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stefanet
취재(?) : smfet, stefanet (이상 북스피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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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다음날 아침 우리는 기념관으로 향했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은 고쿠라성, 고쿠라성 정원과 함께 있어서 어차피 주요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출발 전에 정보수집차 찾아본 여행기들에서는 성과 정원은 갔지만 기념관을 찾아갔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 멀리 고쿠라 성이 보이고, 사진 앞쪽에 있는 다리는 오가이 다리 (鷗外橋)이다. 이 오가이 다리를 건너면 마쓰모토 세이초 컬렉션에 제일 처음 실린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소재가 된 작가 모리 오가이 기념비가 나온다. (다리의 이름이 모리 오가이에서 따온 것인지, 그냥 갈매기 다리라는 뜻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모리 오가이 기념비. <고쿠라 일기>의 한 구절인 듯한 글귀가 보인다.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추측이다!)
강변에 위치한 리버워크 건물. 건축물 자체로 기타큐슈의 볼거리 중 하나다.
일종의 쇼핑몰 겸 복합공간인데, 방송국도 위치해 있고 북스피어 기사가 실린 아사히 신문 서부 본사가 위치해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기사 실린 신문이라도 좀 얻어볼까 하고 일단 4층에 있는 아사히 신문 전시관을 가봤더니 연휴 휴관이라 하여 발걸음을 돌려 다시 기념관으로 향했다.
드디어 시립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에 도착!
새해에도 뭔가 100주년 기념 관련 행사를 계속 하는 것 같다.
기념관 입구.
입구에 들어가 접수처 직원에게 미리 출력해 간 이메일을 보여주며 사무실 사람을 찾았다. (여기서부터 모든 대화는 선영님의 유창한 일본어로 이루어졌다. 나 혼자였으면 미션 수행 절대 불가능이었다.) 우리에게 답장을 준 이는 휴가라 오늘 없고 다른 직원을 불러오겠다고 한다. 전화 통화를 하는데 뭔가 출판사 관련인들인 것 같다고 얘기한다. 헉. 아닌데. 우린 출판사랑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구요. 속아서 이렇게 왔어요, 엉엉.
사무실 직원분이 접수처까지 나오시더니 우리를 데리고 사무실로 안내했다. 엇, 우리는 그냥 접수처에서 책만 건네주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정중한 대접에 당황하며 주섬주섬 본론을 얘기했다. 한국에서 미야베 미유키 편집인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집이 출간되었는데 책을 전해드리러 왔다, 얼마 전에 아사히 신문에 실린 바로 그 책과 출판사이다 (신문 기사는 보셨다고 한다), 이 책 세 권을 모으면 마쓰모토 세이초 얼굴이 된다, 등등. 그런데 갑자기 출판사와는 어떤 관계냐고 물어보신다. 급 당황. 그냥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고만…
오오 대단하군요- 이런 대답을 해주셨지만, 어쩐지 속으로 이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이군 하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여튼 우리는 사장님과 편집장님의 명함을 건네드렸고 (명함을 보고 한글은 물론 영어로 쓰여진 부분도 잘 파악하지 못하셔서 각각 CEO, 치-프 에디타! 라고 말씀드렸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소식지 (소식지는 기념관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링크되어 있다)를 받았다. 이 소식지에는 얼마 전 북스피어 홈페이지에 잠깐 소개된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 오사와 아리마사 세 명의 대담이 실려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요청드렸더니 친절하게 포즈까지 잡아주셨다. 명함도 주셨는데 귀국하려 짐 챙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다. ㅠ.ㅠ 이름도 기억 안나고…뭔가 무슨 위원회 주임이셨는데…어흐흑.
대충 얘기가 끝나니 우리를 데리고 기념관 내부를 안내하며 설명해주기 시작하신다. 기념관 입구의 첫 전시물은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의 책 커버들이었는데, 한국 책도 한 권 있었다. 제목은 《바다에 남겨진 유언》 이었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품이었다. 우리가 전해드린 북스피어 책 커버도 여기에 전시가 될까? 기대된다.
그나저나 직원분이 계속 우리를 안내해주시면 안된다. 왜냐하면 기념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원칙적으로 금지라 우리는 몰래몰래 숨어서 사진을 찍을 작정이었으니까. (우리를 출판사 관계자로 알고 있는 접수처 직원한테 그런 척하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잡지라던가 이런 곳이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번거로우실텐데 괜찮다고, 저희들끼리 보겠다고 정중히 사과하고 돌려보냈다. 아마도 그 분도 우리가 그렇게 얘기해줘서 은근히 고마웠을 거다.
#7. 거장의 흔적들
전시실을 관람하면서 직원과 다른 관람객의 눈을 피해 몰래몰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 올려도 되나 모르겠다.)
친필 원고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친필 원고
어느 작품에 쓰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련 메모들
잘 안보이지만, 《점과 선》에 사용된 기차 시간표 관련 트릭을 도해해 놓은 것이다. 참 준비 꼼꼼하게 한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전시물.
그 밖에도 여행할 때 쓰였던 물품들이라던지, 여러 대의 사진기라던지 등등의 수집품이 있었고, 작품 전시실을 지나 안쪽에 들어가면 실제 유품으로 그대로 재현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도쿄 하마다야마의 자택과 서고가 1, 2층에 걸쳐 있었다.
대부분이 서고이다. 약 3만 권의 장서가 있다고 하는데, 작품을 쓰기 전 방대한 자료조사를 실감나게 하는 서고였다. 게다가 온갖 종류의 책이 다 있었다. 법, 과학, 해부, 미술, 풍속 등등등. 그의 엄청난 작품수와 다양한 장르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 올라가니 관람객이라고는 젊은 커플 한 쌍밖에 없었다. 대충 둘러보더니 저 쪽 벽 앞에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계속 노닥거린다. 그걸 보고 우린 초조해졌다. 빨리 저 사람들이 나가야 사진을 찍을텐데, 왜 안나가고 저러고 있나… 물론 그 커플은 우리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겠지. 저 사람들이 나가야 뭔가(?)를 좀 해볼텐데 하고. 그래도 우리가 더 인내심이 강했다. 우린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야, 여기 다시 오기 힘들다구. 연애질은 다른 곳에서 해.
2층에 올라가 창문 안으로 들여다본 서재의 모습이다. 책상 위에는 쓰다 만 원고가 놓여있고, 휴지통에는 구겨진 종이뭉치가 들어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마쓰모토 세이초가 저 의자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것 같은 느낌, 곧 방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분위기가 방 안에 가득했다.
모두 66권인 마쓰모토 세이초 전집
어느 정도 관람을 끝낸 후 지하로 내려가 기념품 가게를 찾았다. 100주년 기념 여러 기념품들이 있었는데, 사장님과 편집장님을 위한 책갈피를 한 개씩 샀고, 나 자신을 위해 마우스 패드를 하나 질렀다. (사실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선영님 사는거 보고 따라서 샀다. 난 정말 귀가 창호지만큼 얇다!) 일본어도 모르는 주제에 단편집 문고본도 한 권 샀다.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일본어를 공부하리라. 지난 주부터 일본어 강독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기념품 가게에서 산 마우스 패드. 아랫입술을 불룩 내민 저 캐리커쳐 정말 귀엽기 그지없다!
#8. 마무리
기념관을 나선 뒤에는 일반적인 관광객의 동선이 이어졌다. 고쿠라 성과 정원, 모지코 등 여러 관광지들. 우리는 단지 남들보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을 좀 오래 봤을 뿐이었다.
한 시간에 한 번 열리는 도개교인 블루 윙 모지를 열심히 찾아갔더니 하필 신정 연휴땐 안열린다고 해서 헛걸음을 했다던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우산까지 새로 사며 시모노세키까지 연결된 해저 터널을 가려고 가로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도로를 길을 잃고 마구 헤매이며 찾아갔다던지, 도중에 마이니치 신문사 지국 건물 앞에는 심지어 인도도 없었다던지,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칸몬 터널 앞에 도착했더니 공사중이라는 팻말을 보고 기절할 뻔 했다던지, 그런데 알고 보니 출입금지는 12월까지여서 기어코 해저 터널을 걸어서 통과해 시모노세키까지 갔다 왔다던지, 모지코 레트로 명물인 야끼카레와 가게에서 만들어 파는 맥주는 끝내주게 맛있었다던지, 북오프에 들렀던 선영님은 37권짜리 만화책 전집을 한 번에 구입해버리는 오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셨다던지, 그 책들 운반하려고 가방도 새로 샀다던지 하는 구구절절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마쓰모토 세이초와 별 관련이 없으니.
작은 도시인 기타큐슈시 곳곳에서 출신 작가들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산을 사러 들른 가게의 점원 아주머니는,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동네 마트에서는 ‘고쿠라 일기’라는 이름의 과자를 팔고 있었다.
뭐 도시 관광 수입을 위한 홍보 수단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소위 말하는 ‘대중작가’, 백 년 전에 태어나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한 작가를 이 도시는 잊지 않고, 잊혀지지 않도록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기념관으로 향했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은 고쿠라성, 고쿠라성 정원과 함께 있어서 어차피 주요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출발 전에 정보수집차 찾아본 여행기들에서는 성과 정원은 갔지만 기념관을 찾아갔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 멀리 고쿠라 성이 보이고, 사진 앞쪽에 있는 다리는 오가이 다리 (鷗外橋)이다. 이 오가이 다리를 건너면 마쓰모토 세이초 컬렉션에 제일 처음 실린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소재가 된 작가 모리 오가이 기념비가 나온다. (다리의 이름이 모리 오가이에서 따온 것인지, 그냥 갈매기 다리라는 뜻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모리 오가이 기념비. <고쿠라 일기>의 한 구절인 듯한 글귀가 보인다.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추측이다!)
강변에 위치한 리버워크 건물. 건축물 자체로 기타큐슈의 볼거리 중 하나다.
일종의 쇼핑몰 겸 복합공간인데, 방송국도 위치해 있고 북스피어 기사가 실린 아사히 신문 서부 본사가 위치해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기사 실린 신문이라도 좀 얻어볼까 하고 일단 4층에 있는 아사히 신문 전시관을 가봤더니 연휴 휴관이라 하여 발걸음을 돌려 다시 기념관으로 향했다.
드디어 시립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에 도착!
새해에도 뭔가 100주년 기념 관련 행사를 계속 하는 것 같다.
기념관 입구.
입구에 들어가 접수처 직원에게 미리 출력해 간 이메일을 보여주며 사무실 사람을 찾았다. (여기서부터 모든 대화는 선영님의 유창한 일본어로 이루어졌다. 나 혼자였으면 미션 수행 절대 불가능이었다.) 우리에게 답장을 준 이는 휴가라 오늘 없고 다른 직원을 불러오겠다고 한다. 전화 통화를 하는데 뭔가 출판사 관련인들인 것 같다고 얘기한다. 헉. 아닌데. 우린 출판사랑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구요. 속아서 이렇게 왔어요, 엉엉.
사무실 직원분이 접수처까지 나오시더니 우리를 데리고 사무실로 안내했다. 엇, 우리는 그냥 접수처에서 책만 건네주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정중한 대접에 당황하며 주섬주섬 본론을 얘기했다. 한국에서 미야베 미유키 편집인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집이 출간되었는데 책을 전해드리러 왔다, 얼마 전에 아사히 신문에 실린 바로 그 책과 출판사이다 (신문 기사는 보셨다고 한다), 이 책 세 권을 모으면 마쓰모토 세이초 얼굴이 된다, 등등. 그런데 갑자기 출판사와는 어떤 관계냐고 물어보신다. 급 당황. 그냥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고만…
오오 대단하군요- 이런 대답을 해주셨지만, 어쩐지 속으로 이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이군 하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여튼 우리는 사장님과 편집장님의 명함을 건네드렸고 (명함을 보고 한글은 물론 영어로 쓰여진 부분도 잘 파악하지 못하셔서 각각 CEO, 치-프 에디타! 라고 말씀드렸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소식지 (소식지는 기념관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링크되어 있다)를 받았다. 이 소식지에는 얼마 전 북스피어 홈페이지에 잠깐 소개된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 오사와 아리마사 세 명의 대담이 실려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요청드렸더니 친절하게 포즈까지 잡아주셨다. 명함도 주셨는데 귀국하려 짐 챙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다. ㅠ.ㅠ 이름도 기억 안나고…뭔가 무슨 위원회 주임이셨는데…어흐흑.
대충 얘기가 끝나니 우리를 데리고 기념관 내부를 안내하며 설명해주기 시작하신다. 기념관 입구의 첫 전시물은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의 책 커버들이었는데, 한국 책도 한 권 있었다. 제목은 《바다에 남겨진 유언》 이었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품이었다. 우리가 전해드린 북스피어 책 커버도 여기에 전시가 될까? 기대된다.
그나저나 직원분이 계속 우리를 안내해주시면 안된다. 왜냐하면 기념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원칙적으로 금지라 우리는 몰래몰래 숨어서 사진을 찍을 작정이었으니까. (우리를 출판사 관계자로 알고 있는 접수처 직원한테 그런 척하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잡지라던가 이런 곳이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번거로우실텐데 괜찮다고, 저희들끼리 보겠다고 정중히 사과하고 돌려보냈다. 아마도 그 분도 우리가 그렇게 얘기해줘서 은근히 고마웠을 거다.
#7. 거장의 흔적들
전시실을 관람하면서 직원과 다른 관람객의 눈을 피해 몰래몰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 올려도 되나 모르겠다.)
친필 원고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친필 원고
어느 작품에 쓰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련 메모들
잘 안보이지만, 《점과 선》에 사용된 기차 시간표 관련 트릭을 도해해 놓은 것이다. 참 준비 꼼꼼하게 한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전시물.
그 밖에도 여행할 때 쓰였던 물품들이라던지, 여러 대의 사진기라던지 등등의 수집품이 있었고, 작품 전시실을 지나 안쪽에 들어가면 실제 유품으로 그대로 재현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도쿄 하마다야마의 자택과 서고가 1, 2층에 걸쳐 있었다.
대부분이 서고이다. 약 3만 권의 장서가 있다고 하는데, 작품을 쓰기 전 방대한 자료조사를 실감나게 하는 서고였다. 게다가 온갖 종류의 책이 다 있었다. 법, 과학, 해부, 미술, 풍속 등등등. 그의 엄청난 작품수와 다양한 장르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 올라가니 관람객이라고는 젊은 커플 한 쌍밖에 없었다. 대충 둘러보더니 저 쪽 벽 앞에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계속 노닥거린다. 그걸 보고 우린 초조해졌다. 빨리 저 사람들이 나가야 사진을 찍을텐데, 왜 안나가고 저러고 있나… 물론 그 커플은 우리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겠지. 저 사람들이 나가야 뭔가(?)를 좀 해볼텐데 하고. 그래도 우리가 더 인내심이 강했다. 우린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야, 여기 다시 오기 힘들다구. 연애질은 다른 곳에서 해.
2층에 올라가 창문 안으로 들여다본 서재의 모습이다. 책상 위에는 쓰다 만 원고가 놓여있고, 휴지통에는 구겨진 종이뭉치가 들어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마쓰모토 세이초가 저 의자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것 같은 느낌, 곧 방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분위기가 방 안에 가득했다.
모두 66권인 마쓰모토 세이초 전집
어느 정도 관람을 끝낸 후 지하로 내려가 기념품 가게를 찾았다. 100주년 기념 여러 기념품들이 있었는데, 사장님과 편집장님을 위한 책갈피를 한 개씩 샀고, 나 자신을 위해 마우스 패드를 하나 질렀다. (사실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선영님 사는거 보고 따라서 샀다. 난 정말 귀가 창호지만큼 얇다!) 일본어도 모르는 주제에 단편집 문고본도 한 권 샀다.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일본어를 공부하리라. 지난 주부터 일본어 강독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기념품 가게에서 산 마우스 패드. 아랫입술을 불룩 내민 저 캐리커쳐 정말 귀엽기 그지없다!
#8. 마무리
기념관을 나선 뒤에는 일반적인 관광객의 동선이 이어졌다. 고쿠라 성과 정원, 모지코 등 여러 관광지들. 우리는 단지 남들보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을 좀 오래 봤을 뿐이었다.
한 시간에 한 번 열리는 도개교인 블루 윙 모지를 열심히 찾아갔더니 하필 신정 연휴땐 안열린다고 해서 헛걸음을 했다던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우산까지 새로 사며 시모노세키까지 연결된 해저 터널을 가려고 가로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도로를 길을 잃고 마구 헤매이며 찾아갔다던지, 도중에 마이니치 신문사 지국 건물 앞에는 심지어 인도도 없었다던지,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칸몬 터널 앞에 도착했더니 공사중이라는 팻말을 보고 기절할 뻔 했다던지, 그런데 알고 보니 출입금지는 12월까지여서 기어코 해저 터널을 걸어서 통과해 시모노세키까지 갔다 왔다던지, 모지코 레트로 명물인 야끼카레와 가게에서 만들어 파는 맥주는 끝내주게 맛있었다던지, 북오프에 들렀던 선영님은 37권짜리 만화책 전집을 한 번에 구입해버리는 오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셨다던지, 그 책들 운반하려고 가방도 새로 샀다던지 하는 구구절절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마쓰모토 세이초와 별 관련이 없으니.
작은 도시인 기타큐슈시 곳곳에서 출신 작가들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산을 사러 들른 가게의 점원 아주머니는,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동네 마트에서는 ‘고쿠라 일기’라는 이름의 과자를 팔고 있었다.
뭐 도시 관광 수입을 위한 홍보 수단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소위 말하는 ‘대중작가’, 백 년 전에 태어나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한 작가를 이 도시는 잊지 않고, 잊혀지지 않도록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