수 있겠네요.




 

.......동요치고는 분위기가 참 슬픈데요.
노구치 우조는, 생활이 어려워 미국으로 입양되기로 했던 소녀가 결핵에 걸려 결국 미국에 가지 못하고 9살의 어린 나이로 죽은 일을 소재로 <빨간 구두>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멜로디도 처량하고, 배경을 알고 들어보면 가사 또한 안타깝지요. 이 동요를 부르며 자랄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이런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코하마에는 추천 관광지와 주요 역을 도는 관광버스가 있습니다. 요코하마 시에서 운영하는 버스인데, 이 버스의 이름이 다름 아닌 '빨간 구두'입니다. 물론 빨간색입니다.

누구네는 시 한 편에서 저런 관광지가 나오는데 누구는 있는 것마저 멀쩡한 땅 파헤친다고 부수고나 있고...<-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야마시타 공원에 들어가 히카와마루 여객선도 보았다.


전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 황급히 원서를 뒤졌습니다. 공원에 들어가서 여객선을 본다고?(....)

야마시타 공원은 임해공원으로, 요코하마 부두를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는데요. 산책로 바로 옆으로 히카와마루를 볼 수 있습니다. 내부를 박물관으로 꾸며놓고 여러 가지를 전시하고 있어서,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구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히카와마루는 1930년부터 1960년까지 운항한 고급 여객선입니다. 당시로써는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서비스도 뛰어났던 탓에 입소문이 퍼져 유명인사들도 자주 이용했다고 합니다. 1960년에 운항을 종료하고 요코하마 항에 계류한 후부터 유스호스텔, 결혼식장, 공연장 등으로 활용되고 2003년에는 요코하마 시 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야경도 멋집니다.






외국인 묘지 앞에서 택시를 내렸다.
셋이서 외국인 묘지를 견학한 후 ‘항구가 보이는 언덕 공원’으로 걸어갔다. 잎이 떨어진 나무가 많은 가운데, 새빨간 꽃을 피우고 있는 애기동백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산’ 쪽으로 걸으면서 요코하마 항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


공원 이름이 '항구가 보이는 언덕 공원'입니다. 참 솔직한 이름이죠;;; 전쟁 직후 큰 인기를 끌었던 <항구가 보이는 언덕>이라는 가요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이름대로, 이 공원에서는 항구가 보입니다.
다만 말 그대로 '항구'가 보이는 거지 공원에 들어서면 눈앞에 바다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관광객도 꽤 많다고 합니다. 다만 야경만은 요코하마의 관광지 중에서도 1,2위를 다툰다고 하니, 요코하마에 가실 분께서는 '항구가 보이는 언덕 공원'은 낮이 아니라 밤 일정에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요코하마 베이브리지 야경입니다.

이 공원의 북쪽 부분에 나무가 울창한 구역이 있습니다. 이 구역을 '프랑스 산'이라고 부르는데, '항구가 보이는 언덕 공원'의 일부면서도 마치 또 하나의 독자적인 공원 같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막부시대 말기에서 메이지 시대 초기까지 프랑스군이 주둔했던 지역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공원 안에는 '영국 산(잉글리시 산)'이라는 구역도 있습니다;; )

'프랑스 산'의 명물인 계단입니다.
양쪽에 두 개의 계단이 있는데, 오르다 보면 두 계단이 중간에서 합류하는 형식입니다. 108계단도 아닌, 자그마치 120계단. 힉..







'
프랑스 산'의 또 다른 명물은 바로 풍차. 우물물을 퍼올리던 풍차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하네요. 지금도 물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공원의 이름이 된 그 유행가, <항구가 보이는 언덕>입니다.
당신과 둘이서 함께 갔던 그 언덕은♪ 항구가 보이는 언덕♬

인기 있는 가요 제목을 따서 공원 이름을 짓다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은근히 정취도 느껴집니다. 이런 엉뚱함이 때로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요?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요코하마 산책' 홈페이지)




- kreig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그때 안개 속에서 갑자기 무언가 보였다.
소녀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장소는 지금은 안개에 가려져 있지만 어떤 야생 동물도 서 있을 수 없는, 산 쪽으로 파인 절벽일 터였다.
하지만 분명히 사람이 서 있다.
게다가 몸이 빛나고 있었다. 소녀와 거의 같은 키지만 윤곽을 따라 담황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머리 주변은 무지개 색 광채로 덮여 있다.
소녀는 놀라서 양손을 입가에 대었다.
아래쪽에 서 있는 ‘빛나는 사람’도 얼굴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양손을 올렸다.
“봐…….”
소녀는 ‘빛나는 사람’을 가리켰다.
‘빛나는 사람’도 소녀를 마주 가리켰다. 손끝에서 무지개가 흩어졌다가 다시 다채로운 빛이 손 모양이 되어 맺혔다.
소년들도 벌써 ‘빛나는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안개 속에 서 있는 존재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지금 북스피어 전원이 열나게;; 준비하고 있는 바로 그 <영원의 아이>.
1권 맨 처음 부분에서, 주인공인 유키, 지라프, 모울 세 사람은 험준한 신의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빛나는 사람'을 만납니다.
구원을 찾기 위해, 구원받기 위해 올라간 산 정상에서 만난 '빛나는 사람'.

이 '빛나는 사람'이란 다름아닌 브로켄 현상입니다.
브로켄 현상이란, 어떤 사물의 뒤에서 비치는 태양광이 안개나 구름 같은 공기 중 물방울에 번지면서 그림자 주변에 무지개 빛의 후광이나 띠가 비치는 현상인데요. 독일의 브로켄 산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위치와 각도에 따라 산 골짜기 너머에 거대하고 흐릿하게 비치기도 하고, 때로는 바로 눈앞에 자신과 거의 같은 크기로 나타나기도 해서, 옛날에는 실제로 신이나 귀신이 현신했다고 오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브로켄의 요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지요.
실제로는 산을 자주 타는 사람들도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산에 올랐다가 이 브로켄의 요괴와 만나게 되면 절대 산에서 죽지 않는다고 해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하네요.

꼭 산이 아니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면 드물게 볼 수 있다고 하니, 등산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비행기를 노리시면 되겠습니다.




 
타지키스탄에 있는 파밀 산에서 나타난 브로켄 현상 (출처 : 위키미디어)


 
(출처 : FCC)


 
브로켄 현상을 그린 플라마리옹의 묘사화  



잔뜩 쌓인 <영원의 아이>의 교정지를 해치워 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상처 입고 고통스러워 하던 세 사람이 신의 산 위에서 만난 '구원'. 그 '빛나는 사람'의 본질이 실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사실 이 작품의 기저에 깔려 있는 희망과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저는, <영원의 아이>의 결말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p.s
'너 혼자 결말을 잊지 못하겠다 하지 말고 책이 언제 나오는지 말해달라!!'라는 항의는 반사.
...............가 아니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허덕허덕...



- kreig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안녕하세요!
6월의 첫날, 새로 시작하는 연재, 'kreige의 서브 이벤트'입니다.
이벤트는 이벤트이나 그동안 북스피어가 해왔던 그런 이벤트는 아닐지니.. (!!)

서브 이벤트란 게임, 특히 주 스토리가 있는 RPG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요.
본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필수로 봐야 하는 메인 이벤트(주요 사건)와는 반대로, 보지 않아도 게임의 본 줄거리를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는 이벤트(사건)를 말합니다. 대부분 특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발생하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고(이 경우 대부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야기 진행을 중단하고 일부러 찾아가면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만큼 게임에 재미를 더해주고,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주로 등장인물의 과거사, 이야기 내 세계관에 관련된 이야기, 등장인물들을 망가뜨리며 재미를 주는 오락 요소, 혹은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작은 이스터 에그 같은 것들이랄까요.

제가 연재하려는 내용도 대강 이런 것들입니다.
북스피어의 책에 나오는 무언가를 수박 겉핥기로;; 잡다하게 다루는 코너인데요. 몰라도 책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알고 나서 책을 읽을 때 아, 이게 그거구나~ 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달까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첫 번째 서브 이벤트는
북스피어의 신간 <얼간이>에 등장하는 간식거리입니다.
첫 연재로 하필 이런 내용을 고른 것은 절대로 교정을 보는 동안 쏟아지는 주전부리 폭탄에 괴로워하며 먹고 싶어서 방바닥을 굴러다녔기 때문은 아닙니다. (..........)





1. 조메이지 벚꽃떡

“갈까.”
고헤이지에게 이르자 그가 말했다.
“조메이지 벚꽃떡을 살까요?”
헤이시로는 흠칫 놀랐다. 이놈도 눈치가 여간 아니군.

벚꽃이 피면 벚꽃떡~ 일본의 봄이라고 하면 역시 벚꽃인데요. 봄의 상징인 그 벚꽃의 이름을 가진 떡입니다.
벚꽃떡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하나는 도묘지 벚꽃떡. 가미가타풍 벚꽃떡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쪽이 더 많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관서 지방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 벚꽃떡이에요.
떡 자체가 벚꽃처럼 분홍빛입니다. 벚꽃떡이라는 이름에는 이쪽이 좀 더 잘 어울리는 듯도 하네요. 안에는 단팥이 들어 있고, 찹쌀가루로 만들어서 쫀득쫀득합니다.


얼간이에 등장하는 조메이지 벚꽃떡은 이렇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에도풍 벚꽃떡이라고도 하며, 관동 지방에서 주로 먹습니다. 이쪽은 떡이 분홍빛인 건 아니고, 얇게 편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싸서 찐 후,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으로 감쌌습니다. 요즘은 벚꽃떡이라는 이름에 맞춰 저 밀가루 반죽을 분홍색으로 물들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팥의 단맛과 이파리의 짭짤하고 씁쓸한 맛이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무슨 맛일까요. 



2. 우구이스떡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핫초보리의 자택 툇마루에서 선물로 들어온 우구이스떡을 우물거리며 먹고 있었다. 그때 방금 떡을 가져온 하녀가 다시 와서 심부름꾼이 왔다고 고한다.

 
출처 : 池乃端屋

짠- 벚꽃떡과 더불어 봄을 기념하는 우구이스떡입니다. 색깔만 봐도 왜 봄을 기념해 만드는 떡인지 알 수 있네요.
우구이스란 일본어로 휘파람새라는 뜻입니다. 푸르대콩(청대콩)으로 만든 가루는 자연스러운 녹색을 띠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푸르대콩가루를 우구이스 가루라고 부르는데요. 그 가루를 겉에 뿌립니다. 그러다 보니 떡도 예쁜 녹색이 되지요. 안에는 팥이나 하얀 앙금이 들어 있습니다.
앞뒤를 뾰족하게 다듬고 장식을 붙여서 아예 휘파람새 모양으로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네요. 그런 건 역시 머리부터 먹어야죠, 단숨에 숨통을 끊....



3. 시라타마

“시원한 시라타마를 만들어 봤어요. 너도 많이 먹어. 당신도 시라타마 좋아하죠?”

      
출처 : 茶菓工房たろう                     출처 : netprice

시라타마란 찹쌀로 만든 (하얀) 경단을 말합니다.
이 하얀 경단을 꿀이나 설탕 시럽에 살짝 담갔다가 먹기도 하고, 단팥죽에 넣어 먹기도 하고, 과일이나 채소를 곁들여서 화채처럼 먹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즐겨 먹는데요. 시리얼처럼 우유나 요구르트에 넣어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찹쌀 경단을 어떻게 꾸며서 먹느냐 하는 차이인지라, 가게나 지역마다 특색 있게 응용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팥죽에 새알을 넣어 먹듯이 일본에서도 단팥죽에 하얀 경단(시라타마)를 넣어서 먹는데, 시라타마젠자라고 합니다. (젠자는 단팥죽이라는 뜻)



4. 물양갱

헤이시로는 물양갱을 먹으며 소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 듣고 나서는 감탄하고 말았다.

商品写真
출처 : 榮太樓
 
일반적인 양갱이 약간 뻑뻑한 데 비해, 물기를 많게 해서 촉촉한 양갱입니다. 시원하게 해서 먹는 여름의 별미 중 하나!
이렇게 일반 양갱이랑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고, 푸딩처럼 떠먹을 수 있게 만든 것도 있습니다. 꾸미는 걸 좋아하는 일본답게, 푸딩처럼 생긴 물양갱은 꽤 화려한 것도 많네요. 양갱과 마찬가지로 물양갱도 팥뿐 아니라 녹차 양갱이니 단호박 양갱이니 하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시원하고 촉촉한 물양갱과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모기에 뜯겨가며) 즐기는 시골 밤이 확 떠오르는 간식입니다.
아, 저는 양갱이 정말 좋아요.  



5. 칡묵

“대신 내가 못 맞히면 길모퉁이 미요시 상회로 가서 거기 아줌마가 교토에서 배워 왔다는 맛있기로 소문난 칡묵을 한턱내마. 어떠냐?”


출처 : 위키피디아

구즈키리라고 부르는 간식입니다. 이것은 묵 국수?(....)
칡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익힌 다음에 우동 면발처럼 잘라서 꿀이나 설탕 시럽에 찍어서 먹습니다.(왼쪽 작은 그릇에 담긴 것이 찍어 먹을 꿀) 아예 면발을 냄비 요리로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의외로(?) 인기 있는 간식으로, 즉석에서 국수 가락을 뽑아내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 있기도 하고, 구즈키리 전문점도 있습니다. 일본에 가면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6. 긴쓰바 과자

“가게에 한번 들르라고 합디다. 긴쓰바 과자가 맛있다면서. 싸게 주겠대요. 요전번에 고베 씨 댁에 인사하러 갈 때 사 들고 가 봤는데, 정말 맛있더구먼.”


출처 : 위키피디아

밀가루를 물에 개어 얇은 피를 만들고 모양을 빚어 놓은 팥을 감싼 다음 기름을 두르고 구워 만드는 과자입니다.
긴쓰바란 검에서 손잡이와 칼날 사이에 있는, 손이 날까지 올라가지 않게 막아 주는 날밑을 말합니다. 그 모양을 따서 동그랗게 만드는 모양이에요. 메이지 시대부터는 사각형의 긴쓰바 과자도 멀리 퍼졌다고 합니다.
쪄내거나 하는 다른 떡류와 달리 구워서 만드는 과자인지라, 만들 때는 주변에 단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는데요. 제가 단팥을 좋아해서 그런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겉에 살짝 노릇하게 구워진 부분이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꿀꺽)



이 외에도 곤약 산적에 감자 조림에 우무까지.
헤이시로 이 사람, 한 권 내내 먹기만 했나 봅니다....?



p.s
6월 2일 지방 선거,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신분증 꼭 챙겨 가세요.
내가 투표해야 하는 장소나, 후보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 용지를 사진으로 찍는 건 불법이지만, 내가 뽑을 후보 이름을 메모지에 정리해서 가져가서 보고 찍는 건 괜찮다고 합니다. 헷갈리지 않도록 적어 가셔도 됩니다.



- kreig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