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에 해당되는 글 3건

  1.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9) 2008/10/29
  2. 말 많으면 공산당 (2) 2008/08/29
  3. 오늘의 책 (1) 2008/08/22
최근 인터넷에 담임교사에게 엉덩이를 맞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사진이 퍼지면서 초등생체벌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학생을 체벌한 여교사는 29세의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도형 색칠을 잘못 했다고 엉덩이를 마구 때려 큰 상처를 입혔다.

이 담임교사는 며칠 전에도 남자 아이에게 100대에 가까운 체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경위서에서 '아이가 18개 문제 중 17개를 틀렸다. 틀린 문제를 과제로 해결해 오라 했지만 그 학생만 해오지 않았다'며 '미리 과제를 해오지 않을 경우 1문제당 1대씩 체벌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왜 숙제를 해오지 않았는지 묻는 과정에서 대답을 하지 않아 10대를 추가해 27대를 때렸다'라고 진술했다. [SSTV|김지원기자] 10월 27일




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첫 시험 시간이었다. 나는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사천리로 답을 적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내 짝지가 책가방 너머로 내 시험지를 보고 있다. 예뻤고, 얼마간 호감도 있었던 터라 답을 가리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뭘 봤는지가 궁금했다. 슬쩍 넘겨다봤다. 헌데 이 아이가 베낀 게 뭐였나 하면, 바로 내 이름이었다. 자신의 이름 쓰는 란에 자기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적어놓은 거다. ‘성명’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리라.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조용히 말을 건넸다. “맨 위엔 니 이름을 적어야지.” “뭐?” “니 이름을 적으라고.”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는다. 미친다. “으아” 하는 소리가 좀 컸나. 어느 샌가 담임선생님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선생님은 불문곡직하고 내 귀를 잡아 비틀었다. 한두 번은 어떻게 견디겠는데 이게 끝날 줄을 모른다. 결국 한바탕 울음을 터트린 후에야 귀 비틀기가 끝났다. 분했다. 시시비비도 가려지지 않은 채 당한 게 억울했다.

지난 14일, 울산의 모 중학교 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들이 전체 학생의 부모들에게 학생 체벌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동의서를 보냈다고 한다.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의 체벌을 허용함을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담아서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누리꾼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사랑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폭력을 ‘사랑의 매’로 합리화시키는 법을 배우며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nooe)”, “사랑의 매가 아니라 그냥 매죠. 왜 자꾸 매를 미화하는지 모르겠네요(chocho2012)”라는 원칙론과, “체벌이 반드시 옳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나, 교육목적으로 사회가 인정하는 범위에서의 사랑의 매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반항과 욕설 등으로 교권을 무너뜨리고,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들을 그냥 두어야 하는 것인지도 문제다(청주총무)”, “저도 아이에게 매를 안 들고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습니다(소은사랑)”라는 현실론으로.

돌이켜 보면, 그날 시험시간에 고개를 돌린 것은 명백히 내 잘못이다. 룰을 어긴 거니까 페널티가 주어져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런 식의 페널티라면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때리는 일 자체가 옳지 않다는 명제에는 다들 동의하시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체벌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뭔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어 그런 불합리한 방법을 개선해 나가자는 유연한 접근 자세는 그다지 느낄 수 없다. “현실이 이런데”라는 방어 메뉴얼 같은 것이 이미 머릿속에 구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정리하자. 어려운 문제지만 대답은 명백하다.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사랑의 매’ 따위 절대 맞고 싶지 않다.

덧)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패겠다"니, 무슨 세일러문(“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도 아니고 말이지. 아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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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그 용어를 쓸 때는 김일성이 그 말을 쓸 줄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미연방이나 영연방만을 떠올렸을 뿐이지요. 북한이 나중에 그런 용어를 그대로 쓸 줄 귀신이 아닌들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재판이란 것은 한번 사람을 죽이기로 작정하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겁니다.”

10여 년쯤 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이미 1970년대부터 ‘공화국 연방제’라는 통일론을 역설했던 그는, 이후 북한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이 나오자 바로 봉변을 당했는데 그 이유가 재밌다.

‘공화국 연방제’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의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략 80년대 후반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이처럼 어이없는 이유로 고초를 겪었다. 기억나는 대로 꼽아보면,

49년 국회프락치 사건, 52년 국제공산당 사건, 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마산시민의 뒤에 공산당이 있다던 이승만의 주장,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을 제거하기 위한 박정희의 공격, 80년 광주항쟁은 북한의 음모라던 전두환의 고정간첩 배후조정설,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평양방송이 김대중을 당선시키라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김영삼의 평양지령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등의 면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부분 대한민국의 집권자, 혹은 집권 세력이 반대파를 한방에 날려버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2
“전쟁 초기 북한군이 남진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북한 통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난길에 올랐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민군에 가담하거나 북한군 남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미군의 개입과 무차별 공격에 따른 전환의 급박한 변화에 따라 점령정책은 더욱 강압적으로 변질되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된 최장집 교수가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썼던 내용의 일부다. 이미 96년에 출판된 이 책에 대해 <월간조선>은 98년 11월호에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 최장집 교수의 충격적 6.25 전쟁관>이라는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는 이렇게 인용되었다.

“...이어지는 글에서 그는 <전쟁 초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민군에 가담하거나 북한군의 南進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라는...”

당시 <조선일보>는 보도, 사설, 칼럼, 만평, 가십, 독자투고까지 총동원해서 최장집 교수를 공격했고 결국 그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80년대 후반부터는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대략 살펴보면,

88년 서관모 사건(일명 김동길 사건), 91년 서사연 사건, 93년 한완상 사건(일명『한국전쟁과 한국사회의 변동』사건), 94년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일명 박홍 사건), 97년 이장희 사건, 2001년 강정구 교수의 만경대 필화 사건...

등이 있다. 대부분 공안당국보다는 박 홍과 같은 '극우' 인사나 '극우' 언론 쪽에서 더 난리를 쳤다는 게 공통점이고.


3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위 구절은 총 4장 25조로 구성된 국가보안법의 1조 1항이다. 보다시피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어떤 경우에 법이 적용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2004년 3월 30일, 재판부는 송두율 교수에게 7년 형을 선고했다. 당시 나는 그 판결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사법부가 제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송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남한 사회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경계인’으로 포장하여 대중을 호도했다. 그리고 가장 나빴던 건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열 달을 보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4
경찰이 지난 26일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사노련)’ 회원 일곱 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했다(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을 지냈던 김덕종 씨는 2년 전 한미FTA범국민대회와 관련해 연행되었다). 이적단체 구성과 국가 변란을 선동한 문건을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계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27일에는 “위장탈북 30대 女간첩 검거” 기사가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나이스 타이밍.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곧 신공안정국이 도래해 비슷한 탄압이 줄을 이으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하며(“드디어 나왔습니다, 이적단체”, “본격적으로 시동 걸리는 공안정국”), 황당하고 지겹다는 반응을 보였다(“추억의 간첩 사건 우리 곁으로”, “곧 평화의 댐 만들겠구나”).

사노련의 경우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헤프닝으로 끝나는 거 보면, 대한민국의 레드콤플렉스가 조금쯤 변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여튼 ‘말 많으면 공산당’, ‘간첩은 표시 없다, 너도 나도 다시 보자’라는 구호가 그다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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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08/08/22 10:06


사람이 작정하고 베껴 쓰려 해도 수십 년이 걸릴 만큼 엄청난 분량”의 저술을 남긴 저자로서, “경집(經集) 232권과 문집 260여 권”을 강진 유배 18년 동안 모두 정리해 낸 편집자로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업적은 실로 상식을 뛰어 넘는다.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에는 전방위적 ‘지식 경영자’로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는데, 관련 일화들을 읽다보니 한 사람의 ‘국가 경영자’가 작정하고 시도하려 해도 임기 내에는 불가능할 만큼 방대한 업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듯하여 두 가지만 비교해 볼까 한다. 『지식 경영법』의 저자인 정민은 다산 선생의 지식 경영 방법을 다양하게 구분해 놓았다. 오늘 살펴볼 대목은 ‘성동격서’와 ‘담화시기’에 관련한 부분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란, 주지하다시피 동쪽에서 소리치다가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뚱딴지같은 말을 잔뜩 늘어놓아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고 느닷없이 허를 찌르는 수법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방식으로 독자를 흡인하는” 다산의 전략인데,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 사건에 대해 앞으로 관련자의 지위고하와 소속여부를 막론하고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 놓고, 느닷없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방상훈 전 조선일보 사장 등의 재벌총수 및 조·중·동 언론사 경영진을 사면한 방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번 광복절특별사면을 계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억울하면 출세하고 돈 벌어야 하는 거”라며 새삼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담화시기談話視機란,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 번쩍이는 깨달음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으로,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촌철살인과 같음을 이르는 말이다. 『지식 경영법』에 따르면 다산은 “스치듯 건네는 한 마디에도 잠든 정신을 일깨우는 깨우침”을 담았고, “해학도 무던히 즐겼”다고 한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시위를 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먹을지 안 먹을지 모르지만, 아마 내 생각에는 먹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간의 해학적 발언(“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먹으면 그만”)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만한 예측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MB는 한우만 먹지 싶다”, “MB는 개그맨이지 싶다”며 혀를 내둘렀고, 각 포털에 게재된 관련 기사에는 삽시간에 수천 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기도 했다.

흔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말이야,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말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 국가 경영자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명박 대통령다운 면이 아닐까 싶다. 시대를 앞서간 지식 경영자 다산 선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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